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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과연 신용평가사를 단죄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호주법원에서 인상적인 판결이 하나 있었다. 이 판결은 호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입한 증권의 투자손실에 대해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2년 호주 법원이 S&P에 부과한 3천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 판결에서 Peter Jacobson 판사는 S&P의 증권에 대한 신용평가가 “비이성적이고, 부도덕하고,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ABN암로 호주 지사는 2000년대 중반 투자등급 회사들의 CDS와 연계된 소위 “렘브란트 채권”을 만들었다. 이들은 2006년 S&P로부터 해당 상품에 대해 최고 투자등급을 얻어내 호주 뉴사우쓰웨일즈州의 13개 지방의회에 판매했다. 대부분은 농촌지역으로 손해액이 그들의 예산집행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만한 조그만 동네들이다. 이러한 풍경은 금융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신용평가사 등 금융주체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 전 세계적임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S&P와 이 회사의 모회사 맥그루힐은 이 판결로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 법무부 역시 지난해 2월 4일 S&P의 파생상품에 대한 평가행위에 대하여 투자자 사기 혐의로 고소하여 50억 달러에 이르는 벌금 부과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S&P는 “호주법상 신용평가사의 투자자에 대한 주의의무 관련조항이 다른 지역의 잘 다듬어진 조항과는 차이가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이 판결은 서구에서의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지난 신용위기에서뿐만 아니라 이전의 다른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에 대한 비난과 책임 규명 시도는 여러 번 있어왔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그때마다 법의 처벌을 교묘하게 피해왔다. 부실한 신용평가가 투자손실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강한 신평사의 논리는 ‘그들이 언론사이며 신용평가행위는 일종의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S&P가 언론재벌 맥그루힐의 계열사라는 사실과 이들의 주장이 묘하게 겹친다.

이런 논리 안에서 그들은 “비록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평가를 해야한다”는 막말을 하고 실제로 리스크가 결코 작다할 수 없는 파생상품들에 대하여 최고 등급을 부여하여 시장의 흥청망청한 투자성향에 한 몫 하였다. 2008년 이후 이들의 평가행위로 말미암아 입은 손실은 약2조 달러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들은 신용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정신없이 통폐합되는 과정 속에서도 손해도 보지 않았고 시장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도 줄지 않았다.

S&P가 이번 판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 또 하나 있다면 “등급 의견을 사용하는 투자자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S&P와 같은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나쁜 정책이고, 스스로 자산실사(due diligence)를 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비추어본다면 과연 신용평가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자산실사는 투자자 책임이라면 대체 왜 신용평가사가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해줄 이는 많지 않다. S&P를 비롯한 3대 신용평가사가 누리는 권력은 대공황 이후부터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 미국정부로부터 권력을 보호받아왔고 어느새 권력은 개별정부 단위를 벗어난 것 같다. 대안적 경향으로 미국 내에서의 독립적인 신용평가사가 독점구조를 깨려하거나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별도의 신용평가 체계를 수립하려 하고, 장하준 교수와 같은 학자는 국제 공공기구의 설립을 주장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쳐 어떤 식으로든 신용평가사의 책임을 묻게 된다면 공고한 독점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법무부의 벌금부과 계획만 하더라도 신용평가사의 행위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첫 법적조치다. 이는 어쨌든 미국정부조차도 신용평가사의 전횡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국 신용평가사의 이니셔티브를 뺏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2011年08月08日 ~ 2011年08月13日

트위터의 @EconomicView 계정의 트윗들을 간추려 올립니다. 앞으로 시간 되는 대로 대략 일주일 정도의 분량을, 필요할 경우 코멘트 붙여서 여기 올릴까 합니다.

