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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사태에 대한 Fortune의 분석

원유 거래업자들 사이에서 두 OPEC 생산국 간의 긴장이 재빠르게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전 세계 원유공급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모욕적 언사를 퍼붓고 있고 근시일내에 서로 제재를 가할 것이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전면전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한 제재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상업적 항공노선도 없고 두 나라 간에 무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 원유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중략] 하메네이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원유거래를 이란이 방해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바로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제5함대의 응전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 당시 미국의 해군선박들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이라크 원유를 보관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오일탱크 들을 방어했다. 이란 공군은 그 후 재빨리 탱크 공격을 중지했다. 이 모든 것들은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중지되었는데, 미군이 이란 해군에게 치명타를 날린 사건이다. 미국은 이란에게 화내고 있는 사우디가 편하진 않지만, 그들은 또한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Here’s Why Saudi Arabia-Iran Tensions Will Not Lead to Oil Market Mayhem]

포츈의 분석은 ▲이 두 나라 간의 긴장국면이 처음도 아니었고 ▲그 조치들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미군이 원유자원 보호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회사가 돈버는 법

앞서의 글에서 미국의 내구재 수출에서 군사적 목적의 내구재의 수출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군사적 목적의 내구재가 보합세 내지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여 볼 때,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경제위기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이러한 현상은 전쟁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비즈니스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여기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지금 美군산복합체의 비즈니스 뉴스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아파치 헬기의 한반도 전면 철수설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 간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간부는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2012년에는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가 모두 철수한다”며 “한국이 공격형 헬기를 만드는 것은 경비나 시간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중고 아파치 헬기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노후한 500MD와 코브라(AH-1S) 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공격형 헬기 사업 대상으로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와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출처]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에 있어서 미국과 美군산복합체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어느 나라의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군이 – 그리고 그 나라의 집권당이 작전권을 회수할 의지도 없는 – 수도 한복판에 주둔하고 있는, 지구 최후의 분단국가라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주1) 그런 상황에서 군일부에서 감히 “한국형 공격 헬기 개발”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록히드마틴이 점잖게 충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록히드마틴이 그렇게 충고만 하고 말 기업은 아니다. 그들은 단순한 충고 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의 수입대체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한 예를 들어보자. 록히드마틴은 지난 2005년 세계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인접국에 속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모두에게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전투기 F-16을 제공함으로써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무기제공 호혜평등의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첫 고객은 파키스탄이었고 세일즈맨은 콘돌리자 라이스였다.(주2) 한때 반미적인 성향을 띄다가 911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미국의 앞잡이가 된 군사독재자 무사라프는 테러와의 전쟁 시 미국의 종노릇을 한 대가로 1990년 이후 오랜 동안의 무기수출금지국에서 해금되어 록히드의 F-16을 24대 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어쩌면 더 큰 고객 인도에 대한 일종의 떡밥이었을지도 모른다.

록히드마틴에게 있어 진정한 고객은 인도였다. 인도는 오랫동안 그들의 국방력을 러시아(구소련 등)에 의존해왔다. 당시 록히드마틴에 따르면 약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판매하게 될 인도와의 거래를 통해 그들은 F-16의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약 5,000명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도와의 거래를 트기 전에 라인과 노동자들은 어떻게 유지되었을까? 미의회는 록히드마틴에 2004년에 1백7십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다.

911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려오던 – 2001년 록히드마틴은 2천억 달러의 전투기 사업의 시행자로 선정되었는데 미군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 미국의 군수산업이 점차 하향세로 들어설 조짐이 보이자 미국 대통령 – 부시는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게 모두 이번 건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전화를 건 것으로 보도되었다 -, 미의회, 군수업체 등이 총동원되어 화해하기 어려운 두 나라에 똑같은 기종의 전투기를 판매하는 개가를 올려 또 한 번 “자본주의는 돈 되면 무엇이든 한다!” 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그런 전투기 판매로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 예를 들면 21세기의 숙적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의 전술적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소위 비동맹 국가로 분류되어 왔던 인도가 미국 전투기를 도입하고 이와 관련한 각종 기술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향후 더 긴밀한 인도-미국 간의 군사협력체제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점은 아시다시피 지난 2006년의 미국과 인도 간 핵협정 체결이다. 현재는 공동으로 MD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록히드마틴은? 미국이 대중국 포위전략을 택하거나 말거나 – 물론 장기 전략적으로는 그들도 미행정부의 군사전략에 동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 1차 관심사는 무기의 판매이다. 기본적으로 준전시 상태나 마찬가지인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에 대한 무기판매는 그들에게 있어 하등 이상하거나 모순 될 것이 없는 판매 전략이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자랑스러운 F-16 보유국 명단)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번 아파치를 둘러싼 갈등(?)이 우리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주1) 예전 김대중 대통령 시절 프랑스의 군용비행기를 도입하려다 불발이 된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배칠수라는 무명개그맨이 그 사건을 개그소재로 사용하여 사상초유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2)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으로 교체되었다.

