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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물분쟁 사례에 대한 통상교섭본부의 해명에 대하여

서울시장 선거 직후, 한미FTA 이슈로 또 한 번 정국이 요동칠 기미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로 이어진 이 이슈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다양한 주장들이 이합집산한데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쉽게 논점이 모아지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찬반세력은 몇 가지 화두를 가지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또는 ISD)다.

볼리비아의 상수도 시설에 대한 사례는 이 이슈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처음에 온라인에 미국기업 벡텔이 볼리비아 정부에게 사업권을 뺏기자 볼리비아-미국 FTA를 활용하여 해당사안을 국제투자분쟁처리기구(ICSID)에 회부했다는 틀린 사실이 떠다녔는데, 그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선 이 블로그에도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트위터의 통상교섭본부 공식계정은 이 문제에 관해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ftapolicy (벡텔 대 볼리비아 사건 사실관계입니다.) FTA와 무관. 네덜란드-볼리바아 BIT를 근거로 소송. 분쟁당사자간 합의로 중재 종료(승소 아님). 참고로, 상기 BIT에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유보규정이 없음. 한미 FTA에는 환경, 전기, 가스, 보건의료 서비스 포괄유보로 공공정책 자율권 확보 RT @wegon0912: 외교통상교섭본부 공개질의 6 : @coreacdy [볼리비아FTA이후] (cont) http://tl.gd/dvlmo1 [원문보기]

이미 벡텔이 네덜란드-볼리비아 BIT를 활용했다는 사실은 확인한 바 있고, 또 하나 통상교섭본부의 주장에서 살펴볼 것이 바로 한미FTA에는 “환경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유보하여 공공정책 자율권을 확보”하였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사실이다. 벡텔이 볼리비아에서 영위한 사업형태와 해당하는 서비스를 한미FTA에서 찾아보자면 “음용수 처리·공급서비스”고 이는 부속서 II에 명시되어 있다.

분야 :

  • 환경서비스 – 음용수 처리·공급서비스, 생활폐수 수집·처리서비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서비스, 위생 및 유사 서비스, 자연 및 경관보호 서비스(환경영향평가서비스는 제외한다)

관련의무 :

  • 내국민대우(제11.3조및제12.2조)
  • 이행요건(제11.8조)
  • 현지주재(제12.5조)

유보내용
국경간서비스무역및투자

  • 대한민국은 다음의 환경서비스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 : 용수의 처리 및 공급, 생활폐수의 수집 및 처리,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처리, 위생 및 유사서비스, 그리고 자연 및 경관보호서비스(다만, 환경영향평가서비스는 제외한다)
  • 이 유보항목은 관련법 및 규정에서 상기서비스에 대하여 사적공급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 민간당사자간 계약에 의하여 공급되는 해당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의 부속서II 리스트 중 일부다. 부속서II는 이른바 “미래유보” 리스트인데, 미래유보라 함은 현재 개방수준으로 그대로 유지 또는 동결하는 것을 의미하는 현행유보와 달리, 공공 서비스 등 향후 우리 정부의 정책 운용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는 분야를 의미한다. 즉, 현재에는 개방되어 있거나 규제하지 않는 부문도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향후에 개방을 철회하거나 규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떨까? 현재 음용수 처리·공급서비스는 내외국인 민간사업자에게 개방되어 있다. 이러한 권리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접근 가능한 사회기반시설은 동법 제2조에 명시하고 있는데, “수도법 제3조제5호에 따른 수도”가 해당된다. 참여 가능한 “민간부문”도 외국법인을 포함한 공공부문 외의 법인이라 규정하여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상수도 민영화는 사실 민간투자법 제정이후 꾸준히 거론되는 사안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슈 – 특히 안보 이슈 –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조성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법에는 엄연히 내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되어 있는 상황이고, 미래에 이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미FTA의 내용이다. 따라서 통상교섭본부의 주장은 사실의 일부만을 담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 상황은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FTA관련 tweet 들 모음

오전에 한미FTA에 관해 트윗한 내용들을 정리해 올립니다. 요즘 긴 글은 못 쓰고 트위터에서만 열폭한 후 대충 땜빵하려고 블로깅하는 경향이 있는 듯. -_-;

ISD

지난해 말까지 알려진 국제 중재사건 390건 가운데 미국 투자자가 신청한 사건이 108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것이 15건으로 전체의 31.5%. 특히 1994년 NAFTA가 발효되면서 중재사건이 급증. http://bit.ly/vnP7bJ

볼리비아 정부가 ‘법률 2029’라는 이름으로 수용한 법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기존 상수도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고, 일반 시민이 지붕에 빗물통을 설치해 빗물을 받으려면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것 등 http://bit.ly/vK1GlC