2011年08月13日(土)

스페인, 유로존내 경제비중 11.6%, GDP대비 정부부채 60.1%, 실업률 21%, 청년 실업률 43%

2011年08月12日(金)

성남시, 한·EU FTA 때문에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 유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http://bit.ly/nqOuJh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방자치의 무력화. 유시민 씨는 FTA가 지방정치 이슈가 아니라고 말했고 최근 농활을 갔다함

RT @your_rights:“한미 FTA는 관세장벽을 중요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한미간 첫 협상을 일주일 남겨둔 2006년 5월 20일, 美 의회 공식 보고서) 끝.

RT @your_rights:문제는 미국은 한미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미 FTA는 사실상 헌법을 뜯어 고치고 수십개의 법률을 뜯어 고치는, 법률과 헌법 위에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이란 겁니다.

RT @your_rights:그런데 우리는 한미 FTA로 이미 30여개의 법을 뜯어 고쳤고 아직도 수십개의 법을 뜯어 고쳐야만 간신히 한미 FTA에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굴욕이라는 겁니다. 한미 FTA가 한국 법을 자동으로 뜯어 고칩니다.

RT @your_rights:미국은 어느 나라와 FTA를 하건 이행법안을 만드는데, “미합중국의 법률에 일치하지 않는 FTA의 어떤 조항도, 어떠한 법 적용도, 어떤 미국인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도 무효다”라고 규정합니다.

RT @your_rights:“양자(미국 법과 한미 FTA)가 저촉․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이 우선하며, 협정의 어느 규정이나 그러한 조항의 적용이 미국 법과 상충할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미국 의회에 제출된 ‘미한 FTA 이행법안’) 이것이 현실.

해외프로젝트 금융조달여건 개선 주요 내용은 | 읽어보면 산은,수은,무보,정책금융,연기금 돈을 박박 모아 수출금융을 하자는건데,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은 이럴거면 산은과 정책금융은 왜 분리했대? http://bit.ly/nnYaUx

2011年08月11日(木)

개인적으로 프리메이슨 유의 음모론은 일종의 현실기피적 환타지라고 생각한다. 통통배가 하늘을 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엄청난 무게의 쇠로 된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기적은 실현되었듯이 프리메이슨이 아니어도 지배세력은 엄존하기 때문이다

2011年08月10日(水)

스탠다드앤푸어스의 신용등급 평가모델 공식 http://fwd4.me/08db 의외로 간단하군요.

1달러 짜리 지폐의 미스터리. 과연 이 지폐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 미국은 프리메이슨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가? ㅋㅋ http://yoono.com/ZLXV8Ay5

블룸버그통신은 8일 S&P의 등급 강등이 미국의 금융안정보다는 티파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인식이 워런 버핏을 필두로 한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 어버이연합이 차라리 양반인가? http://bit.ly/pNYzWf

Tea Party가 세상을 끌고 간다 http://fwd4.me/08dX

미국의 재무부 채권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 http://bit.ly/mV0Ttf

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부적절했다는 무디스의 전 직원의 글. 개인적으로도 미국이 망가진 것은 확실하지만 기축통화를 찍는 나라보다 높은 신용등급의 나라들이 존재하는 현실이 웃기기는 함. http://bit.ly/p2prl0

2011年08月09日(火)

Q.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貧者는? A. Standard & Poor’s

2011年08月08日(月)

매스미디어는 시가총액 XX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질 때와 달리 그 돈이 허공에서 만들어질 때는 “허공에서”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경제”전문”가가 ‘펀더맨탈이 좋기에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는 시점은 대개 그 ‘펀더맨탈’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다

신용평가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때는 대공황 시절 그들이 매겨오던 회사 신용등급의 부도확률과 실제 부도율이 근사하게 맞아떨어지면서부터. 그뒤로 그들은 권력이 되면서 위기의 분석가가 되기보다는 위기의 원인이 되어가고 있다. 대체물을 찾아야할 시점.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을 매겨야 할 시절

“어느 날 집으로 텔레포트되었지
론과 시드, 그리고 멕과 함께
론은 메기의 심장을 훔쳤고
나는 시드니의 다리를 달았네.”

