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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컬럼]트럼프는 북한을 위협하는 대신 이것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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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elury는 서울에 있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부교수다.

시리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공격은 좌우 양측으로부터 환호를 불러일으켰고, 몇몇 열광자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에 관한 논쟁을 촉발하게끔 했다. 한국에 대한 행정부의 대다수 레토릭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비교는 매우 위험한 오해다. 타격을 하면 북한이 반드시 더 강하게 보복할 것이다. “외과적” 공습으로 그들의 능력을 – 핵 또는 다른 것들 –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 프로그램을 저지하려는 그 어떠한 무력의 사용도 전쟁을 촉발할 수 있고, 이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미국 우선의 시대이니 우리는 북한의 포나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인 서울에 사는 1천만 명에게 닥칠 죽음과 파괴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곳의 기지들에 있는 군인과 그들의 가족을 포함하여 남한에 거주하는 약 14만 명의 미국 시민과 이웃 일본에 있는 추가적인 시민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또는 남한의 미국과의 1,450억 달러의 상호무역을 포함한 다른 세계와 얽힌 1조 4천억 달러의 경제는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이 아시아에서 가장 복잡한 공항인 인천 국제공항이나 세계 6위 규모의 컨테이너 항구인 부산에 쏟아지는 것은 신경 쓰고 있는 것인가? 중국의 관문에 대화재가 발생하거나 일본이 휩쓸려 들었을 때 세계 경제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가?

분명히 미국의 대중과 정당을 초월한 의회는 이러한 비용들이 감내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행정부에 존재하는 많은 분별력 있는 전략가와 정책결정자를 고려할 때 군사적 악담은 허세라 결론내리는 것이 이성적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것들은 현실적으로 임박한 질문, ‘직접 대화나 개입으로 나아갈 외교적 옵션을 선택하기보다 중국의 경제제재를 통한 경제적 압력에 직면해 그들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동을 함에 따라 경제제재와 압력에 돈을 투자했다. 불행하게도 북한은 이란과 같은 정상적인 무역국처럼 호주머니 사정이 막바지에 몰리지 않았다. 북한 사람들은 이미 국제 경제로부터 진작 고립되었고 국제사회와 절연되어 왔기 때문에 고립이 심화되어도 그들의 셈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정은에게 있어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그가 북한의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고, 그의 내부 정책들은 이미 완만한 성장세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관심사항은 정권의 생존과 국가 안보이며, 그는 이를 위해 핵 억지력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다(슬프게도 합리적인 추론이다). 8년간의 경제제재와 압력은 – 김정일의 죽음 직전의 짧은 외교적 시기를 빼고는 – 평양이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깨닫게 하거나 북한이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무기고를 확장하는 것을 방지케 하는데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식의 접근 방법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말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고 싶다면, 그것은 대중을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이 김을 무릎 꿇리는 것을 헛되이 기다리며, 무모한 전쟁의 위협으로 시야를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보다 신중한 조치는 핵분열 물질 생산 사이클의 동결, 국제핵에너지기구 감독으로의 복귀, 그리고 핵 실험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위성 발사를 포함한)에 관한 유예에 관해 협의하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대신에 미국은 최소한 남한과의 연합 군사 훈련의 연기와 같은 당면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김은 어쩌면 그 훈련 규모의 축소와 같은 더 덜한 요구에도 응할지 모른다. 또는 그는 어쩌면 다른 종류의 거래에 – 예를 들어 1953년의 정전협상을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한 여하한의 종류의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대화의 시작 – 응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옵션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테이블에 다가서는 것이다. 2개월간의 대규모 훈련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이 그러한 일을 벌일 좋은 타임이다.

