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청년

사회가 청년에게 각자도생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란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특히 젊은 층일수록 부동층의 비중이 높아서 정치권이 표심을 잡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으나 나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그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었다. (아래 참조) 이글을 쓴 사람들은 그 정치적 성향을 굳이 나누자면 “진보”측으로 여겨진다. 흔히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적인 투표성향의 노인층에 대항하여 청년층이 투표를 해야 한다는 – 즉 청년층은 야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젊은 부동층은 벚꽃구경가느라 투표안한다. 지들 앞길을 지들이 망친다.”
“10대 20대에서 43%. 그러나 투표를 하는 사람은 4.3% 정도??”

실제로도 청년층의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反여권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관계를 제외하고는 위 베스트 댓글이 비아냥대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여태의 투표에서도 청년층의 투표율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렇게 투표해서 뽑은 정치권이 실제로 청년층을 위해 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1 이는 주요하게 이미 청년층의 비중이 갈수록 작아지는 과소대표성 경향을 보이고 있고, 정치권이 이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ILO 보고서는 각국 청년의 교육 및 고용현황을 비교하였는데, 이를 보면 우리 청년의 열악한 처지가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1996년 및 2006년 각국의 교육수준을 지수로 표현해놓았는데, 우리나라는 각각 5.96과 7.34를 기록하였다2. 이 수치는 각 년도 2위,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성인소득 대비 청년소득과 고용률은 1996년 꼴찌에서 두 번째, 2006년에는 꼴찌를 기록했다. 요컨대, 남한은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이 가장 열악한 고용수준에 시달리는 나라다.

각국 노동시장에서의 청년층의 교육수준

출처 : At work but earning less : minimum wages and young people, Damian Grimshaw, ILO, 2014, p13 에서 재구성

성인소득 대비 청년소득

출처 : 같은 보고서 p16 에서 재구성

청년고용률

출처 : 같은 보고서 p16 에서 재구성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 보자.. 청년의 상황이 이러한데 앞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정치권이 청년층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다. 많은 청년층 노동자들이 해당사항일 최저임금을 올리는데 인색하던 여권이 부랴부랴 총선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았지만, 이런 그들이 또 지자체에서 실시하던 청년수당에 대해서는 예의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보수층은 “흙수저”3, “헬조선”이란 유행어에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며 비난하고, 진보층은 투표를 안 해서 그런 것이라 비아냥댄다.

이 나라는 여태의 노동자와 자본가의 역학구도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노년층은 정치4, 경제5, 문화6 등에서 권력을 잡고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어 노자(勞資)간의 대립에 중층적으로 고통 받는 新노동계급이 형성되고 있다. 더군다나 젠더의 문제로 가면 한층 복잡해진다. 남녀간 임금차이는 세계최고 수준이고 문화적으로도 “여혐”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 고통 받는 청년, 여성, 노동의 이슈가 맞물려 피해의식을 특정계층에 쏟아 붓는 양상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사회가 청년에게 各自圖生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란다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 토론회 참관기

어제 한 토론회에 갔다. “사회적 경제 주체 활성화를 통한 서울시 청년주거 빈곤 개선방안”이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였다. 주최는 한국도시연구소에서 한 것으로 보이며 발제는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토론은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KBS경제전문기자, 서울시 임대주택과장 등의 참석자가 진행했다. 발제에 제법 시간이 길어 토론은 듣지 않고 돌아왔다.

이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도시연구소의 최은영 박사의 발표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청년 주거의 빈곤 문제가 다른 세대의 그것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16세 이상 34세 이하의 연령대로 범주화한 이 세대의 서울시에서의 주거문제가 여타 도시나 다른 세대의 상황에 비해서 두드러지게 나쁘다는 것이 통계 분석 등을 통한 그의 관찰이었다.

상기 표는 가구주의 연령대별 최저주거기준을 미달하는 가구를 서울과 전국으로 비교한 그래프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아동과 노인의 주거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다만 서울시의 경우에는 노인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이 전국 대비 비약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청년의 미달 비율은 전국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한마디로 서울로 청년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다른 이들과 이 주제로 대화를 하면 그들은 “젊을 때는 누구나 고생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곤 한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최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청년의 임금 대비 주거비용이 과거 세대에 비해 더 열악해서 이런 상황이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한 또 하나의 파괴적인 부작용은 소위 “출산 파업”이다. 집이 없으니 애를 낳지 않는 것이다.

최 박사를 비롯한 발제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이른바 “사회주택”의 활성화다. 영리적인 목적의 주택과는 금을 그으면서 최하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주택”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사회주택은 유럽에서는 “Housing at Moderate Rent”, “Not-for-Profit Housing”, “Limited-Profit Housing” 등으로 불린다 한다. 이러한 호칭을 통해 사회주택의 특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사회주택을 가동시킬 종자돈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연구소 등은 관련조례를 제정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율적으로 공공주택보다는 보조가 덜할지 몰라도 어쨌든 시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위해서는 청년의 주거 빈곤이 빈곤의 악순환, 나아가 출산파업으로 인한 사회재생력의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증거를 보다 확실히 제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