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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의 원인제공자에 대한 두 개의 상반된 입장

OPEC에서 가장 큰 수출업자로서, 사우디는 배럴당 37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가게 한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한 감산을 거부했다. 이는 이란이 오바마와의 핵협정을 통해 향상된 생산능력으로 원유를 수출하는데 대한 혜택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중략] 이러한 어떤 수단들도 이란-사우디의 직접적인 갈등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독재 하일지라도 지난달 이란이 USS 트루만(미항공모함 : 역자주)의 1500 야드 내로 로켓을 발사할 명분은 없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자 함일 것이다. [Who Lost the Saudis?]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사우디의 집권 왕조가 “47명의 대량 처형이 분노에 찬 반발을 촉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이 더 진행하기 전에 그들의 정보기관이 최고의 비상단계를 유지할 것을 지시”한 사우디 정부의 메모를 공개했다. [중략] 아랍권에서의 탄압과 반작용의 중핵으로서의 사우디 왕조는 국내에서의 점증하는 반정부 세력을 분열시키고 지역에서의 주요한 라이벌인 이란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수단으로 수니와 시아 사이의 긴장을 고의로 높여서 이를 활용하는 분파주의의 선도적인 선동자다.[Middle East tensions escalate in wake of Saudi mass beheadings]

현재의 중동사태에 대한 서로 상반된 입장의 글이라 한곳에 모아보았다. 첫 번째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글이다. 이글은 이번 사태가 사우디의 원유공급량 유지 등에 대한 이란과 러시아의 도발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글의 말미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사우디가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우리의 절친(the best friend we have in the Arabian peninsula)”이며 미국이 왕국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 사태의 귀책은 감히 미항공모함 근처에 미사일을 쏘아서 – 미국의 추가 제재의 위기에 놓인 – 이란이라는 것이 WSJ의 생각이다.

한편 두 번째 인용 글은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orld Socialist Web Site)’라는 거창한 이름의 매체의 글이다. 이 글은 사우디 정부가 자국의 대량 처형이 불러올 후과를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사우디는 예상했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포했다. WSWS는 사우디의 이런 행동을 “분파주의의 선동자”라며 비난하고 있다. 어쨌든 애초부터 무리수가 있었던 처형과 이어진 반발, 이에 대한 빠른 대처를 볼 때 사우디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두 매체의 글이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대결구도는 대략 ‘미국과 사우디 對 러시아와 이란’ 인 것 같다. 지난번 예멘 내전이 이란과 사우디 간의 대리전의 성격이 짙다면 이번 갈등은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리전의 성격이 짙은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사우디와 이란 간의 힘의 균형추 이동을 통해 중동에서의 새로운 패권구도를 정립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을지라도 분명한 사실은 이번 갈등은 단순히 시아와 수니 간의 종교 갈등을 넘어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갈등의 원천인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 컨설팅사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즉, “이란이 시장에 보다 많은 원유를 공급하려고 시도한다면 사우디가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용한 WSJ의 분석과 유사한 논리다. 이란 역시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감산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일시 급등했던 유가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어쩌면 이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가 저유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참 역설적인 상황이다.

재밌는 것은 언급된 네 나라 모두 산유국이다.

사우디-이란 사태에 대한 Fortune의 분석

원유 거래업자들 사이에서 두 OPEC 생산국 간의 긴장이 재빠르게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전 세계 원유공급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모욕적 언사를 퍼붓고 있고 근시일내에 서로 제재를 가할 것이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전면전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한 제재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상업적 항공노선도 없고 두 나라 간에 무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 원유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중략] 하메네이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원유거래를 이란이 방해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바로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제5함대의 응전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 당시 미국의 해군선박들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이라크 원유를 보관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오일탱크 들을 방어했다. 이란 공군은 그 후 재빨리 탱크 공격을 중지했다. 이 모든 것들은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중지되었는데, 미군이 이란 해군에게 치명타를 날린 사건이다. 미국은 이란에게 화내고 있는 사우디가 편하진 않지만, 그들은 또한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Here’s Why Saudi Arabia-Iran Tensions Will Not Lead to Oil Market Mayhem]

포츈의 분석은 ▲이 두 나라 간의 긴장국면이 처음도 아니었고 ▲그 조치들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미군이 원유자원 보호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이란 국교 단절에 대하여