동결은 근원적인 역학을 바꾸고 각 당사자가 문제의 근본이라 여기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첫 걸음일 뿐이다. 우리는 김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대화를 시작할 때까지 그것을 얻기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권력을 잡은 이후 그의 야망이 핵 억지력 이상으로 나아가 진정 경제개발로 가고자 한다는 강한 신호가 존재한다. 전쟁 위협이나 경제제재의 심화보다는 동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취하고 있는 경로로 – 권력에서 번영으로 – 김을 살짝 찔러 넣어주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방법일 것이다. 만약 김이 북한의 개발 독재자가 되고 싶다면 미국의 최선의 장기 전략은 그가 그렇게 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가 그러한 과정의 첫 단계에서 핵 억지력을 포기할 것이라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궁극적으로 그가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는 채널을 다시 열고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능력이 현재 있는 곳에 머무르게 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 뛰어오르기 위한 시점이다. 그래서 미국은 서울의 새 정부 및 다른 이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북한을 지역적 안정과 번영에 녹아들게 만들 장기 전략을 지원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김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절대 줄이지 않을 것이고, 경제제재는 북한 대중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압박은 그곳에서의 인권침해를 개선하는데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대중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게 하여 나라를 차츰 차츰 개방하게 돕는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군사적 공격을 위협하고 긴장을 높이게 되면, 미국은 북한 체제의 최악의 추세로 가도록 도울 뿐인 것이다. 김의 핵에 대한 야망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북한의 능력은 높아질 뿐이다. 코스를 반대로 바꿀 때다.

이성적인 문명은 [ ]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은 특정한 기술적 발전 단계에 도달한 지능을 가진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핵에너지를 발견했을 거라는 확신입니다. [중략] 그 문명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 일 없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냈나, 아니면 그 문명은 스스로 절멸됐나? 핵에너지를 발견한 후로 1000년을 존재해온 문명이라는 어느 문명이건 핵폭탄을 통제할 수단을 고안해냈을 거라고 짐작해요. 이 사실은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한 특정 가이드라인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엄청나게 큰 안도감을 줄 수 있습니다.[스탠리 큐브릭 장르의 재발명, 진 D. 필립스 엮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2014년, p101]

스탠리 큐브릭이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에 관한 인터뷰에서 외계문명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 그 근거로 든 사례다. 문명의 발전단계에서 필연적으로 발견될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아냈는지 아닌지가 그 문명이 이성적인 존재인지 아닌지의 기준점이 된다는 의견으로 여겨진다. 스스로 냉전 당시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핵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로 만들기도 했던 이인지라, 외계문명의 지적 수준에 대해서 이런 잣대를 갖는 것이 그답다는1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과연 2016년 현재의 지구 문명은 큐브릭의 기준에서 볼 때 스스로 안도감을 가질만한 문명일까? “냉전(冷戰)”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던 미-쏘 열강의 전선이 사라질 즈음, 인류는 다행히도 큰 격변 없이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이 어느 정도 유지한 것 같다. 하지만 지구적 관점에서, 특히 동북아 관점에서 핵에 대한 신경쇠약증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도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등이 그 예다. 전자는 국지적 냉전의 결과고, 후자는 “평화적” 핵이용에 대한 기술과 제도가 실패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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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es Levy from one of the B-29 Superfortresses used in the attack. – http://www.archives.gov/research/military/ww2/photos/images/ww2-163.jpg National Archives image (208-N-43888),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6719

경수로 지원 사업에 관한 북미 간의 갈등에서 본격화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형식적으로는 국지적인 규모에서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양상을 띠고 있다.(또는 적어도 각 이해당사자가 그런 식으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동북아의 정치상황은 적어도 큐브릭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야무진 핵의 평화적 용례라고 여겨졌던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이후 – 원인이 소유형태든 일본식 문화든 간에 – 부조리한 사태처리로 말미암아 핵의 평화적 이용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을 일게 만들고 있다.

