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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눈길을 끈 두 개의 보고서

성장에 단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위 중산층 및 빈민층 가구와 나머지 사회 사이의 점증하는 차이이다. 교육이 관건이다. 빈자들이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성장을 해치는 불평등 뒤에 숨어 있는 주요 요인이다. [중략] 보고서는 불평등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메커니즘이 가난한 사회경제적 배경 출신의 아이들의 교육기회를 손상시키는 것, 사회적 이동성을 저감시키고 숙련기술 개발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였다. [중략] 성장에 따른 불평등의 효과는 단순히 나머지 사회와 가장 가난한 10% 사이가 아니라 하위 40%와의 사이의 갭에서 기인한다. OECD는 반(反)빈곤 프로그램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금 증여와 고품질의 교육, 트레이닝, 헬스케어와 같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고가 장기적으로 기회에 대한 더 많은 평등을 창출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투자이다. 보고서는 또한 세금이나 사회적 급여와 같은 재분배 정책이 경제적 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잘 설계되어 목표를 정하고 실행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Inequality hurts economic growth, finds OECD research]

OECD의 최신 보고서는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명백하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 배경은 주요하게 자녀교육의 기회를 박탈하여 사회적 이동성을 제약한다는 것, 이 경제적 불평등은 하위 40%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공공 서비스가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정책이 잘 설계만 된다면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내 짐작에 경제 자유주의자들은 그들의 사상적 전제를 무너트릴지도 모를 상황 때문에 이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거부하지 않을까 싶다.

예로, 인용한 OECD의 글을 읽고 있자니 오늘자 주요언론에서 보도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소식이 떠올랐다. “급격히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이민확대가 해법”이라는 이 보고서는 한국의 현재와 같은 인구변화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라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누적 기준으로 2060년까지 1천7백만 명이 넘는 대규모의 이민 개방을 제시했다. 이 대안은 주요하게 노동가능연령층의 양적 축소 우려에 대한 대안이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력을 마치 무역품처럼 외부조달을 통해 편하게 조달하려는 발상이다.

이 발상은 경제성장이 노동력의 평등 확대를 통한 노동력의 질적 성장에서 찾으려는 OECD의 보고서와는 다른 전제에서 시작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대안을 내놓은 발상으로 여겨진다. 즉,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은 외국에서 국내에 이주하고픈 산업예비군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에 대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발상이다. 이 대안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은 “단순 노동 인력의 국내 정주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나 “종합적·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콘트롤타워” 등이다.

노동력을 자원으로 여겨 “인적자원”이라 이름붙이고 이 자원의 양적조절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발상은 이미 오늘날의 조직사회에서 당연시여기며 실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통상 인력의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단순 노동력의 부족은 이주노동자로 채운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임금 평균은 낮아져 기업수익은 커진다. 그 와중에 OECD 보고서는 불평등을 완화시켜 경제성장을 추인하자는 입장이고,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대규모 이민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인하자는 입장이다. 당신은 둘 중에 어떤 대안을 지지하겠는가?

노동자들이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집에 일찍 들어가지 마시오.

어제 엄청난 혐짤을 보았는데 이 링크를 따라가면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방영된 MBC 후플러스 ‘대한민국은 쉬고 싶다’의 한 장면인데, 경총의 경제조사본부장이란 이가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 여부에 대해 일갈하는 장면이다.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이런 역발상 논리로 천연덕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그 멘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오면 아내가 싫어한다든지 남편들이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그런 의식조사 결과가 나온 바가 있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휴식권은 저희가 볼 때 충분하다…
황인철 /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 MBC 후플러스 ‘대한민국은 쉬고 싶다’ 中

예전에 칼 맑스가 자본론을 쓸 당시, 아동노동이 합법인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아이들을 놀게 하면 나태해져서 노동을 시켜 근로의욕과 성실성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아동노동을 합리화했었다. 이 논리는 아동노동을 금지시키면 많은 가정의 밥벌이가 궁색해질 것이란 논리와 함께 아동노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주된 논리였다.

이 경제조사(!)본부장은 유사한 맥락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서의 근로의욕이랄지 가족의 행복권(가장이 집에 일찍 들어가게 하지 않음으로써 보장될 수 있는)까지도 고취시켜주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노력하신 결과로 남한은 OECD 중 ‘노동시간’ 분야 탑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이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집에 일찍 들어가지 마시오.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상반기(1∼6월)에 1조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 판매가 늘면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한국전력 상반기 적자 1조3000억 원 넘어]

2008년 말 기준으로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 대비 14.9%, 공공기관은 4.4%에 불과하다. 상업용 등 서비스업과 전철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합쳐도 30% 남짓이다. 나머지 51.5%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데 그 중 48.9%를 제조업체에서 사용한다.[전력 51.5% 쓰는 산업용, 너무 싼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용 전력소비가 전체전력의 50%를 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경제초점] 4번의 여름, 5번의 겨울]

특히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전기요금이 강점이라는 평가다. 실제 한국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 대비 40~50% 수준이다.[글로벌 데이터센터 한국에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당 76.73원으로, 전력 생산원가인 96원보다 19.27원 싸게 공급받았다. 이는 또 전체 평균 전력 판매단가인 87원보다 10.27원 더 싼 가격이다. 대기업은 전기를 사용할 수록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은 셈이다.[“한전, 대기업 지원하다 거덜”‥전기 1.5조 싸게 공급]

정리해보면 한국전력이라는 거대 공기업이 적자폭이 커져가고 있는데, 이는 원가보다 싼 – OECD 중 제일 싼(!) – 요금에 OECD에서 가장 전력소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체 및 수출업계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국가자본주의적 통치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장하준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말했듯이 엄밀하게 말해서 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자유 시장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이를테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탈산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등의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주제들이다. 이전의 그의 저서들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적잖이 있지만 그게 흠이 될 순 없고 결국 각각의 주제들은 그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국가, 규제, 계획은 非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며, 어떻게 규제하고 계획하느냐가 관건이다’라는 메시지로 수렴되고 있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두어가지]

전력시장만을 놓고 볼 때,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유 시장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전력기업들을 민영화하여 부분적으로 경쟁시키고는 있으나, 이후 민영화 일정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노조 등의 반대투쟁, 현실적인 민영화 프로세스의 어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국가가 통제하는 공기업적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규제와 계획’이 엄존하고 있다. 다만 그 계획은 불편부당하다기보다는 자본에 유리한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 성명서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경직적인 정규직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전경련 “비정규직 대책, 시장질서 위배”]

얼마 전에 정부가 난데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 –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한 – 이에 화들짝 놀란 전경련이 노발대발했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정부의 계획과 규제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말 한마디는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만능무기다. 다만, 그들에게 유리한 “시장질서 위배”엔 침묵하는데, 전력요금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

한편 교육기관에 대한 지출액은 한국이 GDP 대비 7.2%로 OECD 평균 5.8%보다 높았다. 이 중 민간 기관에 대한 지출은 2.9%로 OECD 평균 0.3%의 10배 수준인 반면 공공기관에 대한 지출은 4.3%로 OECD 평균 5%보다 낮았다.[한국 사교육비 OECD 10배]

사교육 공급시장이 부동산 시장과 가장 밀접하게 상관관계를 가지는 나라답다.

periskop님께서 위 기사는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periskop님이 트랙백 걸어주신 글을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