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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은행들의 부실자산 급증 상황에 대하여


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이 블로그에 2년 전에 위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래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를 보면 이런 우려가 벌써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내용이 있다. 즉, 경제침체에 직면한 인도정부는 인프라스트럭처를 포함한 다섯 개 부문에 국영은행을 동원하여 대출을 집중하였다. 이런 대출방식은 주로 PPP 등을 활용한 기업대출 방식이었을 것이다. 즉, 인도 정부는 이런 시장조성에 민영화 – 정확하게는 시장화 – 방식을 선호하였고 국제 금융기관이 아닌 손쉬운 국내 국영은행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은행들의 부실대출은 대개 인프라스트럭처와 산업개발에 집중된 2008년에서 2010년까지의 방만한 기업대출의 유산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기침체의 효과가 인도에도 미치면서 성장은 지체되고 업계의 대형 계획도 어려움을 겪었다. [중략] 이 나라의 중앙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광산, 철강 생산, 섬유, 인프라스트럭처, 그리고 항공 등 다섯 개 부문은 인도의 전체 은행 대출의 4분의 1에 달하고 부실 자산의 2분의 1에 달한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은행 자산의 70%를 들고 있는 국영은행들은 2014년 현재 전체 부실 대출의 거의 90%를 들고 있어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기업들이다. [중략] 대출 사태의 중심에 있는 대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가 건설한 이들에게 대출을 제대로 되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일단 운영에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어요. 난 그런 논리가 의문스럽습니다.” 피치 레이팅스의 인도 계열사인 인디아 레이팅스의 임원인 Ananda Bhoumik의 말이다.[Bad Loans Impede India’s Economic Growth]

어느 나라나 경제가 어려우면 인위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선호한다. 내 글에 언급했던 중국이 그러했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MB정부가 그러했다. 다만 두 정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예산을 활용한 재정지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1 2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인도 정부는 PPP방식 등 인프라스트럭처의 시장화로 투자를 주도하였고 불과 5년이 흐른 지금 이들 대출은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 주도의 양적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이 부작용을 빚은 전형적 사례다.

사실 모든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그렇게 빨리 부실화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인프라스트럭처의 시장화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자 과정에서 다양한 주체가 자산실사와 사업타당성 분석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보다 엄밀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방식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인도에서의 그 과정은 주된 시장참여자가 국내 국영은행이었다는 점에서 부조리한 관치의 냄새가 난다. 결국 인도의 시장화는 시장화의 장점도 살리지 못한 채 금융권만 부실화시키는 이중의 패착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그러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인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위험하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관련 뉴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는 2003~2008년의 호황기의 반절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0%로 고정되어 있다. [중략] 외국자본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 역시 높은 상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말 GDP의 7% 정도 까지 치솟았다. 금년엔 4~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말이다.[Why India is particularly vulnerable to the turbulence rattling emerging markets]

서양의 주요한 경제지에는 최근에 연일 인도 관련 소식이 주요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원인을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 이에 따른 美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 가능성, 그리고 연쇄적인 서구자본의 인도에서의 자금회수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및 주변국들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트레이드”의 주된 통화는 한동안 일본의 엔貨였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일본 당국의 해법과 비슷한 저금리 기조와 통화팽창으로 대응하자 美달러가 새로운 캐리트레이드의 통화가 되었다. 결국 신용위기의 발단이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사태가 지구적인 범위에서 확대된 셈이고 인도가 그 주요 대상국이었다.

값싼 통화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는 기발하다고 할 것도 없는 투자기법인데 역사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그 위험이 파괴적인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한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그 위험을 간과하며 그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빚의 상환재원이 빚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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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탱크’의 어원

사실 여기에 기적은 없다. 하데자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인도의 농촌과 도시 외곽에서는 지금도 곳곳에서 버려진 연못을 볼 수 있다. 19세기 초반까지 인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계곡 아래에 진흙을 바른 얕은 저수지를 만들어놓고 몬순 기간에 내린 빗물을 모아 농업용수로 이용했다. 인도에서는 이 저수지를 ‘탄카tanka’라고 불렀고, 이 단어가 영국에 가서 ‘탱크tank’라는 외래어로 정착했다.[중략]
그러나 서구식 모델을 기반으로 한 관개체계가 인도 전역에서 실패하고 농민들이 지하수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땅속 깊이 파 들어가는 오늘날, 구시대의 유물인 탄카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강의 죽음,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브렌즈, 2010, pp433~435]

