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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또 하나의 거품인가?

한때 남미 사회주의 블록의 구세주였던 베네수엘라가 오늘날 저런 무정부 상태의 국가가 된 이유가 뭘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저유가를 빼놓을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다른 산유국의 원유에 비해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탓에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여왔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한동안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표현이 일종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었는데 말이다.

그 비결은 바로 ‘Fracking Miracle(수압파쇄 기적)’에 있다. 고압의 액체를 이용하여 광석을 파쇄하는 채광 방법인 프래킹이 유전에 적용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괄목할 만큼 늘어 왔다. 2016년 현재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량 중 프래킹 기술에 의한 생산량이 51%를 차지하는 기적이 달성된 것이다. 25년 전 이 기술로 생산되는 원유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기술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래킹 기적은 멈출 생각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 추이(출처)

이 기적은 미국과 주변 정세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프래킹 기술에 의해 생산되는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은 경제 호황을 누리며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더불어 ‘눈엣가시’와 같은 반미(反美) 성향 산유국들의 목덜미를 붙잡고 흔들 수 있게 되었다. 한편, 25년 전에는 적용도 하지 않던 프래킹 기술이 어떻게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게 됐을까? 무엇보다 기술적인 진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바로 프래킹 업체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금융시장의 존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통적인 IB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프래킹 비즈니스가 사실은 벤처 투자적 성격이 있었는데, 서서히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한 많은 업체가 중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 및 최근의 금리상승 기조와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더 높은 금융비용을 요구하며 추가 대출의 창구가 사라지고 있다.

요컨대, 신기술에 의한 원유 생산 증가 덕분에 미국 경제는 호황을 즐겼고, 나머지 산유국은 경제 불황에 시달려 왔던 것이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잉공급을 통한 저유가는 서서히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곧 그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프래킹 업체는 과잉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버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무정부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에너지 시장에서 재연하고 있다.

결국 흥미롭게도 이러한 상황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닮아있다. 거칠 것 없는 낙관주의,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등, 그리고 가격 하락과 높은 레버리지로 인한 채무자의 지급능력 상실. 다만 전국적 규모의 주택시장과 달리 한정적인 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다루는 상품이 원유라는 점에서 의외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결국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일까? 희극이길 바라지만.

유럽경제의 또 하나의 악재, 유럽은행들의 에너지 관련 대출

전 세계적으로 순수 에너지/발전 기업의 약 35%에 해당하는 175개의 기업이 고위험의 사분면에 놓여 있는데, 이는 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부채상환비율의 조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도합 1,500억 달러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담고 있다. 이들 175개 기업 중 50개 기업이 자본잠식 혹은 100이 넘는 레버리지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은 위태롭다. 이들 중 몇몇은 이미 주가가 5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2016년 파산할 위험이 높다.[The Crude Downturn for Exploration & Production Companies, Deloitte Center for Energy Solutions]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의 지속으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재무적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상승하지 않는 한은 현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지만, 유가는 당분간 현재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의 배경에는 ▲ 이란의 시장 가세로 인한 공급 증가 ▲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불황, 및 석유 위주의 에너지 소비 탈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석유수요 증가율이 과거 1990년~2013년 평균 6.2%에서 2013년~2020년 2.9%로 감소할 것이라는 IEA의 전망은 석유수요가 근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의 가격전망은 에너지/발전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암울하다. J.P. Morgan의 경우 2016년 국제유가를 기존의 48.88달러/bbl에서 31.5달러/bbl로 크게 낮추었다. 좀 더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다. IEA는 2015년 연차보고서에서 2020년 실질 국제유가를 표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80달러로, 저유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50~60달러로 전망했다. 2년 전에 쉐브론의 CEO가 배럴당 100달러가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호언했었지만, 이제 아무도 100달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업이 기술개선이나 인력감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유가급등이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Gusher Okemah OK 1922.jpg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652541

한편 이러한 에너지/발전 기업의 위기는 금융권으로 전이될 개연성이 크다. 인용기사의 한계기업의 부채가 1,5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한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기업들의 총부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많은 부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은행들이 고유가 시절 에너지/발전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보도된 바로는 대륙으로는 유럽(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약 3~5% 수준), 국가로는 프랑스의 금융기관이 특히 에너지 사업에 많은 투자 및 대출을 실행하였다. 다만 이들 기관 상당수는 정확한 거래내용이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유럽의 : 역자주) 은행이 보유한 담보, 헷지가 어떠한 형태인지나 그들의 차입자의 신용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유럽의 은행은 보다 통일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공개한 내용으로는 모두가 관리 가능한 이슈라는 은행의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다른 예는 더 나쁘다. 도이치 은행은 자신들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익스포져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저 그 분야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이라고만 말하고 있다.[European Bank’s Crude Awakening]

관련기사들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 공히 에너지 기업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예를 들어 웰스파고는 전체 자산의 2%, 유럽은행들은 전체 자산의 3~5% 수준), 미국은행들이 비교적 익스포져를 정확히 공개하고, 이미 많은 자금이 펀딩에 성공했고, 충당금 등을 쌓아두고 있지만 유럽은행들은 통일된 기준도 없고, 많은 자금이 미인출 상태이고, 발표내용들도 은행의 주주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경제의 침체, 이에 따른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의 상황과 맞물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악순환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갈 길이 갈수록 험난하다.

