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죽음에 관하여

오늘날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중략]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가는 것은 다름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준다.[사진에 관하여, 수전 손택, 이재원 옮김, 이후, 2012년, p35]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볼 때면 – 특히 사람을 피사체로 하는 – 거의 예외 없이 죽음을 떠올리곤 한다. 예를 들어 당시 사람들 찰나의 순간을 즐겨 찍곤 했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같은 대가의 사진을 볼 때면 예외 없이 사진 속 인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사진에 찍힐 당시만 해도 생생했던 그의 삶, 역동적이었던 그의 삶은 수전 손택의 표현에 따르자면 사진사에 의해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은” 상황일 뿐이고 우리가 뒤늦게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래서 청승맞지만, 아무리 유쾌한 장면을 찍은 사진이라도 그 안에는 죽음에 관한 우울함이 침잠해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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