‘강의 죽음’ 읽기가 거의 막바지로 가고 있다. 소름끼치는 재앙에 대한 부분을 넘어서 이제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하는 부분을 배회하고 있다. 작가는 대안으로 대규모 관개시설 대신 고대의 지혜를 본받자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단위에서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이 방식은 현대인이 보기에는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물 확보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생태적으로 조화로운 이러한 방식이 도시와 농촌에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인용한 부분은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인용한 것이다. 즉, 우리가 당연히 영어로 알고 있었던, – 물론 나같이 무식한 것이나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 ‘탱크’라는 단어가 사실은 인도의 언어였고, 바로 물 부족을 해결할 대안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인용했다. 실제로 지금도 우리나라 고지대 동네에 보면 옥상에 노란 탱크를 만들어두어 갈수기에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과거 ‘탄카’의 모습이 일부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그 안에 채워지는 것은 빗물이 아니라 수돗물 내지는 지하수다.

온라인에서 ‘탄카’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의 보고 위키피디어마저 ‘탄카’에 대해 “Tanka (reservoir), as found in India”라 적혀 있을뿐 아무도 본문은 채워놓지 않았다. 오히려 tank를 검색했더니 우리가 잘 아는, 무시무시한 전쟁무기 탱크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나온다. 물론 같은 어원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인도 시골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저수지의 이름이 바다 건너 서양에 가서 전쟁무기의 이름으로 발전(?)한 양상을 보고 있자니 쓴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끝까지 읽고서 독후감을 다시 한번 쓸까 생각중이지만 결국 ‘강의 죽음’은 우리가 자연의 정복자 행세를 하며 자연을, 특히 강을 지배하려 할 때에 어떠한 불행을 자초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뉴올리언스 지방의 카타리나 피해가 그 사례인데, 물론 직접적 원인은 부시 정부의 무능력하고 미흡한 대처였지만 근저에는 애초에 범람지역이었던 곳에 도시를 세운 인간의 아집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그러므로 자연에 저항하거나 정복하려 하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온 옛사람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대규모 저수지가 아닌 주거에 근접한 소규모 저수지가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자면 그 체제의 여부를 떠나서 현대경제의 대량생산/대량소비의 메커니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무정부적’으로 강을 파괴했고 사회주의는 ‘계획적’으로 파괴했을 따름이다.

6인의 용의자

비카스 스와루프는 ‘엄친아(저씨)’다. 인도의 법률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역사, 심리학, 철학을 공부하고 외무부의 외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양호한 약력인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큰 인기를 얻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작가이기도 하다.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틈틈이 두 달 만에 썼다고 알려져 더 사람 기를 죽이는 아저씨다.

‘6인의 용의자’는 비카스 스와루프의 신작이다. 미스터리적 기법을 차용했던 전작에서 나아가 이 작품은 본격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다. 소설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의 내무장관이자 라이 그룹의 소유주인 자간나트 라이의 개망나니 아들 비키 라이가 파티를 연 날 살해당하고, 그 파티에서 총을 가지고 있었던 여섯 명의 용의자에 관한 범행동기와 그 추리과정을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인도 작가가 인도를 배경으로 쓴 스릴러라는 점이다. 팝송처럼 스릴러도 영미권이 큰 축을 이루고 프랑스나 일본, 기타 서구권이 나머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면 인도는 분명히 이 업계에서 ‘듣보잡’일 뿐이다.(maybe 한국 too?) 비카스는 그런데 이 한계를 서구적인 스토리텔링과 인도라는 배경이 지닌 오리엔탈적 판타지가 버무려진 전작 ‘슬럼독’을 통해서 어느 정도 뛰어넘었다.

그리고 ‘6인의 용의자’는 그 특권을 이용하여 전작의 미장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도산 스릴러를 시도하여 제1세계에 도전하였다. 자의적인 개념정의로 영국이 ‘응접실 스릴러’, 미국이 ‘테크노 스릴러’, 일본이 ‘한(恨)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 정도의 이미지를 구축하였다면, 인도의 비카스는 이 작품을 통해 ‘인도의 정치사회적 복합성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 정도의 틀을 구축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그 다음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소설의 복합적인 시점(視點)이다. 서술에 있어 이제 복합적인 시점은 그리 신선할 것도 없지만 추리소설에 있어서만은 상당히 공을 들여 써야하는 장치다. 자칫하면 드러내지 않아야 할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독자에게) 새어나갈 수 있고, 또는 (독자에게) 어느 정도는 인지를 시켜줘야 할 실마리를 감추어버리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소설은 여섯 명의 용의자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따로 떼어 내어 1인칭과 3인칭의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비슷한 방식으로는 보리스 아쿠닌의 ‘리바이어던 살인’이 떠오른다) 관건은 이 방식이 독자의 몰입에 도움이 되었는지의 여부일 텐데 일단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입체파 미술작품적인 쾌감을 제공하기도 하므로…….

