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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잘한 일

별로 성과도 없이 바쁜 한해였기에 블로그에 글을 많이 남길 수 없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그저 그런 한 해였지만, 올해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칼맑스의 자본론을 3권까지 완독한 것, 그리고 그에 이어서 루돌프힐퍼딩의 금융자본을 읽고 있다는 것(자본론을 다 읽고 나면 당연히 논리의 흐름이 금융자본주의로 이어져야 할 것 같기에 읽고 있는데 그런 심증이 더 깊어진다), 비틀즈 모든 앨범을 들은 것, 롤링스톤즈의 모든 앨범을 듣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각각의 감상문을 올리고 싶지만, 1분기를 넘게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건이 있어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편. 모두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성장과 분배에 관한 단상 2

리에라님께서 본문보다 더 좋은 댓글을 남겨주셔서 공유차원에서 갱신하여 재발행합니다. 원글은 2008년 6월 23일 쓴 글입니다.

A futures contract assures importers that they can sell the oil at a profit. That’s the theory, anyway. But we all know that some people on Wall Street are not above gaming the system. When you have enough speculators betting on the rising price of oil, that itself can cause oil prices to keep on rising. And while a few reckless speculators are counting their paper profits, most Americans are coming up on the short end ? using more and more of their hard-earned paychecks to buy gas for the truck, tractor, or family car. Investigation is underway to root out this kind of reckless wagering, unrelated to any kind of productive commerce, because it can distort the market, drive prices beyond rational limits, and put the investments and pensions of millions of Americans at risk. Where we find such abuses, they need to be swiftly punished.

선물거래 계약은 수입업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이익을 남기고 석유를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증해준다.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월스트리트의 몇몇 사람들이 시스템을 남용할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유가상승에 베팅한 투기자들이 많을 때에는 그것 자체가 유가 상승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무모한 투기자들이 그들의 서류상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동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들이 어렵게 번 돈을 그들의 트럭, 트랙터, 또는 가족의 자가용에 넣을 기름을 사는데 더 많이 쓰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렇게 가격을 정상적인 범위 이상으로 올리고 수백만 미국인의 연금과 투자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등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생산적인 상거래와도 관련이 없는 무모한 노름을 뿌리 뽑기 위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가 그러한 폐해들을 발견하여 그들을 신속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이 연설은 누구의 연설일까?

1) 바락 오바마 2) 존 맥케인 3) 마이클 무어 4) 랄프 네이더

정답은 2번 존 맥케인이다. 폴 크루그먼 조차도 맥케인의 이러한 발언에 놀란 눈치다. 시장에 대한 절대적 신봉자여야 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이러한 발언을 한 사실이 놀랍다는 눈치다.(주2) 그는 공화당이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로 “자본주의 마술(the magic of capitalism)”에도 불구하고 원유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자 선물시장의 광기를 유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뭐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석유메이저들이 월스트리트의 투기자들 때문에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몰아세우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찌되었든 저 연설 속에서 재밌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였다.

“어떠한 생산적인 상거래와도 관련이 없는(unrelated to any kind of productive commerce)”

선물시장에서의 거래행위, 넓게 보아 금융자본의 활동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논리는 가장 공격적으로 주장한 칼 마르크스를 비롯하여 노동가치론자들의 생각이었다. 적어도 주류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아니다. 그들은 생산의 3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로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비록 선물시장에서의 금융활동을 투기적 행위로 특정하기는 했지만 엄연히 금융자본의 한 종류의 활동을 “생산”과 관계없는 행위로 규정하다니 저 연설문을 혹시 노동가치론자가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다.

여하튼 금융자본의 활동이 “생산적”이지 않다는 맥케인의 주장(!)에 동의할 것 같으면 우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주장되어 오던 ‘금융허브론’이 꽤나 허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유럽의 몇몇 강소국들은 금융지배를 통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였다. 보다 정확하게 그것은 이윤을 ‘창출(produce)’하였다기보다는 생산자본의 활동으로부터 얻어진 전지구적인 이윤을 ‘전유(appropriate)’하였다. 일국 내에서의 산업자본이 더 이상의 경쟁우위를 상실하였을 때에 그리고 자국 내의 금융 시스템이 경쟁우위를 확보하였을 때에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NAFTA등을 통하여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시켜 자국내 산업자본의 비용을 절감시켜주고 그 생산된 가치들을 금융자본을 통하여 국내로 다시 이전시켜 왔다. 이것이 전 지구적 성장에 대한 국가간의 분배의 형태다. 그것이 한 나라에서는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의 금융허브론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산업자본 포기하고(주1) 금융허브 키우자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의 국제화 정도나 경제규모로는 참 난감한 소리다.