볼리비아 사태에 관한 글에 낯익은 이름이 하나 나오는데 Azurix라는 물기업. 당시 1위 물기업 비방디를 이겨보겠다고 엔론이 영국의 공기업을 사들여 비즈니스를 시작. 영국 부문은 흑자가 났지만 다른 곳에서 영업하다 말아먹어 공중분해됨. -_-

동아가 “팩트체크”란 이름으로 ISD제도의 악용사례라고 지적되고 있는 과테말라 철도 사례와 볼리비아 상수도 사례를 다시 되짚어 본 기사를 냈는데, 역시 다양한 원인과 이해관계가 뒤섞여 있다는 팩트만 체크될 뿐 ISD가 무관한 것을 체크하는데는 실패했다

NAFTA

멕시코는 FTA의 가장 비참한 사례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인접국이란 사실이 한층 상황을 악화시켰다. 무역이 자유롭다면서도 국경지대에 담이 쌓여져 있는 아이러니. KBS의 나프타의 비극을 다룬 다큐 캡처요약. http://fwd4.me/0g6u

NAFTA에 의해 맨 앞 차량이 가속하는 대로 연결된 뒤의 차량들도 따라 갈 것으로 잘못 믿었기 때문이다. NAFTA는 오히려 열차를 양분해 뒤의 차량은 버려 둔 채, 앞 차량들만 고속질주하게 만들었다. – 프란시스코 사파타 멕시코대 사회학 교수 – 다큐멘터리 중에서

‘설국열차’란 만화가 있다. 얼어붙은 지구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열차. 부자는 앞 칸, 빈자는 뒷 칸에 타고 있고 부자는 열차속도가 느려지자 뒷 칸을 떼낼 생각을 한다. 한 나라에서도 이게 가능하게 되었는데 FTA와 같은 자본 세계화.

NAFTA로 미국이 “국익”을 증대시켰을까? 분명 이익을 봤다. 하지만 계급차별적인 국익이었을 뿐이다. 미국 자본은 멕시코 경제특구 마낄라도라로 공장을 이전해 저임금의 혜택을 입었고 미국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한진중공업의 멕시코 버전이다.

그리고 John Nichols는 결국 클린턴의 적극적인 역할에 따라 발효된 NAFTA로 말미암아 미국은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고 기록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는 수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경제적 난민으로 전락하여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전하고 있다.[최근 밝혀진 힐러리 클린턴의 위선]

월마트는 멕시코로 진출하며 새 매장을 개설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자산을 매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월마트는 AURERA라고 하는 체인을 매입했을 뿐이다. http://fwd4.me/0g6u 투자가 아닌 M&A일뿐

FTA 및 자본 세계화에 대한 상념

론스타가 “투자”를 했을까? M&A였을 뿐이다. 인수후 외환은행 미국지점을 폐쇄했다. 미국법 기준으로 은행인수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국내 사법권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한미FTA로비 이야기. http://bit.ly/vrBYZD

이익을 좇는 자본의 존재는 현 상황에선 상수다. 자본이 대량생산을 통해 물질문명을 발달시켰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명이 가장 발달한 시기는 국가가 자본통제를 효율적으로 했던 시기다. 현재의 FTA는 국가가 그 통제를 더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다.

@anzinne 론스타라는 것은 결국 사모펀드인데, 그 구성원에 대해서 국내 산업자본이라는 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가 판단을 내려달라 했는데, 현재 그 실체는 밝히지 않고 강제매각만 명령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론스타가 초과보유한 주식을 시장 내 공개매각하거나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하나금융지주[086790]와 론스타가 맺은 장외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것도 처분 명령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처분 명령의 방식에 대해선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한 뒤 금융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위, 론스타에 강제매각 사전통지]

무역수지

이해영 한신대 교수 “칠레의 경우 우리가 시험용으로 고른 파트너로 볼 수 있는데도 7년간 내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과의 에프티에이 결과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 http://bit.ly/uz6FhY

RT @hjkim0107: @EconomicView 칠레와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은 해당 기간 동안 구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국제 구리값이 4배 이상 올랐으니까요. EU와의 무역적자 급등 역시 7,8월에 도입된 항공기와 무기류 수입 때문이었구요. 그 부분을 통제하고 보면 칠레와의 무역은 이익, EU와는 아직 미지수..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RT @CeeKayKim: @hjkim0107 FTA를 연구하는 직장동료에게 물어보았더니 비슷한 답변을 하더군요. FTA로 이익보는 집단이 손해를 보는 집단에게 이익을 나눠줄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겠지만 그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첨언과 함께… @economicview

@CeeKayKim @hjkim0107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결국 무역수지는 한 변수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죠. EU와의 적자도 벌써 30억 달러가 넘었다지만 그게 꼭 FTA 탓만은 아니구요. 바로 그 생각을 주창론자도 받아들여야 겠죠.

