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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융 분야는 무사할 것인가?

전통적으로 고객과의 대면(對面)접촉을 통한 거래라는 특징을 가지는 금융서비스, 예를 들어 투자금융 자문서비스와 같은 분야도 영향을 받고 있다. 구글이 2004년 IPO를 실행할 때 그들은 전통적으로 회사를 공개하는 과정을 언더라이트해주는 투자은행 산업을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대신 회사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전자입찰을 선택했다. 금융 리서치 회사인 모닝스타와 같은 다른 회사들도 선례를 따랐다. 자본시장을 혁명적으로 바꿀 이러한 시도들이 아직은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이러한 존재 자체가 이 부문이 붕괴될 여지에 대한 증거랄 수 있다.[Is Traditional Banking Unbreakable?]

Fed가 금리를 올리네 마네 해도 시장의 동요가 크지 않은 이유는 – 또는 올린다고 하면서도 못 올리는 이유는 – 어쩌면 기준금리 조정이랄지 통화증발과 같은 조치가 점점 약발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중앙은행과 이들의 테두리 안에 있는 기존 금융권의 자금시장에서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고, 대신 그림자금융이랄지 초우량기업의 자금력이 전 세계 자금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소매금융의 P2P화와 더불어 은행업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인용한 글은 바로 그런 고민을 담은 글이다.


주요기업별 현금과 단기투자 추이를 보면 초우량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실감할 수 있다 (출처)

한편 인용한 부분에서 필자는 금융에서도 그나마 새로운 조류에 영향을 덜 받을 분야인 투자금융마저 안심을 할 처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가 지적하듯 대면접촉에 의한 구조화 금융이자 특수금융의 성격을 갖는 투자금융 분야는 그 특성을 기반으로 거대자금의 수요가 많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그런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구글처럼 전자입찰 방식으로 IPO를 시도하거나 M&A가 증권거래소와 같은 표준화된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정말 필자의 예언처럼 투자금융마저 사라져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아직 그렇게까지 되기까지는 애로점이 있는 것이 투자금융은 말 그대로 특수금융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업추진에 대면접촉(face-to-face)도 중요하거니와 사안별(case-by-case)로 접근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표준화나 전자화의 길을 막고 있다. 하지만 관련분야 종사자가 마냥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한 예로 투자금융 분야의 법률계약서는 빠른 속도로 표준화되고 있고, 사업성 분석 기법도 일반화되어 일거리는 줄어들고 수수료 또한 하락하고 있다. 언젠가 고도의 지능의 AI가 출연한다면 투자금융도 앱으로 해결할지 모를 일이다.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BIS의 분석에 대하여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BIS가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쯤에 완전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인 이 연구의 대강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기에 일부를 번역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유가의 폭락이 금융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금융화 현상과 함께 어쩌면 가격의 등락에 금융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정작 매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의 기 싸움, OPEC내에서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만을 화제로 삼아 오히려 신선한 감이 있다.

유가와 금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가 폭등에도 주요변수로 주장되어 왔던 것이 금융자본의 시장 가세로 인한 이상폭등이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을 발라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화 현상이 실물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연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반대 양상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음에 또한 금융화 현상이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BIS의 추론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바로 석유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우리가 오늘날 투자은행이라고 부르는 부문은 사실 시작부터 석유시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모두 자기 돈으로 조달하기에는 벅찬 사업가가 손을 벌린 곳이 바로 초기의 월스트리트였다. 유전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PF라 부르는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한차례 시장의 성장을 겪은 석유 파이낸스 시장은 1970년대의 북해유전의 개발과 1980년대 세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왜 최근에야 유가가 하락할까? BIS가 제시하고 있는 그래프가 판단의 단초가 될 것 같다. 2006년과 2014년의 석유/가스 회사의 미상환 부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거쳐 왔음에도 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다른 부문의 부채청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위기 시절에 유가가 더 올라 그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들의 부채청산 시기는 이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향후에는 이런 높은 부채수준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최근 적지 않은 에너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계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은 회사를 청산할 것이다. 사우디가 기대하고 있었을 치킨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느 정도 가려질지도 모르겠다. 공급은 줄어들고 다시 유가가 정상화(?)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에너지기업의 부채가 정상화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채무불이행에 도달한다면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스 연도별/섹터별 추이(단위 : 10억 달러)

출처 : Global Project Finance Infrastructure Review Full Year 2013, Infrastructure Journal

다음으로 향후 에너지 시장에 신규 생산자가 얼마나 진입할 것인가 하는 데이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Infrastructure Journal이 조사한 최근 3년간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을 보자. Oil & Gas 부문은 여러 부문 중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3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가를 출렁거리게 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 은행들이 IB강자가 될 수 있을까?

아래 글은 필리핀에서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위해 대규모의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사업들은 프로젝트파이낸스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의 국적이다.

Augusto Santos, Neda acting director general, confirmed this and said the country’s five-year framework with China stands and can already be utilized for such projects. Santos said the national government need only to send a proposal for project financing through the framework to avail itself of ODA from China.
“The agreement with the Chinese government is that we submit projects to them for China ODA financing on a case-to-case basis. The five-year framework is still standing, but subject to submission of individual projects by the Philippine government. When the Philippine government is ready and the project has been approved by the ICC and the Neda board, we will submit to the Chinese government,” Santos said.[원문보기]

즉, 민간개발회사들의 제안을 통해 사업화되는 여러 프로젝트들은 프로젝트파이낸스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인데, 이 자금의 상당부분은 중국의 ODA 자금이라는 것이다. 개별 국가의 몇몇 프로젝트로 판단하기에 이를지 몰라도 위와 같은 사실은 이미 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거 일본이 제조업 기지였던 동남아에 베풀던(?) ODA를 프로젝트파이낸스 기법을 통해 베풀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바,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2조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다. 그 엄청난 돈이 가만히 창고에 쌓여 있으면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비단 노동가치론을 신봉하는 공산주의자가 아닌 그 누구라도 인정하여야 하는 진리다. 중국정부는 아마도 기축통화 논쟁 등 환율전쟁을 부추기는 한편, 그들의 자금력을 활용하여 이전의 열강이 수행하던 자본수출국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전 세계 투자금융 시장에서 아직 중국의 은행들은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가 움직이고 있는 자국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공개, 채권발행 등 전통적인 IB시장도 아직은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IB강자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간극이 좁혀지는 기간은 의외로 짧을지도 모르겠다. 화교자본 특유의 동료의식과 금융 강자로 클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장범위가 그들만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 지역은 화교자본을 수출하기가 알맞은 문화배경을 갖춘 지역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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