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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의 대운하 말 뒤집기 관전기 2탄

건교부가 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건교부는 경제성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언급하면서 수자원공사 등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물동량을 고려한 비용대비편익(B/C)을 산출한 값이 0.16밖에 안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관광수입, 지역산업파급효과 등까지 고려하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건교부 “대운하특별법 상반기 추진필요”, 2008년 1월 6일)

B/C에 대해 알아보자. B는 ‘편익(Benefit)’을, C는 ‘비용(Cost)’을 의미한다. 그래서 B/C라 함은 ‘편익나누기 비용’으로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 간단한 분석기법이다. 결국 대운하의 비용이 20조 원이라 가정하였으니 건교부 추정에 따르면 편익은 3조2천억 원인 셈이다. 이런 형편없는 사업을 추진하라고 건교부가 건넨 충고는 나머지 16조8억 원을 관광과 지역산업 부양 등의 효과로 땜빵하라는 것이다.(주1)

여하튼 이 부분에서 애매한 것이 바로 편익 부분이다. 단순히 경제적 편익이라 하면 계산하기가 편하다. 그것은 오직 운하 운영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수입, 예를 들면 운영회사(민간 또는 정부)가 벌어들이는 통행료 및 기타 부대 수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편익이라면 좀 더 복잡해진다. 앞서 언급한 기대수익뿐만 아니라 운하건설과 유지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여겨지는 모든 부대수입(관광, 지역산업 등)과 물류비용 절감에 대한 기회비용, 기타 화폐가치로 계상되지 않는 각종 편익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제적 타당성으로 분석하면 매우 간단하고 계산이 그나마 나름대로 객관적인데 비해 사회적 효용성을 위주로 한 타당성 분석이라면 계산이 매우 복잡하고 주관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운하주변 어느 관광지에 손님이 붐비거나 도시의 고용이 늘었는데 그 중 몇 퍼센트가 운하 효과라고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분석자의 주관이 더욱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건교부가 B/C 비율 0.16짜리 사업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이다.

인수위는 경제성 분석과 관련, “대운하는 민간투자업체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BTO(Built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경제성 분석을 하는 것이 맞다”며 “경제성 분석을 5대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으로 할지, 다른 업체와 묶어서 할지는 전적으로 민간이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건교부 “대운하특별법 상반기 추진필요”, 2008년 1월 6일)

따옴표 친 인용부분은 맞는 이야기다. 경제성 분석은 민간이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그것은 편익을 단순히 대차대조표 상의 이익, 민간이 벌어들일 통행료 및 기타 부대수입만을 고려한 것이다. 사회적인 전후방 연계효과는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의 인용문과 연계하여 지적할 부분은 민간이 경제적 분석을 하게 되면 각종 비용과 편익의 시간가치까지 고려한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하되기 마련이므로 이를 할인율로 할인하여 계산하는 기법이다. B/C 분석은 통상 이러한 시간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 즉 같은 1,000원이어도 B/C분석에서는 1년이 가도 1,000원이지만 민간이 사용하는 NPV기법으로 하면 1년 후에는 5% 할인율 기준으로 대략 952원이 된다.(주2) B/C 비율 0.16짜리 사업을 NPV분석으로 계산할 경우 더욱 형편없는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둘째로 ‘경제적 분석’은 민간이 하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정부 측에서의 ‘사회적 편익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행 민간투자사업을 비롯한 모든 공공사업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이른바 ‘예비 타당성 분석’이나 ‘Value For Money’라는 어려운 용어의 분석도 있다. 이 작업이 선행되어 그 타당성결과를 민간의 사업계획과 비교하여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를 인수위가 모르고 저 이야기를 했으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도 저 이야기를 했으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하자면 지금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5대 건설사 운운하면서 그들을 마치 이 사업의 추진주체로 당연시하는 발언들은 엄밀하게 보자면 모두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발언들이다. 친시장 정부의 첫 작품이 이렇게 반시장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참 역사의 코미디다.

 

(주1) 대운하 하나 덕분에 그 주변이 관광, 지역산업으로 16조 원 이상의 편익을 누리려면 그야말로 나라를 몽땅 뒤집어 엎는 난리를 피워야 할 것 같다.

(주2) 계산방법은 “NPV=미래가치/(1+할인율)^해당년도” 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1000/(1+5%)=952 가 산출된다.

대운하를 소재로 한 건교부의 반전(反轉)쇼

얼마 전에 정부 한 부처의 고위공직자가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발언했다가 새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던 한 언론매체로부터 호된 비아냥거림에 시달린 적이 있다. 해당 인물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맡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존재의의를 표현한 말인데 언론이 곡해했다고 말했다가 또 언론 핑계 댄다고 다시 한 번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그 공무원의 발언이 다분히 기회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를 기사화하여 노골적으로 놀려댄 그 언론도 못지않게 기회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기회는 찬스라고 모처럼 자신들의 세상이 온 마당에 ‘무엇이 두려울쏘냐’ 하는 오만함이 그 기사에 배여 있었다.

‘영혼이 없는’ 부처에 건교부도 가세한 느낌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말 한 기사에 건교부의 한 간부가 “무슨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 이 당선자의 정책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의 뜻을 따르는 게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였다. 생각해보면 참 딱한 존재다. 문제는 그 숙명을 완수하기 위한 오버질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여 건교부는 6일 한반도 대운하를 이명박 당선자 임기 내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건교부는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특별법 없이 현행법으로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3~4년이 걸려 임기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2페이지에 걸쳐” 개진했다 한다.

필자 생각에도 건교부 말이 백번 맞다.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지표조사 등 각종 영향평가, 토지보상 절차, 민간투자사업 추진 절차 등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업도 새만금 사업이나 행정복합신도시처럼 특별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옳은 말 한 셈이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입장을 확 바꾸는 그 기회주의적 속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 공사 끝내시고 성군으로 칭송받으시라고 급행열차 티켓을 자진해서 끊어주기 위해 부처업무의 소신을 저버리는 그 비굴함에 있다. 아무리 환경부가 아니라 건교부라 하지만 환경의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영향평가를 패스할 특별법으로 만들라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새만금 사업과 행정복합시도시 사업을 거론하는 것은 그때의 시행착오를 또다시 반복하자는 소리다. 환경을 무시하고, 수요예측을 무시하고, 주변지가 폭등으로 인한 시장교란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다. 하물며 이 사업은 국토의 젖줄을 파헤치는 사업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사업에 당초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건교부가 ‘임기 내 준공’이라는 Mission Impossible의 해법을 자진해서 제시한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건교부는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새 정부에 헌납한 셈이다. 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