요컨대 인도의 다양한 계급, 정치적 부패, 종교적 갈등 등의 혼란상은 스릴러의 소재로 써먹기에 양호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고, 비카스는 외교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복합시점은 그 다양한 인도의 얼굴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결정적으로 역시 미스터리의 미덕은 ‘재미있냐’인데 재미는 있다. 학점을 주자면 B+정도다. 하찮은 내가 건방지게 A를 주지 않는 이유는 ‘슬럼독’을 수작으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와 유사하다.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꾼일지 몰라도 미묘한 예술적 쾌감에 한방을 먹이는 훅은 없다.(한 예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은 여러 허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훅이 있다) 이 작품 역시 다 읽고 나서 둔중한 여운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하튼 조만간 영화화될 가능성이 큰 작품이다. 🙂

그 회사가 돈버는 법

앞서의 글에서 미국의 내구재 수출에서 군사적 목적의 내구재의 수출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군사적 목적의 내구재가 보합세 내지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여 볼 때,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경제위기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전쟁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비즈니스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여기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지금 美군산복합체의 비즈니스 뉴스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아파치 헬기의 한반도 전면 철수설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 간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간부는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2012년에는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모두 철수한다”며 “한국이 공격형 헬기를 만드는 것은 경비나 시간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노후한 500MD와 코브라(AH-1S) 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공격형 헬기 사업 대상으로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와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출처]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에 있어서 미국과 美군산복합체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어느 나라의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이 – 그리고 그 나라의 집권당이 작전권을 회수할 의지도 없는 – 수도 한복판에 주둔하고 있는, 지구 최후의 분단국가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1) 그런 상황에서 군일부에서 감히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록히드마틴이 점잖게 충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록히드마틴이 그렇게 충고만 하고 말 기업은 아니다. 그들은 단순한 충고 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의 수입대체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한 예를 들어보자. 록히드마틴은 지난 2005년 세계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인접국에 속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모두에게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전투기 F-16을 제공함으로써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무기제공 호혜평등의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첫 고객은 파키스탄이었고 세일즈맨은 콘돌리자 라이스였다.(주2) 한때 반미적인 성향을 띄다가 911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미국의 앞잡이가 된 군사독재자 무사라프는 테러와의 전쟁 시 미국의 종노릇을 한 대가로 1990년 이후 오랜 동안의 무기수출금지국에서 해금되어 록히드의 F-16을 24대 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어쩌면 더 큰 고객 인도에 대한 일종의 떡밥이었을지도 모른다.

록히드마틴에게 있어 진정한 고객은 인도였다. 인도는 오랫동안 그들의 국방력을 러시아(구소련 등)에 의존해왔다. 당시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약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판매하게 될 인도와의 거래를 통해 그들은 F-16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약 5,000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도와의 거래를 트기 전에 라인과 노동자들은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미의회는 록히드마틴에 2004년에 1백7십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911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려오던 – 2001년 록히드마틴은 2천억 달러의 전투기 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되었는데 미군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 미국의 군수산업이 점차 하향세로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미국 대통령 – 부시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게 모두 이번 건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전화를 건 것으로 보도되었다 -, 미의회, 군수업체 등이 총동원되어 화해하기 어려운 두 나라에 똑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판매하는 개가를 올려 또 한 번 “자본주의는 돈 되면 무엇이든 한다!” 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런 전투기 판매로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 예를 들면 21세기의 숙적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의 전술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소위 비동맹 국가로 분류되어 왔던 인도가 미국 전투기를 도입하고 이와 관련한 각종 기술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향후 더 긴밀한 인도-미국 간의 군사협력체제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점은 아시다시피 지난 2006년의 미국과 인도 간 핵협정 체결이다. 현재는 공동으로 MD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대중국 포위전략을 택하거나 말거나 – 물론 장기 전략적으로는 그들도 미행정부의 군사전략에 동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 1차 관심사는 무기의 판매이다. 기본적으로 준전시 상태나 마찬가지인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 대한 무기판매는 그들에게 있어 하등 이상하거나 모순 될 것이 없는 판매 전략이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자랑스러운 F-16 보유국 명단)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번 아파치를 둘러싼 갈등(?)이 우리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1) 예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 프랑스의 군용비행기를 도입하려다 불발이 된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배칠수라는 무명개그맨이 그 사건을 개그소재로 사용하여 사상초유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2)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으로 교체되었다.

