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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

Fed가 다음달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줄이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그들이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1라고 부르는 이 조치가 다음 금융위기를 초래할 몇몇의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략] 언와인드에 관해 Fed는 예상한 것처럼 10월에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서서히 줄여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재무상태표는 장기 이자율을 내리고, 위험자산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투자를 촉진하고,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목적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결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였다. [중략]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재무상태표 규모와 소위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수반되었던 효과적인 화폐 발행의 범위에 대해 시큰둥해하기만 할지 의문스러워했다.[How the ‘great central bank unwind’ could ignite the next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했던 조치 중 가장 황당한 조치를 꼽으라면 중앙은행의 채권 직매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시장의 조성자로 국한하여야 할 중앙은행이 끝내는 직접 시장 그 자체가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MBS의 매입은 더욱 놀라웠는데, 패니메와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보증 또는 발행한 채권을 정부나 다름없는 Fed가 다시 사주는 자금흐름을 보면 ‘과연 이게 자본주의 경제가 맞나’하는 의문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의 상품 공급자가 모두 사실상의 정부라면 시장경제라 부르기에 민망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MBS는 장기국채와 함께 Fed의 재무상태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됐다. 그 덕에 Fed는 가장 돈 많이 버는 은행이 되기도 했었다.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가 됐다. 그래서 Fed는 이제 경제가 정상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비정상 자산을 정상화시킬 때가 도래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열기도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저신용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고금리로 빌려 쓰는 레버리지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2 하이일드 채권 거래도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용문에서의 분석가의 우려대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 채권 거래의 폭증은 Fed의 채권매입을 통한 금리 안정화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투자행위였다. Fed가 이제 시장이 정상화됐으니 자신의 자산도 정상화시키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신의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Fed의 현재 자산은 미국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규모의 자산이 시중에 풀린다면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상화된 시장이 사상누각임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Fed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듯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 대신 만기도래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고 상환 받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편인데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방침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매입 프로그램이 유례가 없었듯이 이번 조치 역시 유례가 없기 때문에 그 여파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경제의 어떤 티핑포인트를 건드린다면 도이치뱅크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한편 Fed 자산 축소가 하필 지금 시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Fed의 결정은 다소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오바마의 QE정책과 이를 통해 낮은 금리를 향유하며 정부부채를 끌어다 썼던 오바마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 공화당 정부다.3 게다가 얼마 전에 美정부의 또 다른 권력자 이방카가 옐렌을 만났다.4 물론 탁 까놓고 말하자면 늘 경제는 정치적이었다. Fed의 사상 최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면밀한 경제성 분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임시방편이었고 그 자산의 언와인드도 또 다른 정치적 고려로 여겨진다.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Fed의 2015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2009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을 비교하면 흥미 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2015년 현황에는 기록되어 있는 ‘모기지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항목이 2009년 현황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증권은 자산을 담보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 중에서도 모기지를 그 재원으로 하는 증권으로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핵 중 하나로 지목받은 상품이다. 그런 상품을 현재 Fed가 시장조성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뛰어넘은 시장참여자로 나서서 1조7천억 달러가 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의 H.4.1 통계 발표, “예금기관들의 보유 자산과 연방준비은행들의 현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연방준비제도가 구입하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기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의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연방준비제도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을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증권의 구입은 2009년 1월 5일 시작되었다.(출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모기지와 주택 시장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의 향상된 조건을 보다 광범위하게 육성하기 위함이다.(출처)

2009년 1월 15일 발표된 Fed의 통계 발표문 전문과 뉴욕Fed 홈페이지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FAQ에 적혀 있는 글이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던 부동산 시황으로 말미암아 이들 회사의 자산을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 상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Fed가 정부의 시장구제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한 명시적인 사례다. 美정부가 언제 이들 회사로부터 빠져나오느냐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위기 탈출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Fed가 이 자산을 언제 처분하는가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하기에 Fed는 버냉키 시절부터 계속 증권을 팔든가 또는 매입을 중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금리가 상승한다면 美재무부에 줄 연간 배당을 위험에 빠트릴 손실을 촉발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작년 88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벤 버냉키 의장은 6월 Fed가 재무상태표를 축소할 의도의 일환으로 모기지 부채를 궁극적으로 매각하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그는 증권이 만기까지 가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증권 보유를 통해 이자소득으로 운용비를 조달할 Fed는 현재 1조4천억 달러의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Fed Seen Avoiding Historic Loss by Holding Mortgage Debt]

Fed 경제학자의 보고서에 보면 Fed는 2011년에 MBS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부가 이하의 판매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기에 대안에서 제외됐다. 이후 버냉키는 MBS를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천명했고 옐렌의 시대에도 MBS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Fed는 미국 경제가 호황에 접어듦에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역사적 저점에 구입한 채권1 수익률을 악화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게 MBS 보유에 따른 Fed의 딜레마다.