지난번 NekoNeko 님이 달아주신 코멘트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그런데 이것을 예를들어 4천만 국민 모두에게 1/n씩 나누어 준다고 하면 일인당 약 7만 5천원 정도씩을 분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규모의 경제나 기회비용의 측면을 생각해 봤을때 정몽준에게 3조 재산이 가 있는 것이 더 큰 파이를 생산하는데 나을지 국민 모두에 7만5천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 소득 증대 효과 측면에서 더 나을지 고려해 볼때 아무래도 전 전자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정몽준이라는 산업자본가에게 3조의 재산을 몰아주어 그것이 자본화(資本化)되어 6조라는 실물을 생산하였으면(주3) 4천만 국민에게 1/n 씩 나눠주어 홀랑 까먹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나눠줄 수 있는 돈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주4) 그런데 이러한 도식에는 몇몇 함정이 있다.

정몽준이라는 산업자본가가 아닌 박현주라는 금융자본가에게 3조원을 몰아주면 어떠할 것인가? 그것은 생산적 활동에 투입되지 않고 맥케인도 인정하는 비생산적 활동에 투입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금융자본이 또 다시 산업자본의 생산비용으로 투입되는 것이 아닌(주5) 맥케인이 혐오하는 석유 선물시장에 투입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유가를 급등시켜 박현주는 3조원을 벌지는 모르겠으나 그 돈은 맥케인이 표를 구걸해야할 ‘대부분의 미국인’의 주머니를 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미국인 돈만 터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돈도 털고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이니 내 돈도 턴다.

이와는 별도로 4천만 국민에게 1/n 씩 나눠주는 것은 쓸데없는 짓인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그것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가? 그들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상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여 국내 산업기반을 다져갈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유류환급금도 이러한 원리를 알고 만들어진 정책이다. 그렇게 선순환적으로 흘러가면 산업자본을 자극하여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케인즈적인 냄새도 풍긴다. 그런데 NekoNeko 님이 1/n 씩 주지말고 정몽준에게 몰아줘야 더 큰 파이를 생산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사실 ‘내수형 산업기반’보다는 과거 ‘수출주도형의 산업기반’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과거에는 유효했지만 산업구조가 바뀌고 주주자본주의가 강화된 오늘날까지 유효할지는 의심스러운 구석도 있다.

요컨대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있어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진리에 근접한 것일 수 있다. 성장은 전 세계의 인간이 삽질을 해서 자연자원을 착취(labor)하는 만큼 증가한다. 화폐는 이를 통해 생산된 상품의 표현양식이다. 산업자본은 상품을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인민에게 팔아 이윤을 남기고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의 전후방에서 이를 전유한다. 인민 역시 산업자본의 전후방에서 제 몫을 가져오고(주6) 그것을 소비한다. 필요소비에 모자랄 경우 금융자본은 노동자에게 뒷돈을 대주어 또 한 번 이윤을 전유한다.(주7) 한 국가의 성장은 전 지구적 차원의 이러한 활동에서의 일국에 대한 분배의 형태일 뿐이다.

(주1) 포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산업고도화(?) 정책에 의하여 경쟁우위 품목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업기지 이전 등을 통해 정리하고

(주2) 사실은 비아냥거림이지만

(주3) 전 세계적으로 3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였고 그것을 한국으로 온전히 가져왔다는 모양새

(주4) 물론 지독한 성장론자들은 이 돈 마저 다시 정몽준에게 몰아주자고 주장할 것이다. 좋은 시절 되면 그때 가서 나눠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5) 즉 예를 들면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비용에 대한 시설자금대출 등