이중기준의 모범사례

너덜너덜한 구제금융안이 상원을 통과한 날 또 하나의 중요한 협정이 의회를 통과했다. 미상원은 인도와 미국 간의 핵협정을 86대 13의 투표로 승인했다. 부시는 이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해 했다. 그는

“이 조약의 합법적인 승인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지구적인 핵 비확산을 위한 노력이 강화될 것이며, 환경을 보호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인도가 책임있는 자세 속에서 그들의 점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The legislation approving the accord will strengthen our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efforts, protect the environment, create jobs and assist India in meeting its growing energy needs in a responsible manner.”

라고 말했다고 한다.(출처) 좀 낯간지럽다.

부시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미상원외교위원회 소속이자 코네티컷의 민주당 의원인 크리스토퍼 도드 Christopher Dodd 는

“이를 통해 미국과 인도는 우리 두 거대한 민주주의 간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정립할 수 있게 되었다.”
“This bill enables the United States and India to chart a new course in relations between our two great democracies,”

라고 말했다 한다.(출처) 왠지 더 뻔뻔하다. 부시가 좀 더 솔직한 듯 하다.

여하튼 이로써 인도는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 (NPT)에 서명도 하지 않고 지난 34년 동안 금지되어 왔던 비군사용 핵기술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조치로 인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군사용 핵지대의 사찰을 받기로 했다.

앞서의 멍청이들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인도의 핵시장 허용을 통해 미국의 관련기업은 수천 명의 하이테크 고용, 핵기술의 판매수입 등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국제사회의 미덕이다.

그런데 이미 인도는 큰 형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던가?

1998년 현재(자료 출처)

핵무기 비확산 조약 (NPT)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복수응답 가능)
( surveys)

석유에 관한 몇 가지 사소한(?) 사실들

1   United States: 20,730,000 bbl/day
2   China: 6,534,000 bbl/day
3   Japan: 5,578,000 bbl/day
4   Germany: 2,650,000 bbl/day
5   Russia: 2,500,000 bbl/day
6   India: 2,450,000 bbl/day
7   Canada: 2,294,000 bbl/day
8   Korea, South: 2,149,000 bbl/day
9   Brazil: 2,100,000 bbl/day
10   France: 1,970,000 bbl/day

출처 : CIA World Factbook, 14 June, 2007, NationMaster.com에서 재인용

이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 총량은 82,234,918배럴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전 세계 석유소비량의 25%를 차지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보아도 압도적이다. 2위 중국은 7.9%다. 위 데이터를 가져온 페이지의 댓글에서 어떤 이는 중국의 석유 소비증가율을 감안할 때 2020년이면 미국의 소비량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 이거 산수계산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니 – 미국의 석유소비 증가율은 현 수준으로 봤을 것 같다. 이거 왠지 서양의 석유판 오리엔탈리즘적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어쩌면 현재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한 유가상승설도 일종의 서구의 과장법 또는 기름값 올려 받아먹으려는 핑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에 나와 있는 나라들 중에서 산유국이 아닌 – 엄밀하게 자국내 영토에서 원유가 묻혀 있지 않은 나라 정도? –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주1) 일본, 독일, 한국, 프랑스다. 한국이 나머지 세 개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국력이나 대체에너지 개발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참 암울하다.(주2)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사용현황은 참담할 정도다. 얼마 전에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태양광 발전소 장려 정책을 포기했다.

2007년 1월 현재 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2위의 산유국이 저 리스트에 있다. 어느 나라일까? 놀랍게도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62억 배럴(주3)에 이어 179억 배럴으로 세계 2위다. 더 놀라운 사실은 174억 배럴이 2000년이후 발견된 매장량이라 한다. 정말 복 받은 나라다~! 화가 치밀 정도다.(참고자료)

(주1) 다만 인도의 매장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긴 하다

(주2) 다만 우리나라의 석유소비량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가공후 재수출을 위해 들여오는 원유량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하는데 이는 나중에 한번 살펴볼 일이다

(주3) 원 글에서 제가 빌리언을 ‘백만’으로 해석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군요. 사과드립니다. 그래서 다시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