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고담, 두 도시 이야기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뉴욕시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금융 권력을 상징하는 뉴욕이란 도시답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 생각나는 시장들이 루디 쥴리아니나 마이클 불름버그인데 이들은 모두 자본가였고 엄청난 부자였다. 그런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이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진보적인 후보 빌 드블라시오(Bill de Blasio)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내놓았다.

다른 것보다, 드블라시오 씨는 5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뉴욕 시민에 대한 세금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계속하여 부자와 빈자 간의 소득격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뉴욕을 하나의 “두 도시 이야기”라 묘사하고 있다. 드블라시오 씨의 대변인 댄 레비탄은 후보가 “이 도시의 불평등으로 인한 위기가 부자와 빈자를 포함한 모든 뉴욕시민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고 있다. 이 도시가 연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학교와 근린에 투자하여 모든 뉴욕 시민들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New York Mayor Race Worries Business]

뉴욕, 두 도시 이야기, 빈부격차 등 키워드가 얼마 전 상영됐던 The Dark Knight Rises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그 영화에서는 혁명주의자(좌파?)를 악당으로 그려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었다. 드블라시오는 영화속 베인과 같은 혁명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뉴욕의 자본가들에게 베인 못지않은 극좌주의자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좀 과한 비유 같지만 아래의 발언을 들어보면 과장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로타 씨(공화당 측 후보 – 역자주)를 돕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정치단체 대변인 마이클 맥큰은 “사람들이 단지 그가 이 도시를 얼마나 극단적으로 좌측으로 몰고 가려는지 이해하고 그것이 암시하는 바들이 그들의 주머니란 사실을 이해할 때, 내 생각에 그들은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주시할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오랜 기간 공화당원과 보수적 운동단체들을 지원해왔던 억만장자 데이빗 코크(David Koch)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같은 기사]

데이빗 코크는 미드 The Newsroom을 즐겨본 이라면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데이빗 코크는 각종 보수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억만장자다. 그는 형 찰스 코크와 함께 석유, 가스, 광물 등을 취급하는 코크 인더스트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고 이제 그 돈을 밑천 삼아 ‘미국번영재단(Americans For Prosperity)’이라는 단체를 직접 설립하여 티파티 등을 배후조종하고 있다.

다시 The Dark Knight Rises가 생각난다. 배트맨은 어떤 인물인가? 배트맨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무술인 이기도 하지만 그를 다른 슈퍼히어로와 구분 짓게 하는 특징은 그가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자본가 부르스 웨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적어도 영화에서는 데이빗 코크처럼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재력을 이용하여 그만의 정의를 실천하는 행동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데이빗 코크와 유사하다.

빌 드블라시오는 베인이 아니고 데이빗 코크는 부르스 웨인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수의 (정치적 신념이 매우 확고한, 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몇몇에게는 빌 드블라시오가 베인으로, 혹은 데이빗 코크가 부르스 웨인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오세훈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을 통해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도시 내에서의 이념전쟁이 뉴욕이라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벌어질 것인지 자못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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