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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 급유시설 편

인천국제공항의 급유시설이 “민영화”된다는 소식에 올림픽을 틈타 묻어간다며 새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면 소유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갖고, 운영권은 아웃소싱이나 민간 임대 등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특혜 논란]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일단 인천공항의 급유시설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는 시설이다. 급유시설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주식회사’가 2001년 3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GS칼텍스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민관합동법인이다.

위 인용기사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나, 정치인의 발언, 그리고 노조의 성명서 등에서 한 가지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있는데 바로 “기부채납”의 문제다. 기부채납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말하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시설은 이미 운영개시 시점에 시설을 기부채납한 민간투자법상 BTO(Build-Transfer-Oprate)사업이다. 즉, 시설은 이미 정부의 소유이고 사업시행자는 관리운영권만을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오고 있는 중인 것이다. 따라서 오는 8월 13일은 급유시설이 기부채납되는 시점이 아니라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요컨대 정부는 시작부터 민영화되어 운영되어오던 사업의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 운영권을 경쟁 입찰을 통해 다시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것이 생각이고, 이는 시설소유권을 이제야 넘겨받거나 혹은 시설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이 점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민영화 시나리오와의 차이다.

인천공항급유시설의 경우에는 ‘01년부터 운영해 오던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됨에 따라 「민간투자법령」에 의거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려는 것으로

공항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급유시설을 정부로부터 매입하여 민간에 넘기지 않고 계속 소유하면서, 운영만 일정기간 전문성 있는 민간에 위탁하여 임대수익을 통해 공항운영에 재투자하려는 것임

이는 그간 관계기관 협의결과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 집행기능을 민간에 맡겨온 공사의 경영원칙, 타 공항 급유시설 운영사례 등을 감안한 것임
* 김포․제주․김해공항의 급유시설 역시 민간에서 운영 중임
*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면세점, 식당 등 대부분의 수익사업을 민간임대를 통해 시행하여 높은 임대수익 창출과 운영 효율성을 제고해 오고 있음[「부실 에너지사 인수하고 알짜 넘기는 인천공항공사」 기사는 사실과 다름]

정책포탈인 공감코리아에 올라온 해명 글이다. 이 글에는 현 상황이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되는 것임을 정확히 적시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있어 “「민간투자법령」에 의거”라고 되어 있는바, 신규시설이 아닌 기존시설의 사업자를 민간투자법령으로 선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즉, 민간투자법령은 사회기반시설을 새로 짓거나, 개보수하는 비용을 민간이 대고 그 대가로 관리운영권을 취득하는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는 바, 민간투자법령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사업자 선정과정이 비교적 엄밀한 편인 민간투자법령보다 허술한 평가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암시한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고가 공개입찰을 통한 임대 방식”으로 시설을 재임대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운영기간은 3년에서 5년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는 민간투자법령이 아닌 국유재산법 등 별도의 법령을 적용 또는 준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항공 부장 출신인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박모 상무는 지난 20일 회사 직원을 모아 놓고 “현재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고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돼 파면됐다.[사전내정설 진원지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추가 사과 왜?]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요점은 ‘현재의 급유시설 운영자 선정은 신규 민영화가 아닌 기존 민영화의 연장’이며 ‘민간투자법령에 의한 운영자 선정이 아니며 여러모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라는 정도이다. 이 상황에 대한 비판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이며, 인천공항 전체 시설 민영화의 신호탄이므로 공항공사가 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여부는 개연성이 있다. 물론 공항을 최초에 입안할 당시에는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으므로 민간에게 리스크를 이전하는 차원에서 민영화를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그 후 급유서비스 독점의 대가는 무척 달콤한 것이었다. 특히 조양호 한진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돼 매년 거액의 연봉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도 감지되고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수 십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2006년 71억원, 2008년 75억 원, 2009년 42억원, 2010년 56억 원 등이었다. 2003년 이후 누적 당기순이익이 450억 원이며, 2010년 감사원 감사 결과 163억 원의 초과 수익이 있었다는 사실도 적발됐다.[인천공항 항공기급유 독점 회사, 막대한 이익 대기업에 퍼줬다]

최초로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에는 이른바 건설위험이 존재한다. 이 부분의 위험이 매우 크기에 사업자는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되며, 건설에 투입된 돈은 운영기간 동안 비용으로 인정되어 감가상각을 통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연장되는 사업기간은 건설위험도 없고 독점적 사업권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상태다.