중동에서 세계의 관심은 ISIS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민간인들에 대한 위협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더 큰 이슈는 천여 년 동안 반목하고 있는 시아와 수니 무슬림 사이의 갈등이다. 그 대부분의 기간과 그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아는 수니의 손 안에서 차별에 – 때로 잔혹한 범죄에 – 직면해왔었다. 그러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수니가 지배하고 있는 걸프 지역의 여타 국가들은 시아가 권력을 장악한 이란을 그들의 전략적인 천적으로 여기고 있다.[The Global Economy Confronts Four Geopolitical Risks]

이 글을 읽고 글쓴이의 혜안에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우려가 현실화되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란과의 외교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시아파 반정부인사를 처형하였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총영사관 등을 공격한 데에 따른 조치다. “반정부인사”의 처형이 현지시각으로 1월 2일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초스피드 국교단절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가 한때 3% 일시 급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전문가는 양국 갈등으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지만 투기적 요소 등에 의해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주요 유전지대를 둘러싼 갈등도 배경에 있다는 점에서 유가 폭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여하튼 현 사태는 이 지역에서 촉발될 수 있는 지리정치학적 리스크를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의 배경에 오랜 기간 동안의 종교적 갈등이라는 표면적 이유이외에도 이 지역의 후진적 정치체제와 이를 용인 내지는 장려하고 있는 서구열강의 이기주의1 2 3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사우디가 처형한 “반정부인사”는 무려 47명이다. 21세기에도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이 국가는 이토록 많은 인명을 국가의 이름으로 처형하고 있는데, 서구에서 이런 야만적인 행위에 대해서 비난성명이라도 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4

영화 시카리오는 멕시코의 미국과의 접경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즈에서의 패권을 둘러싸고 마약 카르텔 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살육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FBI요원은 미국 수사당국이 겉으로는 마약 카르텔을 응징하려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카르텔 간의 힘겨루기를 막후 조종하여 지역의 거짓 평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역시 지금 시카리오에서의 그 수사당국과 같은 태도가 아닐까?

그 점에서 사우디의 이번 행동에는 오바마 집권과 세일원유 등을 배경으로 악화되어온 사우디-미국 동맹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5 석유를 위해 사우디의 후진적 정치체제와 지역맹주 자리를 인정해왔던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진다는 사실은 사우디로서는 분명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는 원유 공급량 유지를 통해 유가 전쟁에서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이란이라는 새로운 라이벌 카르텔의 급부상을 초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유가 하락이 反美주의를 패퇴시킬 것인가?

첫 붕괴는 故 우고 차베스가 그의 지역으로 수출하려고 노력했던 反美 “볼리바리안 혁명”의 고향인 베네수엘라일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예산은 배럴당 120달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가격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 나라는 빚을 갚느라 허덕였다. 외국환 보유고는 줄어들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치솟고 있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밀가루와 화장지와 같은 필수재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 역시 교묘한 위치에 있다. 이란은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사치스러운 지출계획에 쓰일 방탕한 예산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가량 되어야 한다.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기 위한 제재조치는 특히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 혹자는 수니파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라이벌을 힘들게 하는데 유가를 이용하려고 미국과 공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기가 무엇이든, 하락하는 유가는 확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Cheaper Oil : Many winners, a few bad losers]

번역한 인용문에 언급된 베네수엘라나 이란, 그리고 기사에 언급된 다른 나라인 러시아를 보면 공교롭게도 미국과 그리 친하지 않은 나라들이란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이 지금 떨어지고 있는 기름 값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상황전개도 자못 흥미롭다. 셰일오일이라는 21세기 자원의 출현,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 등의 기술발전,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 또는 음모? – 사우디의 공급량 유지 등으로 말미암아 원유 수출로 먹고 살고 있는 이들 “反美” 국가들이 고통 받게 된 것이다.

즉, 미국이 과거에 반미국가를 괴롭히는 방법이 보다 직접적인 제재나 해당 국가의 독재정부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더 싸게 셰일오일을 퍼 올리고 연료효율이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된 셈이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말이다. 기사는 그런 상황을 은연중 즐기면서도 유가 하락이 지정학적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려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들 국가의 먹거리 중 원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답이겠지만 국제적으로도 지정학적 위기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09.29.09: Seattle — 성난 이의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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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yrne of Talking Heads” by Jean-Luc – originally posted to Flickr as Talking Heads.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여기 시애틀에서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내게는 선전선동으로 보이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입에 거품을 물거나 내 요거트를 호텔 다이닝룸에 뿌리는 등 격노하지는 않았다.

