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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의 비극

우버나 리프트와 같이 사적으로 독점화된 “공유경제” 서비스가 공급과잉을 유발하여 (1) 택시운전서와 우버 운전사와 같은 노동자가 가난을 “공유”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고, (2) 늘어난 차량으로 인해 시내 교통 상황은 더 악화되는 외부경제를 유발하고 있다는 고발 뉴스

뉴욕 한복판에서 서점을 운영 중인 세 자매 이야기

뉴욕 맨해튼의 한 빌딩을 통째로 쓰고 있는 서점에 관한 짧은 뉴스인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아 공유한다. 이 서점은 창업자의 세 딸이 각각의 영역을 맡아 운영 중이다.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직도 운영 중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딸 한 명이 “우리가 이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덕분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사업을 접었어야 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부동산을 팔라는 제의가 얼마나 자주 오느냐는 질문에는 “1년에 백 번”이라고 대답한다.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려움에 놓여 있는 책”이라고 대답한다. 책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교환가치가 높은 곳에서 어렵게(?) 서점을 운영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다. 어떻게든 자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건물주여야 한다는 시사점과 그런데도 교환가치가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경제 하에서는 여유 있는 이들조차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역설을 말해주는 웃픈 에피소드다.

뉴욕과 고담, 두 도시 이야기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뉴욕시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의 금융 권력을 상징하는 뉴욕이란 도시답다는 생각이 든다. 얼핏 생각나는 시장들이 루디 쥴리아니나 마이클 불름버그인데 이들은 모두 자본가였고 엄청난 부자였다. 그런 와중에 월스트리트저널이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진보적인 후보 빌 드블라시오(Bill de Blasio)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내놓았다.

다른 것보다, 드블라시오 씨는 5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뉴욕 시민에 대한 세금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계속하여 부자와 빈자 간의 소득격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뉴욕을 하나의 “두 도시 이야기”라 묘사하고 있다. 드블라시오 씨의 대변인 댄 레비탄은 후보가 “이 도시의 불평등으로 인한 위기가 부자와 빈자를 포함한 모든 뉴욕시민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고 있다. 이 도시가 연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학교와 근린에 투자하여 모든 뉴욕 시민들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New York Mayor Race Worries Business]

뉴욕, 두 도시 이야기, 빈부격차 등 키워드가 얼마 전 상영됐던 The Dark Knight Rises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그 영화에서는 혁명주의자(좌파?)를 악당으로 그려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했었다. 드블라시오는 영화속 베인과 같은 혁명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뉴욕의 자본가들에게 베인 못지않은 극좌주의자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좀 과한 비유 같지만 아래의 발언을 들어보면 과장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로타 씨(공화당 측 후보 – 역자주)를 돕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정치단체 대변인 마이클 맥큰은 “사람들이 단지 그가 이 도시를 얼마나 극단적으로 좌측으로 몰고 가려는지 이해하고 그것이 암시하는 바들이 그들의 주머니란 사실을 이해할 때, 내 생각에 그들은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주시할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검증된 리더십’이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오랜 기간 공화당원과 보수적 운동단체들을 지원해왔던 억만장자 데이빗 코크(David Koch)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같은 기사]

데이빗 코크는 미드 The Newsroom을 즐겨본 이라면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데이빗 코크는 각종 보수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억만장자다. 그는 형 찰스 코크와 함께 석유, 가스, 광물 등을 취급하는 코크 인더스트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고 이제 그 돈을 밑천 삼아 ‘미국번영재단(Americans For Prosperity)’이라는 단체를 직접 설립하여 티파티 등을 배후조종하고 있다.

다시 The Dark Knight Rises가 생각난다. 배트맨은 어떤 인물인가? 배트맨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무술인 이기도 하지만 그를 다른 슈퍼히어로와 구분 짓게 하는 특징은 그가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자본가 부르스 웨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적어도 영화에서는 데이빗 코크처럼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재력을 이용하여 그만의 정의를 실천하는 행동주의자로서의 면모가 데이빗 코크와 유사하다.

빌 드블라시오는 베인이 아니고 데이빗 코크는 부르스 웨인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수의 (정치적 신념이 매우 확고한, 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몇몇에게는 빌 드블라시오가 베인으로, 혹은 데이빗 코크가 부르스 웨인으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오세훈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을 통해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도시 내에서의 이념전쟁이 뉴욕이라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벌어질 것인지 자못 흥미로워진다.

요즘 읽기 시작한 책

Nomi Prins 의 “Jacked : How “Conservatives” are picking your pocket whether you voted for them or not”(줄여서 Jacked)이라는 긴 제목의 책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점은 저자 Nomi Prins 의 독특한 이력이다. 현재 저널리스트이자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Demos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전직은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의 임원이었다. 그런 그가 잘나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험난한 좌파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Doug Henwood 가 뉴욕의 지역방송에서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 Behind The News에서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두어 번 패널로 참여하였는데 약간은 새침하지만 밉지 않은 코맹맹이 톤으로 야무지게 이야기하는 그의 발언이(참고로 그는 여자다)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자본주의의 심장 월스트리트 임원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를 자극했다.

그래서 결국 그의 저서를 구입하게 되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책을 구입한 경로다. 나는 팟캐스트로 저장된 Doug Henwood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그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이베이(ebay.com)을 뒤져 그의 저서를 찾아낸 후 페이팔(paypal.com)으로 결제하였다. 바야흐로 국제화와 네트웍화의 시대이기에 가능한 구매행위였다. 역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좋은 것이다. 다만 공평한(fair) 조건 하에서 말이다.

책은 이제 막 십여 페이지를 나갔을 뿐이다. 책이 쓰여진 시점은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했던 시점이다. Nomi는 이런 뉴올리언즈를 비롯하여 미국 방방곡곡을 직접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느낀 점을 실증자료와 버무려 소개하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그리고 자본의 범죄를 통계적으로만 고발하는 글과 그런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더 책을 읽어나가면 나올 것으로 여겨지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책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월스트리트에서의 그의 개인적 경험이다. 그가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행동하였는지,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고백성사일 필요는 없다. 월스트리트에 있었다는 사실이 범죄나 도덕적 타락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스템의 핵심에서 목도한 사실이 궁금할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작가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사진을 보면(사진 및 작가소개 보기) 상당히 쉬크한 스타일의 여성이다. 살고 있는 곳도 한 스타일 한다는 트렌디 드라마 Sex And The City와 Ugly Betty, 그리고 Wall Street 의 공간적 배경인 뉴욕이다. 그런데 이제는 좌파 지식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쯤 되면 왠지 정치적으로 개과천선한 사라 제시카 파커라는 희한한 캐릭터가 머리에 그려진다. 아~ 나의 퇴폐적인 지적허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