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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 표피만 건드리는 보수언론들

북한의 핵장난질을 바라보는 보수언론의 기사들을 읽으면 왠지 즐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난도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못한 ‘통석의 념’ 성의 기사들은 재빨리 북한핵 관련 기사들로 대체되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행동에 관련하여 그들의 정치적 의도, 지역정치학적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고찰하려는 시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북한의 호전성을 드러내는 이미지 및 사실관계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만을 대변하고 있다.

사건의 표피만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실적으로 – 사실은 이미지 조작의 차원에서 – 묘사해 사건의 본질 자체를 들여다보기 싫게 만드는 고전적인 접근법이 이번 사태에서도 예외 없이 작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저 그들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격적인 발언에만 초점을 맞추어 국지전을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책이 마련되는지,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묘사하고 있어, 이건 마치 국지전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래는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Common Dreams 의 북한 관련 기사에 독자가 올린 글의 일부다. ‘이 글이 편향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적어도 이 독자는 북한핵에 대한 시각을 단순히 북한의 호전적인 허풍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NPT체제의 큰 틀 안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글에서 보듯이 북한의 ‘패악질’에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미국의 거대매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거대매체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틀 속에 끼워 넣었는지를 보면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평양이 세계평화에 위협적인 세력이라고 반복해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UN 고위관리가 많은 나라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그들의 핵무기를 대폭 증대할 것이라고 경구했을 때에는 그저 신문 뒷면의 1단 칼럼에나 실릴 정도의 무관심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핵확산은 모든 나라의 인민에게 큰 위협이다. 그리고 미국은 NPT가 요구하는 진지한 무장해제를 계속 거절하면서 이러한 종류의 세계의 선도에 나섬으로써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얼마나 많은 거대매체들이 북한에 관해 주전론적인 레토릭을 읊어대건 간에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그래왔던 것의 훨씬 더 큰 정도로 세계평화에의 위협이다.
It’s interesting how the corporate media frames the story of North Korea’s testing nukes. The story is run over and over and Pyongyang is depicted as a menacing threat to world peace. But when there is a story from a top UN official warning that the number of nations with nuclear weapons could increase significantly in the near future, the story is reported with nonchalance, as though relegated to a one-inch column on the back page. Yet nuclear proliferation is a big threat to people everywhere. And the US is directly responsible for leading the way to this kind of a world, by its continued refusal to seriously pursue disarmament, as the NPT mandates. No matter how much the corporate media intones the jingoistic rhetoric about North Korea, the US is still a far bigger threat to world peace than North Korea will ever be. [출처]

오바마 행정부의 바람직한 외교정책

바이든이 연설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의 또 다른 멤버가 뉴욕의 UN에 인상적으로 등장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갓뮬러 Rose Gottemoeller 였다. 그녀는 잘 알려진 이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갓뮬러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 미국무부 부국장(assistant secretary)는 핵무기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현재 러시와의 군축협상을 이끌고 있고 핵확산방지조약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UN에서의 연설에서 갓뮬러는 NPT에 가입하기 위한 통상의 핵무기 보유국의 숫자를 언급하였다. “NPT에 대한 범세계적인 준수는 인도를 비롯하여 이스라엘,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다.” 그녀의 말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는 점 한가지는 사실상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한 터부를 하나 깼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이전에는 절대 이스라엘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다. 미행정부의 모든 이들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핵병기고를 외면해왔다. 그것은 1960년대 말 처음 생산되었고 그 이후 현대화되고 확장되어왔다.[Obama’s New Middle East Diplomacy]

해리 트루먼이 행정부 주요장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건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마침내 예루살렘에 시오니즘 국가가 탄생한 이래, 미국은 이스라엘과 단순한 우방을 뛰어넘는, 소위 맹방(盟邦)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70년대 OPEC가 석유의 무기화를 통해 유가를 몇 배로 올리며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을 협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서구, 특히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아오던 국가였다.

하지만 이제 ‘후세인’이 미들네임인 한 흑인 대통령에 의해 그 맹목적인 애정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분명 오바마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 지난번 그 역시도 이스라엘의 학살극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인용문에서 보듯이 그의 외교정책은 이전의 금기를 깬 첫 사례로 남게 되었다. 바로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슈피겔의 나머지 기사를 읽어보면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오바마는 아랍권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중동 지도자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 역사학자마저 그의 정책을 “순진하고 위험(naive and potentially dangerous)”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미국의 외교정책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골치 아픈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었다면 애초 맹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는 “불순하고 더러운” 발상이었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의 보상차원에서 – 더 거슬러 올라가 유태 방랑민족의 한풀이 차원에서 – 유태국가를 설립하게 된 취지에는 정당성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것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원주민에 대한 잔인한 박해를 통해서만이 존립 가능한 ‘피해자의 가해자화(化)’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정당성은 빠른 속도로 마모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방법은 오바마 식으로 모든 국가들의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명정대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의 핵에 대한 편의적 무시는 곧 이란이 그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고, 이것이 국제 핵시장 형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트루먼 시절의 한 장관이 시오니즘을 도대체 이해 못하겠다며 차라리 유태국가를 세우려면 브라질 어디쯤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기에 – 그리고 이제 옮기려면 너무 멀기에 – 그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제는 상호공존에 대한 상식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중기준의 모범사례

너덜너덜한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통과한 날 또 하나의 중요한 협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상원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핵협정을 86대 13의 투표로 승인했다. 부시는 이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해 했다. 그는

“이 조약의 합법적인 승인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지구적인 핵 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환경을 보호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도가 책임있는 자세 속에서 그들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The legislation approving the accord will strengthen our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efforts, protect the environment, create jobs and assist India in meeting its growing energy needs in a responsible manner.”

라고 말했다고 한다.(출처) 좀 낯간지럽다.

부시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미상원외교위원회 소속이자 코네티컷의 민주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도드 Christopher Dodd 는

“이를 통해 미국과 인도는 우리 두 거대한 민주주의 간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This bill enables the United States and India to chart a new course in relations between our two great democracies,”

라고 말했다 한다.(출처) 왠지 더 뻔뻔하다. 부시가 좀 더 솔직한 듯 하다.

여하튼 이로써 인도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NPT)에 서명도 하지 않고 지난 34년 동안 금지되어 왔던 비군사용 핵기술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조치로 인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군사용 핵지대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앞서의 멍청이들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도의 핵시장 허용을 통해 미국의 관련기업은 수천 명의 하이테크 고용, 핵기술의 판매수입 등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국제사회의 미덕이다.

그런데 이미 인도는 큰 형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던가?

1998년 현재(자료 출처)

핵무기 비확산 조약 (NPT)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복수응답 가능)
( surve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