그러한 취지에서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수행된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관리운영권 등에 대한 ‘민자시설 처분 방안 연구용역’에서는 ‘급유시설 및 화물터미널 관리·운영권을 공항공사가 인수하거나 위탁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공항공사 측도 당시엔 직영을 검토했을 것이나 이제는 재민간위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알짜배기” 기업의 “민영화” 강행은 MB정부의 본능일까? 인천공항공사의 아웃소싱 원칙의 연장선상일까? 민간의 효율과 창의를 도입하려는 관료들의 의지일까? 아니면 이것들 모두일까? 확실히 급유시설에 관해서는 한진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박 상무와 서투른 공사 측의 대응으로 또다시 시계가 제로가 되었다. 최대의 피해자는 물론 박 상무다.

공공부문이 인수한 민간투자사업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에 대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공공 부문이 50% 이상 출자,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련 민간투자사업 중 공공 부문의 지분율이 50%가 넘는 사업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명복선전철,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6개다. 올 초 산업은행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4개로 줄어든다. [중략]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관을 민간 부문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부문의 출자지분이 50%가 넘으면 민간투자사업 법인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안태훈 사업평가관은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공공기관 소유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보고서가 앞으로 통행료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공지분 50% 넘는 민자시설 4곳 공공요금 수준으로 통행료 낮춰야”]

지하철 9호선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민간투자사업에서의 공공성과 상업성에 충돌에 관한 논쟁이 또 하나의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예산정책처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공부문이 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게 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때맞춰 어제 오늘 주요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의 의견이나 주요 언론들의 논조는 공공부문이 사업시행자 지분의 다수를 인수하였으면 공공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의 통행료도 한국도로공사 수준의 통행료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다수 지분 획득에 따라 해당사업은 민영화되었다가(privatize) 다시 공유화된(nationalize) 것이니 요금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우선 이러한 논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영화(privatization)에 대한 도식적인 해석이다. 민간투자사업의 근거법인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보면 분명 민간투자사업은 “공공부문외의 자”가 시행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주요공공부문은 민간투자사업 시장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통적인 주식, 채권을 통한 수익창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프라, 부동산 등 소위 대체투자 분야에서 큰 손 노릇을 해오고 있어, 유럽의 부동산 투자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기관투자가’ 상을 수상할 정도다. 또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기관도 해외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전력공급자(IPP; Independent Power Provider)’로 간주되어 해당 국가의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과 같이 사업실적이 당초 예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코레일이 인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시장참여행위는 엄밀하게 보아 脫민영화라 보기 어려운 행위다. 즉 민영화라는 영역에서 좀 더 확장하여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부문도 참여하는 ‘시장화(marketization)’ 혹은 ‘상업화(commercialization)’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전후 국가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던 공공서비스가 민영화, 나아가 시장화되고 상업화되는 과정은 알다시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 경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호불호를 떠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이 경향에 참여한 연기금이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운영 중인 시설의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내리라는 지적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해보자면 초기의 사업시행자가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개시하는 행위는 주식시장의 발행시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 주식이 회사의 건실한 운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은 유통시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유통시장에서 그들이 보기에 유망한 사업들을 매수한 것이다. 마치 맥쿼리가 그런 것처럼.

이들의 손에는 정부가 요금의 일정수준을 보장해주겠다는 실시협약이 있고, 은행에게 금리를 지불하겠다는 대출약정이 있고, 국민연금 수령자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약정수익률이 있을 것이다. 액면으로는 “공공부문”이지만 이들에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국민연금의 혜택을 의심하고 있는 연금수령 예정자들이 있다.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투자자들이다.