(주6) 이를 충분히 못 가져온다는 것이 마르크스 노동착취론의 주장일 것이다

(주7) 금융자본은 비생산적 활동을 한다고 여기저기서 욕을 먹어도 어찌 되었든 경제의 핏줄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의 이임사 中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들 필요도 없습니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살펴봅시다. 재벌에게 은행을 주는 법률 개정안을 어떻게 ‘경제살리기 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어떻게 ‘개혁입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것을 어떻게 국제적 조류라고 감히 주장할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우리나라가 전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금산분리가 가장 철저한 나라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리고 일부 보수집단 금융이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전세계 선진국에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가장 많이 허용된 나라입니다. 그 폐해도 가장 많이 경험한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은 외국의 경우 은행이든 증권사든 보험회사든 산업자본의 지배 아래 있는 세계적 금융기관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산업자본의 지배 아래 있는 세계적 은행, 세계적 증권사, 세계적 보험사의 예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은행을 제외하면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의 주요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산업자본 즉, 재벌의 지배 아래 있습니다. 이래도 저희 나라가 전세계에서 금융과 산업이 가장 철저히 분리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불행히도 재벌의 지배 아래 있는 우리나라의 증권사, 보험사들은 비록 국내시장에서는 1류 행세를 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2류, 3류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재벌의 소유를 금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증권사, 보험사가 세계시장에서 2류, 3류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래도 재벌의 은행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주장하기 전에 우선 재벌들은 자기들이 소유한 증권사, 보험사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금융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을 재벌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프리메라 리그의 꼴찌 축구팀에게 야구를 하도록 해주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 거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이론을 내세우기도 전에 이런 평범한 상식적 결론을 현 정부는 왜 진솔하게 인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 연구원으로서는, 그리고 저 개인으로서도 — 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금융학자로서 —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거를 도저히 만들 재간이 없습니다. 정부의 적지 않은 압력과 요청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동걸 원장의 이임사 中에서(2009년 1월 31일)

오바마와 월스트리트

오바마와 민주당은 이 시스템의 전적인 협력자다. 월스트리트가 “가게를 신경 쓰지” 않고 얼마나 “CEO들이 탐욕스러운지” 떠드는 민주당 후보의 레토릭 뒤에서 그의 선거본부는 금융자본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원을 받고 있어서 그의 행정부 또한, 공화당의 그것만큼이나 이들의(금융자본;역자주) 근본적인 이해를 대변할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본부는 월스트리트의 투자기관들로부터 공화당의 매케인이 거둬들인 돈의 반절이 넘는 1천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모금했다. 이제는 망해버린 리만브러더더스의 세 고위임원들은 민주당을 위해 150만 달러 이상을 마련했었다.

Obama and the Democrats are full partners in this system. Behind all of the Democratic candidate’s rhetoric about Wall Street not “minding the store” and how “CEOs got greedy,” his campaign enjoys ample support from finance capital, and his administration would, no less than the Republicans, represent its fundamental interests.

The Obama campaign has raised close to $10 million from the Wall Street investment houses, nearly 50 percent more than the amount they have given to Republican McCain. Three senior executives at the now bankrupt Lehman Brothers raised more than $1.5 million for the Democrat.

[Obama’s response to financial meltdown: Deception and subservience to Wall Street, World Socialist Web Site]

이는 또한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가 자본주의 체제 고유의 속성임을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오바마가 매케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반절밖에 안 받았으니 월스트리트의 이해를 공화당의 절반만 대변하고 나머지는 인민들을 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지나치게 순수한 기대가 아닐까?

오바마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나?

지난번에 “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바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와 골드만삭스 CEO 출신의 헬리 폴슨 재무부장관은 여전히 그러한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공화, 민주 양당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부시나 헨리 폴슨, 맥케인은 애초에 생각도 없을 것이고… 오바마? 클린턴? 설마.”

그런데 아무래도 오바마가 이 글을 본 모양이다.(물론 농담이다) 헤럴드트리뷴의 3월 27일자 “Obama urges tighter regulation in wake of housing slump”를 보면 오바마가 이날 맨해튼의 쿠퍼유니온 대학 강당에서 가진 연설에서 금융권에 대한 규제완화 또는 탈규제가 불러온 심각한 부작용을 질타했다고 한다. 나의 조롱에 열 받아서… (물론 이것도 농담… 그러나 아마도 내 글에 언급한 폴크루그먼의 글은 오바마나 그의 측근들이 봤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그는 산업 로비스트(industry lobbyists)들의 손에 놀아난 미행정부와 정치가들이 “21세기 규제 틀을 만드는 대신에 그저 예전 것을 해체시켜다버렸다고(Instead of establishing a 21st century regulatory framework, we simply dismantled the old one)”(주1) 비난하였는데 그 비난의 대상은 물론 이전 정부이고 이름은 직접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빌 클린턴 행정부도 겨냥하고 있었다.

