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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포커(Liar’s Poker)

먼저 퀴즈 하나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를 이루어낸 주범은?
1) 자본주의 2) 월스트리트 3) 살로먼 브라더스 4) 루이스 라니에리

답은 모두 맞다.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는 1980년대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금융시장이 가장 발달한 월스트리트에서도 모기지 채권의 가능성을 간파한 살로먼 브라더스의 출중한 지략가 루이스 라니에리에 의해 주도되었다. 일종의 시장선도적 리더가 된 라니에리는 그 후 살로먼 브라더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겨준 동시에, 모기지 채권 시장이 채권 시장의 주변부에서 핵심을 차지하게 만드는 데 기여를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시스템 등 경제체제의 움직임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큰 틀에서의 자본주의, 나아가 경제체제의 역사를 통해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 내의 개별인자에 – 예를 들면 부동산, 증권 등 – 대한 특성이나 기술적 분석 등을 공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어느 특정 사건의 정황을 공부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앞서 두 가지 방법은 뼈대를 다듬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마지막 방법은 그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다시 퀴즈로 돌아가서 모기지 채권의 증권화에 대한 상세한 에피소드는 바로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제는 ‘증권화’라는 말이 일상화되었지만 극소수만이 그 단어를 공유하던 1980년대 중반 – 개인적으로는 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시장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이 단어를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접했다 –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던 마이클 루이스의 내부고발(?)(주1) 성격의 논픽션이다. 자본주의 뼈대에 살을 붙여주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한 현장을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은 저 에피소드 이외에도 투자은행의 암투, 정크본드(주2) 시장과 적대적 M&A의 플레이어들, 관료주의화의 해악, 투자은행업의 한계, 심지어는 인간성의 본연에 대한 편린 등 돈과 권력을 둘러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짜임새 있게 보여주고 있다. 분명 내부고발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주변인들에게는 자못 흥미로운 내용인지라 – 무엇보다 돈이 흘러 넘치는 곳의 이야기인지라 – 실제로 독자들이 작가에게 묻는 주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투자은행에 입사할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오늘 환율이 달러 당 1600원 선을 돌파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경제불안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가 – 특히 사회의 주류들은 – 경제에 관한 역사적 경험 중에 우리가 필요한 부분만을 취해왔었고, 그에 따라 성공의 현란한 불빛에 가린 그늘을 도외시하여, 맹목적으로 그들을 답습하여 왔던 관성도 한몫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금융의 세계화’일 것이다. 1980년대에 쓰인 책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경험담이 될 틈이 없는 이유다.

(주1) 그럼에도 이 책이 “최고의 금융경영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팔리는 사실도 또 하나의 블랙코미디랄 수 있다

(주2) 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로맨틱코미디 ‘웨딩싱어’에서 여주인공 드류 배리모어의 약혼자는 정크본드 트레이더로 부를 쌓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드류 배리모어가 약혼자를 소개하며 정크본드 트레이더라고 하자 그는 재빨리 정크본드가 아니라 하이일드(High Yield) 본드라고 정정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루이스 라니에리:너의 모기지는 그의 채권이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금융업은 혁명을 일으켰다. 주택소유자들이 모기지를 재조달할 때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 누구도 이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주장할 수 없다. 오직 루이스 라니에리(Lewis S. Ranieri)만이 성냥을 가지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살로먼 브라더스의 새로운 모기지 거래 부서에 합류하면서 이 대학중퇴자는 “증권화(securitization)”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 말은 주택대출을 세계 어느 곳에나 팔 수 있는 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그가 만든 단어다. 라니에리가 “연금술”이라 부르던 그것으로 말미암아 신용카드에서부터 제3세계 부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비용을 절감하는 하나의 템플릿을 창조해내고 수백억 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아메리칸드림에서 금융적 제약조건을 제거해버렸다.

살로먼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77년 처음으로 개인을 위한 모기지담보부채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 — 수천의 모기지들이 모여지고 주택소유자의 지불이 투자자들에게 흘러가는 채권들 — 을 개발했다. 오래지 않아 치솟는 금리 때문에 — 단기 예금으로 장기 대출을 빌려주는 — 저축대부조합(savings and loans)의 사업이 전환기를 맞게 되었는데, 그것이 어른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에게는 일종의 금융적인 죽음의 덫으로 변해버렸다.

