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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제공하는) 노동생산성이 계속 증가해온 이래 1970년대 이후의 역사상 가장 높은 이윤을 향유했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임금은 그렇지 못했다. 은행에 쌓인 증가일로의 이윤은 대부분 소비자 대출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소비자 신용의 분출은 고전적인 자본주의 모순을 이연시켰다. 그것은 급속히 확대되었을 때 나빠졌을 수도 있는 소비자 수요를 지탱해주었다. 자본가는 지구화된 노동력 덕분에 그들의 월급명세를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정체되어온 실질임금에 기반을 둔 점증해온 소비자 부채의 25년은 예상할 수 있던 한계에 도달했다. 노동자의 소득이 부풀어 오른 채무를 감당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을 때, 그들의 파산은 – 소비자 부채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의 파산과 함께 – 2008년의 붕괴에 일조했다.[Capitalism – Not China – Is to Blame for the Current Global Economic Decline]

2008년의 금융위기가 단기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1970년대 이후 증가일로에 있었던 소비자 신용이 그 한계에 도달하여 유발되었다는 설명을 인용해보았다. 이글의 서론에도 언급하듯이 자본주의에는 다양한 형태가 현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의 현재시점에서의 공통점은 인용한 부분의 설명처럼 소비의 상당부분이 노동자이기도 한 소비자의 부채를 통해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특성은 확실히 이전 세기 초반의 자본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이다.

이러한, 소득과 소비의 불일치를 소비자 신용으로 채워온 자본주의 형태의 선두주자에서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예로 한국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국가 규모의 거대한 소비자 신용을 통해 집단적으로 소비해온 소비자 신용 선진국이다. 이름도 걸맞게 “주택담보 집단대출”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어온 아파트 개발 사업은 전형적으로 개발업자가 “부동산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짓고, 이를 사들일 소비자는 자기 돈 일부에 “주택담보 집단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아파트를 사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래서 작년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나열한 여러 원인 중 첫 번째가 바로 “가계부채”다. 보고서는 최근의 민간소비 부진이 “경기적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하며, “가계부채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고 단언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그 절대적 규모도 규모거니와 원리금 상환능력이 중요한데, 우리의 가계부문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63.8%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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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Austria shipwreck” by Unknownhcandersen-homepage.d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Commons.

한편 정부는 지난 12월 16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구체화”하고자 할 목적으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이 발표에서 제시한 가계부채에 관한 정책방향은 “주담대 분할상환 관행 정착”과 “집단대출의 건전성 관리”다. 즉, 만기 일시상환 위주의 대출을 분할상환으로 유도하고 집단대출이 실수요자 위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인데, 이 정도면 근본적인 부채대책이라기보다는 미세조정에 가깝다. 이는 전경련조차 “임계점”이라고 규정한 심각한 가계부채의 근본대책이라 보기에 미흡하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편인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는 대책으로는 “정규직 전환 및 근로자 임금증가액에 추가 세액공제 부여” 등이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미 작년에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도입한 바 있고, 그 덕인지 2015년 국내총소득 증가율도 전년기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였다.2 하지만 여전히 중기적으로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부문의 부담 증가3, 전월세 가격의 폭등4은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상황은 부족한 소득마저 빼앗아가는 실업이다. 인용문에서도 지적하듯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지구화된 노동력은 노동자가 언제라도 직업을 잃을 수 있는 전제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으로, 국내 경기의 장기침체 조짐에 따른 상시적 인력감축은 노동자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신입사원마저 “희망퇴직”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기업의 인력감축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완화 시도는 체제적 위기의 풍파에 시달리는 배에서 노동자들을 우선 바다에 던져 넣겠다는 것이다.

물론 바다에 빠진 노동자라도 빚은 갚아야 한다.

재밌지만 씁쓸한 뮤직비디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 실업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이러한 실업의 특히 심각한 문제는 청년실업률이 여타 실업률보다 높다는 점, 그리고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점 등에 있다. 금융위기 태풍의 핵이었던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2012년 청년실업률은 약 16%로, 국가 전체 실업률의 두 배 수준이다. 학력 인플레이션도 심각해서 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에까지 학위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예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중고등학교에서의 극성스러운 사교육이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 경제학자는 개탄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재밌는 뮤직비디오를 하나 소개한다. The TradeMark Experience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나, 홈페이지도 있는 것을 보면 직업적인 음악가를 지향하는 이로 보이는데, 여하튼 나이가 들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미국 청년들이 부모 집에 얹혀살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팍팍해지고 있는 현실을 재밌게 꼬집고 있다. 유투브 페이지의 댓글에는 자신도 같은 처지라는 댓글을 간간히 볼 수 있는 것이, 현재의 미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만 같다. 여하튼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도 “쓸데없이 고퀄”이고, 부모의 집도 좋아 보이는 것이, 비디오의 제작자는 아직은 삶의 여유가 있는 청년실업자 – 또는 뮤지션 – 인 듯하다. 🙂

현재의 고등교육은 질 높은 고용으로 이어질 것인가?