미국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심대하다. 패니메와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는 이러한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보증을 받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회사들이 이제는 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그들이 파는 상품의 10%가 넘는 물량을 Fed가 소화해주고 있다.(2014년 3분기 현재 MBS 미결제분은 13조 달러 이상) 정부의 자기거래나 다름없는 손바꿈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적 경제를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

“대마불사” 상황을 끝내고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한다 : 롬니-라이언 계획은 이 정부보증기관들을 개혁함으로써 “대마불사”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인수한 이후, 이 과정에 1400억 달러를 쓴, 지난 4년 동안은 개혁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단순히 개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롬니-라이언 행정부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금융 개혁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추가적인 위험으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End “Too-Big-To-Fail” And Reform Fannie Mae And Freddie Mac: The Romney-Ryan plan will completely end “too-big-to-fail” by reforming the GSEs. The four years since taxpayers took over Fannie Mae and Freddie Mac, spending $140 billion in the process, is too long to wait for reform. Rather than just talk about reform, a Romney-Ryan Administration will protect taxpayers from additional risk in the future by reforming Fannie Mae and Freddie Mac and provide a long-term, sustainable solution for the future of housing finance reform in our country.[밋 롬니의 공약집 중에서]

밋 롬니가 자신의 공약 중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모기지 거인”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표현처럼 이 공약은 거의 개그 수준의 헛소리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As for Romney and Ryan’s plan to reform the GSEs, the plan is to … reform them)” 수준의 동어반복 개그일 뿐이기 때문이다.

롬니가 이런 저질 코미디를 구사하는 이유는 사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약집에도 인용해놓았지만 정책결정자는 이 기관들에 대해 그동안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왜냐?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까. 현재 MBS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소화하고 있는 이 기관을 “개혁”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민영화밖에 없을 것인데 이 거인들을 소화할 기업도 없고, 민영화될 경우 조달 금리는 치솟아 경쟁력을 상실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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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시장에서의 GSEs의 비중(출처)
 

실질적으로 이 “모기지 거인”들은 이제 미국이라는 유기체와 한 몸이 된 체제의 근간이다. 미국이 달러를 이토록 열심히 찍어내도 갈길 없는 투자자들이 ‘미국은 돈을 갚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미재무부 채권을 사듯이, ‘모기지 거인의 빚도 미국 정부가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채권을 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롬니처럼 “대마”도 죽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당시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미국이 “기만적인 사회주의” 국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등의 기만적인 정부 행태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해있을 때라 이러한 비난은 다분히 정략적인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는 시장의 근저에는 너무나 잘 보이는 손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어쩌면 진정한 개혁은 이들 기관을 실질적이고 영구적으로 국가에서 소유하고 그 운용이 親자본적이기보다는 親납세자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랄 수 있다. 납세자들이 실질적인 주주이므로 이들 기관은 실질적인 ‘납세자 협동조합’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국유화’라는 단어에 생득적으로 질색하는 미국인이 받아들여야 할 진실은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덩치 큰 유동성 공급 기업이 국유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좀비가 떠받들고 있는 시장

2008년 급감하였던 미국의 MBS 발행이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자면, 2008년 발행규모는 전년대비 37.4% 감소한 1조3천억 달러 정도였으나 2009년에는 전년대비 45.6% 증가한 1조9천 억 달러 규모로 늘었다. 2010년 상반기 중의 발행규모는 7,457억 달러다.


자본시장 weekly,”미국 자산유동화 시장 현황”에서 재인용

하지만 표를 보면 그 회복세가 이전의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MBS의 절대적인 비중을 Agency MBS, 즉 정부보증기관을 통하는 MBS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Agency MBS가 MBS시장을 다수 점하고 있었으나(아래표 참조) 그 비중이 2005년을 기준으로 역전되었다가 재역전된 상황이다.