결국 큐브릭이 상정한 이상적인 핵개발의 상황은 핵을 전쟁수단으로 삼는 상황을 통제내지는 절멸시키고 평화적으로 안전하게 이용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준에서 볼 때 현재의 상황은 그런 희망사항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서구열강은 비대칭적인 핵무기 보유상황을 상수로 인정하라 강요하고 이에 몇몇 “불량”국가는 사실상의 재래식 전력인 핵을 공포의 균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미개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로 핵의 평화적 이용의 기술적 발전이 미흡함을 깨달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등 대체수단의 정착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큐브릭은 같은 인터뷰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냉소적인 영화가 결코 아니라면서 “미친 짓을 알아본다는 게 그걸 찬양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걸 치유할 가능성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거나 무익하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2016년 핵을 둘러싼 동북아의 상황도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처럼 완전 미쳐 돌아가는 상황은 아닐지라도 –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대립구도를 어느 한쪽이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나머지는 지극히 이성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것도 유익하지 않다. 미친 짓 속에서도 일정 정도의 합리적 맥락을 알아본다는 게 그걸 찬양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또는 그 시대의 지식인답다는?

북한이 비이성적이라면 나머지 세계는?

어떠한 생산적인 정상화나 탈핵화에 관한 대화도 영영 불가능한 정권이라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전에, 기록을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1994년 북한과의 미·북한 핵동결 협약에 서명했다.(나는 호주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그 과정에 개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핵반응로의 건설과 약속한 중유의 공급을 지연시켰는데, 부분적으로는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 재설정된 외교적 궤도는 2002년 조지 W. 부쉬의 “악의 축” 발언으로 중단되었다. 2005년 잠재적인 새로운 협상이 미국무부를 통해 논의되었을 때, 미재무부 관리들은 세계 각국의 은행들에게 여하한의 북한 기관과의 계약도 수행하지 말라고 경고함으로써 창문을 거세게 닫아버렸다. 북한과의 화해를 희망하는 10여년에 걸친 지속적인 희망을 위한 “햇볕 정책”은 2008년 남한에서 이명박이 당선으로 갑작스레 중단되었다. 북한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불편하며, 무책임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에 대해 모든 비난을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완전히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Keeping Calm on North Korea]

호주의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Gareth Evans의 글 중 일부다. 제목처럼 차분한 논조로 북한의 핵실험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관련국들의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의 행동은 지극히 도발적이고 무모한 시도이지만, 필자의 주장처럼 이를 완전하게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때 그들의 행동을 “벼랑끝 전술”이라고 이름 붙여 국제사회의 깡패로 낙인을 찍었지만, 국제사회 역시 – 특히 정권이 다른 당으로 바뀐 미국과 남한 – 이전의 약속의 이행을 지연시키거나 뒤집는 등 “비이성적”으로 행동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게 외세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여 주입시키기에 좋은 여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당초 북한이 원자로를 만들 때부터의 의도는 분명 핵무기 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 이후 국제사회는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들은 미국과 남한의 정권교체와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오판 때문에 놓쳐버린 셈이다. 강경조치로 얻은 것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의 발달과 주민의 주린 배밖에 없다.

한편, 핵실험을 있던 날 해프닝이 있었는데, 주요 포털의 검색어 차트에 ‘핵실험’보다 ‘이니스프리’가 더 높은 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그 회사가 할인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일부 뜻있는(!) 이들은 “낮은 안보의식”을 개탄하였다. 나는 그렇다면 안보의식 없이 돈독에 오른 주식시장도 비난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실천에 옮겼다.