“Under Republican and Democratic administrations, we failed to guard against practices that all too often rewarded financial manipulation instead of productivity and sound business practices(오바마의 연설 중에서)”

금융자본에 대한 탈규제화가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모든 행정부에서 일관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타당하다. 다만 관전 포인트는 이러한 지적을 통해 정치적 신인인 자신이 다칠 일도 없거니와 동시에 자신의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당사자의 한 명으로 지명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라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으로서는 현재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그녀는 “현재의 금융 위기가 집값 폭락에서 비롯되었다(the current financial difficulties were rooted in the housing slump)”라고만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지만 그 정책에서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주택 압류의 위기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한 파산 관련법령 들의 개정과 입법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많은 주택소유자들이 자신들의 대출을 갱신하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부정책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연설에서 Wall Street(금융자본)에 대비되는 Main Street 라는 표현을 쓰며 Wall Street와 Main Street 모두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아직 그의 구체적인 금융정책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부시 정부의 그것과는 다른 궤적을 그릴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그와 그의 행정부가 분명하고 확신에 찬 어법만큼이나 소신 있고 획기적인 금융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연설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금융자본은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시키기 위해 3억 달러가 넘는 로비 자금을 투입하였다. 그랬던 금융자본이 오바마의 개혁을 두 눈 뜨고 멍하니 지켜보고 있을까? 게다가 오바마 역시 다른 모든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자본으로부터 상당한 선거자금을 받았을 터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부디 금융개혁을 관철시키기를 빌어본다.

Good Luck~

참고기사 : [시사금융용어 3분 해설] 다시 주목받는 글래스-스티걸法
오바마의 연설보기(한글자막 없음.. 윽~ 영어의 압박..)

(주1) 이는 아마도 대공황 시절 금융의 투명성을 위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였던 글래스-스티걸법이 1999년 폐지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인 것 같다

전 세계의 금융 위기, 파국을 부를 수도 있다.

오랜만에 중앙일보에서 좋은 칼럼을 읽었다.(한 가지 흠이라면 기고자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전 프랑스 총리 미쉘 로카르(주1)가 기고한 ‘세계 금융위기,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은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하고 있는 모순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체제모순이 현재 무기력한 각국 정부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방치되고 있으며, 하루빨리 이러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을 담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날의 자본주의는 30년 전의 그것과 상이하다. 선진국들이 연평균 5%에 달하는 성장을 구가하던 1945~75년 동안의 기간은 오늘 날과 같은 금융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완전 고용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처럼 성장과 행복이 공존했던 것은 강력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케인즈의 학설을 따른 경제정책 덕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의 발언 중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모든 선진국은 고임금을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취했다. 주주들은 오늘날에 비해 형편없는 배당금에 만족해야 했다.”라는 설명이다. 이는 오늘 날 소위 주주 자본주의라 불리는 사회 체제가 자본주의의 고유속성이 아니며 고임금을 포함한 복지정책이 경제 선순환의 필요조건임을 잘 말해주고 있는 발언이다.

좀 더 살펴보자면 20세기 중반의 고성장은 적어도 제1세계의 노동자들에게 만큼은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였고(물론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착취는 여전하지만) 이것이 소비의 진작을 불러 일으켜 제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 날의 ‘고용 없는 성장’과 대비되는 ‘분배 있는 성장’이었던 셈이다.