코믹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한 문단이다. 이 구절은 사람을 텔레포트 시켜주는 <물질 이동 광선>의 조악한 성능을 노래한, 소설 속의 세계에서의 인기곡 가사다. 여러 명이 함께 텔레포트 되었는데 장기들이 뒤죽박죽 섞이고 손발이 뒤바뀐 우스운, 실제로 당한다면 경악할만한 상황을 익살스럽게 묘사한 센스가 맘에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고인이 된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를 위해서 잠시 묵념.

그런데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문득 ‘구조화 금융’이 떠올랐다. 구조화 금융을 “특정목적에 적합한 새로운 금융 또는 관리 구조를 조성(structuring)하는데 채권을 변형, 합성, 유동화하는 금융기법”이라 정의한다면, 론이 메기의 심장을 가져오고 내가 시드니의 다리를 다는 과정이 그 구조화 과정과 왠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단, 텔레포트 된 몸이 의도치 않은 과정으로 탄생한 괴물이라면, 구조화된 금융은 의도된 괴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시드니의 다리를 단 내가 이전의 내가 아니듯이 – 물론 시드니의 다리가 더 길고 예쁘다면 썩 나쁜 것은 아니지만 – 구조화된 금융상품도 전단계의 금융상품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살로먼브라더스의 루이스 라니에리가 처음 만들어 팔기 시작한 모기지 증권은 30년 만기 모기지를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러 만기의 채권으로 변모시켜 이전과는 다른 채권이 되었다. 한 몸뚱이가 여러 개로 쪼개져 같은 듯 다른 채권이 된 것이다.

구조화 증권의 창시자들은 초기 이러한 금융기법을 동원하여 돈을 긁어모았다. 이후 이러한 기법이 전파되어 – 전파경로는 주로 보너스에 불만을 품고 이직한 베테랑 트레이더들이었다 ― 구조화 금융이 보편화되면서 시장참여자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에서 이전과 다른 시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이 기여한 바는 유동성을 증폭시켜 금융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겠지만, 이후 세계가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했다.

즉, 그들의 (메기의 심장을 훔치는) 구조화 금융이라는 광선 덕분에 대출능력 없는 이가 집을 사고, – 한 다큐에 소개된 어떤 이는 10만 달러짜리 집주인인데 은행잔고가 500달러였다 – 엄격한 규정 때문에 투자를 못하던 기관도 투자를 하고, – 오렌지카운티처럼 예쁜 이름의 동네 펀드도 참가하고 – 집값 상승 덕분에 GDP도 올랐지만, 결국 자그만 위험이 흘러넘치며 시장은 붕괴되었고 급기야 제2의 대공황 직전까지 내몰렸던 것이다.

이 위기가 과연 누구의 책임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말이 많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파생상품, 느슨한 규제, 무책임한 채무자.. 다양한 용의자가 지목되고 있다. 이 와중에 막중한 역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덕적 비난만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신용마피아”라 불리는 Moody’s, S&P,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이 아닐까. 구조화 상품을 멋지게 포장해줘 채권자와 채무자사이로 돈이 용이하게 텔레포트 되게끔 도운 이들 말이다.

20세기 초 등장한 신용평가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대공황 시절이었다. 당시 회사채의 상당수가 채무불이행에 빠졌으나 높은 등급의 채권일수록 부도확률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용평가의 효능을 확인한 것이다. 1970년대 미국 규제당국의 제도적 비호 속에서 소수의 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을 과점한다. 오늘날 이들은 전체시장의 90%이상을 독점하며, 말 그대로 국제 자본시장의 민간 감독자(private sector regulator)로 군림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이들의 위력은 막강하다. 즉, 표면상으로는 미국 국적의 민간회사에 불과한 이들이 일개기업이나 금융상품의 신용평가를 넘어서 국가의 신용등급까지 매기고 있어, 한 나라의 흥망이 이들의 신용평가에 의해 좌우될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나 최근 남유럽에 대한 이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미친 파급효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민간신용평가사는 ‘갑’이고 국민국가는 ‘을’이다.

