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낮은 PIR의 배경과 주택시장의 현 상황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 주택가격 동향에 관한 신규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 유익한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래프가 하나 있었다. 그 그래프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House Price-to-Income Ratio) 그래프였는데, 우리나라의 역사적 평균 대비 2013년 4분기 해당 비율이 -39.7%로 분석대상국 중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우리나라의 집값은 소득 수준에 비해 저평가된 것이고 단순히 그 관점에서만 본다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개연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런 통념을 벗어나는 분석결과의 원인을 분석한 글을 발견했다. 우리금융연구소에서 내놓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이 그 글이다. 보고서는 IMF가 PIR 계산에 사용한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체적인 가정으로 분석을 시도했다. 즉, 국민계정의 개인가처분소득 등의 자료를 활용하여 1986~2013년의 PIR 평균과 2013년 수준을 비교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국주택가격 기준으로 -44.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 수치라면 보고서의 가정이 IMF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의 PIR이 과거의 평균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이유는 1980년대 말의 PIR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중략] 전국아파트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1986년의 PIR을 100으로 할 때 2007년의 PIR은 43.7에 불과했으며, 2013년에는 38.5까지 하락하였다. 또한 주택가격의 거품이 (만약 있다면) 가장 심할 것으로 간주되곤 하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가격의 경우, 1986년의 PIR을 100으로 할 때 2007년에는 67.8, 2013년에는 47.5에 불과하다.[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

1980년대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 수준에 비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는 것이 분석결과다. 이런 높은 수치는 역사적 평균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그 영향은 현재까지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시 향후 예측으로 돌아와 지금 비율이 역사적 평균보다 낮으므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가? 보고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주택구입 재원이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 덕분이란 판단 때문이다. 1990년 25%에 이르던 가계저축률은 현재 3~4%대로 급락하고 반대로 빚은 늘었다.

최근 PIR이 과거 고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다시 상승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3~4%대로 급락한 가계 저축률을 감안할 때, 금융자산의 축적을 통해 주택가격을 지지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1990년대 초반의 높은 PIR은 가계소득 이외의 은폐된 자기자본(금융자산 등)에 의해 가능했으며, 이미 타인자본(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PIR와 같은 차원에서 해석될 수 없다.[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통해 본 주택시장 현황]

요컨대 우리나라의 현재의 상황에서 역사적 평균 대비 PIR만 가지고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안정의 관건은 가계소득 증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결론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원론적인 이 결론이 정답이다.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 수준이 위험수위이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4%로 OECD 국가 평균(74.5%)보다 높은 수준이며 위험 수준으로 간주되는 85%를 넘어섰다. 거기에 우리만의 독특한 금융제도인 전세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늘 것이다.

가계 및 은행권의 손실흡수여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기는 하나,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비중 및 증가세, 단기·일시 상환대출에 의존한 차입과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성, 저소득 부채가구의 부실위험은 다소 우려스러워 보인다.[가계부채의 위험에 대한 이해와 위험관리체계의 설계방향]

KD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의 요지다. 역사적으로 높은 PIR과 저축률이 특징이었던 1980년대 이후 가계는 금융자산과 부채를 – 전세 포함 – 재원으로 자산구성을 부동산자산으로 대체한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자 정부는 LTV, DTI규제 등을 통해 시장과열을 억눌렀다. 이에 따라 현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권 차입이 크게 늘고 있는 상태다. PIR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집값하락으로 인한 담보가치 저하도 우려할 일이지만 빚을 더 늘려 집을 사라는 정책도 위험한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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