이는 로카르 총리도 지적하였듯이 유럽의 사회주의적 정권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들이 케인즈 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시행하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금융자본의 존재감이 뚜렷치 않았던 사회풍토 덕택이기도 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사회체제는 닉슨 정부에 의한 달러의 금태환 정지 선언 및 이어지는 각종 금융자유화 조치로 서서히 붕괴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태환 정지 및 이에 따른 변동환율제 실시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겠다는 명목으로 각종 파생금융상품과 금융기법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후 국경을 넘어서는 금융투자, 파생금융시장의 발달, 적대적 M&A시장의 융성 등 제조업과는 별개의 동력을 갖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오늘 날 펀드자본주의라고 불릴 정도로 온갖 종류의 금융자본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를 통해 오늘날 시장은 한층 안정적이 되었을까. 모순되게도 개별 자본에게는 그렇게 되었을지 몰라도 – 예를 들면 통화스왑이랄지 이자스왑을 통해 – 그것이 총자본으로 합계가 되면 경제는 전체적으로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의 분산이라 보이는 것들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듯이 오히려 동일한 위험으로 각 주체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주주 자본주의의 강화로 주주는 엄청난 배당을 누리는 반면 노동자는 고용이 불안해지고 실질임금은 낮아지고 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된 것이다.

로카르 총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시간이 흘렀고, 주주들은 이런 시스템을 내던졌다. 연금·투자·헤지펀드에 혁명이 일어났다. 지난 25년 간 선진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임금과 사회복지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허약한 기반 위에 이루어진 성장이라는 것이다.”라고 축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 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 위기의 증폭이 오늘 날의 인터넷 버블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음을 실토하고 있다. 유력한 자본주의 국가의 총리였던 이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 상당히 강성이다.

어쨌든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문제는 현재 서구의 금융위기가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인 모순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순이 여태껏 금융시장 내부뿐 아니라 제조업과 복지 등 사회 곳곳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회복지를 통한 경기부양이 아닌 빚으로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지탱해온 모기지론 시장이나 크레디트카드 시장이다.

그 결과 선진국들의 집값은 크게 올라 국민들의 부가 증대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신기루에 불과하였고 이제 그 집값을 떠안아줄 신규 소비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은 허물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피해액은 아무도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수백 억 달러에서 수천 억 달러까지 제각각 추측이 난무하다. 거기에다 빚은 개인만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도 빚이 장난이 아니다. 미국은 매일 2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미국의 총부채는 39조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5배를 넘는다.

이전의 유사한 금융위기와 다른 점은 그래도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든든히 쌓아놓아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국가 미국의 경제침체는 이들 국가에게도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특히나 20세기에 비해 더욱 더 개방화되어 있는 세계 자본시장은 특정 시장의 혼란이 더 빠른 속도로 전염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금융계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영향받고 있다. 주식 펀드의 인기, 달러 유동성의 감소, 채권의 투매 등 서브프라임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다양하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변수들로 말미암아 금융시장 및 주식시장이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과 아파트 미분양 사태도 이어지고 있어 미국의 부동산 폭락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러한 다양한 혼란상에 대해 로카르 총리는 “44년 열렸던 브레턴우즈 회의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는 금융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긴급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파워가 강해진 금융권력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 간 금융거래의 통제(주2) 와 금융거래에 대한 규제(주3)의 정비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했듯이 대출금리 인상, 미분양 사태 지속, 묻지마 주식펀드, 또한 얼마전 문제가 된 부동산PF의 무분별한 추진 등이 잠재해있는 복병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미치며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때에는 금융교란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보다 정밀한 금융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시점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주1) 프랑스의 정치가. 프랑스 총리를 지낸 정치가이다. 1974년 F. 미테랑의 사회당(PS)으로 복귀하고 계획·지역개발 장관, 농림 장관 등을 지냈다. 미테랑의 정책에는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비판적이었으나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테랑의 재출마를 지지하여 그해 5월 총리에 임명, 취임하였다.

(주2) 이와 관련하여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대안이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토빈세일 것이다.