@solano2000 @CeeKayKim @hjkim0107 수긍합니다. 관세부문은 조약을 넘어선 상황변수가 있죠. 한미FTA 경우엔 한칠레보단 농업피해가 더 심하겠지만요. 어쨌든 관세에 관한한 찬반 모두 상황을 과장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볼리비아 정부, 2007년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에서 탈퇴

한미FTA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 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에서 진행된다.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대안무역 조약 ALBA(이 행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의 멤버인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는 지난 2007년 이 기구의 탈퇴를 선언했다(지난번 호주는 향후의 조약에 ISD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던 바, 이 조치는 더욱 급진적이다). 해당 기구가 기업 편향적으로 판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볼리비아의 경우를 들어 살펴보겠다.(원문은 여기로)

1. 다국적 기업들(Multinationals)이 국가에 도전하는, 편향된 중재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232개의 중재 케이스 중에서, 230개가 초국적기업들(Transnational Corporations)이 국가에 대해 제기한 건이다.
2. 밀실에서 진행되어, 거역할 수 없는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결정을 내리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110개 케이스 중에 2개만이 일반에 공개되었다.
3. 개발도상국에 너무 비싼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변호사들은 시간당 800달러를 벌 수 있다. 변호사 수수료, 여행비, 전문가를 포함하여 한 국가에 소요되는 작은 경비만 하더라도 3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
4. 다국적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손실뿐 아니라 미래의 예상손실까지도 포함한 수백만 달러를 청구하는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36%의 케이스가 초국적 기업에 유리하게, 34%가 다국적기업들에게 유리하게, 30%만이 다양한 이유로 무효화되었다. 매우 드물게 국가가 승소했는데, 그들은 초국적기업들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했다.
5. 세계은행이 ICSID 프로세스에서 판사와 배심원을 겸하기 때문이다. CIF(Climate Investment Funds)를 통해 세계은행은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많은 민영화 사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민영화된 La Paz/El Alto의 상수회사 Aguas del Illimani의 경우 CIF를 통한 세계은행의 지분이 회사주식의 8%였다. 이 재판소는 세 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국가와 초국적기업에서 각각 한 명), 세 번째 중재인은 종종 세계은행 총재가 지명한다.
6. ICSID협정은 볼리비아 안에서의 모든 기업은 “자국의 회사로 간주하고 공화국의 국적성, 법률, 권위에 종속해야 한다”는 볼리비아의 헌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은 볼리비아의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며, 예외적 특권을 주장하거나 외교적 채널에 호소할 수 없다”로 반복된다.

“우리는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탈퇴하겠다. 왜냐하면 개혁은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불평등한 제도로부터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ICSID에서의 볼리비아의 경험

* 볼리비아는 이미 미국의 다국적기업 벡텔이 코차밤바의 물전쟁 동안에 내쫓긴 이후 2천5백만달러에서 1억 달러에 달하는 볼리비아에 대한 소송에서 고통을 받아왔다. 벡텔은 단지 네덜란드에 우편주소가 하나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볼리비아와 네덜란드 간에 체결된 상호투자협정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거대한 국제적 활동가 캠페인을 통해서만이 벡텔을 물리칠 수 있었다.
* 이탈리아의 다국적기업 ETI 텔레콤은 2007년 4월 30일 ICSID에 이전에 국유기업이었던 통신회사를 국유화하는 결정에 관해 볼리비아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통보했다. 이는 회사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간주할 경우, 6개월 이내에 법률절차를 개시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또 한 번 이 소송은 볼리비아-네덜란드 BIT 하에 진행된다. “당신들이 파트너십이고 당신이 이혼하고 싶다고 말할 때에, 당신은 재판을 걸 수 없다. 당신이 속였다는, 그리고 국내에서의 위반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ICSID에서는 이혼을 원하기만 하면, 회사는 투자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 2005년 초, 국유광산기업 중 하나인 Quiborax는 ICSID 하에 법적 행동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볼리비아 남부 우유니에서의 보호지역에 불법적인 채굴권을 취득했다. 거대한 조직행동이 있고서, 양허계약은 취소되었다. 이 회사는 국유회사였지만 볼리비아에게 법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칠레의 주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을 떠나려는 것인가? 이는 볼리비아가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이야기인가?