3년 전에 쓴 관련글 :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단상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단상

여태 투표를 하면서 거대 양당 중 한 명을 찍은 것은 단 한번뿐이다. 그의 이름은 노무현이었다. 이른바 사표론(死票論)을 혐오하는 바, 그에 동조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당시 남북간 관계가 살얼음을 걷던 상황에서 이회창 씨의 대북관이 심히 우려스러웠기에 나름으로는 차악(次惡)을 선택한 것이었다. 어쨌든 노무현 前 대통령은 적어도 대북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나의 기대치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그런 개인사에 비추어볼 때 현재의 정국은 매우 묘하다. 처음으로 선택한 보수 정치가가 물러난 지 일 년여 만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와 그의 전임자가 천신만고 끝에 이루어놓은 남북 해빙 무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고, 그 자리엔 핵실험과 그에 따른 주전론이 횡행하고 있다. 살아있어야 할 것은 스러지고, 죽어야 할 것은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 뒤적거린 동아일보는 당연하게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익적 대응방안’에 초점 맞추고 있다. 북한이 핵공격을 해올 경우 우리나라가 핵우산 안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 ‘통일’연구원에 적을 두고 있는 자가 핵우산은 충분치 않다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는 습관성 발작이라 진단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남북문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둘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동북아는 중국과 일본 – 그 뒤에 버티고 있는 미국 – 이라는 두 거대한, 독자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이 부닥치는 곳이고, 남북한은 그 완충지역인 셈이다. 노무현 씨가 이라크 파병을 강행했고 난 격렬히 저항했지만 적어도 그의 현실정치에 있어서의 고충은 이런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미FTA를 한미동맹의 강화의 수단으로 간주한다는 증거는 – 참여정부도 그러한 관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사실 미국은 남한을 ‘동맹’의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 있어 남한, 더 큰 개념에서 한반도는 미일 동맹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는 주체, 중국 영향력의 확대저지선 정도의 역할일 뿐이다.

한 예로 지미 카터의 안보담당보좌관이기도 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주한미군이 일본에 더 많은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고도 미일동맹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의 저서에 적은 바도 있다. 남한은 그만큼 찬밥이다. ‘자본주의’로 전향한 중국과 러시아도 형식적으로는 형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을 푸대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동맹국과 체제라도 같은 남한이 부러울 판이다.

진실이야 어떻든 북한은 그간의 다자간 대화에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다 경제도 파산지경인 상황이고 남한과 미국의 우호적 태도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남은 카드는 자연스럽게도 군사적 옵션이다. 가장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적들에게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핵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겨누고 있는 것은 이전에도 계속 그래왔듯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이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 대화는 언제나 상호간의 오해와 양측의 극우주의자들의 도발, 더 나아가서는 과연 주변 강대국들이 동북아에서의 종전(終戰)을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모호함으로 인해 더딘 진행을 보이거나, 심지어는 이번과 같이 흐름이 역류되기도 한다. 지난 반세기를 증오의 세월로 보내왔으면서 십년 동안의 해빙무드를 견디지 못하고 ‘퍼주기’라고 저주하는 세력들이 주류인 이 사회에서 어쩌면 지난 십년은 사치스러웠던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북한핵, 표피만 건드리는 보수언론들

북한의 핵장난질을 바라보는 보수언론의 기사들을 읽으면 왠지 즐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난도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못한 ‘통석의 념’ 성의 기사들은 재빨리 북한핵 관련 기사들로 대체되었다. 그렇지만 북한의 행동에 관련하여 그들의 정치적 의도, 지역정치학적 상관관계를 진지하게 고찰하려는 시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북한의 호전성을 드러내는 이미지 및 사실관계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만을 대변하고 있다.