그에 대해 다시

오늘자 뉴욕타임스 1면의 사진을 보면 이란의 핵시설이라고 소문이 난 어떤 종류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단지 그러한 것들의 그래픽 스타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이라크 침공 전에 범람했던 다양한 종류의 사진들을 닮았다. 대량살상무기들이 저장되고, 감춰져 있고, 또는 제조되고 있는 건물들의 사진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우리를 우리가 현재 놓여져 있는 곤경으로 현혹시켜 이끌었던 소문들이었을 뿐임이 증명되었다. 사람들은 당시 그것에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의 단편적인 기억력을 감안할 때에 그들은 두 번째 그것에 몰두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난 이것이 절대 핵시설이 아니라고 말하진 않겠다. — 다만 추측성 사실관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의 방식이 똑같다는 점은 지적한다.

전망

같은 면에서는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이 중도우익 정치가를 선출하면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의견을 달리 해줄 것을 간청한다. 기사가 말하는 바, 중도우익은 기존의 “일반적인 복지 혜택, 국유화된 헬스케어, [그리고] 탄소배출에 관한 엄격한 제한”을 수용하였다. 이 세 가지 아이디어라면 미국에서 그들은 좌익으로 분류될 것이다. 비록 작가가 말하길 – 아마도 맞겠지만 – 유럽에서의 좌익은 전통적으로 이보다 더 나아가지만 말이다. 그러한 것들이 아직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현재 정치인들이 “사회주의자”이라는 (그리고 그래서 미국인이 아니라는) 고함치며 소란을 떠는 지적들은 전망의 예정된 “붕괴”에 이르게 하고 있다.

부활

다른 면의 기사에서는 경제가 바닥을 치고 다시 호조를 띄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이 놀랍지 않은 한편 (경제 붕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또는 은행가들의 오만과 탐욕을 제한하기 위한 어떠한 심각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는 일종의 좋은 소식을 위한 좋은 소식일 뿐인 것 같다. — 일종의 기분 좋은(feel-good) 것. 경제는 하도 오랫동안 상태가 안 좋아서 필연적으로 잘못 인도하는 고장 난 시스템의 그 어떤 것의 “재림”이나 회귀를 도모하는 것은 아마도 현재로서는 최선의 아이디어가 아닐 것이다. 이 나라의 많은 것들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다른 이들이 경기침체로부터 수익을 얻는 등 갈퀴로 부를 그러모으는 동안, 다른 이들은 불평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 that isn’t the real world.

이글을 쓴 David Byrne은 전설적인 펑크/뉴웨이브 밴드 Talking Heads의 리더였으며 현재 솔로로 독립하여 음악가, 프로듀서, 화가, 설치 아티스트, 자전거 애호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블로그에 올린 원문 보기 / Talking Heads 팬사이트 / 한국어 팬사이트

차베스의 배신행위

이란의 대선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북한,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대표적인 반미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란은 당초 예상대로 아흐마디네자드의 대승으로 끝을 맺었지만 야당 세력들은 선거부정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저항하였고, 그 와중에 수십 명이 죽임을 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에 전 세계는 분노하고 인터넷에서는 ‘Twitter Revolu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핫이슈가 되어왔다.

정황으로 판단컨대 아흐마디네자드와 실질적인 권력집단인 종교지도자들은 ‘반미’라는 슬로건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만을 강화시켜온 독재세력이다. 그럼에도 기층민중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인 듯하다. 이에 또 하나의 엘리트 정치집단의 대표인 무사비가 대권에 도전하여 실패했다. 이는 엄밀하게 보면 기층민중의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상층부의 권력다툼이다. 서방언론은 이를 잘 알면서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폭력적 탄압과 서구에 대한 비난은 스스로의 잔악성을 증명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이란의 인민들은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아래 편지는 그러한 상황에 대하여 베네수엘라 인민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Maziar Razi라는 활동가가 London Progressive Journal에 올린 글을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언론 사이트 중 하나인 vheadline.com이 전재하였고, 이 글을 일부 발췌하여 해석해놓은 글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차베스가 아흐마디네자드의 승리를 지지한 행위는 이란 인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아흐마디네자드를 같은 반미 비동맹, 산유국의 지도자라는 공통분모 속에 “형제”라고 부르고 있는 차베스의 외교정책을 비난하고, 베네수엘라 인민이 그러한 지도자의 잘못을 꾸짖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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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볼리바리안 운동의 일부로서 당신들의 성과를 잘 알고 있고 제국주의의 널리 퍼져있는 거짓말과 은밀한 방해에 대항한 이 운동을 언제나 지지해왔습니다.