“볼리비아는 세계은행을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은행은 다섯 개의 부문이 있음을 명심하라. : 둘은 신용관련, 하나는 외국인투자 보증 관련, 하나는 외국인투자 조달 관련, 그리고 하나는 중재관련이다. 우리는 여전히 IBRD, IDA와 일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동시에 판사이자 배심원일 수는 없다…”

“월포위츠가 사임하는 것보다 더 큰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세계은행이 갈 길을 잃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은 큰 변혁이 있어야 한다. 세계은행은 민영화와 같은 조건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개발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고 ICSID와 같은 기관이 자리잡고 있는 외국인 투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

“다행이도 우리는 IMF와 다시는 스탠바이 협정을 맺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자금을 얻기 위해 그런 기관들의 조건에 복종하여야 하는 사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는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남미은행과 (거시경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남미펀드의 설립을 지지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관들은 특정 조건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2007년 4월 2일, 볼리비아는 공식적으로 세계은행에 ICSID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 볼리비아는 현재의 케이스에 적용하기 위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고 11월 2일 개시될 케이스도 존중할 것이다. 정부는 그 다음엔 공정한 중재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두 가지 영역에서 노력할 것이다.

1. 기업들과의 새로운 계약은 중재의 형태를 구체화할 것이다. 몇몇 대안이 있을 것인데, 상공회의소의 중재인들이 있을 수 있다.
2. (볼리비아가 체결한 24개의) 상호투자협정의 갱신(보통 10년)이 임박함에 따라, 볼리비아 정부는 특별히 ICSID가 통상 언급된 조항을 재협상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균형 잡히고 국내 법률에 근거한 헌법에 부합하는 투자조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볼리비아는 또한 다국적기업들의 거대한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고 인민과 국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ICSID를 종결시키기 위한 국제적 캠페인을 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과의 어떠한 관계를 원하는가?

“우리는 타당한 관계를 원한다.”

현재의 투자조약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1. 투자자란 무엇인가? 대부분 돈을 가져와서 공장 등에 투자하는 이들로 해석하고 우리는 이를 보호하고 싶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무상의 재산권, 또는 투기만 일삼는 이들에 대한 권리를 남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내 노동력의 사용, 이익의 재투자, 환경규정 등의 준수를 명문화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투자조약들은 이와 반대로 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책임이 배제된 권리를 주고 있다.

이런 행동이 장래의 투자를 위험에 빠트리지는 않을까?

“BIT를 맺었거나 ICSID의 멤버라는 것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장은 아니다. 브라질은 이 지역에서 외국인이 가장 큰 규모로 직접 투자하고 있는 곳이지만 BIT를 맺은 곳이 없고 헌법상의 이유로 ICSID의 멤버가 아니다. 비슷하게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중국도 최근에야 ICSID에 가입했다.”

“요점은 규칙이 분명하고 균형 잡혀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불평등하다면, 인민들은 나라의 부자들을 강탈하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규칙들이 분명하다면 회사는 함께 이익을 누릴 것이다. 추세는 점증적이지만 2005년과 비교하여 2006년에 이미 증가하고 있다.”

‘소비의 사회화’를 넘어서 ‘투자의 사회화’로

[상략]집권 초기 4년 동안 모랄레스는 원주민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고 천연자원과 경제에 대한 국가의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제헌의회가 제정한 새 헌법에서 예고하였듯이 볼리비아의 거대한 가스전을 부분적으로 국유화하였다. 새로운 국영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의 대부분이 사회의 빈곤한 부문에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사회적 개발 프로그램에 직접 투입되었다. 

예를 들어 Inez Mamani 는 그녀의 갓난아기를 돌보는데 도움이 되는 정부 연금을 받고 있다. 이 자금은 국영 가스 회사 덕분이다. 다섯 아이를 낳은 Mamani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국영 공공라디오의 Annie Murphy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다른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우리가 그들을 키운 방식은 매우 슬퍼요. 이제 그들에게는 우유, 옷, 기저귀가 있고, 정부가 우리를 돕는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에요. 전에 천연자원은 개인 소유였고 이러한 종류의 지원이 없었어요.”

어머니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정부는 또한 젊은 학생들과 노인들에게도 연금을 제공한다. 연금수령자는 2009년 기준으로 2백만에 달한다. “저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것을 지켜봐요. 왜냐하면 그들은 거기서 아침밥과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돈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면 일부를 신발을 사는데 쓴다고 말해요. 몇몇은 전에 신발도 없었지요.” 엘알토에서 투표를 마친 뒤 Irene Paz가 로이터에 한 말이다.

워싱턴의 ‘경제정치 리서치 센터(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 : CEPR)’에 따르면 그러한 원대한 정부 프로그램과 사회주의 정책 덕분으로 모랄레스 치하의 4년 동안의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은 지난 30년의 그 어느 때의 경제성장보다 더 높았다.

“국가의 천연자원에 대한 정부의 소유 통제가 없었더라면 이러한 일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CEPR 공동 책임자 Mark Weisbrot의 말이다. “지난 시기 볼리비아의 재정적 경기부양은 그 경제를 비교할 때에 미국에서의 우리 경기부양보다 더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습니다.”