The item in the news commentaries that really jumped out at me, though, was the level of Spain’s unemployment. This country, a large European economy, has an unemployment rate of 21.3% and, more disturbingly, a youth unemployment rate above 40%. [중략] And that brings me to the dollar. There have been mutterings that the dollar’s days as the world’s reserve currency are numbered. Perhaps, but what are the alternatives if the Euro falls apart? [중략] The dollar became the world’s reserve currency because the U.S. economy was really big, really vibrant (still is, even with the crash from which it’s recovering much better than most), and really mature.
뉴스 보도에서 날 정말 놀라 뛰어오르게 했던 아이템은 스페인의 실업률 수준이었다. 이 나라는, 유럽 경제에서도 큰 편인데, 실업률이 21.3%였고, 더 불안하게도, 청년 실업률이 40%를 넘어서고 있었다. [중략]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난 달러를 주목한다. 세계 기축통화로써의 탈러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평이 많다. 아마도, 그러나 유로가 떨어진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중략] 달러는 미국경제가 진정으로 크고, 진정으로 활기차고 (여전히 그러한데, 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양호하게 회복하고 있다), 진정으로 성숙되어 있기 때문이다. [Spain, Scary Statistics, and Why the U.S. Dollar Remains the World’s Reserve Currency]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글을 해석해 보았는데, 별로 비즈니스리뷰에 어울리지 않은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 아직도 달러가 기축통화로 남아있는가 하는 데에 대한 큰 틀에서의 시각은 그리 잘못 되지 않았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분석적이라기보다는 감상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Employment rates for new college graduates have fallen sharply in the last two years, as have starting salaries for those who can find work. What’s more, only half of the jobs landed by these new graduates even require a college degree, reviving debates about whether higher education is “worth it” after all. [중략] Among the members of the class of 2010, just 56 percent had held at least one job by this spring, when the survey was conducted. That compares with 90 percent of graduates from the classes of 2006 and 2007.
새로이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취업률은 지난 2년 동안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의 초봉이 그러한 것처럼 급격히 떨어졌다. 더욱이 이들 졸업생들이 차지한 일자리 중 오직 절반만이 학위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이는 과연 고등교육이 결국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냐에 대한 논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략] 2010년 클래스의 학생들 중에서, 단지 56%만이 조사가 이루어진 이번 봄까지 최소한 한 개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2006년과 2007년의 클래스에서 졸업생의 90%가 (일자리를 얻은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Many With New College Degree Find the Job Market Humbling]

물론 스페인의 40%라는 경이적인 실업률까지는 아니겠지만 윗글에서 지적하고 있다시피 미국의 대학졸업자들조차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고용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활력을 잃은 고용시장은 물론 경제위기의 탓이겠지만 고용조건에서 보듯이 고용시장의 질적인 변화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학자금관련 빚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11년중 대학졸업자들의 평균 학자금관련 부채는 2만2,290달러나 된다고 하는데 이는 작년에 비하여 8%나 늘어난 것으로 10년전에 비해서는 무려 47%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대학등록금은 매년 약 5%씩 늘어나고 있는데 부모들이 이를 모두 감당할 형편이 못되고 있는 만큼 대학생들의 부채는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데 올해 대학졸업자들이 직접 갚아야 할 빚은 1만8천달러나 된다.[날로 늘어나는 학자금관련 부채]

한편,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고 고용조건은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학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앞서 인용기사에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럴 바에야 학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지만 개인의 학벌선택이 자유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위에 대한 포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23일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5∼2010년 우리나라 가계의 교육비 상승률은 22.8%로, 이 중 사립과 국공립대학교 및 대학원, 전문대학 납입금은 모두 30% 내외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16.1%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5년간 대학교 및 대학원 납입금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달했다.[대학 등록금 인상,물가상승률의 2배]

눈을 돌려 우리의 상황을 보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시 고용시장의 절대규모와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등록금이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급기야 침체해 있던 학생운동이 등록금 투쟁을 계기로 고양될 기세다. 심지어 여당이 ‘반값 등록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고용시장, 특히 청년 고용시장은 미래의 경제의 선행지표이다. 하지만 유럽, 미국, 한국의 예에서 보듯이 전 세계 공히 이 시장의 산출이 투입비용(즉, 교육비)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재정위기나 부동산 침체를 반등시킬 미래의 성장 동력이 벌써 고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큰 틀에서 질 높은 고용을 위한 교육선택과 한 노동자의 생애주기에서 적어도 밑지지는 않는(!) 고용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비용은 경쟁과 시장화의 영향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성장은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과 고용을 시장에서만 해소하려는 노력이 점점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