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피노자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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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oza” by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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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5, according to EXIF data).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많이들 들어봤을 경구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범신론을 주장한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1.24 ~ 1677.2.21] 가 한 말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영어권 사이트 어느 곳에서도 스피노자가 이 말을 했다는 관련 글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 말을 유명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1.10~1546.2.18]가 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음이 대략의 검색결과다.

Even if I knew the world were going to end tomorrow, I would go out and plant a tree today. (several people have been credited with this but I think Martin Luther originated the thought)
http://www.dennydavis.net/poemfiles/trees.htm

“Wenn ich wusste, dass die Welt morgen untergeht, wurde ich dennoch heute einen Apfelbaum pflanzen”
(Translation: “Even if I should learn that the world would end tomorrow, I would still plant this apple tree today.”)
— Martin Luther
http://www.worldchanging.com/archives/004336.html

There is a popular legend that, when he was asked what he would do if he knew the world would end tomorrow, Luther replied that he would plant an apple tree.
http://www.elca.org/ob/millenni.html

이렇듯 여러 영어권 사이트들은 해당 경구의 발언자를 한결같이 마틴 루터로 적고 있다. 특히 마지막 인용문은 미국 루터파 교회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글로 원래 글에 일종의 legend 라는 표현을 써서 정설은 아님을 말하고 있으나 그들 자신도 마틴 루터가 사과나무 발언의 주인공이라고 적고 있어 적어도 스피노자가 그 경구의 주인공이 아님은 거의 사실인 것 같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인지 처음 그 발언을 한 이를 마틴 루터 킹 Jr.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었다. 아래 페이지는 이러한 추측이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If I knew that tomorrow the world would end, I would plant an apple tree today” legendary quote from Martin Luther (1483-1546). Researching the quote on the internet it is very often attributed to Martin Luther King Junior. He may have said it, but the elder did it before him. (first written evidence of this saying comes from 1944).
http://finnern.com/2002/11/13.html#a230

그리고 아래 글에서는 마틴 루터의 경구가 Karl Lotz라는 선교사가 그의 교회신도들에게 보내는 1944년의 편지에서 최초로 언급된 것으로 적고 있다.

The first written evidence of this saying comes from 1944: Priest Karl Lotz in an internal letter to the trusted people of the Church of Kurhessen-Waldeck.
http://carolinanavy.com/fleet2/f2/zchristian/MartinLuther(1483-1546)hall/cas/129.html
http://www.luther.de/en/baeume.html

그렇다면 이제 마틴 루터를 사과나무 발원의 진원지로 확정지어도 될까? 골치 아프게도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다음의 타임지 기사에서는 일부 회의론자가 마틴 루터가 그 발언을 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Even if I knew the world would end tomorrow, I would continue to plant my apple trees.” That is the statement of faith traditionally attributed to Martin Luther. Some skeptic recently challenged the world of scholarship to demonstrate exactly where Luther had ever made such a declaration, and nobody could find an exact source. Perhaps, like so many such pieties, the idea really came from Goethe. Or perhaps Thoreau. It does not greatly matter, for the statement itself is one of abiding hope and abiding truth.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967728-1,00.html

스피노자에서 출발하여 마틴 루터, 마틴 루터 킹 Jr., 괴테, 그리고 소로우(자연에서 최소한 비용으로 살아보겠다고 원시적인 그리고 나름은 목가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윌든이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 하지만 실제로 그의 어머니가 온갖 뒷바라지를 다 해줘서 그렇게 살았다는 후문) 까지… 온갖 분야의 위인들이 총출동하는 분위기다. 이제 작정하고 위에 언급된 이들의 저작을 샅샅이 뒤지기 전에는 범인(?)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 우리는 스피노자로 알고 있는가, 이 경구의 진의는 무엇인가의 미스터리까지 함께 적어보고자 했는데 범인 찾느라 정력을 소진하여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아마도)


동아일보, 1976년 4월 20일 3면

참고할만한 좋은 글

0 Comments on “진짜 스피노자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나?

    1. 저도 검색을 하다 알게 되었는데 스피노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렌즈를 깎았다고 하더군요.(저런T_T).. 아무튼 그 당시엔 첨단직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인데 국내에 천문대용 망원경 렌즈를 깎는 분이 한 분 계신데 이 분의 정밀도가 컴퓨터보다 낫다고 하더군요. 인간이 깎는 게 더 정밀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여튼 1년 내내 그 일을 하시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었드랬습니다. 🙂

    1. 사과에 포인트를 맞추게 된다면 혐의자는 상당히 많습니다. 뉴튼도 있고, 아담도 있고, 스티브 잡스까지!

      그런데 아담이 그 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네요. 최초의 인간이 지구가 멸망할거라는 그런 비관적인 생각을 했을리가.. –;

  1. 강유원씨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요. 메모해 뒀습니다.

    “평생 안경알을 갈면서 철학사에 한획을 그은 스피노자를 보라. 어느 대학 교수는 그런 스피노자가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나는 말로만 스피노자를 부러워하지 말고, 안경사 자격증을 따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피노자는 철학을 하기 위해서 안경알을 갈아야 했다는 거죠. 교수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타협하기 보다는 건강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남는 시간에 철학을 하겠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2. 제가 알기로는 위험한 스피노자의 철학은 대학에 설수가 없었습니다
    세속이든 신학이든 모두 그와 어느정도 선을 그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출간도 서랍속에 묵혀 있었고
    사후 출간됩니다.
    즉 살았을 적에는 그냥 안경알깎는 사람이었고 그것도 생계를 위한 것이었죠.
    유대인들은 살아가기위한 기술 하나씩은 가르쳤다는군요. 그게 스피노자에게는 안경알이었구요. 어디가도 먹고살 수 있고 천시받지 않을 기술이었죠.
    역설적이게도
    당시 정교수하던 철학자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안경알깍이는 기억을 하지요.
    키에르케고르 역시 당시에는 단 500권의 책밖에는 팔리지 않았고 그것도 자기 돈으로 출간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유명하지요. 살아서는 외롭고 죽어서는 출판업자 배만 부르군요.

    1. “당시 정교수하던 철학자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안경알깍이는 기억을 하지요.” 어릴 적 위인전을 읽으면서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어줍잖긴 하지만 ‘그래 현세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후대가 인정해줄 인물이 되자’라고 다짐하던 … 지금도 그런 마음가짐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범부가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없는 높은 경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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