모랄레스가 새 임기를 맡고 의회 양원의 3분의 2를 장악한 동안 ‘사회주의 운동(The Movement for Socialism ; Movimiento al Socialismo, MAS)’ 정부는 금년 1월 국민투표를 거쳐 통과된 새 헌법에서 규정된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MAS는 토지개혁, 공공서비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접근, 개발 프로젝트를 목말라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들의 정부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에 대한 청원과 요구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격렬하다.[후략]

The Speed of Change: Bolivian President Morales Empowered by Re-Election 中에서

 
확실히 낯선 방식이다. 천연자원 개발과 그 이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의 수입이 ‘곧바로’ – 적어도 기사내용으로 짐작컨대 – 빈곤층의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상황은 결코 ‘자본주의’적이지 않다. 물론 자본주의 기업도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여 프로그램을 가동하지만 그것은 사업목적에 맞는 여유자금의 운용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업의 본래 목적과 거리가 멀다.

국가가 천연자원 내지는 주요부문에 대한 소유권 또는/그리고 통제권을 쥐고 고유한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운용하는 것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블록에서나, 또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기업 등에서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또한 철도, 주택, 체신 공기업 등은 요금차별화를 통해 상대적인 경제약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경우처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양쪽을 – 천연자원과 빈곤층 지원금 –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이와는 다른 방식이다. 어떻게 보자면 변칙적인 전용(轉用)처럼 느껴진다.

또한 기사에 상술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빈곤구제 프로그램 등의 가동이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었다는 면도 쉽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성장기에 있는 국가는 부의 평등한 분배보다는 보통 요소투입을 통하여 산업부문을 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성장시키는 것이 성장을 지속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일본의 배상금을 직접적 수혜자였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주지 않고 포항제철을 설립하는 데 쓴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 반대로 자원개발을 통한 부를 빈곤층에게 나눠준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자면 현 시점,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은 그간 독재정권과 사기업이 절대적으로 독점하던 사회적 부를 평등하게 분배하면서 발생하는 내수 진작 효과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소수의 부유층에게 극단적으로 부가 집중되는 사회에서라면 당연히 나머지 절대다수의 계층이 빈곤층이어서 소비여력이 없을 것이고, 당연히 각종 산업이 미발전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모랄레스 사회주의 정부는 지금 그 전(前)자본주의적인 경제시스템을 해체하고, 그것이 경기부양책으로써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짐작하자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사회주의가 아닐 것이다. 현재 막대한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가 아니듯이 말이다.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토지개혁, 공공서비스에 대한 더 광범위한 접근, 개발 프로젝트”들이 병행되어야 내수가 진작되고 독립적인 경제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지난번 소개한 자원개발 프로젝트다. 이제 모랄레스 정부에게는 ‘소비의 사회화’를 넘어선 ‘투자의 사회화’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볼리바리안 사회주의 단상

12월 6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로써 볼리비아 역시 맹방 베네수엘라와 함께 사회주의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그간 볼리비아 정부 역시 베네수엘라처럼 꾸준하게 에너지 시설 등의 국유화를 통하여 정부 재산을 늘려왔다. 덕분에 미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분류되는 이 나라의 경제상태도 많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Since 2005 GDP in Bolivia, one of South America’s poorest countries, has jumped from $9bn to $19bn, pushing up per capita income to $1,671. Foreign currency reserves have soared thanks partly to revenue from the nationalised energy and mining sectors. The IMF expects economy to grow 2.8% next year, stellar by regional standards.[Evo Morales routs rivals to win second term in Bolivian elections]

하지만 단순히 기존 자산의 국유화 등을 통한 국부 증대는 한계가 있다. 코카 재배농이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가난한 농업국도(모랄레스 자신도 코카 재배농 출신이다.) 제조업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 관건은 역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성장 동력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모랄레스 정부는 현재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석유자원 개발 등 에너지 분야를 설정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볼리비아의 多민족 사회주의 헌법에 규정한 볼리비아석유개발공사(Empresa Boliviana de Industrializacion de Hidrocarburos: EBIH)를 설립, 2010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라 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 투자자금의 확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석유자원 개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약 십억 불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심산이라면 투자자, 특히 해외투자자의 투자가 절실하다.

