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사회화’를 넘어서 ‘투자의 사회화’로

[상략]집권 초기 4년 동안 모랄레스는 원주민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고 천연자원과 경제에 대한 국가의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제헌의회가 제정한 새 헌법에서 예고하였듯이 볼리비아의 거대한 가스전을 부분적으로 국유화하였다. 새로운 국영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의 대부분이 사회의 빈곤한 부문에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사회적 개발 프로그램에 직접 투입되었다. 

예를 들어 Inez Mamani 는 그녀의 갓난아기를 돌보는데 도움이 되는 정부 연금을 받고 있다. 이 자금은 국영 가스 회사 덕분이다. 다섯 아이를 낳은 Mamani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국영 공공라디오의 Annie Murphy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우리가 그들을 키운 방식은 매우 슬퍼요. 이제 그들에게는 우유, 옷, 기저귀가 있고, 정부가 우리를 돕는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에요. 전에 천연자원은 개인 소유였고 이러한 종류의 지원이 없었어요.”

어머니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정부는 또한 젊은 학생들과 노인들에게도 연금을 제공한다. 연금수령자는 2009년 기준으로 2백만에 달한다. “저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것을 지켜봐요. 왜냐하면 그들은 거기서 아침밥과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돈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면 일부를 신발을 사는데 쓴다고 말해요. 몇몇은 전에 신발도 없었지요.” 엘알토에서 투표를 마친 뒤 Irene Paz가 로이터에 한 말이다.

워싱턴의 ‘경제정치 리서치 센터(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 : CEPR)’에 따르면 그러한 원대한 정부 프로그램과 사회주의 정책 덕분으로 모랄레스 치하의 4년 동안의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은 지난 30년의 그 어느 때의 경제성장보다 더 높았다.

“국가의 천연자원에 대한 정부의 소유 통제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일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CEPR 공동 책임자 Mark Weisbrot의 말이다. “지난 시기 볼리비아의 재정적 경기부양은 그 경제를 비교할 때에 미국에서의 우리 경기부양보다 더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습니다.”

모랄레스가 새 임기를 맡고 의회 양원의 3분의 2를 장악한 동안 ‘사회주의 운동(The Movement for Socialism ; Movimiento al Socialismo, MAS)’ 정부는 금년 1월 국민투표를 거쳐 통과된 새 헌법에서 규정된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MAS는 토지개혁, 공공서비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접근, 개발 프로젝트를 목말라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들의 정부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에 대한 청원과 요구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격렬하다.[후략]

The Speed of Change: Bolivian President Morales Empowered by Re-Election 中에서

 
확실히 낯선 방식이다. 천연자원 개발과 그 이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의 수입이 ‘곧바로’ – 적어도 기사내용으로 짐작컨대 – 빈곤층의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상황은 결코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물론 자본주의 기업도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여 프로그램을 가동하지만 그것은 사업목적에 맞는 여유자금의 운용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업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다.

국가가 천연자원 내지는 주요부문에 대한 소유권 또는/그리고 통제권을 쥐고 고유한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운용하는 것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블록에서나, 또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기업 등에서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또한 철도, 주택, 체신 공기업 등은 요금차별화를 통해 상대적인 경제약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경우처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양쪽을 – 천연자원과 빈곤층 지원금 –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이와는 다른 방식이다. 어떻게 보자면 변칙적인 전용(轉用)처럼 느껴진다.

또한 기사에 상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빈곤구제 프로그램 등의 가동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었다는 면도 쉽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장기에 있는 국가는 부의 평등한 분배보다는 보통 요소투입을 통하여 산업부문을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성장시키는 것이 성장을 지속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일본의 배상금을 직접적 수혜자였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주지 않고 포항제철을 설립하는 데 쓴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 반대로 자원개발을 통한 부를 빈곤층에게 나눠준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자면 현 시점,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은 그간 독재정권과 사기업이 절대적으로 독점하던 사회적 부를 평등하게 분배하면서 발생하는 내수 진작 효과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소수의 부유층에게 극단적으로 부가 집중되는 사회에서라면 당연히 나머지 절대다수의 계층이 빈곤층이어서 소비여력이 없을 것이고, 당연히 각종 산업이 미발전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모랄레스 사회주의 정부는 지금 그 전(前)자본주의적인 경제시스템을 해체하고, 그것이 경기부양책으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짐작하자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사회주의가 아닐 것이다. 현재 막대한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가 아니듯이 말이다.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토지개혁, 공공서비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접근, 개발 프로젝트”들이 병행되어야 내수가 진작되고 독립적인 경제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지난번 소개한 자원개발 프로젝트다. 이제 모랄레스 정부에게는 ‘소비의 사회화’를 넘어선 ‘투자의 사회화’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2 thoughts on “‘소비의 사회화’를 넘어서 ‘투자의 사회화’로

  1.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내수부양책이네요.
    그래도 1차적으로는 좋은 결과(좌파 재집권)를 낳은 게 아닌가 싶고..
    말씀하신 ‘투자의 사회화’를 2단계 프로젝트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이왕이면 남미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주의의 모범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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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현 단계는 극단적인 부의 편중을 시정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니 저런 프로그램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겠죠. 단순히 그러한 조치만으로도 경제성장율이 높았다니 참 불쌍한 나라였던 셈이죠. 지금은 물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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