왜 민간투자사업의 사용료가 공공사업의 그것보다 높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공사업의 건설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만 민간투자사업은 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그대로 전가되는 독립채산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그런 사업에 투자했으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이전 사업시행자가 취하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가 예산정책처의 사업평가관의 의견대로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 국민연금의 고속도로의 건설비용도 도로공사의 그것처럼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수익률의 조정을 통해서 방법을 모색한다면 그건 연금수령자들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역시 국민연금이 인수한 고속도로 케이스를 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미 국민연금이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경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해당 도로의 요금수준을 낮추는 것과 국민연금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 중에 어느 상황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바 있다. 이제 그 질문이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자본주의의 대두와 그 의미

국가주도의 자본주의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 서인도회사를 보라. 그러나 이번 주 우리의 특별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 아이디어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되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대부분의 국유회사들은 이머징마켓에서의 정부부처들 이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 기본전제들은 경제가 성숙하게 되면 정부가 이들을 폐쇄하거나 민영화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주요 산업에서건(매장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10개의 원유/가스 회사는 모두 국유회사다), 주요 시장에서건(중국 주식시장 총가치의 80%, 러시아의 60%가 국유회사의 몫이다)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를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선제공격을 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새로운 산업을 보면 새로운 거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 예를 들어 차이나모바일은 6억 명의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다. 2003년과 2010년 사이에 있었던 신흥지역의 해외투자의 3분의 1은 국가가 지원하는 회사들의 몫이었다.[The rise of state capitalism]

이코노미스트가 레닌의 이미지까지 동원하여 새로이 대두되는 ‘국가자본주의’의 기류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굳이 레닌을 다시 호출한 이유는 인용문에서 사용한 ‘전망 좋은 고지(the commanding heights)’라는 표현을 그가 즐겨 썼기 때문이다. 즉, 국가가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제권을 쥐기 위하여 ’전망 좋은 고지‘를 장악함으로써 국가경제를 신흥 지배계급이 의도하는 대로 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령탑’이란 표현으로 의역하면 더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굳이 이코노미스트가 이러한 기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인용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국유회사의 활동이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舊 사회주의 블록의 거인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등이 자본주의에 편입되었지만, 이들이 1980년대 이후의 서구에서의 신자유주의적 민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경제력이 전체 자본주의 경제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차지하면서 전체 흐름마저도 변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의 나머지 부분은 이러한 흐름의 장단점을 서술하고 있는데, 여태 쭉 논의되어 왔던 주장들이다. 효율성, 비효율성, 안정성, 정실인사, 관료주의 등등.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국가자본주의’의 대두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에 시각에 동의하는 한편으로, 그 흐름 자체가 ‘기업의 자유’를 신조처럼 여기고 있는 시장주의적인 서구의 시각을 위협할 정도의 (아직까지는) 이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국가가 소유하고 유지한다는 것과 소위 이념적으로 ‘인민에 봉사한다’는 의미가 정확히 등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양상으로는 이들 국유기업들이 좌익이 지향하는 ‘계획적’ 운영을 통한 ‘시장의 실패’의 보완이랄지, 공익에로의 기여랄지 – 예로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직접 빈민의 복지를 지원한다 – 하는 장점과 달리, 자본주의 경쟁에서의 효율성을 위한 ‘국유(state owned)’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이들은 자유화된 해외시장에서는 국가가 아닌 또 하나의 ‘독립적인 공급자’로서 기능한다. 이는 그들이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반하는 반골이 아니란 사실을 말해준다. 기업경영의 형태가 여태의 형태와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변화의 기운은 감지된다. 민영화/국유화를 가르는 몇몇 학문적 주장들로 포장된 선입견 들은 신흥시장의 대두에 따른 국유기업들의 선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드러난 서구기업들의 후진적 경영행태 들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떤 만고불변의 진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 공공부문 노조가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회사들의 CEO와 이사회의 의장을 별도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변화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철도운영 민영화 계획 단상

김경식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 “철도경쟁체제는 사실 한 2~3년전부터 저희들이 검토를 해왔던 것이고, 정부 일정대로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민간업체가 고속철을 운영하면 철도공사에 비해 최대 20% 운임이 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인건비가 최대 25% 정도, 시설유지비가 20% 정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운임이 최대 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신설 KTX 민간에 운영권” 운임 어떤 변화가]