이 나라는 현재 천연가스, 석유, 리듐 등 자원개발이 매우 유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본,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이란 등이 이들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 광업국장 프레디벨트란 씨는 “現 볼리비아 정부는 이념 성향에 관계 없이 외국기업의 투자를 항상 환영하며 이윤추구 및 취득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세기 철저한 불모지였던 중동에서의 석유개발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가 연상된다. 대형유전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부나방과 같은 서구인, 엄청난 이권, 자원민족주의의 대두, OPEC의 설립, 주요 석유기업의 국유화 등 석유를 둘러싼 역사는 현대 경제사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역사가 볼리비아에서 작게나마 재현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민주주의를 지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서구열강이 석유자원을 위해 중동에서 절대왕정이라는 퇴행적 정치체제를 용인하고, 수구정치와 수탈적 자원분배 체제에 저항하는 이들을 착취하였던 것이 기존 자원개발의 역사였다면 이번에는 좀더 호혜 평등한 개발 파트너십을 구성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개발방식은 역시 유전개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금융조달 기법인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될 것이다. 즉, 차주(借主)의 – 볼리비아의 – 부채상환 능력보다는 그 부존자원 내지는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여 투자자와 대주(貸主)도 일정 부분 위험을 부담하는 금융기법이다. 일종의 벤처캐피탈인 셈이다.

성공의 관건은 일차적으로 부존자원의 예상 공급량이 되겠지만 그 외에도 투자수익의 분배방식, 해외송금의 보장, 해외투자자의 법적지위 보장 장치, 분쟁시 해소방안 등 각종 계약관계가 될 것이다. 투자계약, 넓게 보면 FTA, WTO 등에서 이러한 계약관계가 널리 다뤄지고 있고, 많은 이들이 국제계약을 비판하지만 역시 그 비판의 키포인트는 계약관계 자체의 거부가 아니라 상호공평한 관계의 여부와 공익성의 저해 여부다. 잘 맺어진 계약관계는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볼리비아 정부 입장에서 볼리바리안 사회주의의 향후 진로는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에서 투자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계속하여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특혜에 의존하는 사회주의 노선은 ‘지속불가능한 사회주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고 글 : 볼리비아, 석유개발공사설립[KOTRA]

차베스는 혁명가인가 마약거래상인가

차베스는 이상적인 사회주의자인가 아니면 파렴치한 마약상인가. 최근 가디언紙는 “Revealed: Chavez role in cocaine trail to Europe”라는 기사를 통해 차베스가 집권하고 있는 베네주엘라의 정부군이 인접국인 콜롬비아의 좌익 게릴라 무장혁명군(FARC)와 끈끈한 연계를 통해 콜롬비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코카인의 주요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차베스는 최근 FARC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한편으로 그들이 인질로 잡고 있는 이들의 석방교섭에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는 등 FARC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사실 마르크스-레닌주의 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FARC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내전 기간 동안의 폭력행위들로 말미암아 이웃나라의 좌익세력 들에게마저 일종의 뜨거운 감자인 상황에서 차베스의 적극적인 변호는 상당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가디언은 그의 이러한 표면적인 변호이외에도 거대한 마약커넥션에도 손을 담그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좌익 게릴라, 마약, 코카인, 차베스, 남미… 이러한 단어들은 복잡한 상황맥락을 지니고 있다. 이들 단어에는 다른 대륙들에 비해서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격변의 20세기를 보내야 했던 라틴아메리카의 아픈 역사적 추억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시몬 트리니다드
2006년 11월 2일 에콰도르에서 FARC의 지도자 시몬 트리니다드(당시 53세, 본명 리카르도 팔레라 피네다)가 붙잡혔다. 트리니다드는 FARC 핵심인 서기국 지도자 7명 가운데 한 명으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그의 체포 소식에 ‘반군 패퇴의 징조’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었다. 트리니다드는 반군세력에 가담하기 전만 해도 성공한 은행가이자 컨트리클럽 회원이었으며, 사랑스런 가족과 함께 주말이면 느긋한 휴일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목장까지 소유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인과 두 자녀를 버리고 홀연히 정글로 떠나 좌파 게릴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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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정부와 휴전협상에 나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전국토의 90%를 독점하고 있는 10%의 지주들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나 역시 그들 10%의 적이 됐다”고 ‘변신’의 이유를 밝혔다. 이것이 남부러울 것이 없는 한 자산가를 산으로 가게 만든 남미의 아픈 현실이었고 그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가 합류한 FARC는 1964년 콜롬비아 공산당의 군사조직으로 설립되었다. 1980년대 FARC는 자금확보를 위해 코카 재배에 손을 대게 되었고 불법적인 활동이었기에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 공산당과의 관계를 청산하게 된다. 현재의 조직원은 약 1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리고 가디언은 이러한 FARC가 좌익 사상을 공유하고 있는 베네주엘라 정부군과 코카인 밀매에 한배를 타게 되었다고 고발하고 나섰다.

코카 억제에 나선 미국, 반항하는 남미
코카는 주요 마약중 하나인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식물로 미국은 코카인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코카 재배 자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당근과 채찍의 두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1988년대부터 중남미 나라들에게 코카 규제법 시행을 요구하는 대신 매년 1억 달러씩을 지원했다. 볼리비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들은 이 거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정된 재배만 허용하고 불법재배와 밀매 행위는 강력히 규제했다. 미국이 원조한 돈은 일부 특권층이 독식했다.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은 재배 농민들은 마약 사범으로 전락했다. 볼리비아에서는 한때 수도 라파스 산 베드로 교도소의 전체 수감자중 74%나 될 정도다.