한 가지 재밌는 게 이들의 평가업무는 본질적으로 언론보도와 같다는 주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신용평가사 본인들의 주장인데, 1990년대 파생상품 거래로 파산한 오렌지카운티가 S&P를 고소했던 사건 때의 주장이다. 당시 카운티는 S&P가 고위험 채권에 잘못된 신용등급을 부여해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피고 측은 신용등급 평가 업무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free speech)에 해당된다고 항변하였다.(주2)

놀랍게도 법정은 피고 측의 손을 들어주어 책임을 면제시켜주었다. 이후 엔론 사태 등 유사사례에서도 법정은 신용평가사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 사태에 이르러서야 그러한 편들기가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즉, 재판정은 종래의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들의 의견이 공중이 아닌 선택된 투자자에게 “사적으로 배포된(distributed privately)” 것이기 때문이란 판단이다.

여하튼 신용평가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재확인이라도 하듯 그들이 “사적으로 배포하는” 평가등급 보고서에조차도 의례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이나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써넣곤 한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그 문구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어쩌면 신용평가사들도 그 문장에 시장참여자들이 지나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원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들이 가지는 ‘권위’는 그런 면피성 문구와 어울리지 않는다.(주1)

신용(credit)사회에서 그들의 ‘권위 있는’ 신용(credit)평가 덕분에 낯선 이들끼리도 채권을 주고받고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채권자가 채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상식인 금융시장에서 채무자의 정체도 모른 채 – 심지어 이런저런 구조화를 통해 채무자들을 믹서로 갈아버린 – 떠다니는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판단근거는 상당부분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투자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평가등급 덕분이다.

개인적으로는 구조화 금융 자체가 온전히 이번 신용위기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금융 자체가 주범이다. 모든 금융은 저마다 이런 저런 구조화를 하게 마련이다. 현대적 의미의 구조화 금융은 변동성이 커진 지금의 금융시장에 맞게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과대/과소평가 또는 시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 평가의 반복을 통해 위기의 진폭을 증가시킨 것이다. 2008년에 바로 그러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투자은행들의 과욕이나 신용평가사들의 능력부족 등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과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극소수 민간 신용평가사들이 제도적 보호 속에 피평가자의 돈을 받아가며 평가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의사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 가격체계를 왜곡하는 구조적 모순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의 권위와 그들이 활동하는 생태계가 비대칭적으로 들어맞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무엇보다 신용평가사들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책임 있는 당국이 그들의 행위를 감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각국의 규제당국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새로운 신용평가사들이 진입하거나 평가감독위원회가 설치되어도 이해상충과 책임방기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수입구조 – 이를테면 국제적으로 추렴하여 조성한 평가수수료 기금? – 와 보다 강한 책임부여 등 질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을 매겨야 할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주1) Moody’s의 정식명칭은 Moody’s Investors Services다.

(주2) 실제로 S&P의 모기업인 맥그로힐 그룹은 언론기업이다.

‘정직한 평가 이전 소득(Revenue Before Honest Ratings)’

Newport Center Skyline and Santa Ana Mountain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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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의 아름다운 경치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는 1994년 재정책임자인 로버트 시트론이 채권투자를 하다가 17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손실을 내고 파산한 경험이 있다. 시트론은 납세자의 돈을 가지고 단순한 재무부 채권이 아닌 구조화 채권을 사들였다. 그가 산 구조화 채권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데 거액을 거는 방식의 채권이었다. 그는 납세자의 돈 74억 달러에 더해 모두 130억 달러를 더 빌려 2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이 채권에 쏟아 부었다.