사건의 표피만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실적으로 – 사실은 이미지 조작의 차원에서 – 묘사해 사건의 본질 자체를 들여다보기 싫게 만드는 고전적인 접근법이 이번 사태에서도 예외 없이 작동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저 그들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격적인 발언에만 초점을 맞추어 국지전을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책이 마련되는지,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묘사하고 있어, 이건 마치 국지전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래는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Common Dreams 의 북한 관련 기사에 독자가 올린 글의 일부다. ‘이 글이 편향적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적어도 이 독자는 북한핵에 대한 시각을 단순히 북한의 호전적인 허풍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NPT체제의 큰 틀 안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글에서 보듯이 북한의 ‘패악질’에 난리법석을 떠는 것은 미국의 거대매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거대매체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틀 속에 끼워 넣었는지를 보면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평양이 세계평화에 위협적인 세력이라고 반복해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UN 고위관리가 많은 나라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그들의 핵무기를 대폭 증대할 것이라고 경구했을 때에는 그저 신문 뒷면의 1단 칼럼에나 실릴 정도의 무관심으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핵확산은 모든 나라의 인민에게 큰 위협이다. 그리고 미국은 NPT가 요구하는 진지한 무장해제를 계속 거절하면서 이러한 종류의 세계의 선도에 나섬으로써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얼마나 많은 거대매체들이 북한에 관해 주전론적인 레토릭을 읊어대건 간에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그래왔던 것의 훨씬 더 큰 정도로 세계평화에의 위협이다.
It’s interesting how the corporate media frames the story of North Korea’s testing nukes. The story is run over and over and Pyongyang is depicted as a menacing threat to world peace. But when there is a story from a top UN official warning that the number of nations with nuclear weapons could increase significantly in the near future, the story is reported with nonchalance, as though relegated to a one-inch column on the back page. Yet nuclear proliferation is a big threat to people everywhere. And the US is directly responsible for leading the way to this kind of a world, by its continued refusal to seriously pursue disarmament, as the NPT mandates. No matter how much the corporate media intones the jingoistic rhetoric about North Korea, the US is still a far bigger threat to world peace than North Korea will ever be. [출처]

“오바마 널 위해 폭탄을 준비했어”

슈피겔의 “Kim Jong Il Has Bombs for Barack”라는 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전혀 돌출행동이 아니며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식의 대화의 제스처라는 분석이다.[원문보기]

월요일에 있었던 평양의 폭탄시험은 정치적 공갈 차원의 시도인가?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외교적인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로부터의. 김정일은 약간의 존중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과의 만남을.

이를 통해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왕국은 나머지 세계와의 한판 승부로 좀더 나아갔다. UN 안보리의 비난과 더 강화된 경제 제재도 준비되어 있다. 김정일과 그의 장군들에게 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그들을 배신하고 매도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 관리들이 최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을 때 그들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중국은 UN 안보리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다.

사실 북한은 모두들 자신들을 속였다고 느끼고 있다. 평양이 작년에 핵 원자로를 쓰지 않기로 하고 심지어 냉각탑의 하나를 폭파해버리는 것까지 동의한 후에, 관리들은 그들의 상대들은 협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평양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갑자기 더 심도 깊은 조사를 주장하면서 단지 북한을 테러리즘 지원국 리스트에서만 마지못해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의 새 대통령 바락 오바마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 우호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는 많은 관리들이 남한의 “햇볕 정책”에 너무 급속하게 호의적이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보수적인 핵심간부들은 나라 전체에 넘쳐났던 민간 시장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는 북한군으로부터의 강경노선 세력들이 지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대립과 도발이 왕국을 지탱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 권력승계에 대한 불확실성, 허약한 경제, 지속적인 식량부족 등을 고려 할 때 북한의 내부 안정이 당연히 우려됩니다.” CIA의 새 우두머리 레온 파네타가 최근 한 말이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이와 같은 취약한 상황에서 왕국은 그들의 칼을 조금 흔들어야만 했다. 김정일이 지금 폭탄 발사를 선택한 것은 완전히 이치에 닿는 일이다. 김은 더 이상 예측불가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그들의 적의 허를 찌르기 위해 냉정하게 계산된 것이다.

