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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를 소재로 한 건교부의 반전(反轉)쇼

얼마 전에 정부 한 부처의 고위공직자가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발언했다가 새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던 한 언론매체로부터 호된 비아냥거림에 시달린 적이 있다. 해당 인물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맡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존재의의를 표현한 말인데 언론이 곡해했다고 말했다가 또 언론 핑계 댄다고 다시 한 번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그 공무원의 발언이 다분히 기회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를 기사화하여 노골적으로 놀려댄 그 언론도 못지않게 기회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기회는 찬스라고 모처럼 자신들의 세상이 온 마당에 ‘무엇이 두려울쏘냐’ 하는 오만함이 그 기사에 배여 있었다.

‘영혼이 없는’ 부처에 건교부도 가세한 느낌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말 한 기사에 건교부의 한 간부가 “무슨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 이 당선자의 정책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의 뜻을 따르는 게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였다. 생각해보면 참 딱한 존재다. 문제는 그 숙명을 완수하기 위한 오버질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여 건교부는 6일 한반도 대운하를 이명박 당선자 임기 내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건교부는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특별법 없이 현행법으로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3~4년이 걸려 임기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2페이지에 걸쳐” 개진했다 한다.

필자 생각에도 건교부 말이 백번 맞다.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지표조사 등 각종 영향평가, 토지보상 절차, 민간투자사업 추진 절차 등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업도 새만금 사업이나 행정복합신도시처럼 특별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옳은 말 한 셈이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입장을 확 바꾸는 그 기회주의적 속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 공사 끝내시고 성군으로 칭송받으시라고 급행열차 티켓을 자진해서 끊어주기 위해 부처업무의 소신을 저버리는 그 비굴함에 있다. 아무리 환경부가 아니라 건교부라 하지만 환경의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영향평가를 패스할 특별법으로 만들라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새만금 사업과 행정복합시도시 사업을 거론하는 것은 그때의 시행착오를 또다시 반복하자는 소리다. 환경을 무시하고, 수요예측을 무시하고, 주변지가 폭등으로 인한 시장교란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다. 하물며 이 사업은 국토의 젖줄을 파헤치는 사업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사업에 당초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건교부가 ‘임기 내 준공’이라는 Mission Impossible의 해법을 자진해서 제시한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건교부는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새 정부에 헌납한 셈이다. 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