라니에리의 일은 그 채권들을 파는 것이었다. — 불과 열다섯 개의 주에서만이 MBS가 합법적인 투자였을 때 말이다. 트레이더의 배짱과 세일즈맨의 설득력을 통해 그는 MBS를 거래하기 위한 시장을 창조하였고 법과 세금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워싱턴에서의 로비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소 금융공학자로 보이는 그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브루클린 토박이인 라니에리는 천식 때문에 연기 나는 부엌에서 쫓겨나기 전에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될 것이었다. 살로먼의 우편배달부에서 시간제 일을 하던 그는 트레이딩으로의 길로 접어든다. 덩치 크고 쾌활한 라니에리는 그 자신의 이미지로 회사에서의 모기지 데스크를 건설한다. 라이어스포커에서의 마이클 루이스가 묘사한 이 “뚱뚱한 친구들”은 백오피스에서 발탁되어 의심 많은 투자자들에게 이상하고 새로운 채권을 팔면서 프렌지를 먹고 짓궂은 농담에 몰두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라니에리는 또한 “모기지가 수학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복수만기 모기지 담보부 채권(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를 개발할 박사들을 고용했다. 이 채권으로 30년 만기 모기지를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2년, 5년, 10년 만기 채권으로 변모시켰다. 알버커키의 주택소유자는 이제 뉴욕, 시카고, 도쿄에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라니에리가 2프로만큼 모기지 금리를 깎은 하나의 변화이다. 곧 신용카드 발란스에서부터 자동차 대출까지 모든 것들이 재포장되었다.

MBS 거래는 80년대 폭발한다. 살로먼은 시장을 압도한다. 부회장이 된 후 그의 보스들은 라니에리가 그 시장에서 “너무 컸다고” 생각했다. 그는 1987년 물러나야 했다. 이제 그는 컴퓨터어쏘시에이트인터내셔널의 비실무 사장이고 자신만의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창조한 시장은 수조를 주택소유라는 미국인의 꿈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원문 Business Week

80년대 美모기지 채권시장 확산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로부터 시작된 파생상품의 융성의 계기 이외에 또 하나의 계기가 있는데 무엇보다 미국에서 지난 30여 년간의 축적 양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닉슨이 1971년 미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한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금융 지배를 유지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오히려 달러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고 이윤은 축소되고 주식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미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 1979년 10월 폴 볼커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취임한다.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고자 고금리 프로그램을 내놓는다.[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4-1>]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1979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면서 S&L은 ‘돈’맥경화에 걸렸고, 주택대출시장은 붕괴할 위기에 빠져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S&L은 모조리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981년 9월 30일 의회는 아끼는 S&L업계를 위해 재치 있는 세금유예 법안을 통화시켰다.(S&L이 자신의 주택대출을 팔아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S&L의 값싼 대출을 매수하면 세금을 유예시켜 주는 것이다. S&L들은 서로의 대출을 교환하는 셈이다. 이런 매매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손실은 교묘하게 숨겨졌다. 즉, S&L은 1달러 당 100센트인 대출 채권을 1달러 당 65센트라는 헐값에 팔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회계 규정은 S&L이 매매손실을 그 대출회수 기간만큼 순차적으로 상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만약 대출 채권의 만기가 35년이라면 1달러 당 35센트의 손실은 매년 1센트씩 손실이 난 것으로 회계 처리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손실도 과거 10년간 S&L이 낸 세금과 상계 처리할 수 있었다. 즉, 손실이 났다는 사실을 신고하면 국세청(IRS)은 과거에 낸 세금을 되돌려주었던 것이다. S&L은 가능하면 많은 손실을 내서 국세청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이건 아주 쉽다. 대출 채권을 헐값에 팔아버리면 된다. S&L이 대출 채권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L은 즉시 대출 채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했고, 수천억 달러의 거래가 일어났다. 이런 조치가 취해졌을 때, 라니에리의 트레이더들은 세금유예 조치 자체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살로먼의 모기지 부서는 시장을 독점했다. 이는 의회가 월가에 엄청난 보조금을 준 셈이고 그것이 라니에리 주식회사를 살려낸 것이다.[라이어스 포커(원제:Liar’s Poker), 마이클 루이스 지음, 정명수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6년, pp183~184]

새로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이 된 폴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초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위기에 빠진 S&L(저축대부조합)의 모기지 대출채권이 월가로 넘어간 속사정에 관한 묘사다. “S&L 위기와 Opportunity Fund의 등장”과 비교하여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