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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은 관세철폐가 주된 목적일까?

또 다른 옵션으로는 농업이나 데이터 보호와 같은 논쟁이 되고 있는 이슈들을 자유무역 협정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무역 협상에서 남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고 전체 프로젝트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관세는 오늘날 평균 3% 정도로 이미 너무 낮아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Plan for Trans-Atlantic Trade Agreement Could Founder on EU Concerns]

유럽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고, 유럽의 시민단체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슈피겔의 기사다. 오늘날의 자유무역협정이 지니는 의미를 잘 표현해주는 문단인 것 같아 소개한다.

기사를 보면 미국의 농축산업 로비스트, 그리고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유럽의 까다로운 상품기준, 예를 들면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규제나 개인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규제 등을 철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규제철폐는 미국기업에게만 이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유럽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가장 손해를 보는 집단은 미국소비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질이 떨어지는 소비에 노출될 유럽의 소비자들일 것이다.

슈피겔이 지적하고 있다시피 오늘날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관세가 주요이슈가 아니다. 그러한 자유무역협정이 전 세계적으로 얽혀서 체결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 활동의 무한자유.

독일의 핵폐기 전략과 관련한 국제중재 소식과 그 의미

슈피겔 : 십억 유로 소송에 직면한 단계적 핵폐기

한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독일정부를 고소할 계획인데, 이는 독일의 핵발전소에 대한 단계적 폐지와 관련된 대규모의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이다. 바텐팔은 전에 한번 성공적으로 독일정부와 겨룬 일이 있었다.

올봄 일본 후쿠시마의 핵재앙에 즈음하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에서의 핵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재빨리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정책이 법정에서 끝을 맺으리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수요일판의 보도에 따르면, 바텐팔은 독일정부에 대하여 십억 유로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송은 워싱턴D.C.에 있는 국제분쟁해결센터(the International Center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 ICSID)에 제기될 예정라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

내부자가 한델스블라트에 전한 바에 따르면 바텐팔의 변호사들은 이미 고소장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한다. 회사는 단지 그들이 “핵에너지로부터의 탈피에 따른 보상”을 기대한다고만 기사에 말했다. 바텐팔은 브룬스뷔펠(Brunsbüttel) 핵발전소에 66.7%의 지분을, 크륌멜(Krümmel) 핵발전소에는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모두 함부르크(Hamburg) 근처에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두 발전소의 운영사이기도 한데, 둘 다 현재 웹사이트는 없다.

메르켈 정부는 2010년 가을,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가 이끈 중도좌파 정부가 계획한 단계별 핵폐기의 데드라인을 넘어서 독일의 핵원자로의 생명을 연장키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비극 이후, 메르켈의 친핵적인 과정은 정치적으로 연장되기 어려웠고 그는 재빨리 그 과정을 뒤집는다. 몇몇 원자로 — 바텐팔이 운영하는 두 개를 포함하여 — 2022년에 완결하는 것으로 예정한 새로운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즉각 폐쇄됐다.

6월, 회사는 두 발전소의 폐쇄와 관련한 손실의 “공정한 보상”을 요구했고 법률소송을 암시했다. 독일 핵원자로의 다른 운영사들도 그 당시 비슷한 의도를 알려왔다. RWE 와 E.on은 이미 핵발전소 세금에 관해 연방정부를 고소한 상태다.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바텐팔의 시각으로 보면, 핵발전소를 포기하는 독일정부의 결정은 그들 자산의 가치를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예전 발전소의 운영주기를 연장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신뢰하였기에, 회사는 두 시설에 7억 유로를 투자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투자는 이제 가치가 없다. 다른 여섯 개의 원자로 역시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4월 11일의 그 주에 즉시 폐쇄되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바텐팔은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보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재산권 개입에 대한 조인국의 해외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 ECT)의 투자규칙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약문에 보면, 여기에는 투자자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가 포함되어 있다.

이 스웨덴 기업은 이미 2009년에도 독일정부를 상대로 ICSID에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바텐팔은 함부르크-무부르크(Hamburg-Moorburg)의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해 강화된 환경규정에 소를 제기했는데, 이자를 포함한 손실 14억 유로를 청구했다. 2010년 법정 바깥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출처 : 슈피겔

투자 중에서도 발전소 사업은 대규모의 자금조달, 장기의 투자회수 기간, 국제적인 규모의 투자에 따른 폴리티컬리스크 등 투자 사업이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리스크를 모두 망라하는 투자형태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에너지헌장조약과 같은 투자위험을 최소화해주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각종 유인책이 마련되곤 한다.

