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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국의 이중기준

petrkrop April 5th, 2009 12:27 pm
이해가 안 되네. 이스라엘은 200개의 (“불법적이기도 한”) 핵무기 위에 앉아 있는 와중에 왜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이 국제적 위기라는 것인가?
미국이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행동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바마 씨는 이야기하길 그는 강력한 안보리의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강력한 국제적 대응을 하여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안보와 존경을 향한 길이 결코 위협과 불법적인 무기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정말로? 그게 이스라엘과 미국이 성공적으로 다져왔던 길이다. 북한이라고 뭐가 다른가?
I just don’t get it. Why is it an international crisis for N. Korea to develop a missile, and nuclear weapons, while Israel sits on more than 200 (also “illegal”) nuclear weapons?
China will protect N. Korea from action by the U.N. Security Council, just as the U.S. has protected Israel for decades.
“Nonetheless, Mr. Obama said he would push for strong Security Council action. “Now is the time for a strong international response, and North Korea must know that the path to security and respect will never come through threats and illegal weapons.”
Really? That is the path that Israel and the U.S. have taken so successfully. What makes N. Korea different?

미국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가 Common Dreams 다. 물론 World Socialist Web Site와 같은 더 강경한 사이트도 있지만 Common Dreams가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활발한 댓글로 대화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에 더 좋은 곳이다.

오바마가 안보리에 북한을 벌주라고 요청하다(Obama Asks Security Council to Punish N. Korea)”라는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글이다. 이 글에서도 잘 나와 있듯이 댓글들 대부분은 미국의 ‘이중기준(double standard)’를 나무라고 있다. 즉 미국 스스로, 그리고 그들의 맹방 이스라엘의 행동과 여타 국가들의 행동 – 특히 부시가 불량국가들이라 칭한 나라들 –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들의 비판이다. 지난 번 이스라엘의 학살행위에 대한 오바마의 의미 있는 침묵에 대한 잔상도 있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댓글에 북한의 핵무장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도덕적 비난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댓글이 눈에 띄었다.

JenniferBedingfield April 5th, 2009 3:05 pm
그나저나 북한 사람들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핵무장을 하려고 고집하는거야?
What exactly do the people of North Korea stand to gain by being nuclear armed anyway?

The Doctor April 5th, 2009 3:36 pm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 사람들이 핵무기가 있었더라면 그들이 얻었을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렴.
Ask the people of Palestine or Iraq what they had to gain if they had nuclear weapons.

나는 핵은 “무조건” 없어야 한다는 반대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인접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반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이트에서 노는 “진보”미국인들은 그렇게까지는 몸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또는 그들은 적어도 하와이나 알래스카에 살지는 않는 것 같다). 어쨌든 나 역시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때로 눈에 보이는 흉기보다도 위험한 것은 권력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기기만과 이중기준일 것이다.

보너스로 재미있는 댓글 두 개 더 소개한다.

Humbaba April 5th, 2009 9:21 pm
오바마가 북한을 벌주라고 요청했다.. 월스트리트 은행가들도 제출하지?
Obama Asks Security Council to Punish N. Korea . . . maybe send in the Wall Street Bankers?

jeremykush April 5th, 2009 6:07 pm
이번이 오바마가 뭔가 하겠다고 말해놓고 마침내 실천할 수 있는 기회다! 아메리카 만세!
THis is Obama’s chance to finally do something that he says he is going to do! Huuray America!!

이중기준의 모범사례

너덜너덜한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통과한 날 또 하나의 중요한 협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상원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핵협정을 86대 13의 투표로 승인했다. 부시는 이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해 했다. 그는

“이 조약의 합법적인 승인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지구적인 핵 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환경을 보호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도가 책임있는 자세 속에서 그들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The legislation approving the accord will strengthen our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efforts, protect the environment, create jobs and assist India in meeting its growing energy needs in a responsible manner.”

라고 말했다고 한다.(출처) 좀 낯간지럽다.

부시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미상원외교위원회 소속이자 코네티컷의 민주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도드 Christopher Dodd 는

“이를 통해 미국과 인도는 우리 두 거대한 민주주의 간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This bill enables the United States and India to chart a new course in relations between our two great democracies,”

라고 말했다 한다.(출처) 왠지 더 뻔뻔하다. 부시가 좀 더 솔직한 듯 하다.

여하튼 이로써 인도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NPT)에 서명도 하지 않고 지난 34년 동안 금지되어 왔던 비군사용 핵기술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조치로 인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군사용 핵지대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앞서의 멍청이들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도의 핵시장 허용을 통해 미국의 관련기업은 수천 명의 하이테크 고용, 핵기술의 판매수입 등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국제사회의 미덕이다.

