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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독립 도메인을 가져야 하는가?

방금 이 블로그의 도메인 foog.com 을 팔라는 어떤 미국인의 집요한 이메일에 도메인을 팔지 않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개인이 순전히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관한 블로그를 만들려고 쓰겠다는데 도메인을 그 정도 가격에 사겠다니 – 개인 블로그 용으로는 비싼 금액이었음 – 도메인에 대한 집착이 상당한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블로그에 사용하는 도메인에 대한 관점 차이가 외국, 특히 영어권 블로그와 한국어 블로그의 차이점인 것 같다. 대체로 영어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로그는 독립 도메인을 가지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BoingBoing.net, Gothamist.com  이나 ProBlogger.net 등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Technorati 의 상위 100위의 블로그 현황( http://technorati.com/pop/blogs/ )을 보면 우리나라의 Tistory.com 과 같이 기업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 – 예를 들면 Blogspot.com – 를 이용한 블로그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고 대부분이 독립도메인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탑블로그 들의 현황을 보면 상황이 다소 다르다. Tistory가 독립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http://rukxer.net/2460179 ) 아직까지 상당수 탑블로그 들은 ***.tistory.com 이랄지 blog.daum.net/*** 등의 일종의 2차 주소의 형태로 도메인 주소를 유지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감히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이것은 서로간의 인터넷 문화의 차이, 그리고 비즈니스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단 듣기로 영어권 블로그 트래픽의 핵심은 메타블로그 보다는 Google 등 검색엔진의 노출에 달려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블로그 들은 일종의 블로고스피어에서의 네트웍보다는 더 큰 물에서의 여타 인기 사이트들과 검색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그러자면 개별 블로그는 독립된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메인은 일종의 브랜드이고 브랜드化를 통해 방문자의 로얄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와 같이 상업용이 아닌 개인용에도 도메인을 일종의 브랜드로 간주하고 자신에 맞는 도메인을 등록하거나 심지어 기존 등록자로부터 맘에 드는 도메인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들이는 외국 누리꾼들을 여럿 봤다.

이에 비해 국내 블로그 들은 여타 인기사이트들과는 조금 다른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다음 블로거 뉴스, 올블로그 등으로 대표되는 블로그 커뮤니티와 메타블로그들은 블로그의 자료를 따로 모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이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굉장히 많다.(개인적으로도 실제로 겪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블로그 뿐만 아니라 다음카페 등도 독립도메인 없이 몇 십만의 회원을 보유하기도 하니 우리나라의 인터넷 커뮤니티만의 독특한 개성이 아닌가 싶다.

여하튼 이 경우 대부분의 사용자는 독특한 도메인을 찾기 보다는 블로그들이 자신들의 블로그에 붙인 이름(예:누구누구의 무슨무슨 이야기(주1)) 그러니까 도메인보다는 다른 의미에서의 브랜드나 기사제목을 보고 클릭을 하게 된다. 도메인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그런 감성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여하튼 그러다보니 영어권 블로그에 비해서 독립도메인을 쓰는 경우가 적다.

둘 중에 어느 스타일이 더 좋은 것일까. 그건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블로그의 주소가 어떻든 즐겨찾기나 RSS에 등록해놓으면 언제든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도메인 주소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블로그 이름을 예쁘게 만들어 런칭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적인 선호도를 피력하자면 기왕에 블로그를 자신의 삶에 중요한 자료저장고나 다른 사람과의 좀더 많은 교감의 장소, 보다 나아가 상업적인 목적의 돈벌이(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로 사용할 목적이라면 독립 도메인을 갖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domain을 독립된 브랜드로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foog.com 이라는 도메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블로그 이름에 다른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없다. 그냥 foog.com 이다. leejeonghwan.com 은 그저 이정환닷컴이다. 일종의 브랜드가 되었고 그 브랜드가 가지는 함의는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뚜렷이 각인되었다.(foog.com 이야기가 아니고 이정환닷컴 이야기다^^;)

2) 직접 방문자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다. 즐겨찾기를 해놓지 않았거나 RSS에 등록하지 않았던 이가 다음에 또 블로그를 방문할 적에 ****.tistory.com 보다는 ****.com을 좀 더 쉽게 기억하고 주소를 입력할 수 있다. 1)번의 사유와 유사하고 도메인을 고를 때의 핵심적인 원칙이다. “기억하기 쉽게(easy to remember)”

3) 서버를 옮겨도 domain은 남는다. 여하한의 사정이 있어 현재 이용하던 서버를 옮기거나 아니면 만에 하나 독립 도메인으로 이용하던 tistory가 해당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인터넷은 집은 옮겨도 문패만 가져가서 집 앞에 달면 내 집이다. 물리적으로 서버가 옮겨졌다 하더라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도메인으로 주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메인 불변의 법칙이다. 물론 실수로 도메인 갱신에 실패했을 경우는 가공할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그건 본인의 불찰이다.

어쨌든 앞서 이야기했듯이 블로그에 독립 도메인을 쓰느냐 아니냐는 인터넷 환경의 차이점이기도 하고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꼭 경제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문화적인 의미에서)에 대한 관점 차이도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 인터넷은 같은 인터넷이다. 한 문화권의 인터넷에서 보편적인 것은 결국 다른 문화권의 인터넷에서도 보편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멋진 블로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p.s. 개인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제안을 거절했으니 앞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블로그의 금액적 가치를 그 이상으로 두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망상이니까 뭐 아무려나… 🙂

 

(주1) 이 점이 우리나라 블로그의 참 특이한(?) 점인데 영어권 블로그는 100이면 99가 도메인 주소가 블로그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당수 많은 블로그들이 – 심지어 독립 도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 도메인 주소와 다른 블로그 이름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