그런 상황에서 1994년 2월 4일 연준이 하루짜리 단기금리를 3%에서 3.25%로 올린 날은 오렌지카운티에게는 재앙의 날이 되었다. 당초 앨런 그린스펀은 시장의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0.25% 정도의 금리인상은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하지만 오렌지카운티뿐만 아니라 수많은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의 저금리의 꿀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어 오직 저금리로만 베팅하고 있었고, 약간의 금리인상에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오렌지카운티 사태에서 월스트리트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투자은행인 메릴 린치는 오렌지카운티에 파생상품을 파는 동시에 오렌지카운티의 신규채권 발행을 알선해주었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반적인 AAA등급의 투자대상보다 훨씬 리스크가 큰 구조화 채권에 AAA등급을 부여했다. 덕분에 시트론은 투자지침을 어기지 않으면서 큰 베팅을 할 수 있었다.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에게 오렌지카운티는 봉이었다.

오렌지카운티에 구조화 채권을 팔았던 투자은행들도 소송 해결을 위해 수억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오렌지카운티는 신용평가회사 에스앤피의 모기업인 맥그로-힐 컴퍼니스(McGraw-Hill Companie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에스앤피는 자사의 신용등급 평가 업무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free speech)에 해당된다고 항변했다. 담당 판사인 게리 테일러는 “에스앤피의 신용평가는 수정헌법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결해 에스앤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전염성 탐욕, 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이명재/이주명 옮김, 필맥, 2004년, p289]

이 기막힌 소송결과는 월스트리트, 특히 신용마피아라 불리는 신용평가사들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주는 결과다. 신용사회의 신용에 정량적인 등급을 매기는 행위를 “의사표현의 자유”로 본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의 변호인의 논리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언론(press)기관에 해당하고, 따라서 ‘언론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법을 제정하면 안 된다’는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이 주장이 옳은 주장이려면 신용평가사들은 ‘언론기관’이어야 하고 그들의 ‘평가(rating)’행위는 ‘출판(publishing)’행위여야 한다. 그러한 주장의 합당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신용평가사와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기관이 가지는 위상과 역할, 그리고 그들의 개별행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오렌지카운티 사태 당시 법정은 신용평가사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후 엔론 사태 등 유사사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 9월 美법정은 일련의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대한 잘못된 신용평가로 손해를 입었다며 신용평가사들에게 제기한 소송이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무디스와 S&P의 주장을 묵살한 것이다. 판사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의견이 공중이 아닌 선택된 투자자에게 “사적으로 배포된(distributed privately)” 것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물론 사안에 따라 신용평가사는 언론기관의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즉 언론과 비슷하게 사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잘못을 시정할 수 있도록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허다한 금융사고에서 보듯이 때로 신용평가사는 시장의 잘못을 알리기보다는 오히려 그 잘못에 동참하여 그것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이 행위를 통한 이득을 ‘정직한 평가 이전 소득(revenue before honest ratings)’이라 부르기도 한다.

읽어볼만한 글 : Why the First Amendment Does Not Shield the Rating Agencies From Liability for Over-Rating CDOs

“we rate every deal”

Hereford bull large.jpg
Hereford bull large” by User Robert Merkel on en.wikipedia –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Rahul Dilip Shah: btw: that deal is ridiculous
Shannon Mooney: I know right … model def does not capture half of the risk
Rahul Dilip Shah: we should not be rating it
Shannon Mooney: we rate every deal
Shannon Mooney: it could be structured by cows and we would rate it

“그런데 그 딜(deal)은 말도 안 되는 거였어.”
“나도 알아.. 평가모델은 분명히 위험의 절반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어.”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우리는 모든 딜에 대해 등급을 매겨야 해.”
“설사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을 매겨야지.”

미국 하원 주택 감독ㆍ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메신저 대화가 된 S&P 직원들 사이의 대화내용이다. 즉 그들은 자본주의라는 링에서 벌어지는 냉혹한 생존경쟁의 심판인체 하지만, 사실은 또 하나의 경기 참여자 일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화다. 여하튼 그 S&P가 오늘은 러시아의 장기 외화표시 국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오늘의 교훈 : 인터넷 메신저로 기업기밀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