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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단상

두 번째 척도는 2000~2005년 급격히 변화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간단히 말해 가계부채) 비율이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체코공화국의 경우 2000년 8.5퍼센트였던 수치가 2005년 27.1퍼센트로 상승했고 [중략] 한국은 33퍼센트에서 68.9퍼센트로 증가했다. [중략] 성숙한 시장경제 국가들의 경우 비율 자체는 높지만 증가율은 신흥 시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를테면 일본은 2000년 73.6퍼센트에서 2005년에는 77.8퍼센트, 미국은 104퍼센트에서 132.7퍼센트로 증가했다.[축출 자본주의, 사스키아 사센 지음, 박슬라 옮김, 글항아리, 2016년, p163]

읽고 있는 책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의 가계부채 문제가 언급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어 인용해보았다. 이 인용문에는 특이한 두 범주의 네 국가가 언급되어 있다.. 2000~2005년 기간 동안의 추세를 볼 때 체코와 한국처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크진 않으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나라들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크지만 증가세가 둔한 나라들이 언급된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증가세나 비중의 변화를 보면 확실히 한국은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나라랄 수 있다. 해당 기간 동안 한국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50% 미만에서 그 이상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는데 증가율은 109%다. 그 기간 동안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여 마침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진 미국의 28%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란 점이 인상적이다. 비중의 변화나 증가율에 있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두드러진 나라였다.

최근 추세는 더욱 극적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해당 비중은 160.7%다. 2005년 기준 132.7%였던 미국의 비중은 2013년 기준 115.1%, OECD의 비중은 135.7%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채청산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에도 인위적인 저금리 상황을 조성하면서 제대로 된 부채청산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부채청산의 이연은 저금리 기조 하에 더욱 더 지연되고 있다.

2016년 1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예금취급기관 825.5조원, 기타금융기관 332.9조원으로 도합 1,158.5조원이다. 이에 실질적인 가계대출이라 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대출 243.3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대출은 1,401.8조원에 달한다.1 이 대출규모는 가처분소득 대비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위험하거니와 정부, 가계, 기업 부채의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전체 부채 중 가계부채 비중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렇게 질과 양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의 용도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의 가계대출 증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 이후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투입됐다.2 덕분에(!) 최근 수도권 집값은 오르고 있다. 아파트고 단독주택이고 할 것 없이 경매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소위 “갭투자” 열풍과 브렉시트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예측 하에 불꽃은 더욱 더 화려하다.

관건은 그 불꽃이 언제까지 타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한다. 올 8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일시상환이 시작된다. 연도별 주택매매 건수는 2015년 119만 건으로 사상 최대 건수의 주택거래가 이루어졌다. 2017~2018년 신규로 입주할 가구 수는 70만 가구로 예측된다. 과연 그때 현재 청약열풍에 편승한 이들이 모두 새 아파트에 입주할 것인가? 빚으로 산 집을 가지고 시도한 “갭투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제공하는) 노동생산성이 계속 증가해온 이래 1970년대 이후의 역사상 가장 높은 이윤을 향유했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은 그렇지 못했다. 은행에 쌓인 증가일로의 이윤은 대부분 소비자 대출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소비자 신용의 분출은 고전적인 자본주의 모순을 이연시켰다. 그것은 급속히 확대되었을 때 나빠졌을 수도 있는 소비자 수요를 지탱해주었다. 자본가는 지구화된 노동력 덕분에 그들의 월급명세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정체되어온 실질임금에 기반을 둔 점증해온 소비자 부채의 25년은 예상할 수 있던 한계에 도달했다. 노동자의 소득이 부풀어 오른 채무를 감당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을 때, 그들의 파산은 – 소비자 부채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의 파산과 함께 – 2008년의 붕괴에 일조했다.[Capitalism – Not China – Is to Blame for the Current Global Economic Decline]

2008년의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1970년대 이후 증가일로에 있었던 소비자 신용이 그 한계에 도달하여 유발되었다는 설명을 인용해보았다. 이글의 서론에도 언급하듯이 자본주의에는 다양한 형태가 현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의 현재시점에서의 공통점은 인용한 부분의 설명처럼 소비의 상당부분이 노동자이기도 한 소비자의 부채를 통해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성은 확실히 이전 세기 초반의 자본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이러한, 소득과 소비의 불일치를 소비자 신용으로 채워온 자본주의 형태의 선두주자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예로 한국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국가 규모의 거대한 소비자 신용을 통해 집단적으로 소비해온 소비자 신용 선진국이다. 이름도 걸맞게 “주택담보 집단대출”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어온 아파트 개발 사업은 전형적으로 개발업자가 “부동산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짓고, 이를 사들일 소비자는 자기 돈 일부에 “주택담보 집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사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래서 작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나열한 여러 원인 중 첫 번째가 바로 “가계부채”다. 보고서는 최근의 민간소비 부진이 “경기적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하며,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고 단언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그 절대적 규모도 규모거니와 원리금 상환능력이 중요한데, 우리의 가계부문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63.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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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Austria shipwreck” by Unknownhcandersen-homepage.d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Commons.