(주3) 일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사용된 기법인 SIV(구조화 금융) 등 각종 금융기법은 금융기관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벗어나는 교묘히 고안된 장치들이다. 이것이 개별금융들에게는 틈새시장에서의 기회를 제공할지 몰라도 이번처럼 수많은 금융기관이 답습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자본이동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

최근 미국의 경제계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씨티그룹에 대한 75억 달러의 투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유동성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씨티그룹이 이른바 아랍의 ‘국부펀드(the sovereign wealth fund)’로부터 대규모의 수혈을 받은 것이다. 씨티그룹은 이를 통해 자사의 목표 자본비율을 맞출 수 있게 됨으로써 급한 불을 끄게 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도 반겼다.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단 ADIA는 씨티그룹에 대한 이사선임 등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양 당사자 간 계약에는 경영권 행사 방지를 위한 추가 주식 매입금지 등을 담고 있다고 한다. 씨티그룹의 CEO Win Bischoff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그룹의 비전과 ADIA와의 전략적 제휴를 찬양하고 있지만 사실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서브프라임 손실을 오일머니로 막은 것에 불과한 것은 자타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일머니의 이런 새로운 모습에 서구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눈치다. 바로 안보 차원에서의 두려움이 그것이다.

즉 최근의 이런 모습들은 최근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이른바 ‘오일머니’의 위력이 세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전과 다른 투자방식에 따른 서구의 당혹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예전에 1,2차 오일쇼크 당시에 산유국들은 자신들의 돈을 그저 서구의 금융자본에게 신탁하는 방향을 택했다.(주1) 당시 막 케인즈 주의적인 금융억압에서 벗어난 금융자본은 이 돈을 자기 돈처럼 굴리며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그런데 지금 서구 금융시장은 동맥경화로 심하게 고생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오일머니가 신탁의 형태가 아닌 자본취득의 형태로 돈을 싸들고 온 것이다.

오일머니는 이미 칼라일 그룹, 나스닥 증권거래소, 런던 증권거래소, 소니 등 선진자본의 고갱이들에 서서히 침투해오고 있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 의회는 작년에 UAE의 국영회사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국 내 항만운영권 인수를 무산시키는가 하면 나스닥 지분 인수도 타당성을 따져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는 유동성 해소의 은인이지만 나중에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막말로 서구에게 있어 중동은 ‘지속적이고 잠재적인 적국’이 아닌가.

미 의회의 DPW에 대한 견제조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사안은 미국 내 여섯 곳의 항만운영권을 DPW 에게 넘기려던 사안에 대한 것으로 ‘국가안보’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조지 부시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격화되었고 결국 의회는 62대2로 DPW의 항만운영권 행사를 부결시켰고 DPW는 하는 수 없이 이에 승복하였다.

요컨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라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모토가 허상임을 잘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자유무역과 금융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여태껏 자국의 산업과 금융을 보호하려는 조치는 민족주의적인, 심지어 쇄국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여왔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선진화된 사회가 되려면 해외자본의 유출입을 막는 각종 규제를 모두 철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다.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그 결정판이 바로 한미FTA다.

그런데 정작 오일머니가 힘을 발휘하자 이들의 논리는 통째로 뒤바뀐다. 론스타의 탈세를 막으려는 조치는 차별이지만 자신들이 안보 차원에서 각종 기간 산업의 인수를 막는 행위는 정당방위인 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논리가 딱 이 경우에 적용될 말이다. 사실 그것이 솔직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는 군사력에서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게 마련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결국 한미FTA는 국제자본의 여하한의 조치에도 우리 정부가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으라는 조약이다. 그들이 기간산업을 좌지우지하건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회사를 통해 세금을 떼어먹건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거의 없다. 정 그들과 한번 붙고 싶으면 국내에서도 아니고 해외의 중재원에서, 헌법도 아니고 그들이 만든 중재규칙으로 싸워야 한다.

국부펀드 논란을 보고 있자니 새삼 우리의 처지가 처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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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슬람 금융은 이자 수수를 금지하고 술과 도박, 포르노, 담배, 무기, 돼지고기 등과 관련된 것에는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때문에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여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람 금융은 이러한 금기를 교묘히 피해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이슬람 채권 사업인 수쿠크(Sukuk)로, 주로 부동산이나 기계설비 등 실체가 있는 거래에 투자되고 있다. 이자는 지급되지 않지만 보유자는 해당 기계나 설비를 가동해 얻은 이윤 가운데 일부를 배당, 임대료의 명목으로 나눠 갖는다. 이 수쿠크는 샤리아 규정에 어긋나지 않은 대표적인 금융수단이어서 최근 이슬람권 정부들도 도로ㆍ항만 등을 건설하기 위해 발행하고 있을 정도로 이슬람 금융시장의 주력 금융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