김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피스메이커, 영원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계속 폭탄을 요리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바람직한 외교정책

바이든이 연설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의 또 다른 멤버가 뉴욕의 UN에 인상적으로 등장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갓뮬러 Rose Gottemoeller 였다. 그녀는 잘 알려진 이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갓뮬러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 미국무부 부국장(assistant secretary)는 핵무기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현재 러시와의 군축협상을 이끌고 있고 핵확산방지조약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UN에서의 연설에서 갓뮬러는 NPT에 가입하기 위한 통상의 핵무기 보유국의 숫자를 언급하였다. “NPT에 대한 범세계적인 준수는 인도를 비롯하여 이스라엘,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다.” 그녀의 말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는 점 한가지는 사실상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한 터부를 하나 깼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이전에는 절대 이스라엘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다. 미행정부의 모든 이들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핵병기고를 외면해왔다. 그것은 1960년대 말 처음 생산되었고 그 이후 현대화되고 확장되어왔다.[Obama’s New Middle East Diplomacy]

해리 트루먼이 행정부 주요장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건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마침내 예루살렘에 시오니즘 국가가 탄생한 이래, 미국은 이스라엘과 단순한 우방을 뛰어넘는, 소위 맹방(盟邦)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70년대 OPEC가 석유의 무기화를 통해 유가를 몇 배로 올리며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을 협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서구, 특히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아오던 국가였다.

하지만 이제 ‘후세인’이 미들네임인 한 흑인 대통령에 의해 그 맹목적인 애정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분명 오바마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 지난번 그 역시도 이스라엘의 학살극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인용문에서 보듯이 그의 외교정책은 이전의 금기를 깬 첫 사례로 남게 되었다. 바로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슈피겔의 나머지 기사를 읽어보면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오바마는 아랍권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중동 지도자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 역사학자마저 그의 정책을 “순진하고 위험(naive and potentially dangerous)”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미국의 외교정책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골치 아픈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었다면 애초 맹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는 “불순하고 더러운” 발상이었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의 보상차원에서 – 더 거슬러 올라가 유태 방랑민족의 한풀이 차원에서 – 유태국가를 설립하게 된 취지에는 정당성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것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원주민에 대한 잔인한 박해를 통해서만이 존립 가능한 ‘피해자의 가해자화(化)’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정당성은 빠른 속도로 마모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방법은 오바마 식으로 모든 국가들의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명정대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의 핵에 대한 편의적 무시는 곧 이란이 그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고, 이것이 국제 핵시장 형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트루먼 시절의 한 장관이 시오니즘을 도대체 이해 못하겠다며 차라리 유태국가를 세우려면 브라질 어디쯤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기에 – 그리고 이제 옮기려면 너무 멀기에 – 그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제는 상호공존에 대한 상식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미국의 이중기준

petrkrop April 5th, 2009 12:27 pm
이해가 안 되네. 이스라엘은 200개의 (“불법적이기도 한”) 핵무기 위에 앉아 있는 와중에 왜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이 국제적 위기라는 것인가?
미국이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행동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바마 씨는 이야기하길 그는 강력한 안보리의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강력한 국제적 대응을 하여야 할 시간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안보와 존경을 향한 길이 결코 위협과 불법적인 무기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정말로? 그게 이스라엘과 미국이 성공적으로 다져왔던 길이다. 북한이라고 뭐가 다른가?
I just don’t get it. Why is it an international crisis for N. Korea to develop a missile, and nuclear weapons, while Israel sits on more than 200 (also “illegal”) nuclear weapons?
China will protect N. Korea from action by the U.N. Security Council, just as the U.S. has protected Israel for decades.
“Nonetheless, Mr. Obama said he would push for strong Security Council action. “Now is the time for a strong international response, and North Korea must know that the path to security and respect will never come through threats and illegal weapons.”
Really? That is the path that Israel and the U.S. have taken so successfully. What makes N. Korea different?

미국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가 Common Dreams 다. 물론 World Socialist Web Site와 같은 더 강경한 사이트도 있지만 Common Dreams가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활발한 댓글로 대화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에 더 좋은 곳이다.