한편 정부는 지난 12월 16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구체화”하고자 할 목적으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이 발표에서 제시한 가계부채에 관한 정책방향은 “주담대 분할상환 관행 정착”과 “집단대출의 건전성 관리”다. 즉, 만기 일시상환 위주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 집단대출이 실수요자 위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인데, 이 정도면 근본적인 부채대책이라기보다는 미세조정에 가깝다. 이는 전경련조차 “임계점”이라고 규정한 심각한 가계부채의 근본대책이라 보기에 미흡하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인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대책으로는 “정규직 전환 및 근로자 임금증가액에 추가 세액공제 부여” 등이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미 작년에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한 바 있고, 그 덕인지 2015년 국내총소득 증가율도 전년기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였다.2 하지만 여전히 중기적으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부문의 부담 증가3, 전월세 가격의 폭등4은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상황은 부족한 소득마저 빼앗아가는 실업이다. 인용문에서도 지적하듯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지구화된 노동력은 노동자가 언제라도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전제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으로,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 조짐에 따른 상시적 인력감축은 노동자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기업의 인력감축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완화 시도는 체제적 위기의 풍파에 시달리는 배에서 노동자들을 우선 바다에 던져 넣겠다는 것이다.

물론 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디플레이션이 꼭 나쁜 것일까?

맥킨지는 지난 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호주와 말레이시아와 함께 태국과 남한을 가계부채가 지속 불가능할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남한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가용 가능한 최신 자료인 작년 2분기 말 현재 144%다. 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략] 한국은행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용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 스탠더드차터드에 따르면 그 경우 가계자산의 4분의 3이 부동산인 – 미국의 25% 수준보다 훨씬 높은 – 이 나라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Asian Central Banks’ Dilemma: Balancing Debt and Growth]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 사상 최초로 1%대 기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거론하던 상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었던 결과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자면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경제주체별로 보면 그 손익분석이 다를 것이다. 무주택자에 무차입자라면 – 임금하락을 빼놓고는 – 디플레이션이 나쁠 것 없다. 현금을 모아놓으면 그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빚을 내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라면 손해다. 실물가치가 내리는 와중에 실질금리는 상승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산 중 압도적인 비중이 부동산인데다 가계부채 수준도 높은 이 나라는 역시 금리인하라는 모르핀 이외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 모르핀을 맞아야 할 것인가?

한국의 낮은 PIR의 배경과 주택시장의 현 상황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 주택가격 동향에 관한 신규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 유익한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래프가 하나 있었다. 그 그래프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House Price-to-Income Ratio) 그래프였는데, 우리나라의 역사적 평균 대비 2013년 4분기 해당 비율이 -39.7%로 분석대상국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우리나라의 집값은 소득 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것이고 단순히 그 관점에서만 본다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개연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런 통념을 벗어나는 분석결과의 원인을 분석한 글을 발견했다. 우리금융연구소에서 내놓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이 그 글이다. 보고서는 IMF가 PIR 계산에 사용한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체적인 가정으로 분석을 시도했다. 즉, 국민계정의 개인가처분소득 등의 자료를 활용하여 1986~2013년의 PIR 평균과 2013년 수준을 비교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국주택가격 기준으로 -44.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수치라면 보고서의 가정이 IMF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의 PIR이 과거의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이유는 1980년대 말의 PIR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중략] 전국아파트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1986년의 PIR을 100으로 할 때 2007년의 PIR은 43.7에 불과했으며, 2013년에는 38.5까지 하락하였다. 또한 주택가격의 거품이 (만약 있다면) 가장 심할 것으로 간주되곤 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가격의 경우, 1986년의 PIR을 100으로 할 때 2007년에는 67.8, 2013년에는 47.5에 불과하다.[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

1980년대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이 분석결과다. 이런 높은 수치는 역사적 평균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영향은 현재까지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향후 예측으로 돌아와 지금 비율이 역사적 평균보다 낮으므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가? 보고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주택구입 재원이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덕분이란 판단 때문이다. 1990년 25%에 이르던 가계저축률은 현재 3~4%대로 급락하고 반대로 빚은 늘었다.

최근 PIR이 과거 고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다시 상승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3~4%대로 급락한 가계 저축률을 감안할 때, 금융자산의 축적을 통해 주택가격을 지지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1990년대 초반의 높은 PIR은 가계소득 이외의 은폐된 자기자본(금융자산 등)에 의해 가능했으며, 이미 타인자본(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PIR와 같은 차원에서 해석될 수 없다.[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

요컨대 우리나라의 현재의 상황에서 역사적 평균 대비 PIR만 가지고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안정의 관건은 가계소득 증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 결론이 정답이다.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수위이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4%로 OECD 국가 평균(74.5%)보다 높은 수준이며 위험 수준으로 간주되는 85%를 넘어섰다. 거기에 우리만의 독특한 금융제도인 전세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늘 것이다.

가계 및 은행권의 손실흡수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기는 하나,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비중 및 증가세, 단기·일시 상환대출에 의존한 차입과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성, 저소득 부채가구의 부실위험은 다소 우려스러워 보인다.[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체계의 설계방향]

KD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요지다. 역사적으로 높은 PIR과 저축률이 특징이었던 1980년대 이후 가계는 금융자산과 부채를 – 전세 포함 – 재원으로 자산구성을 부동산자산으로 대체한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자 정부는 LTV, DTI규제 등을 통해 시장과열을 억눌렀다. 이에 따라 현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권 차입이 크게 늘고 있는 상태다. PIR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집값하락으로 인한 담보가치 저하도 우려할 일이지만 빚을 더 늘려 집을 사라는 정책도 위험한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