바텐팔에게 있어 메르켈 정부의 결정은 정확하게 폴리티컬리스크에 해당한다. 이전의 단계적 핵폐기 전략을 수정한 우파 정부의 정책결정을 믿고 발전소 사업에 투자했던 바텐팔은 갑작스런 정책변경에 따라 수익창출의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사안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메르켈 정부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핵발전소가 많은 특정국에 주는 충격을 감안하면, 그 결정을 마냥 비합리적이라거나 표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만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는 “공익에 따른 수용”에 해당할 것이고 이는 전 세계 법체계 모두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문제는 폐쇄될 공익시설이 市場化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지출의 일종의 부외금융(off-balace financing)에 해당하는 민영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익시설의 민영화는 어느 정도 정부채권의 변종형태에 해당하지만, 비극은 이렇게 정부가 그 채권의 지불을 중단할 때 발생한다. 그리고 비극은 그 보상이 에너지헌장조약이나 FTA처럼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각종조항이 존재할 경우 한층 배가된다.

결국 이 사태에서 – 또는 다른 사례에서 – 어느 일방을 도덕적으로 매도하기는 쉬우나 그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초국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의 존재, 그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각종 조약, 행정권역이 제한된 국민국가의 존재, 사법적 판단의 초국적 상태 등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낯선 풍경 말이다.

골드만삭스가 돈버는 법, 최신버전

그러나 그리스의 경우에 미국의 은행가들은 가상의 환율을 통한 특수한 종류의 스왑을 고안해냈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100억 달로 또는 엔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유로의 시장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수취할 수 있었다. 그러한 방식으로 골드만 삭스는 비밀스럽게 그리스를 위해 10억 달러의 추가신용을 조성해주었다.

일종의 스왑을 가장한 이러한 신용은 그리스의 부채 통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로스타트의 보고 규정은 금융 파생상품과 관련한 거래들을 통합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마스트리흐트의 규정들은 스왑을 통해 법적으로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한 독일인 파생상품 딜러의 말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아는 또 다른 미국 은행의 도움을 받아 진짜 빚을 감추는 유사한 트릭을 썼다. 2002년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GDP의 1.2%에 달했다. 유로스타트가 2004년 9월 자료들을 검토한 후, 이 비율은 3.7%로 조정되었다. 현재 자료에 따르면 5.2%다.

때가 되면 그리스는 그들의 스왑 계약들을 상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채권의 만기는 10년에서 15년까지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 계약들에 대해 천문학적인 커미션을 받았고 2005년 한 그리스 은행에 이 스왑 들을 팔았다.[How Goldman Sachs Helped Greece to Mask its True Debt]

국가가 자신의 부채를 꼬불치는데 투자은행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 슈피겔의 기사다. 골드만 삭스는 전형적인 통화 스왑에 특수한 조건을 끼워 넣어 거래당사자 중 어느 일방의 – 이 경우엔 그리스 정부 – 채무가 적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슈피겔의 설명이다. 그 정확한 구조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여하튼 그리스가 이러한 꼼수를 부린 배경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에서 EU 가입국에 요구하고 있는 조건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가입국들의 재정적자는 GDP의 3%를 넘을 수 없고, 이를 초과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유럽이 경제공동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조치이겠지만 사실상 경제의 여건이 현격히 다른 국가들이 일률적으로 지키기에는 벅찬 조건이었다.

골드만 삭스는 고객의 그런 고충을 간파하고 적정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진정 뛰어난 투자은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 서비스가 당장의 수요는 충족시키지만 궁극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기기묘묘한 스왑 계약을 맺어도 갚아야 할 돈이 사라지는 법은 없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부채는 금융위기를 지나오면서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IMF는 선진경제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7년의 75%에서 2014년에는 115%까지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사실 그리스를 포함한 PIGS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이다. 엄한 돼지만 탓할 상황은 아니다.