당신들의 무한한 가치의 운동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베네수엘라에서의 미 제국주의의 공격과 방해에 맞서기 위해 이란의 노동자와 학생 운동가들은 ‘베네수엘라에 손대지 말라’ 캠페인을 이란에서 전개하고 있고 지난 몇 년간 제국주의의 공격에 맞서는 당신들과 함께 서있었습니다.

당신들의 성취가 휴고 차베스의 지도력 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러한 이유로 당신들은 그를 깊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외교정책과 관련하여 차베스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지함으로써 그는 당신들의 혁명과 함께 하는 이란의 노동자들과 학생들과의 연대를 무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로 그것을 가치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주일 전에 아흐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의 직접적 지원 하에 이란의 대선 역사에서 가장 큰 사기를 저지른 것을 알고 있고 이후 매우 광폭하게 사기극에 대한 저항하는 이들의 피가 흩뿌려지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단지 이 비극의 심연을 알리기 위한 국제적인 미디어의 보도들을 주목하기만 하면 됩니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의 노동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혁명적 경향들이(대부분 볼리바리안 혁명들의 지지자인) 이러한 공격들에 대항하고 나섰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차베스는 아흐메디네자드를 가장 먼저 지지하고 나선 이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의 주간 TV연설에서 그는 “아흐메디네자드의 승리는 총체적인 승리다. 그들은 아흐메니네자드의 승리를 오염시키려 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정부와 이슬람 혁명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하고 또한 “우리는 세계에게 존경을 요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현재까지 차베스는 이란을 일곱 번 방문하여 그때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을 껴안고 그를 자신의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두 나라 모두 석유와 (가스) 수입을 통해 비슷한 경제적 부흥을 맛보았지만 이 잉여자금이 두 정부에 의해 사용된 방식의 대비는 보다 더 극명할 수가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 수입은 병원, 학교, 대학, 그리고 나라의 다른 사회간접자본을 짓는데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단지 소수의 기생적 자본주의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데 쓰였습니다.

[중략]

‘반제국주의’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미국과의 오래 전의 관계를 재수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흐메디네자드의 선택은 제국주의와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국가의 최종선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든 “적개심”과 “반제국주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미국과의 모든 차이점을 해소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콜롬비아와 같은 사회로 이란을 변모시키고 싶어 합니다. 이란 정부가 월드뱅크나 IMF 의 파산 선고받은 신자유주의 처방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나 WTO에 가입할 시점을 재고 있는 것이 까닭 없는 짓이 아닙니다.

[중략]

오직 노동자들과 근로계층의 진정한 대표자와의 연대를 통해서만 제국주의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이란의 노동자들과 단결하여 당신들의 지도자의 대외정책을 비판하여 주십시오. 아흐메디네자드를 지지하는 것은 이란의 노동자와 청년에 대한 억압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차베스의 잘못된 입장에 도전하고 그것들을 거부하십시오.

[이미지 및 원문 출처]

참고할만한 글
“모든 이슬람 분파는 자본주의자다”

미국과 이란, 그 애증의 관계

미국에게 있어 이란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국가였다. 첫째, 과거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서 공산권 확산의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는 나라였다. 둘째, 더욱 중요하게 주요 산유국으로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게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나라였다. 이러한 두 가지 사유로 인해 미국은 무하마드 팔레비 국왕의 독재정치를 배타적으로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하며 미국은 다음과 같은 또 다른 이익도 향유할 수 있었다.

이란 지도

미국은 산유국으로부터 석유를 얻는 조건으로 대신 거대한 양의 무기를 제공했다. 심지어는 지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국의 적이었던 사담 후세인에게 무기를 수출하기도 했다. 무절제한 미국의 무기수출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 예로 1963년부터 73년까지 닉슨 행정부는 이란에 1억2800만 달러의 무기를 판매했고, 73년부터 76년까지는 그 판매액이 11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 모두 머리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소련이 무기를 선적한 배를 멕시코에 보냈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인가?”[제임스 레스턴 회고록 데드라인, 제임스 레스턴 지음, 송문홍 옮김, 동아일보사, 1992년, p375]