노무라 증권, “MBS Market – Concept & Topics”에서 재인용

모기지라는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는 당연히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을 가진 기관이 보증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이 역할을 한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에서 2000년대 중반 이 비중이 역전된 것은 그것을 상업화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이 나고 채권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것이 신용위기를 맞이하여 다시 그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었고 이미 커진 시장의 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좀비나 다름없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 이들이 2008년 정부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 누적 손실은 2,384억 달러, 정부지원은 1,449억 달러 받음 –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정부관리체제 하에 들어간 A.I.G.가 최근 39억 달러를 상환하기로 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 물론 아직도 요원하지만 – 양대 GSE는 이런 상황은 꿈도 못 꾸고 있다. 사업모델이란 것이 빤한데다 시장이 원기를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주1)

이에 이들 두 기관에 대한 처리방안이 미국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예전에 GSE가 업무를 축소했을 때에 채권시장이 큰 동요가 없었다며 완전 해체를 주장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시장은 양과 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앞의 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GSE의 채권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360억 달러 채권을 들고 있는 PIMCO의 빌 그로스가 정부보증이 없다면 모기지 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거기에다 중국과 같은 해외 채권자들에게는 애국심으로 호소할 여지도 없다. 민영화나 해체는 공상과학 소설에 가깝다.

어쨌든 이런 상황을 보면 나는 대체 더블딥(Double Dip)이란 용어를 왜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장된 수치가 회복세의 근거일 뿐으로 그 착시현상을 제거하면 시장은 여전히 깊숙한 dip상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최종대부자이자 최종소비자이다.

(주1) 로버트 라이시가 워싱턴의 정치인들을 만나 현재의 고실업 상태를 어쩔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아무것도 할게 없다고 대답했다고 트위터에서 개탄하기도 했다.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이른바 정부보증기관(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민간회사다. 미국이 거쳐 온 여러 저간의 사정이 – 아마도 실질적인 국가기업이면서도 국유화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혐오감을 가지는 그 미국적 본능 – 이런 독특한 형태의 기업을 만들었는데, 결국 이런 요상한 모양새 덕분에 이들 기업의 주주들은 현격히 낮은 자금조달비용에 스프레드를 얹어서 높은 이익을 독점할 수 있었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 많은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나 미국 내의 각종 연기금들은 이들 GSEs의 단골손님이다. 이들이 구입한 것은 투자은행들이 발급하고 GSEs가 보증한 MBS(모기지채권담보부증권)다. 유사시 GSEs가 책임질 것이라는 보증은 MBS의 매력도를 높이는 동시에, – 즉, 정부수준의 신용을 제공하고 – 미재무부 채권보다도 높은 수익률이므로 위험/수익률 관점에서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티모시 가이스너가 인정하였듯이 “(미국) 정부는 미국의 주택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짓는데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특히 GSEs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은 당연히 민영화를 지지할 것이지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아마도 궤멸적일 것이다. 모기지 금리가 오를 뿐 아니라 투자자들은 더 이상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채권을 사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집값 폭락이 이어질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때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GSEs에 딱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달비용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는 거의 유일한 대안인 실질적인 국유화와 자본 확충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스템 운용에 실패한 또 하나의 주체인 자본주의 정부가 그걸 지탱할 진정한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만…….

루이스 라니에리:너의 모기지는 그의 채권이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금융업은 혁명을 일으켰다. 주택소유자들이 모기지를 재조달할 때나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 누구도 이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주장할 수 없다. 오직 루이스 라니에리(Lewis S. Ranieri)만이 성냥을 가지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살로먼 브라더스의 새로운 모기지 거래 부서에 합류하면서 이 대학중퇴자는 “증권화(securitization)”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 말은 주택대출을 세계 어느 곳에나 팔 수 있는 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그가 만든 단어다. 라니에리가 “연금술”이라 부르던 그것으로 말미암아 신용카드에서부터 제3세계 부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비용을 절감하는 하나의 템플릿을 창조해내고 수백억 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아메리칸드림에서 금융적 제약조건을 제거해버렸다.

살로먼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77년 처음으로 개인을 위한 모기지담보부채권(MBS;mortgage-backed securities) — 수천의 모기지들이 모여지고 주택소유자의 지불이 투자자들에게 흘러가는 채권들 — 을 개발했다. 오래지 않아 치솟는 금리 때문에 — 단기 예금으로 장기 대출을 빌려주는 — 저축대부조합(savings and loans)의 사업이 전환기를 맞게 되었는데, 그것이 어른이 된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에게는 일종의 금융적인 죽음의 덫으로 변해버렸다.

