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상반기(1∼6월)에 1조3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 판매가 늘면서 적자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한국전력 상반기 적자 1조3000억 원 넘어]

2008년 말 기준으로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 대비 14.9%, 공공기관은 4.4%에 불과하다. 상업용 등 서비스업과 전철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합쳐도 30% 남짓이다. 나머지 51.5%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데 그 중 48.9%를 제조업체에서 사용한다.[전력 51.5% 쓰는 산업용, 너무 싼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산업용 전력소비가 전체전력의 50%를 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경제초점] 4번의 여름, 5번의 겨울]

특히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전기요금이 강점이라는 평가다. 실제 한국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 대비 40~50% 수준이다.[글로벌 데이터센터 한국에 몰리는 이유는]

지난해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는 Kwh(킬로와트)당 76.73원으로, 전력 생산원가인 96원보다 19.27원 싸게 공급받았다. 이는 또 전체 평균 전력 판매단가인 87원보다 10.27원 더 싼 가격이다. 대기업은 전기를 사용할 수록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은 셈이다.[“한전, 대기업 지원하다 거덜”‥전기 1.5조 싸게 공급]

정리해보면 한국전력이라는 거대 공기업이 적자폭이 커져가고 있는데, 이는 원가보다 싼 – OECD 중 제일 싼(!) – 요금에 OECD에서 가장 전력소비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체 및 수출업계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통해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국가자본주의적 통치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장하준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말했듯이 엄밀하게 말해서 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자유 시장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이를테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탈산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등의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주제들이다. 이전의 그의 저서들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적잖이 있지만 그게 흠이 될 순 없고 결국 각각의 주제들은 그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국가, 규제, 계획은 非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며, 어떻게 규제하고 계획하느냐가 관건이다’라는 메시지로 수렴되고 있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이 말하지 않는 두어가지]

전력시장만을 놓고 볼 때,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은 자유 시장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전력기업들을 민영화하여 부분적으로 경쟁시키고는 있으나, 이후 민영화 일정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노조 등의 반대투쟁, 현실적인 민영화 프로세스의 어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국가가 통제하는 공기업적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규제와 계획’이 엄존하고 있다. 다만 그 계획은 불편부당하다기보다는 자본에 유리한 계획이다.

전경련은 이날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 성명서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경직적인 정규직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전경련 “비정규직 대책, 시장질서 위배”]

얼마 전에 정부가 난데없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뜬금없는 소리를 하자 –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한 – 이에 화들짝 놀란 전경련이 노발대발했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보면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정부의 계획과 규제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시장질서에 위배”된다는 말 한마디는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만능무기다. 다만, 그들에게 유리한 “시장질서 위배”엔 침묵하는데, 전력요금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3 thoughts on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1. 저련

    전경련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요.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1/09/22/0302000000AKR20110922103700003.HTML

    물론 전경련이 중소기업을 끌어들인 것은 나름 생각을 하고 내놓은 답인 거 같은데, 그에 대한 답이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이미 제시된 거 같습니다.

    http://www.e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486
    이 보도를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요금제를 구분하는 주요 기준으로 전압과 수용가의 계약전력량을 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공공서비스 요금에 끼칠 영향을 감안해서 여하간 조절이 필요할텐데, 일단 각 이익집단 가운데 대기업이 가장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합의를 어떻게든 만들면 전경련도 손을 들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여하간 전력요금에 대해서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중소기업들도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 반대에서는 발을 빼야 한다고 국책연구원에서 조언하는 형편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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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foog.com » 한국의 전력시장 현황에 대한 전경련의 주장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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