그러나 최근 남미의 좌익 세력이 잇따라 집권하면서 미국의 맹방인 콜롬비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미의 주요 코카 생산국들은 중남미의 전통식물인 코카 재배 경작지를 늘리는 등 합법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 자신이 코카 재배 농민이었으며 바로 위에 언급하였던 미국의 코카 재배 억제에 대한 항의운동을 주도하며 정계에 뛰어들었고, 집권에 성공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합법적인 코카 재배지를 늘리고 있는 한편으로 코카와 코카인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비밀계좌가 코카인 밀매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서방을 비난하였다.

한편 코카를 둘러싼 갈등은 국가간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코카 재배국인 콜롬비아 정부가 코카 박멸을 위해 2000년 12월 제초제를 공중살포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빌 클린턴 시절부터 ‘콜롬비아 플랜’이란 이름으로 콜롬비아 정부에게 자금과 군사력을 지원하고 있다. 제초제 역시 미국이 지원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콰도르 농민이 엉뚱한 피해를 보며 양국간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피해상황은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전문가는 고엽제 피해를 입은 베트남과 같은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카와 코카인, 그 두 얼굴
사실 코카는 중남미인 들에게는 하나의 생활상비품으로 쓰이는 식물이다. 잉카 시대 때부터 이미 코카는 식용이나 의약품으로 쓰였다고 한다.(주1) 코카는 각종 차, 음료수, 케이크, 화장품, 여드름 치료제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고, 특히 고산지대에 사는 이들에게는 코카는 필수품이다. 코카 잎을 씹으면 – 환각작용이 아니라 – 혈류량을 증가시켜 배도 부르고 힘이 나게 되어 고산병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코카가 마약으로 분류되는 코카인의 원재료로 쓰이면서 하나의 정치적인 분쟁의 씨앗이 되고 만다.

마약으로 분류되는 코카인은 남아메리카의 코카 잎과 여러 가지 알칼로이드성 약물을 정제하여 만든 것이다. 미국이 남북전쟁을 벌이던 무렵 미국 남부의 상류층 여성들은 두통 치료용으로 코카인을 섭취하였는데 이것이 코카콜라의 시작이었다고 한다.(주2) 당시 마약산업은 많은 이익이 나는 합법적인 사업이었고 신문과 잡지에는 매일 같이 아편, 코카인, 모르핀, 헤로인 등의 광고가 실렸다.(주3) 코카인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1903년 이었다.

남미의 슬픈 눈물, 코카와 계급전쟁
다시 차베스를 마약거래의 보스로 묘사하고 있는 가디언으로 돌아가 보자. 기자는 FARC 탈영병 등 여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FARC와 베네주엘라 정부기구와의 커넥션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또한 콜롬비아에서 밀반출되는 코카인 600톤 중 약 30%가 베네주엘라를 통해 유통되고 있고 이 중 대부분이 유럽으로 향한다고 전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입을 통해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은 – 서구 첩보기관의 입을 통해서조차 – 차베스의 직접개입에 관한 부분이다. 차베스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對마약 전쟁의 일환으로서의 남미에서의 활동이나 가디언의 기사와 같은 고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카 -> 코카인 -> 좌익 게릴라 -> 차베스의 베네주엘라” 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각각의 단계에는 쉽게 판단내릴 수 없는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여기에는 심지어 코카인이나 마리화나가 과연 담배보다 더 해로운 마약이어야 하는가라는 문화사적인 회의에서부터 실은 CIA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마약거래조직이라는 음모론적 주장까지 다양한 이견이 개입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가치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코카인은 분명 현재 문명세계에서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따라서 이를 유통시킴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여하한의 변명으로도 별로 설득력이 없는 범법행위라 할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어서 자의든 타의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조직은 스스로 자멸하여 갔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차베스는 정황으로 볼 때 코카인의 힘이었든 강고한 정치적 의지였든 여태까지 살아남은 FARC를 하나의 정치적 동지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FARC를, 더 나아가 남미 전체와 세계의 대안체제를 위해 진정으로 무언가를 기여하고자 한다면 바로 코카인에 대한 분명한 입장정리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주1) 옛날 잉카인들이 두개골을 쪼개고 뇌수술을 했는데 그때 코카 잎이 마취제로 쓰였다 한다.

(주2) 1890년대 코카콜라 社(사)는 콜라가 “신경과 뇌의 신비한 강장제이며 뛰어난 치료약”이라고 광고했다.

(주3) 셜록 홈즈는 지독한 코카인 중독자였다.