코레일은 매년 평균 4000억∼60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반면 직원 평균연봉은 6000만 원에 이른다.[철도운영권 내년 상반기 민간기업에 개방 추진]

특히 철도노조는 정부가 민간기업에 돈 되는 노선만 넘기겠다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유일한 흑자노선인 경부고속철도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다른 노선의 적자를 해소하고 있다. 수도권 전철을 비롯해 기존 새마을, 무궁화, 지방철도는 모두 적자지만 국민의 교통기본권이나 공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정부, 민영 고속철 도입 추진 논란]

이 세 개의 기사를 대충 조합해보면 찬반의 논리가 대충 나온다.

찬성의 입장은

  • 코레일은 직원 평균연봉이 6천만이나 되는 등 비효율적이다
  • 흑자노선으로 적자노선을 보전해주니 비용절감노력이 없다

반대의 입장은

  • 철도는 공익시설이다
  • 그러므로 흑자노선으로 적자노선을 보전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코레일은 생각만큼 비효율적(?)이지 않다. 지난번 철도사고와 같은 계속되는 안전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코레일은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예산을 줄이며 효율적(!)으로 거듭나고 있다(물론 정규직은 여전히 비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현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선로공사나 재료, 장기검수 등에 필요한 예산은 2005년 736억원에서 지난해 327억원으로 400억원 이상 삭감됐다.[현기환 “고속철 선로 관리예산 5년새 `반토막'”]

국토해양부나 교통연구원은 아마도 이런 더딘(!) 효율화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아 일부 수익구간의 민영화를 통하여 해당구간의 요금도 낮추고 코레일의 비용절감 노력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일타이피의 복합적인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연구위원은 19일 SBS 라디오에도 출연해 “고속철도 요금인하는 현재 코레일이 운영하는 고속철도사업이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고속철도 사업부분은 2005년 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도 약 3,200억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속철도 사업의 과다한 이익을 추리면 우선 요금인하가 가능하고, 민간 사업자가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략] 이재훈 위원은 새로운 철도운영회사 도입을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국이 철도 사업 민영화 후 8년 만에 철도시설을 다시 공공화 했다는 지적을 놓고 “영국은 철도 운영뿐만 아니라 철도 선로의 건설이나 유지보수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영화를 했지만 우리나라는 철도 건설과 유지 보수를 국가가 책임지고 있어 영국의 사례와 다르다“고 반박했다.[철도 민영화 군불 모락모락]

한편 이 글을 읽어보면 “철도 민영화”는 정확하게는 “철도운영 민간위탁”임을 알 수 있다. 그간 민간투자법에 의해 시도되었던 BTO, BTL이 시설의 설계, 자금조달, 건설, 운영을 모두 책임지는 형태라면 이 방식은 단순운영위탁인 것이다.

BTO가 효율적이란 논리는 건설비도 절감시켜 효율을 달성하겠다는 논리인데, 철도 건설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면 여태의 소요비용과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절감되는 부분은 운영을 통한 “고속철도 사업의 과다한 이익”을 치겠다는 것이다.

그 “과다한 이익”은 원래 어디로 가던 이익일까? 6천만 원이나 되는 코레일 직원의 임금일 수도 있고 적자노선의 보전일 수도 있다. 전자에 대한 가치판단은 유보하고 흑자노선 이익으로 적자노선을 보전하는 공익성이 존재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철도공사는 수익이 나는 KTX 부분에서 ‘교차 보조’ 등을 통해 공공 성격이 강한 무궁화, 새마을호 등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이 설명한 것은 경쟁 도입을 위한 요금 인하 구상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KTX의 교차 보조가 없어지게 돼 공공 성격이 강한 적자 노선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MB, 인천공항도 모자라 고속철도까지 팔아 치우려나?”]

이 방식이 바로 도로공사의 유료도로에 적용되고 있는 “통합채산제”다. 제2경인고속도로와 같은 수익이 많은 도로에 대해 시민단체가 통행료를 없애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번번이 패소하는 이유가 이 제도 때문이다. 철도도 동일한 이치다.