이란 왕정은 반공(反共)을 철저한 국시로 하는 동시에, 과거 페르시아제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국왕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결코 현대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었으나 그것은 미국의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팔레비 국왕은 석유국유화를 추진하던 민족주의자 모사데그의 대체재였다. 이란은 그저 중동 공산화의 차단기 및 석유공급지의 역할에 충실하므로 그것으로 만족스러웠으며, 나아가 무기까지 수입해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원래 이란은 – 나아가 중동지역 전반이 – 당초 대규모의 석유가 발견될 즈음에는 영국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영국의 석유회사가 모사데그 총리가 주도한 호전적인 민족주의 정치세력에 의해 국유화되고 쫓겨나고부터 그 지역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당초 자국의 석유생산만으로도 충분했던 미국은 점차 원유공급처 확보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중동을 그들의 원유공급처 및 무기수요처로 삼아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왔던 것이다.

수구왕정인 사우디와 이란이건 희한한 이슬람식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담 후세인이건 간에 자국 및 자국 석유메이저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정치체제와 정치지도자라면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미국은 특히 이 지역에서의 석유 메이저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그렇게나 철칙으로 간주하고 있는 – 비록 미법무부는 상당기간 이에 반발하였지만 – 메이저 간의 담합과 협력을 묵인해주곤 했다. 석유는 단일상품으로써는 가장 큰 규모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상품이자, 경제를 넘어선 정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란을 포함한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절대적 우위는 1950년대 이후 이슬람 민족주의를 주창한 나세르의 등장과 이에 감화된, 또는 내몰린 중동 각국 정권 수뇌부의 대중주의적 움직임, 이스라엘과 중동 간의 갈등격화 등으로 말미암아 점차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1970년대 초반 마침내 1960년 설립되었으나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제4차 중동전쟁을 맞아 석유무기화에 성공하면서 수요자 주도의 석유시장과 중동에서의 서구의 – 특히 미국의 – 패권은 도전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하이라이트는 분노로 가득 찬 기괴한 얼굴을 한 늙은이 호메이니에 의한 이란 왕정 타도였다.

귀여운 OPEC 마크

대체 이란 왕정은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황금의 샘(원제 The Prize)’에서 저자 다니엘 예르긴은 이란 왕정의 붕괴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 내에서 국왕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더 나쁜 것은 그들에게는 국왕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점이다. 예르긴의 책에 따르면 미국의 국방부 정보국은 1978년 9월 28일, 국왕이 “향후 10년 이상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예측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인 1979년 2월 1일 호메이니가 테헤란에 입성한다.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미국과 이란의 호시절의 종말이었고 이후 관계는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에게는 원유확보와 무기수출, 그리고 지정학적 우위 등 여러 면에서 불이익이 되고 있다. 또한 당연히 주변국들에게 미국과 사이가 멀어진 이란은 새로운 구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음은 비록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지정학적으로 이란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군다나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에 이르는 비동맹 산유국의 – 심지어는 중국까지 아우르는 – 연합 가능성은지금도 상존하고 있다.

1996년 초, 옐친 대통령은 서구 중심적 외무장관인 고지레프를 갈아치우고 그보다 경험이 풍부하며, 과거 공산 체제의 정통 국제 분석가였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Evegenniy Primakov)를 그 자리에 앉혔는데, 프리마코프의 장기적 관심 대상은 이란과 중국이었다. 몇몇 러시아 분석가는 프리마코프가 유라시아에서 미국의 일등적 지위를 감소시키는 것을 지정학적 목표로 삼는 세 국가간의 새로운 ‘반패권’ 동맹을 만들고자 조급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거대한 체스판, Z.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삼인, 2000년, p155]

나아가 현재 이란 정부는 새로운 중동 역학관계를 위해 자신들만의 핵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미국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그러고도 보란 듯이 큰 소리다.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우리가 서방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서방이 우리를 더 필요로 한다”고 호언하고 있다. 세계 네 번째 규모의 석유 수출국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고를 자랑하는 나라의 수장의 말이니만큼 허언은 아니다.

오바마는 이러한 이란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었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거나 아니면 더 심한 제재를 당할(either give up its nuclear program and get rewarded for doing so, or it will face intensified sanctions)”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다. 이전 정부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적 수사와 물밑 협상은 또 다른 것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역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다. 지난 번 글에서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한 것은 어쩌면 이러한 차원에서의 관계개선의 제스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