US War Privatization

다음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중 계약에 관한 위원회(Commission on Wartime Contracting in Iraq and Afghanistan)’가 최근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24만 명 이상의 고용인들이, 이들 중 80%가 외국인인, 미군과 국무부, 그리고 미국 국외발전기관의 작전과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계약고용인들의 숫자는 미군의 숫자를 넘어섰다. 계약업체들이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위원회는 그들을 활용함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돈이 낭비되고, 갈취되고, 악용되고 있는데 이는 부적절한 계획, 빈약한 계약서 작성, 제한적인 경쟁, 부실한 감독기능, 그리고 다른 문제들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수치는 계약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의존에 관한 국방부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그 보고서는 또한 2009년 2분기에 국방부를 위해 일하는 “사설보안업체”의 숫자가 23% 증가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9% 증가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그 나라에서의 “군사력의 증강과 상호관련”되어 있다.
More than 240,000 contractor employees, about 80 percent of them foreign nationals, are working in Iraq and Afghanistan to support operations and projects of the U.S. military, the Department of State, and the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Contractor employees outnumber U.S. troops in the region. While contractors provide vital services, the Commission believes their use has also entailed billions of dollars lost to waste, fraud, and abuse due to inadequate planning, poor contract drafting, limited competition, understaffed oversight functions, and other problems.
These statistics support a recent DoD report on the extent of the US reliance on contractors. That report also found that there has been a 23% increase in the number of “Private Security Contractors” working for the Department of Defense in Iraq in the second quarter of 2009 and a 29% increase in Afghanistan, which “correlates to the build up of forces” in the country. [출처]

아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전쟁은 전쟁에서 민간군사업체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전쟁이었다. 부시와 딕체니 등 공화당 정권은 당시 민영화를 통해 군대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미명 하에, 별다른 경쟁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해 막대한 이권이 걸린 전쟁수행과 이에 따른 복구사업을 소수의 민간군사업체들에게 넘겨왔다. 이것은 인종학살이라는 전쟁범죄와 함께 미국의 납세자들의 돈으로 용병의 배를 살찌우는 가공할 범죄라 할 수 있다.

위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이없는 사실 하나는 이런 범죄가 오바마 시절에도 변함없이 자행되고, 심지어는 그 계약자 수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경쟁강화를 통해 더 많은 업체들에게 기회를 줬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 민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없이 민간계약을 늘인다는 사실은 결국 전쟁수행에 아무리 고상한 명분을 갖다 붙여도 결국 그것은 이윤창출의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Battle for Peace

그러한 종류의 제국은 종식되었다. (비록 상상할 수 있는 한에는 다시 도래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정복과 자기이해를 위한 제국이 아니다. 비록 몇몇이 그것의 사용을 비난하지만 말이다.(“너희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이라크의 석유를 움켜쥐는 거잖아.”); 그리고 우리의 영향력의 원천은 우리의 군사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나 미국은 명령하거나 군림할 수 없는, 그리고 그런 것을 원하지도 않는 제국이다; 미국은 오직 영향력을 미칠 뿐이다. 미국은 정복에 의한 제국이 아니다. 미국은 영향력에 의한 제국이다.
That kind of empire is dead (though it could conceivably come alive again). America is not an empire of conquest and self-interest, though some accuse use of that (“All you Americans want is to grab Iraq’s oil”); and the source of our influence goes way beyond our military power. Yet America is an empire that cannot command or dictate, and does not want to; it can only influence. It is not an empire of conquest; it’s an empire of influence.
[Battle for Peace: A Frontline Vision of America’s Power and Purpose, by Tony Zinni, Tony Koltz, Palgrave Macmillan, 2006, pp4~5]

베트남과 중동전의 전쟁영웅인 사성장군 출신의 Tony Zinni가 2006년 내놓은 책의 일부분이다. 이 고백이 그다지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적어도 미군의 최고 지도자 중 하나였던 이로부터 이 정도의 발언이 나온다는 것도 꽤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그는 이 글 뒤에 미국이 나머지 세상에게 군사력 이상의 그 무엇, 예를 들면 미국식 문화, 미제 상품, 경제력 등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논지다. 이것이 바로 그의 “영향력에 의한 제국(empire of influence)”이라는 표현의 근거다.

어쨌든 결국 이 책은 그러한 연성(軟性)전략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군사전문가이니 만큼 미국의 대외적인 군사정책을 다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미제국의 “지나친 자신감(aggressive confidence)”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노선만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용기 있는 주장을 담고 있다. 비록 톤은 성에 차지 않더라도 – 심지어 나의 생각과 반대될지라도 – 내부자의 시각으로 외부 사람이 볼 수 없었던 면을 짚어주는 책이 맘에 드는데 이 책도 그런 책이 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미군주둔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똑똑하고 겁 없는 저널리즘(Smart Fearless Journalism)’을 표방하는 Mother Jones에서 아주 유용하고 재미있는 지도를 하나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다. 1950년부터 2007년까지 얼마나 많은 미군이 전 세계에 어떠한 이유로 주둔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다. 지도의 아래에 있는 시계열 막대를 이용하면 해당시기의 미군주둔 현황을 볼 수 있고 지도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그 지역의 상세한 미군주둔 정보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북한 등을 클릭하면 미군이 어떠한 이유로 얼마만한 규모로 주둔하였는지, 그리고 현재의 이슈는 무엇인지 등이 소상하게 제공된다. 참 쌈빡한 서비스다!