철도운영은 도로처럼 “통합채산제”와 같은 법적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1조에는 “철도시설 사용료 징수 시 사회경제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통합채산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컨대 이제 코레일이 향유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효율적(!)인 민간에게 맡길 경우 요금이 낮아진다는 유일한 근거는 인건비 및 유지관리비 절감을 통한 비용절감이 거의 유일한 효율의 원천인 셈이다. 물론 유지보수 예산도 더 절감할 것이다.

결국 이런 시각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1조에서의 “철도운영 관련사업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국가외의 자가 영위”한다는 규정에 근거하여 시장경제원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다. “시장경제원리”와 “사회경제적 편익”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英國의 구원투수로 나서려는 中國의 노림수

지난달 말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이 영국 등 선진국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혀 유럽각국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러우 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의 기업과 투자자는 기존에는 해외 SOC프로젝트에 단순 하청업체로 참여해왔으나 이제는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에 관심있다”[중략] 고 밝혔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으로서는 중국이 막대한 보유 외환으로 직접 국채매입을 해주면 좋겠지만 대규모 SOC 투자도 저성장 위기를 넘어 경기부양의 불씨를 지피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세계 돈줄, 차이나 머니 어디서?]

중국이 – 또는 중동 등지의 국부펀드가 – 다른 나라의 인프라 시설의 매입에 욕심을 낸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중국의 보유외환 중 4,100억 달러(462조원)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CIC의 경우, 이미 제3세계의 인프라 시설, 광산, 유전 등 실물자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고의 70% 정도가 美국채를 포함한 달러 자산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에만 투자하기에는 수익률 측면이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나 중동 등의 국부펀드가 인용문과 같이 서구의 인프라 시설을 매입하려 하는 경우는 제3세계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단순히 자산거래를 통한 경제성의 문제만이 아닌 보다 복잡한 이슈들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5년 10월 두바이의 국영항만회사가 미국의 항구들을 매입하려 했다가 좌절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사안은 내셔널리즘적 이슈, 안보 이슈, 반독점 이슈 등 복잡한 양상을 띠며 진행되었다가 결국 두바이 회사 DP World의 항구매입이 좌절된 경우다.

2005년 10월 중순, DP World는 영국기업 P&O의 인수가 가능하도록 법적제한을 제거하기 위해 미합중국외국인투자위원회(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 CFIUS) 에 접근한다. CFIUS는 반독점이나 국가안보 이슈를 야기할 외국기업과의 계약에서 대한 판단을 내리는 여러 기관을 포함하는 연방 패널이다. 곧 이어, DPW는 P&O의 인수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한다. [중략] 2005년 12월 해안경비정보국(Coast Guard intelligence) 관리가 한 보고서에서 광범위한 정보차이로 인해 위험들을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언급과 함께, 두바이 회사가 미국의 항구운영을 관리하는 것에 중요한 안보 이슈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Dubai Ports World controversy]

두바이 기업이 영국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항구운영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DPW가 인수하려던 P&O는 항구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고 당시 미국 내의 항구 여러 개를 운영 중에 있었다. 따라서 DPW의 P&O 인수는 곧 DPW의 미국 항구운영권 인수를 의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미국정부의 신뢰의 문제를 들어 해당 계약을 인정하려 했지만 의회에서는 초당적인 협력 하에 압도적인 지지로 해당 계약을 저지시킨다. 결국 DPW는 미국 내의 항구운영권을 미국기업 AIG에 넘기게 된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美당국과 정치인들이 영국기업이 항구를 운영을 할 때에는 제기하지 않던 안보 이슈를 두바이기업으로 주체가 바뀌자 제기하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인프라의 민영화에 대한 이슈 제기 이상의 내셔널리즘적 안보 노이로제가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똑같은 정서가 중국에 대해서도 현재도 여전히 남아있다. 로이터의 한 칼럼니스트는 오바마가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환영한다는 발언에 대해 바로 DPW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사야할 것은 직접소유권이 아니라 채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서는 영국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지난 세기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대영제국이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하고 채무국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서조차, 중국 돈이 들어와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존심상할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존심을 감추게 하는 것은 다급한 재정상태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영국의 민간투자사업인 PFI으로의 지출을 절감할 새로운 사업방식을 주문한 바 있고, 그럼에도 각종 민간투자 – 중국을 포함한 –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스본 씨와 재무부 관리들은 새로운 도로, 철도, 브로드밴드, 에너지 프로젝트들의 자금조달을 위한 원천으로써 중국의 추가적인 투자를 오랫동안 추구하여왔다. 영국 관리들은 제안된 런던에서 영국 북부까지의 고속철도에 중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China boost for Osborne growth plans]

