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관련 트윗 모음

#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사상최고의 신용등급을 부여한 이유 중 하나가 현 정부의 “4대 개혁”을 높이 산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무디스는 그 “개혁”이 성공할 경우 한국의 빚갚을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과 다른 맥락이다.

# 무디스라는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을 매기는 이유는 그 객체의 변제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인력감축을 통해 인건비를 줄였다면 당연히 그 기업의 신용등급은 높아질 것이고, 국가에 대한 잣대도 이와 동일하다.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가 아니란 사실.

#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나 포데모스가 약진한 스페인은 신평사 입장에서는 등급을 하락시켜야 할 국가다. “좌빨”이 약진하여 국제채권단이 강요하는 긴축정책에 저항하는 국가는 변제능력이 약해질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채권자의 구미를 맞출 뿐이다.

# 어쨌든 국제 신평사가 등급을 높여주었다는 사실은 호재다. 한 나라가 더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조달한 돈이 등급을 높이기 위해 희생한 이에게 혜택이 되게끔 쓰이느냐 하는 점인데, 대개 그렇지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현실.

美연방주택금융청, 모기지 관련 월스트리트 은행 고소 임박

이 소송은 모기지를 모아서 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 은행들이 증권법(securities law)에서 요구한 자산실사(the due diligence)를 수행하는데 실패했고, 차주의 소득이 과대평가되거나 조작된 증거를 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차주들이 그들의 모기지를 갚는데 실패했을 때,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증권들은 급속하게 가치를 잃었다. 패니와 프레디는 이 거래들의 결과로 3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잃었고, 그 돈들은 납세자들에 의해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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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적으로, 금융업계의 임원들은 모기지 담보부 증권들의 손실은 모기지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패키지로 만들어졌는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와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하강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들은 패니나 프레디 뿐만 아니라 A.I.G.와 같은 투자자들은 교양이 있기 때문에 그 증권들이 리스크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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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임원들은 또한 그들에 대한 법적 공격이 빈사상태에 있으면서 더 광범위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주택 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다른 전문가는 소송이 법적인 이점이 있다할지라도 은행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시킬 일련의 적대적인 분쟁이 또 다른 리스크들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U.S. Is Set to Sue a Dozen Big Banks Over Mortgages]

2008년 여타 주택관련 감독기관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졌고,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감독관 권한을 가진 미연방주택금융청(The 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 FHFA)이 뱅크오브어메리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다. 그 동안 투자은행들을 상대로 여러 소송들이 진행되어 왔지만 이번 소송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투자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점, 그 청구비용이 엄청난 규모일 것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판단근거의 핵심은 투자은행이 자산실사를 올바르게 수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점일 것이다. 증권법에서 요구하는 자산실사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하지만, 투자은행과 신용평가기관이 자산실사를 부실하게 시행했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문제는 결국 모기지 시장에서 신용평가기관-투자은행-투자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진행되어온 부패고리에서 어떻게 패니와 프레디 같은 투자자만 “선량한” 피해자로만 발라낼 것이냐 하는 점일 것이다.

마치 그들의 오만이 충분하지 않은 듯, 리먼은 또 다른 집단을 충원하여 모기지 부서에 환상적인 신용장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 세 기관은 단순히 부채담보부증권의 위험을 평가하는데 그친 게 아니라 부채담보부증권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기여를 했다. [중략] 이 세 업체는 금융규제당국으로부터 막대한 책무를 부여받은 상태였다. 사실상 부채담보부증권에 대한 감독권을 하청을 준 셈이다. [중략]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기지를 얻음에 따라 부채담보부증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신용등급기관들은 등급을 매기는 데 평소보다 3배의 수수료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중략] 가장 위험하지 않은 증권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트리플A라는 승인도장을 지녔다. 우리 팀의 생각에 따르면, 모든 대출이 신용평가기관들의 생각보다 10배 정도는 더 위험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소비자 지출 차트나 모기지 발생 차트를 볼 때마다 세계 금융 역사상 가장 큰 빚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심이 점점 더 커졌다. [상식의 실패, 로렌스 G. 맥도날드/패트릭 로빈슨 지음, 이현주 옮김, 컬처앤스토리, 2009년, pp 170~171, p243]

위 인용기사에 의하면, 한때 패니메에서 일했던 Tim Rodd는 “경쟁에 대한 압박과 아주 힘든 목표 때문에 정부보증기관이라기보다는 헤지펀드처럼 행동하게 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뱅크오브어메리카를 상대로 10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A.I.G. 역시 그리 깨끗하게 장사를 한 것은 아닌 것이 투자은행들이 모기지 증권화를 무한반복으로 돌렸던 것과 같은 속도로 CDS를 발행해댔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망하는 그 직전까지도 CDS의 부도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선량하다기보다는 무식한 투자자였다.

투자은행들이 이 소송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낙관할만한 결정적 근거는 자칫하다가는 이번 소송이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일 것이다. FHFA야 당연히 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한 투자은행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하는 것이 임무지만, 그들이 그러한 조직의 목표를 넘어서는 시스템리스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일 것이다. 만약 투자은행들이 연달아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신용과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받은 돈을 또 다시 구제금융에 쏟아 넣어야 할 악순환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용위기의 진원지 월街에서 3대 원흉을 들라면 신용평가기관, 투자은행, 투자자들이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은 자신들이 언론일 뿐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여전한 권력을 누리고 있고, 투자자들은 – 특히 정부보증기관들 – 국가의 힘을 빌려 손실을 복원하려 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 물론 이들도 엄청난 구제금융을 받긴 했지만 – 못난이 삼형제 중에서 피난처도 없이 가장 많이 비난을 받고 있다. 편파적인 처벌은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금융개혁의 중요한 과제다.