오바마가 안보리에 북한을 벌주라고 요청하다(Obama Asks Security Council to Punish N. Korea)”라는 기사에 대한 한 네티즌의 글이다. 이 글에서도 잘 나와 있듯이 댓글들 대부분은 미국의 ‘이중기준(double standard)’를 나무라고 있다. 즉 미국 스스로, 그리고 그들의 맹방 이스라엘의 행동과 여타 국가들의 행동 – 특히 부시가 불량국가들이라 칭한 나라들 –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들의 비판이다. 지난 번 이스라엘의 학살행위에 대한 오바마의 의미 있는 침묵에 대한 잔상도 있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댓글에 북한의 핵무장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도덕적 비난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댓글이 눈에 띄었다.

JenniferBedingfield April 5th, 2009 3:05 pm
그나저나 북한 사람들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핵무장을 하려고 고집하는거야?
What exactly do the people of North Korea stand to gain by being nuclear armed anyway?

The Doctor April 5th, 2009 3:36 pm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 사람들이 핵무기가 있었더라면 그들이 얻었을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렴.
Ask the people of Palestine or Iraq what they had to gain if they had nuclear weapons.

나는 핵은 “무조건” 없어야 한다는 반대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인접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반대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이트에서 노는 “진보”미국인들은 그렇게까지는 몸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또는 그들은 적어도 하와이나 알래스카에 살지는 않는 것 같다). 어쨌든 나 역시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때로 눈에 보이는 흉기보다도 위험한 것은 권력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기기만과 이중기준일 것이다.

보너스로 재미있는 댓글 두 개 더 소개한다.

Humbaba April 5th, 2009 9:21 pm
오바마가 북한을 벌주라고 요청했다.. 월스트리트 은행가들도 제출하지?
Obama Asks Security Council to Punish N. Korea . . . maybe send in the Wall Street Bankers?

jeremykush April 5th, 2009 6:07 pm
이번이 오바마가 뭔가 하겠다고 말해놓고 마침내 실천할 수 있는 기회다! 아메리카 만세!
THis is Obama’s chance to finally do something that he says he is going to do! Huuray America!!

이중기준의 모범사례

너덜너덜한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통과한 날 또 하나의 중요한 협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상원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핵협정을 86대 13의 투표로 승인했다. 부시는 이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해 했다. 그는

“이 조약의 합법적인 승인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지구적인 핵 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환경을 보호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도가 책임있는 자세 속에서 그들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The legislation approving the accord will strengthen our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efforts, protect the environment, create jobs and assist India in meeting its growing energy needs in a responsible manner.”

라고 말했다고 한다.(출처) 좀 낯간지럽다.

부시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미상원외교위원회 소속이자 코네티컷의 민주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도드 Christopher Dodd 는

“이를 통해 미국과 인도는 우리 두 거대한 민주주의 간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This bill enables the United States and India to chart a new course in relations between our two great democracies,”

라고 말했다 한다.(출처) 왠지 더 뻔뻔하다. 부시가 좀 더 솔직한 듯 하다.

여하튼 이로써 인도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NPT)에 서명도 하지 않고 지난 34년 동안 금지되어 왔던 비군사용 핵기술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조치로 인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군사용 핵지대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앞서의 멍청이들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도의 핵시장 허용을 통해 미국의 관련기업은 수천 명의 하이테크 고용, 핵기술의 판매수입 등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국제사회의 미덕이다.

그런데 이미 인도는 큰 형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던가?

1998년 현재(자료 출처)

핵무기 비확산 조약 (NPT)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복수응답 가능)
( surveys)

영변 냉각탑의 폭파는 20세기형 냉전의 폭파?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그동안 한국전쟁 이후의 북미관계의 미묘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었다. 그런데 그 조형물이 이제 북한의 핵신고에 즈음하여 폭파되었다고 한다. 이 이벤트를 계기로 하여 북미관계, 나아가 동북아의 정치지리학 지형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The Bush administration’s policy towards North Korea – isolating it and threatening it with military force, in order to break up a potential realignment in Northeast Asia unfavorable to US strategic and commercial interests – is in shambles. With the US military absorbed by bloody and unpopular occupations of Iraq and Afghanistan, US geopolitical influence is receding, even as the region’s strategic importance grows rapidly.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 미국의 전략적이고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저해할 북한과 동북아 사이의 잠재적인 재편성을 분쇄하기 위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것 –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피를 부르지만 인기 없는 점령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이 빠르게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지리학적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다.(North Korea makes initial nuclear disarmament gestures, 28 June 2008, Wold Socialist Web Site)