그런데 이미 인도는 큰 형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던가?

1998년 현재(자료 출처)

핵무기 비확산 조약 (NPT)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복수응답 가능)
( surveys)

영변 냉각탑의 폭파는 20세기형 냉전의 폭파?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그동안 한국전쟁 이후의 북미관계의 미묘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었다. 그런데 그 조형물이 이제 북한의 핵신고에 즈음하여 폭파되었다고 한다. 이 이벤트를 계기로 하여 북미관계, 나아가 동북아의 정치지리학 지형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The Bush administration’s policy towards North Korea – isolating it and threatening it with military force, in order to break up a potential realignment in Northeast Asia unfavorable to US strategic and commercial interests – is in shambles. With the US military absorbed by bloody and unpopular occupations of Iraq and Afghanistan, US geopolitical influence is receding, even as the region’s strategic importance grows rapidly.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 미국의 전략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저해할 북한과 동북아 사이의 잠재적인 재편성을 분쇄하기 위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것 –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피를 부르지만 인기 없는 점령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지리학적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North Korea makes initial nuclear disarmament gestures, 28 June 2008, Wold Socialist Web Site)

World Socialist Web Site 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미 미국의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입지는 그 중요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눈에 띠게 약화되어 왔다. 특히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이(주1) 동북아에 와서는 바로 그 골치 아픈 북한 때문에 아작 나고 있다는 상황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는 굴욕적인 상황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부시 행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의 대북정책은 ‘없었다’. 한국에 방영될 광고를 찍은 맥라이언이 TV쇼에 나와서 어느 나라 광고를 찍었는지 기억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섹시한 장관으로까지 거론된 도널드 럼즈펠드는 취임 당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북한 뿐 아니라 한반도 자체가 존재감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러던 것이 대중국 전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다음에야, 그리고 중동을 기어코 쳐들어가야겠다는 부시의 의지가 단순히 석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우기기 위해 “악의 축”에 서둘러 북한을 추가시키고 나서야 북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리고 설설 길 것으로 알았던 북한이 핵무기가 있다고 개꼬장을 부릴 때쯤 북한은 가장 댄디한 007 피어스 브론스난의 상대가 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은 양국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여타 동북아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에게도 그렇지만 미국 역시 굴욕의 시대였다. 정말 가진 것 달랑 방울 두 쪽인 나라에게 온갖 험한 소리 다 듣고 6자 회담에서 중국한테 형님 자리 뺏기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되는 것도 하나 없던 부시 행정부의 지난 8년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제 겨우 자신들의 압력이 아닌 북한의 의지로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여 겨우 제대하는 부시 병장의 추억록에 넣을 사진하나 얻었으니 이런 개쪽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북한으로서도 여태 개기고 있어서 득이 된 것은 없다. 그 기간 동안 본인이야 억울할지 몰라도 적어도 서방에게는 ‘자기 몸 난도질 하는 부랑자 국가’로 인식되었고 내부적으로는 거의 재앙적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데 경제적으로는 현재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가 사실상 다분히 상징적일 뿐 그 효과는 장기적이고, 정치적으로도 부시가 물러나고 설령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미국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든 공화당이 정권을 잡든 대외정책이나 경제정책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그러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미국이 어느 한 정파의 이해에 따라 정책을 시험해볼 국력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어가고 있고 유가는 치솟아 국민들이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중동에 박아놓은 미군을 철수시키면 본전생각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뻔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지들이 여유가 있어야 북한도 눈에 들어오고 도와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북미관계는 한동안 정체상태, 즉 부시의 유산이 한동안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북미관계는 북미관계 그 자체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중미관계, 더 나아가 미국과 동북아와의 관계의 틀 안에서 해석될 것이다. 그런데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남한과 일본은 지금 중국의 가장 긴밀한 무역 파트너다. 이를 이제 와서 과거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경제적으로 얽혀있다. 곤돌리자 라이스가 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군사문제는 또한 경제문제이기도 하다.

점점 더 패권을 잃어가는 미국, 21세기 신흥강국으로 부상할 중국과 러시아,…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핵포기 의지는 어쩌면 미국과의 화해 제스처를 위해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북한은 이미 21세기의 새로운 정치지형도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이 상황에서 가장 개념 없는 정부가 8년 전의 부시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아예 대북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식물정부 이명박 정부라는 사실이다.

(주1) 21세기 군사강국으로 성장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정책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황을 보고 싶으면 세계지도를 펴놓고 중국을 둘러싼 인접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확대정도를 가늠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