중국, 또는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선진국 인프라 시설투자에 나서고자 하는 이유는 어쩌면 선진국이 이들의 투자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의 반대편, 즉 선진국의 자산을 자신들이 보유한다는 자긍심도 있을 것이다. 물론 보다 중요하게 포트폴리오를 전통적인 투자가 아닌 일종의 대안투자와 적정비율로 구성할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이 유럽의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한 방법으로의 자산매입은 서구의 이전까지의 부정적인 정서를 무마시키면서 안정적인 대안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요컨대 우리가 흔히 “민영화”라고 부르는, 인프라 혹은 국영기업의 증권화는 민간 기업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각국의 국영기업이나 국부펀드들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공급자(independent provider)로써 민간기업과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A국으로의 투자에 나선 B국의 국부펀드가 해당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 A국의 안보나 국부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국익”이 감소할 개연성이 있지만, 반대로 B국의 경제적 실익의 “국익”이 상승할 개연성이 늘어나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다.

이집트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씽크탱크의 영향력

‘국제개발을 위한 미합중국 에이전시(USAID)’로부터의 1천만 달러의 기부를 가지고 조직된 ‘경제연구를 위한 이집트 센터(ECES)’는 조그만 서클 안에 대통령의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 그리고 업계의 수장들을 불러 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그룹의 멤버들은 이집트의 집권당과 정부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었다.[중략]

“그것은 정실 자본주의가 되어갔습니다.” 설립자들이 옹호했던 민영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 씽크탱크의 새로운 임원 마그다 칸딜의 말이다. 센터가 현재 예측하기로 부패로 인해 이집트가 1991년부터 팔아치운 자산은 그들의 산정치보다 900억 달러가 적은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중략]

1970년대 이래, USAID는 가말 압델 나사르가 1950년대 창출한 사회주의 경제의 자유화에 대한 약속을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경제적 지원의 명목으로 제공해왔다.[중략]

그러나 1990년대에 풍경은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집트에서의 금융위기 이후, 국제 채무자들은 더 이상 국유기업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에 융자를 해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구제금융의 대가로 이집트는 소비에트 공산주의의 붕괴 이후 지구를 휩쓸던 구조적 개혁의 형태를 취하기로 동의한다. 의사결정자들은 시장이 중산층 창출을 고무시키고 궁극적인 민주적 개혁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대중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중략]

그(가말 무바라크)는 M. 타헤르 헬미라는 이름의 야심찬 변호사가 동지로 있었는데, 그는 1,040억 달러에 달하는 350개 회사를 민영화하기 위한 계획과 함께 이집트의 민영화 프로그램의 권한을 부여할 1991년 법안의 초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중략]

2002년 무바라크는 당에 강력한 정책위원회를 구성한다. 그의 주도 하에 당의 총회는 재빨리 당시에는 씽크탱크의 원장이었던 헬미를 포함한 여타 ECES 멤버들을 위원으로 지명한다. “새로운 사고”를 주문하는 연설에서 무바라크는 경제성장은 “자유 시장 원칙의 완벽한 적용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레토릭은 ECES의 정책 보고서에서 그대로 나온 것이었다.[In Egypt, corruption cases had an American root]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장기독재, 그리고 이를 이용한 엄청난 부패의 근저에는 이집트 경제의 염가세일을 바랐던 미국정부(그 뒤의 기업들), 이들이 지원해준 경제연구소, 부패한 정치인들의 결탁이 존재한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르포다. 존 퍼킨스의 ‘경제 저격수의 고백’의 한 에피소드로 충분히 쓰일만한, 몇 십년간에 걸친 부패의 참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제3세계는 서구선진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일천한 민간자본을 대체하는 국유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전략을 곧잘 선택했고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슬람 민족주의 노선을 취했던 비동맹 이집트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세력 교체, 소비에트의 붕괴,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비동맹의 입지는 흔들렸다. 이때 미국에서 공부하고 투자은행에 몸담았던 대통령의 아들과 그의 친구들은 씽크탱크라는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기구를 통해 합리성을 확보한다. 이들에게 “자유 시장 원칙”은 종교와 같았고, 천문학적인 보수는 부패가 아닌 열심히 일한 대가일 뿐이었다.