한번 둘러보면 알겠지만 남한과 일본은 그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밀도 높은 미군주둔지였고 현재도 그러하다.

Frontline : Private Warriors

이 작품은 군대의 민영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즉 공공서비스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군대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 민간의 효율과 창의라는 이름하에 어떻게 민영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이들은 누구인가를 고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부시 행정부는 말 그대로 자본가의 정부라 할 수 있다. 행정부 수반 면면이 미국의 거대기업의 임원이나 사장을 지낸 인물들이며 그들의 중심축에는 핼리버튼의 CEO를 지낸 부통령 딕체니가 있다. 전투기능을 제외한 군이 행하는 업무를 민간에게 넘기는 방침이 확정되고 나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각국 – 특히 미국의 – 군사기업의 거대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최대의 수혜자는 딕체니의 본거지 핼리버튼이다. 이 기업은 모회사 및 자회사 등을 통하여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이들을 둘러싼 부정과 부패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군사기업으로서는 이라크 전의 단기간의 해결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이라크가 진흙탕이 될수록 그들의 이익은 증대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들 군사기업에 의해 고용되어 유사전투기능을 수행하다 억울하게 숨져간 미국인들을 조명하여 전쟁의 참상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이들이 어떻게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는가를 뜻있는 이들의 증언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전 세계의 군사기업의 실태와 부작용에 대해서 알게끔 했고 이에 영향 받은 국내 공중파 방송들도 앞 다투어 비슷한 포맷으로 군민영화 실태를 고발하였다. 2005년 방영.

P.S. 군사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그들을 지원한 정치가는 뒷돈을 챙길 텐데 정작 나머지 행정부 자체는 어떤 이익이 있을까? 정답은 미군의 사망자 숫자를 조작하여 국내 반전 여론을 무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군사기업의 고용인들의 죽음은 산업재해 일뿐 군인으로서의 영예로운(?) 죽음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상보기
http://www.pbs.org/wgbh/pages/frontline/shows/warriors/view/

죽은 뒤에 글을 남긴 블로거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정치적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 여러 매체 수단을 놔두고 하필 블로그냐 하면 뭔가 그 다양함 속에서 공통점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견으로는 블로그가 가지는 사적(私的)인 요소와 웹상에 공개된다는 공적(公的)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가지는 각별한 ‘재미’때문이지 않은가 싶다. 무언가 절박한, 무언가 냉소적인 이유에서 블로그를 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실제로는 전자기호와 전류로 가득 차 있을 웹에서 댓글과 트랙백, 그리고 메타블로그 등으로 엮이면서 사람과 사람 간에 상호작용을 함에서 오는 그 쾌감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 이러한 블로그의 특성을 가장 잘 알려주는 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글은 죽음을 예감한 한 사나이가 죽은 후에 ‘Final Post’라는 제목의 마지막 글을 블로그에 남기면서 최후까지 블로거들과 소통을 한 글이다. 서른여덟 살의 Andrew Olmsted 미육군 소령은 군에 몸담고 있으면서 블로그 활동을 한 이른바 ‘군인 블로거(milblogger)’였다. 처음에 AndrewOlmsted.com라는 독립된 블로그에 활동하다가 얼마 전부터 The Rocky Mountain News 의 웹사이트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이런 Olmsted 소령이 어떻게 죽은 후에 글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는 작년 7월 친구인 Hilary Bok 에게 이상한 부탁을 했다. 그가 혹시라도 죽으면 자기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달라는 부탁이었다. 무심결에 부탁을 수락한 그녀는 후에 그가 보내온, 그리고 지속적으로 수정을 한 글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삶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묻어나는 내용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1월 3일 바그다드 북쪽의 사디야라는 도시에서 반군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약속에 따라 Hilary는 1월 4일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세상을 향한 유언이 된 셈이다.

그의 마지막 글에서 그는 자신의 이 글이 블로그에 올라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가장 원초적인 바람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블로깅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가족에 대한 그의 애절한 감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글 중 가장 쓰는데 애먹었을 글이 아닌가 싶다.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이고 그 역시 침략군일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유보한 채 같은 블로거의 입장에서 그의 죽음은 애석한 것이다. 생명의 종말은 누구에게나, 특히 그의 가족에게 궁극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을 예견하여 친구에게 최후의 글을 남겨줄 것을 요구한 그의 태도는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무언가 세상에(특히 블로그에?) 미련을 두고 가는 망자의 태도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어쨌든 그는 최후까지 블로그에서의 소통을 놓지 않았다. 통상 정말 불행하게도 어느 블로그의 주인이 세상을 등지게 되면 그의 블로그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폐가마냥 내동그라질 터인데 적어도 그의 블로그는 가장 확실하게 결말을 맺은 셈이다. 그리고 동료 블로거들은 이런 그의 글에 천 건이 넘는 댓글로 화답하였다. 죽음을 통해, 그리고 유서를 통해 파이널을 맞이한 블로그… 는 정말 흔치 않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그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고 하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