자유무역에 저항하는 알바

ALBA가 무슨 뜻일까? 아르바이트의 한국식 표현? 그렇기도 하지만 ALBA는 스페인어로 “새벽”을 뜻한다. 동시에 ALBA는 “아메리카 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의 대안(the Bolivarian Alternative for the Americas)”의 첫 글자를 딴 남아메리카의 대안적인 무역 동맹이다. ALBA는 지난 2004년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에 대항한 공정한 무역의 대안으로 우고 차베스 Hugo Chavez 와 피델 카스트로 Fidel Castro 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리고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Evo Morales, 니카라구아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Daniel Ortega가 당선되자 이들도 합류하였다. 자금조달은 베네주엘라의 오일머니덕분에 가능했다.

여하튼 ALBA는 지난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카르카스에서 여섯 번째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도미니카도 합류하였다. 그리고 에콰도르, 온두라스, 우루과이, 아이티 등에서 각각 대표사절을 파견하였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인민의 필요를 대변하는 무역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독재적인 세계자본주의”를 맹비난하는 한편으로 미국의 경제공황을 경고하면서 각 나라가 보유자산을 미국의 금융기관에서 인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다니엘 오르테가는 환경위기의 관점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였다. 그는 “개발을 위한 자본주의 모델은 명백히 지속가능하지 않다. 만약 당신 나라의 경제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투기적 자본에 의해 통제된다면 그 나라는 인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단 우리가 자유무역 모델을 포기하면 우리는 실업, 가난,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출발점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천연가스와 석유를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는 토지, 물, 에너지와 같은 핵심적인 공공자원은 사적이윤이 아닌 공공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라틴아메리카는 언제나 헤게모니를 증대시키기 위한 음모가 감추어져 있는 미국의 지원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ALBA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바로 그 시각 콘돌리자 라이스 Condoleezza Rice 는 베네주엘라의 이웃나라인 콜롬비아를 방문하고 있었다. 라이스는 미국과 콜롬비아간 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콜롬비아의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 베레즈 Alvaro Uribe Velez 를 만나고 있었는데 차베스는 그를 “제국의 날품팔이”라고 비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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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lem of the Bolivarian Alliance for the Americas” by Enigmaticland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ALBA의 로고

구체적인 협상내용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협상 내용은 상호이윤추구라기보다는 원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면 니카라구아는 베네수엘라가 우유, 옥수수, 콩, 소고기 등을 공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베네주엘라는 니카라구아에 우대조건으로 석유를 판매하기로 했다. 쿠바는 베네주엘라에게 석유를 할인받는 조건으로 의사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력이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는 인상이 강하다.

가장 중요한 조치는 각국 정상들이 동맹을 강화하고 세계은행과 같은 미국 주도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른바 ALBA 은행은 10억 달러내지 15억 달러의 자본으로 출범하기로 했다. 역시 베네주엘라가 주요 자금조달원이 될 것이다. 이 펀드는 예를 들면 도미니카의 풍부한 강물과 니카라구아의 기술이 결합된 수력발전 에네지 벤처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이다. 차베스와 여섯 나라의 지도자들은 이미 지난달 70억불을 자본으로 계획하고 있는 남미은행(the Bank of the South)을 설립하였고 이 은행은 세계은행이나 IMF보다 더 완화된 조건으로 대출을 제공할 것이다.

ALBA의 미래는 얼마나 더 많은 나라들이 참가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에콰도르나 아이티의 경우는 참가를 원하고 있으나 심각한 내부반대에 직면해 있다. 다른 나라 역시 보수언론의 강한 반발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들은 경쟁이 아닌 상호원조에 입각한 무역이라는 점을 자국에 설명하려 해도 일단 차베스, 카스트로, 오르테가가 거론되면 알르레기 반응을 보이는 우익들 때문에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쿠바의 Martin Luther King 센터의 조엘 수아레즈 Joel Suarez 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ALBA의 사회운동 위원회 활성화를 들고 있다. 이 위원회는 농민, 여성, 환경주의자, 노조 등의 대표자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적 차원의 참여가 곤란한 나라는 사회운동단체가 우선 참여함으로써 점차 외연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제안에는 심지어 미국의 사회운동단체도 포함하고 있다.

또 하나 ALBA의 미래를 흐리게 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경제력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 아닌가 싶다. 만약에 오일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우고 차베스라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참가하고 있는 각국의 지도자들과 사회운동단체 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실험은 현재 자본에 의해 주창되는 “자유무역”이 의미하는 바는 ‘자본의 자유’, ‘이윤추구의 자유’이고, 이에 비해 남미 좌파세력이 주창하는 “공정무역”에는 ‘인민을 위한’, ‘서로 돕는’, ‘환경을 위한’이라는 개념을 바탕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 실험의 성공이 향후 이 지구의 물질문명의 앞날에 중대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