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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저장용 시설로 쓰인 유조선

이 블로그에서 2008년 11월 ‘원유운반선’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포브스가 보도한 <Oil firms to store crude on ships as oil tanks>라는 기사를 소개한 글이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원유의 현물가격이 선물가격에 비해 낮기 때문에 석유회사들이 바다에 수백만 배럴을 저장해두고 수요가 오르고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있었고 나 역시도 반신반의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최근 입수한 자료(해운산업 동향 및 전망, 2010.5., 한국선주협회)로 판단하건데 이러한 정황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 기준 149척의 대형 유조선(VLCC)이 유류저장용 시설로 사용 중이었다고 한다. “유류저장용 시설”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노후화된 선박을 영구 저장시설로 사용하는 것일 수 있고, 또 하나는 포브스의 보도처럼 낮은 원유현물가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수도 있다.

이러한 정황의 판단근거는 단순하게 원유판매에 따른 이익이 용선료를 상쇄하고도 남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용선료는 그 시기 석유수요의 급감과 이에 따른 용선료의 등락추이를 근거하여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석유수요는 급락했다. 2009년 원유수요량은 전년대비 2% 하락한 8,440만 배럴/일을 기록, 7년 만에 수요량이 감소한 해가 되었다. 그리고 수요 감소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짐은 당연하다.

당연한 이치로 이 기간 동안 운임은 폭락하였다. 2008년 평균 10만 달러가 넘었던 VLCC의 일일 용선료는 2008년 12월 6.5만 달러 선, 2009년 2분기에는 2.2만 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평년 수준의 1/5선까지 폭락했던 것이다. 약 6만 달러 선까지 가격을 회복한 것은 2010년이 되어선 시점이었다. 이 수치는 Clarksons Research라는 조사기관의 공식발표 자료로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임대되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조선운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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