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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낸니스테이트 “산업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Q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에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닌가.
A 산업용의 원가가 더 적게 드는데 요금을 더 물릴 수는 없지 않나. 산업용 요금의 경우 지금도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 요금은 76%를 올린 반면, 주택용은 11%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다른 나라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싸다. 산업용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주택용 요금이 108이며 OECD 국가의 주택용 평균은 140을 넘는다.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 산업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업용 요금을 원가 이하로 보급하면서 과도하게 특혜를 주고 있다면 개편을 검토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에어컨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요금 폭탄’이란 말은 과장”]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일문일답중 일부다. 폭염을 맞아 사람들이 에어컨을 틀어대는 와중에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높은 누진세율 구조로 되어 있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전기요금 논쟁에 당사자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산업용 전력요금이 가정용 전력요금보다 더 싸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채 실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산업경쟁력을 위해 기업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을까?

단위 : pence per kWh


주)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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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요금을 많이 올렸다고는 하나 그 요금수준은 그래프와 같이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무척 싸다. 우리보다 더 싼 나라는 노르웨이 정도인데, 알다시피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다. 그렇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전자, 철강 등에서 우월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그래서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 그게 현금인지 회계항목에 불과한 지는 논외로 하고라도 –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런 혜택을 누려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1

단위 : pence per kWh


주)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표 작성

첫 그래프를 보면 우리 요금은 오히려 1980년대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 요금이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이후 20여 년간 우리 정부는 “산업경쟁력”의 우위를 지켜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고 아마 최근 10년간 그 요금을 일부 현실화한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은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받고 있다는데 정부는 다만 원가공개는 거부했다고 한다. 가정은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를 요구하는 정부가 기업에게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한 지점이다.

기타 참고글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한국의 전력시장 현황에 대한 전경련의 주장 톺아보기

전쟁의 아이러니, 세제개편

일본은 1938년 전시총동원법이 제정된 이후 전면적인 전시체제에 들어섰는데 모든 산업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편되었고 국가 재정규모는 팽창하여 1936년에 약 22.8억 엔이던 것이 1940년에 109.8억 엔에 이르렀고 전쟁이 막바지이었던 1944년에는 861.6억 엔으로 급격히 팽창하였다. 한편 이들 각 연도에 군사비가 국가 총재정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36년에 47.2%이던 것이 1940년에는 72.4%, 1944년에는 85.3%까지 이르게 되었다.[역사 속 세금이야기, 문점식 지음, 세경사, 2012년, p231]

전쟁은 당연하게도 “큰 정부”를 만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 일본은 큰 정부가 탄생하는 극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인용문에서도 보듯 일본 경제는 1936년에서 1944년이라는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재정규모가 무려 37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군사비는 그 재정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군사비로만 놓고 볼 때에 그 규모의 증가추이는 6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쯤 되면 당시 일본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쟁기계 그 자체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참전국이 이렇게 재정규모를 극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전쟁비용 조달은 자체비용, 침략국 수탈, 채권발행 등이 있겠으나 근현대에 들어서 일반화된 수단은 바로 조세다. 특히 양차대전은 각국이 세제 개혁을 통해 항구적인 재정조달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세금이라는 것이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별도의 직접적인 반대급부 없이 돈을 걷는 방법인 만큼 전쟁이라는 엄중한 상황은 그런 인기 없는 정책을 – 특히 직접세의 경우 – 밀어붙이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다.

1940년까지 미국에서 소득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소득세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전체 인구의 6% 정도만이 소득세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소득세제도가 국가 재정의 가장 중요한 중심이 되었다. 재무부장관이었던 헨리 모겐타우는 전쟁기간 중에 라디오·신문을 통하여 만화가, 아나운서, 가수 등을 동원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세금 납부 촉구 홍보를 하였다. 이처럼 효과적인 홍보 전략과 국민들의 애국심에 힘입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2년간 연방정부는 전쟁비용의 약 반을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같은 책, pp225~226]

인용문처럼 당초 직접세인 소득세는 전체 세수에서 미미한 비중만을 차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비용이 많이 드는 통치행위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었기에 정부는 정치권을 설득하고, – 의회가 있는 경우 의회 동의를 얻어 – 납세자를 설득하여 – 공권력과 애국심 호소 등을 통하여 – 세수를 확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납부액이 1939년 기준 국민총생산의 1% 정도였는데 전쟁 중인 1943년도에는 8%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현대의 세제개편은 이렇듯 소득세 납세자 수가 대폭 증가하며 간접세 중심 세제에서 직접세 중심 세제로 비중이 옮겨가게 된다. 한편 전쟁이 직접세의 당위성을 당연시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 징수를 가능케 하는 수단은 대공황과 전쟁 국면에 각국이 도입한 국민계정(national accounts)일 것이다. 국민국가 단위의 경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이런 시도는 1920년대 소비에트 블록에서 시작되었고, 자본주의 진영에서는 거시경제학의 득세와 세수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본격화되었다..

전쟁의 아이러니다. 파괴를 위한 존재가 세제개혁과 관료기구의 성장을 추동했고, 전후 이는 자본주의 진영 역시 야경국가가 아닌 적극적인 경제주체로 활동해야 함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이다. 그보다 더한 아이러니는 누진세 도입이다. 전쟁 당시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94%였는데 누진세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이는 바로 칼 맑스였기 때문이다. 자본가에 의한 전쟁을 반대한 칼 맑스가 주창한 누진세가 전쟁을 통해 정착된 셈이니 가장 지독한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세금정책, 다음 공격대상은

이명박 정부가 세금정책으로 공격할 다음 대상은 누진세 폐지라고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체 현재 문명세계에서 걷고 있는 세금 중 누진세(progressive tax)(영어표현도 기분 나쁘게 ‘진보세’다.)만큼 저들이 혐오해마지 않는 ‘징벌적 과세’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보다 몇 배는 더 징벌적인 못된 세금이다.

누진세는 누구나 알다시피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세금이다. 누진세는 자본주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모순인 소득불평등 심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모순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누진세는 능력이 뛰어나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돈을 잘 버니 참 똑똑하구나”라고 칭찬할 요량으로 만든 세금이 아니다. “넌 돈 많이 벌었으니 못 버는 사람도 같이 먹고 살게 돈 좀 더 내!”라고 뻔뻔스럽게 소리 지르며 받아내는 세금이다.

그래서 선진국(?)의 우익들도 ‘부도덕한 세금(an immoral tax)’이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즉 누진세는 “민주당이 부자를 벌하려는 정서의 토대(a cornerstone of the punish-the-rich mentality of the Democratic Party)”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종부세의 개선(?)을 주장하는 주장이 위와 같은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물론 종부세의 과세기준이 소득이 아닌 자산을 기준으로 하여 더욱 문제라는 세련된(?) 주장까지 가미되긴 했다.

물론 종부세는 여러모로 불충분하고 불합리한 면도 있는 세금이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개정은 그것의 개선책이 아니라 거세라는 것이다. 폐지도 안하면서 제 기능도 못하게 내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참 꼴사납게 되었다. 그리고 앞서도 말했듯이 이 정부의 목표는 세금개혁의 수혜대상이 인구의 1~2%에 국한된 종부세가 아님은 분명하다. 분명히 그들은 좀 더 많은 부자들이 혜택이 돌아갈 – 그래서 좀 더 많은 표로 귀결될 – 다른 어떠한 세금을 다음 목표로 정할 것이다. 그게 어떤 세금인지는 여러분이 알아서 추측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