우울한 슈퍼리치

웨버의 말에 따르면 몇 백만 스위스프랑, 달러, 또는 유로를 지닌 사람들이 “그들은 기대를 충족시켜 주리라는 높은 기대” 때문에 고통 받는다고 한다. 이외에도 덧붙이길 그들은 불신감이 강하고,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 있는 이유가 오로지 그들의 돈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는 종종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고 고립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웨버는 얼굴에 동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고객 중 몇몇은 심지어 “부자로 보이지 않도록 고의로 낡은 스웨터를 입고 낡은 차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People worth hundreds of millions of Swiss francs, dollars or euros, says Weber, suffer from the “high expectations they are expected to fulfill.” Besides, he adds, they are mistrustful, believing that people are only interested in them for their money. This often causes “emotional problems and leads to isolation,” says Weber, with a sympathetic look on his face. Some of his clients even “deliberately wear old sweaters and drive old cars, so as not to appear rich.”[원문보기]

모든(?) 사람은 더 많은 돈을 원한다. 돈은 사용가치를 가진 상품을 살 수 있는 특수한 상품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소유자의 인격까지 고양시켜주는, 그럼으로써 남들이 존경하도록 만드는 신통한 묘약이기 때문이다. 이런 통념(?)에 비추어보자면 스위스 은행의 프라이빗뱅커인 Heinrich Weber의 증언은 낯설기까지 하다. 이른바 초부자(超富者, Super-Rich)의 삶이 –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 우리의 바람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끔 초부자들의 이런 – 왠지 초파리가 생각나네요 – 모습은 도덕주의적인, 또는 블랙유머 스타일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긴 하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역시 불행했던 초부자 케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부자이긴 하지만 불행했던, 아니 부자이기 때문에 불행했던 그러한 인물은 예외적이어서 드라마化 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졌지만 웨버의 증언에 따르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일반적인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릴 적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의 부(富)에 대한 기대치가 상한선이 있다면 지금보다 세상은 더 살기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베블런이 부자이든 빈자이든 간에 누구나 다 과시적 소비의 성향이 있다고는 주장했지만 그 과시적 소비가 한계가 있다면 적어도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인용문처럼 돈 많아서 우울한 이도 줄어들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재산을 300억 원 물려받고도 적게 받았다고 푸념하는 이가 있다는 어느 트위터人의 증언에 비추어보면 아직 상한선이 어디까지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헬스케어에 관한 몇 가지 사실

up until now, being sick in America has been a private matter; and as a result, 47 million Americans have no health insurance today. [중략]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reports that thousands of Americans die each year because they are denied the most basic health care.
현재까지 미국에서 아픈 것은 개인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4천7백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이 없다. [중략] 세계보건기구는 수만 명의 미국인들이 매년 가장 단순한 보건치료를 거절당하여 죽고 있다고 보고하였다.[출처]

미국 헬스케어 서비스의 척박한 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슈피겔이 미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이태리, 영국 등 주요국가의 보건 관련 현황을 비교한 표를 보면(표 보기) 미국의 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헬스케어에 대한 비용지출 비중은 영국의 그것의 2배에 육박하며 비교국들 중 최고지만 의료인이나 병원 침대의 수는 최저다. 원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비용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않고 있고 다른 곳으로 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공적 부조의 빈곤이 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고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정작 사실을 살펴보면 미국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민간부문의 지출보다도 더 크다.

보건개혁 논쟁에 있어 진정 놀랍고 우울한 사실은 이미 우리 정부가 민간 보험회사(35%)보다 더 많은 의료 청구비를 지급하는(총액 중 47%)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화된 의료”에 대한 끈질긴 공포감 유발이다.
One of the truly amazing and depressing things about the health reform debate is the persistence of fear-mongering over “socialized medicine” even though we already have a system in which the government pays substantially more medical bills (47% of the total) than the private insurance industry (35%).[출처]

그런 한편으로 기업 또한 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자체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최근 파산을 선언한 GM의 파산사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에 회사가 부담해야 했던 막대한 유산비용(legacy costs)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중 많은 부분이 “美 의료보험 시스템의 취약성으로 인한 기업의 의료보장비용”이다.(주1)

요컨대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막대하다 그것이 전체 GDP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 그로 인해 경제가 좋아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 해마다 그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편견과 달리 정부부문의 지출이 사적부문의 지출보다 많다. 그런데 그 질적 수준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시장의 효율’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시장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주1)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경제위기에 따른 해고자의 증가는 또한 의료취약계층의 증가로 이어진다.

“오바마 널 위해 폭탄을 준비했어”

슈피겔의 “Kim Jong Il Has Bombs for Barack”라는 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전혀 돌출행동이 아니며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식의 대화의 제스처라는 분석이다.[원문보기]

월요일에 있었던 평양의 폭탄시험은 정치적 공갈 차원의 시도인가?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외교적인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로부터의. 김정일은 약간의 존중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과의 만남을.