라니에리의 일은 그 채권들을 파는 것이었다. — 불과 열다섯 개의 주에서만이 MBS가 합법적인 투자였을 때 말이다. 트레이더의 배짱과 세일즈맨의 설득력을 통해 그는 MBS를 거래하기 위한 시장을 창조하였고 법과 세금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워싱턴에서의 로비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소 금융공학자로 보이는 그에게서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브루클린 토박이인 라니에리는 천식 때문에 연기 나는 부엌에서 쫓겨나기 전에는 이탈리아 요리사가 될 것이었다. 살로먼의 우편배달부에서 시간제 일을 하던 그는 트레이딩으로의 길로 접어든다. 덩치 크고 쾌활한 라니에리는 그 자신의 이미지로 회사에서의 모기지 데스크를 건설한다. 라이어스포커에서의 마이클 루이스가 묘사한 이 “뚱뚱한 친구들”은 백오피스에서 발탁되어 의심 많은 투자자들에게 이상하고 새로운 채권을 팔면서 프렌지를 먹고 짓궂은 농담에 몰두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라니에리는 또한 “모기지가 수학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복수만기 모기지 담보부 채권(CMO;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를 개발할 박사들을 고용했다. 이 채권으로 30년 만기 모기지를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2년, 5년, 10년 만기 채권으로 변모시켰다. 알버커키의 주택소유자는 이제 뉴욕, 시카고, 도쿄에서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라니에리가 2프로만큼 모기지 금리를 깎은 하나의 변화이다. 곧 신용카드 발란스에서부터 자동차 대출까지 모든 것들이 재포장되었다.

MBS 거래는 80년대 폭발한다. 살로먼은 시장을 압도한다. 부회장이 된 후 그의 보스들은 라니에리가 그 시장에서 “너무 컸다고” 생각했다. 그는 1987년 물러나야 했다. 이제 그는 컴퓨터어쏘시에이트인터내셔널의 비실무 사장이고 자신만의 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가 창조한 시장은 수조를 주택소유라는 미국인의 꿈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원문 Business Week

증권화 과정의 단순화?

이와 더불어 증권 그 자체도 많은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다. 첫째, 기초자산(pool)에서의 모기지 지불에서부터 다양한 트랜치(주1)의 MBS에 이르기까지의 현금흐름 구조를 최근 몇 년간 만들어진 것보다 복잡하지 않게 해둘 필요가 있다. 둘째, 증권화 계약이 각 딜들의 리스크의 특성을 더 효과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아마도 유동성을 보다 촉진할 수 있도록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증권화 시에 MBS의 트랜치를 더 적게, 그리고 더 크게 가져갈 필요가 있는데 부가적으로 더 많은 유동성을 촉진시키면서 몇몇 증권들의 익스포져를 뒤이은 리스크들과 모델의 불확실성을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In addition, a number of aspects of the securities themselves will probably need to be changed. First, the structures of cash flows from mortgage payments in the pool to the various tranches of MBS should be much less complex than some of those created in recent years. Second, securitization contracts will need to be made more homogeneous so as to allow greater comparability of risk profiles across deals and perhaps promote more robust liquidity. Third, securitizations should involve fewer and larger tranches of MBS, which, in addition to further promoting liquidity, could also reduce the exposure of some securities to certain tail risks and model uncertainty.[출처]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발언이긴 하지만 현실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MBS의 장난질(너무 복잡한 트렌치와 성격이 틀린 기초자산의 합성화 등)이 지나쳐 그 상품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못 갈 정도로 맛이 간 부작용이 매우 크지만 사실 구조화 금융은 본질적으로 표준화와 통일화가 어려운 상품이랄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정해진 틀이 있긴 하지만 이른바 case-by-case의 맞춤식 상품이다. 그래야 큰 돈을 벌 기회가 커진다. 그리고 그게 표준화되면 그때부터는 구조화 금융상품이라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결국 규제당국, 시장참여자 등이 이 복잡한 계약관계와 상품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겨지지만 뭐 동네축구처럼 돈이 몰려다니는 – 예를 들면 박모씨의 감만 믿고 인사이트 펀드에 천문학적인 눈먼 돈이 몰리는 – 경제시스템에서 너무 무리한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주1) 자금조달의 다양한 구성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예를 들어 선순위 8%의 자금과 후순위 10%의 자금을 함께 사용할 경우 트랜치를 두 개 나눈다고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