사우디-이란 사태에 대한 Fortune의 분석

원유 거래업자들 사이에서 두 OPEC 생산국 간의 긴장이 재빠르게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전 세계 원유공급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모욕적 언사를 퍼붓고 있고 근시일내에 서로 제재를 가할 것이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전면전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한 제재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상업적 항공노선도 없고 두 나라 간에 무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 원유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중략] 하메네이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원유거래를 이란이 방해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바로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제5함대의 응전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 당시 미국의 해군선박들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이라크 원유를 보관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오일탱크 들을 방어했다. 이란 공군은 그 후 재빨리 탱크 공격을 중지했다. 이 모든 것들은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중지되었는데, 미군이 이란 해군에게 치명타를 날린 사건이다. 미국은 이란에게 화내고 있는 사우디가 편하진 않지만, 그들은 또한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Here’s Why Saudi Arabia-Iran Tensions Will Not Lead to Oil Market Mayhem]

포츈의 분석은 ▲이 두 나라 간의 긴장국면이 처음도 아니었고 ▲그 조치들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미군이 원유자원 보호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은 어느 나라에서 주도하고 있을까?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경제성장의 약 52%는 중국과 미국에 의해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이 전체 경제성장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BSG는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가지고 있는 의욕적인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한편 지난 한해 어느 자산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까? 맥쿼리에 따르면 달러와 나스닥 등이다. 그래프를 보면 애써 원자재와 같은 대체투자에 몰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고난의 한해였음을 알 수 있다. 달러화의 강세는 곧 국제유가의 추가하락 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유가가 바닥이 어디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듯.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BIS의 분석에 대하여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BIS가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쯤에 완전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인 이 연구의 대강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기에 일부를 번역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유가의 폭락이 금융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금융화 현상과 함께 어쩌면 가격의 등락에 금융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정작 매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의 기 싸움, OPEC내에서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만을 화제로 삼아 오히려 신선한 감이 있다.

유가와 금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가 폭등에도 주요변수로 주장되어 왔던 것이 금융자본의 시장 가세로 인한 이상폭등이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을 발라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화 현상이 실물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연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반대 양상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음에 또한 금융화 현상이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BIS의 추론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바로 석유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우리가 오늘날 투자은행이라고 부르는 부문은 사실 시작부터 석유시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모두 자기 돈으로 조달하기에는 벅찬 사업가가 손을 벌린 곳이 바로 초기의 월스트리트였다. 유전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PF라 부르는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한차례 시장의 성장을 겪은 석유 파이낸스 시장은 1970년대의 북해유전의 개발과 1980년대 세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왜 최근에야 유가가 하락할까? BIS가 제시하고 있는 그래프가 판단의 단초가 될 것 같다. 2006년과 2014년의 석유/가스 회사의 미상환 부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거쳐 왔음에도 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다른 부문의 부채청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위기 시절에 유가가 더 올라 그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들의 부채청산 시기는 이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향후에는 이런 높은 부채수준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최근 적지 않은 에너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계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은 회사를 청산할 것이다. 사우디가 기대하고 있었을 치킨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느 정도 가려질지도 모르겠다. 공급은 줄어들고 다시 유가가 정상화(?)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에너지기업의 부채가 정상화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채무불이행에 도달한다면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스 연도별/섹터별 추이(단위 : 10억 달러)

출처 : Global Project Finance Infrastructure Review Full Year 2013, Infrastructure Journal

다음으로 향후 에너지 시장에 신규 생산자가 얼마나 진입할 것인가 하는 데이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Infrastructure Journal이 조사한 최근 3년간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을 보자. Oil & Gas 부문은 여러 부문 중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3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가를 출렁거리게 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원유계약 – 이것들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 무료 다운로드

재미있는 책이 나왔군요

2012년 10월, OpenOil 이 세계적인 원유 전문가와 프로페셔널들을 모아서, 이 업계를 관장하는 계약들을 읽는 법을 설명하는 책 한권을 만들었다. Sourcefabric 이 고안한 “book sprint”라고 알려진 단기집중의 생산기술을 빌려서, 이 그룹은 일주일 만에 “원유계약 – 이것들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Oil Contracts- how to read and understand them)”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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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저장용 시설로 쓰인 유조선

이 블로그에서 2008년 11월 ‘원유운반선’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포브스가 보도한 <Oil firms to store crude on ships as oil tanks>라는 기사를 소개한 글이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원유의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에 비해 낮기 때문에 석유회사들이 바다에 수백만 배럴을 저장해두고 수요가 오르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었고 나 역시도 반신반의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최근 입수한 자료(해운산업 동향 및 전망, 2010.5., 한국선주협회)로 판단하건데 이러한 정황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기준 149척의 대형 유조선(VLCC)이 유류저장용 시설로 사용 중이었다고 한다. “유류저장용 시설”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노후화된 선박을 영구 저장시설로 사용하는 것일 수 있고, 또 하나는 포브스의 보도처럼 낮은 원유현물가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수도 있다.

이러한 정황의 판단근거는 단순하게 원유판매에 따른 이익이 용선료를 상쇄하고도 남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용선료는 그 시기 석유수요의 급감과 이에 따른 용선료의 등락추이를 근거하여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석유수요는 급락했다. 2009년 원유수요량은 전년대비 2% 하락한 8,440만 배럴/일을 기록, 7년 만에 수요량이 감소한 해가 되었다. 그리고 수요 감소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짐은 당연하다.

당연한 이치로 이 기간 동안 운임은 폭락하였다. 2008년 평균 10만 달러가 넘었던 VLCC의 일일 용선료는 2008년 12월 6.5만 달러 선, 2009년 2분기에는 2.2만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평년 수준의 1/5선까지 폭락했던 것이다. 약 6만 달러 선까지 가격을 회복한 것은 2010년이 되어선 시점이었다. 이 수치는 Clarksons Research라는 조사기관의 공식발표 자료로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임대되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조선운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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