이를 통해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왕국은 나머지 세계와의 한판 승부로 좀더 나아갔다. UN 안보리의 비난과 더 강화된 경제 제재도 준비되어 있다. 김정일과 그의 장군들에게 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그들을 배신하고 매도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 관리들이 최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을 때 그들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중국은 UN 안보리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다.

사실 북한은 모두들 자신들을 속였다고 느끼고 있다. 평양이 작년에 핵 원자로를 쓰지 않기로 하고 심지어 냉각탑의 하나를 폭파해버리는 것까지 동의한 후에, 관리들은 그들의 상대들은 협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평양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갑자기 더 심도 깊은 조사를 주장하면서 단지 북한을 테러리즘 지원국 리스트에서만 마지못해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의 새 대통령 바락 오바마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 우호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는 많은 관리들이 남한의 “햇볕 정책”에 너무 급속하게 호의적이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보수적인 핵심간부들은 나라 전체에 넘쳐났던 민간 시장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는 북한군으로부터의 강경노선 세력들이 지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대립과 도발이 왕국을 지탱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 권력승계에 대한 불확실성, 허약한 경제, 지속적인 식량부족 등을 고려 할 때 북한의 내부 안정이 당연히 우려됩니다.” CIA의 새 우두머리 레온 파네타가 최근 한 말이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이와 같은 취약한 상황에서 왕국은 그들의 칼을 조금 흔들어야만 했다. 김정일이 지금 폭탄 발사를 선택한 것은 완전히 이치에 닿는 일이다. 김은 더 이상 예측불가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그들의 적의 허를 찌르기 위해 냉정하게 계산된 것이다.

김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피스메이커, 영원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계속 폭탄을 요리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바람직한 외교정책

바이든이 연설을 하던 바로 그 시점에 오바마 행정부의 또 다른 멤버가 뉴욕의 UN에 인상적으로 등장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갓뮬러 Rose Gottemoeller 였다. 그녀는 잘 알려진 이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갓뮬러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 미국무부 부국장(assistant secretary)는 핵무기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현재 러시와의 군축협상을 이끌고 있고 핵확산방지조약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UN에서의 연설에서 갓뮬러는 NPT에 가입하기 위한 통상의 핵무기 보유국의 숫자를 언급하였다. “NPT에 대한 범세계적인 준수는 인도를 비롯하여 이스라엘,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다.” 그녀의 말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는 점 한가지는 사실상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한 터부를 하나 깼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이전에는 절대 이스라엘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다. 미행정부의 모든 이들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핵병기고를 외면해왔다. 그것은 1960년대 말 처음 생산되었고 그 이후 현대화되고 확장되어왔다.[Obama’s New Middle East Diplomacy]

해리 트루먼이 행정부 주요장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건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마침내 예루살렘에 시오니즘 국가가 탄생한 이래, 미국은 이스라엘과 단순한 우방을 뛰어넘는, 소위 맹방(盟邦)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70년대 OPEC가 석유의 무기화를 통해 유가를 몇 배로 올리며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을 협박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서구, 특히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특혜를 받아오던 국가였다.

하지만 이제 ‘후세인’이 미들네임인 한 흑인 대통령에 의해 그 맹목적인 애정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분명 오바마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사회의 분위기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수는 없다. 지난번 그 역시도 이스라엘의 학살극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인용문에서 보듯이 그의 외교정책은 이전의 금기를 깬 첫 사례로 남게 되었다. 바로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슈피겔의 나머지 기사를 읽어보면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오바마는 아랍권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중동 지도자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이스라엘의 극우 네타냐후 정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인 역사학자마저 그의 정책을 “순진하고 위험(naive and potentially dangerous)”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미국의 외교정책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골치 아픈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었다면 애초 맹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는 “불순하고 더러운” 발상이었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의 보상차원에서 – 더 거슬러 올라가 유태 방랑민족의 한풀이 차원에서 – 유태국가를 설립하게 된 취지에는 정당성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것이 오늘날 보는 것처럼, 원주민에 대한 잔인한 박해를 통해서만이 존립 가능한 ‘피해자의 가해자화(化)’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정당성은 빠른 속도로 마모될 수밖에 없다.

유일한 방법은 오바마 식으로 모든 국가들의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공명정대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뿐이다. 이스라엘의 핵에 대한 편의적 무시는 곧 이란이 그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고, 이것이 국제 핵시장 형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트루먼 시절의 한 장관이 시오니즘을 도대체 이해 못하겠다며 차라리 유태국가를 세우려면 브라질 어디쯤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기에 – 그리고 이제 옮기려면 너무 멀기에 – 그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제는 상호공존에 대한 상식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