Enron이 Moron이 될 뻔한 사연, 그리고….

다름 무엇보다도 엔론 직원들 사이에는 우월의식이 팽배했다. 여러 컨퍼런스에서 스킬링은 공공연히 경쟁 기업들을 조롱했다. 그는 거대 석유기업들은 멸종할 운명을 타고난 공룡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했다. [중략] 1999년 12월 직원회의에서 한 직원이 스킬링에게 모빌Mobil과 같은 회사와의 합병을 고려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스킬링이 대답했다. “글쎄, 아쉽기는 하지만 모빌은 이미 엑손과 합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모빌이 아니죠. 정말로 아쉬웠습니다. 우리가 모빌과 합병했다면 ‘모론Moron’이 되었을 테니 말이에요.”[엔론 스캔들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들의 몰락, 베서니 맥린/피터 엘킨드 지음, 방영호 옮김, 서돌, 2010년, p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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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ron Logo” by En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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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망해버린 엔론의 CEO 제프 스킬링의 수준 높은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일화다. 엑손과 모빌이 합쳐져 기껏 엑손모빌이라는 둔탁한 이름보다야 ‘모론’이란 이름이 훨씬 멋있지 않은가? 물론 그의 이 유머에는 인용문의 앞부분에서 언급하였듯이 당시 너무나 잘나가고 있던 혁신적인 기업 엔론의 오만방자함이 잘 드러나 있어 다소 거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름 짓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이미 엔론은 이런 농담을 하기 이전에 “모론”스러운 짓을 저지른 바 있다. 당초 ‘휴스턴 내추럴 가스’와 ‘인터노스’가 합쳐져 탄생한 엔론은 1986년 새로운 회사 이름을 짓기 위해 한 컨설팅 회사에 이 작업을 의뢰했다. 4개월간의 고심 끝에 태어난 이름이 ‘엔터론Enteron’이었는데 이 단어는 ‘소화기관인 창자’를 뜻하는 단어로 엄연히 사전에까지 올라와 있는 단어였던 것이다.

사실 요즘 읽고 있는 이 ‘엔론 스캔들’의 추잡한 비화들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 ‘창자’라는 그 이름이 썩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많은 부외금융 거래를 통한 매출 부풀리기, 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트레이딩룸 연극(마치 영화 ‘스팅’에서처럼), 적자 상황에 개의치 않는 임원들의 천문학적 보수수령 등 엔론이 저지른 수많은 부정부패를 보면 창자 중에서도 아주 썩어문드러진 창자에 속한다는 생각이 든다.

엔론 사태에서 자본주의 기업 시스템의 여러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의아한 점은 어떻게 감독기관, 회계법인, 주주, 신용평가기관 등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눈들의 감시를 피한 채 그런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의문은 역시 이들 감시자들이 실은 공모자에 가까웠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회계법인 이었던 아더앤더슨은 거의 한 몸이 되어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수준이었다.

의사 내지는 검진자의 입장에서 창자를 들여다봐야 할 이런 감시기관이 창자 속에 같이 들어가 함께 분탕질을 한 이유는 역시 엔론이 감시대상인 동시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클라이언트라는 모순적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모순은 엔론 사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불러오는 한 원인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급기야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이르러서는 신용평가기관의 존재의의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즉, 신용위기 당시에는 이해자와의 모순된 관계로 인해 위기 직전까지 올바른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던 신용평가기관이 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각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오히려 위기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고,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에 대한 강등 사태에서도 그러한 징후를 읽을 수 있었다. 그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면서도 이제는 시스템리스크 자체가 되어버린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일개 기업이나 일개 국가가 엔론 같은 짓을 한다면 옳지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평가기관과 감독기관이 불편부당하게 처신한다면 시스템리스크로까지는 전염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썩으면 미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체제에 대한 자유지상주의적 관점의 모순이 존재한다. 일개 기업이 자기소유권(Self-ownership)에 근거하여 자의적인 결정을 할 자유가 있을지 몰라도, 심판자인 평가기관에게 그런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

“we rate every deal”

Hereford bull large.jpg
Hereford bull large” by User Robert Merkel on en.wikipedia –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Rahul Dilip Shah: btw: that deal is ridiculous
Shannon Mooney: I know right … model def does not capture half of the risk
Rahul Dilip Shah: we should not be rating it
Shannon Mooney: we rate every deal
Shannon Mooney: it could be structured by cows and we would rate it

“그런데 그 딜(deal)은 말도 안 되는 거였어.”
“나도 알아.. 평가모델은 분명히 위험의 절반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어.”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우리는 모든 딜에 대해 등급을 매겨야 해.”
“설사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을 매겨야지.”

미국 하원 주택 감독ㆍ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신저 대화가 된 S&P 직원들 사이의 대화내용이다. 즉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링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생존경쟁의 심판인체 하지만, 사실은 또 하나의 경기 참여자 일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화다. 여하튼 그 S&P가 오늘은 러시아의 장기 외화표시 국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오늘의 교훈 : 인터넷 메신저로 기업기밀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