World Socialist Web Site 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미 미국의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입지는 그 중요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눈에 띠게 약화되어 왔다. 특히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이(주1) 동북아에 와서는 바로 그 골치 아픈 북한 때문에 아작 나고 있다는 상황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없는 굴욕적인 상황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부시 행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의 대북정책은 ‘없었다’. 한국에 방영될 광고를 찍은 맥라이언이 TV쇼에 나와서 어느 나라 광고를 찍었는지 기억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섹시한 장관으로까지 거론된 도널드 럼즈펠드는 취임 당시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북한 뿐 아니라 한반도 자체가 존재감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러던 것이 대중국 전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다음에야, 그리고 중동을 기어코 쳐들어가야겠다는 부시의 의지가 단순히 석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우기기 위해 “악의 축”에 서둘러 북한을 추가시키고 나서야 북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리고 설설 길 것으로 알았던 북한이 핵무기가 있다고 개꼬장을 부릴 때쯤 북한은 가장 댄디한 007 피어스 브론스난의 상대가 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은 양국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여타 동북아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에게도 그렇지만 미국 역시 굴욕의 시대였다. 정말 가진 것 달랑 방울 두 쪽인 나라에게 온갖 험한 소리 다 듣고 6자 회담에서 중국한테 형님 자리 뺏기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되는 것도 하나 없던 부시 행정부의 지난 8년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이제 겨우 자신들의 압력이 아닌 북한의 의지로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여 겨우 제대하는 부시 병장의 추억록에 넣을 사진하나 얻었으니 이런 개쪽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북한으로서도 여태 개기고 있어서 득이 된 것은 없다. 그 기간 동안 본인이야 억울할지 몰라도 적어도 서방에게는 ‘자기 몸 난도질 하는 부랑자 국가’로 인식되었고 내부적으로는 거의 재앙적인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데 경제적으로는 현재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가 사실상 다분히 상징적일 뿐 그 효과는 장기적이고, 정치적으로도 부시가 물러나고 설령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미국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든 공화당이 정권을 잡든 대외정책이나 경제정책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그러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미국이 어느 한 정파의 이해에 따라 정책을 시험해볼 국력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어가고 있고 유가는 치솟아 국민들이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중동에 박아놓은 미군을 철수시키면 본전생각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뻔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지들이 여유가 있어야 북한도 눈에 들어오고 도와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북미관계는 한동안 정체상태, 즉 부시의 유산이 한동안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북미관계는 북미관계 그 자체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중미관계, 더 나아가 미국과 동북아와의 관계의 틀 안에서 해석될 것이다. 그런데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남한과 일본은 지금 중국의 가장 긴밀한 무역 파트너다. 이를 이제 와서 과거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경제적으로 얽혀있다. 곤돌리자 라이스가 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군사문제는 또한 경제문제이기도 하다.

점점 더 패권을 잃어가는 미국, 21세기 신흥강국으로 부상할 중국과 러시아,…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핵포기 의지는 어쩌면 미국과의 화해 제스처를 위해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북한은 이미 21세기의 새로운 정치지형도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이 상황에서 가장 개념 없는 정부가 8년 전의 부시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아예 대북정책이 존재하지 않는 식물정부 이명박 정부라는 사실이다.

(주1) 21세기 군사강국으로 성장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정책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황을 보고 싶으면 세계지도를 펴놓고 중국을 둘러싼 인접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확대정도를 가늠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