한편, 국유자산의 매각에 씽크탱크가 동원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흔히 의사결정자들 뒤에 존재하고 있는 기술관료,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들은 가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정치적인 발언을 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기초 원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사회효용성분석 등에 동원되는 복잡한 수학계산식은 과학적 객관성의 미학적 표현이다. 하지만 연구진 대다수가 서구에서 수학했다는 점, 심지어 연구기관 자체가 서구의 원조에 의해 세워졌을 경우엔 정치편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해방 이후 오랜 기간 연구기관들의 구성원들은 예외 없이 서구, 특히 미국식 교육의 수혜를 받아왔다. 이러한 연구경향이 반드시 친서구적이거나 친시장적인 경향으로 흐른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당한 개연성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내놓는 정책적 제언들은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자유화/서구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 한 사례는 국가 연구기관도 아닌 민간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의 머리를 빌린 참여정부의 시장자유화 계획일 것이다. 김현종 씨는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진언하여 한미FTA를 추진한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실은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삼성연의 보고서를 보고 있었고 한미FTA도 그때 아젠다에 올라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학계는 인수위 시절 전달된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보고서에 주목한다. 한·미 FTA,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 신성장동력 개발론, 혁신주도형 경제론 등이 모두 이 보고서와 무관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식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 당선자 책상에는 인수위 보고서와 삼성연 보고서가 같이 놓여 있었다. 386 측근 참모가 SERI와 같이 만든 보고서였다”면서 “핵심 내용이 ‘대미·대북관계는 진보적으로, 사회경제 정책은 보수적으로’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중략] 한·미 FTA의 논리적 기반도 삼성이 제공했다는 평가다. 노대통령이 FTA 대책과 양극화 해법으로 강조해온 ‘지식서비스업 강화론’이다. 삼성연은 한·미 FTA 개시선언 직후인 지난해 3월 ‘도대체 왜 한·미 FTA를 해야 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서비스시장 개방론’을 처음 이슈화했다.[“靑 386, 삼성경제硏 보고서 베껴 썼다”]

이러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대의 민주제보다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행사하는 지식제공의 메커니즘은 오랜 기간 조용히 쌓여져 오기에, 그리고 인민에 의해 선택될 수도 없기에 한층 무서운 권력을 형성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자는 자신의 의지라 생각하며 그러한 머리들에서 나온 편견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한미FTA가 美의회에서 통과하면서 정부는 이를 빨리 비준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난리다. 그 와중에 참여정부 지지자들은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며 이전 정부를 옹호한다. 이러한 양측의 정치적 계산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누구에 의한 무엇을 위한 FTA인지에 대한 고민이 배제된 정치적 계산들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김중수 씨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엉뚱하게도 “실무가들은 이미 사라져버린 경제학자의 노예”라는 케인즈의 말을 인용했다. 실은 시장 자체가 흔들리면서도 자유 시장 원칙을 놓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세계경제에 어울리는 말이면서도 연구기관의 객관성을 맹신하는 이 사회에 적용해야 할 말이다.

2011年08月30日(火) ~ 2011年09月03日(土)

2011年09月03日(土)

블로그의 시대는 갔다고 하나 블로그를 베이스캠프로 하여 SNS와 연결하고 모아진 이야기를 새로운 글재료로 쓴다면, 하나의 종합적인 사고체계의 확립에도 도움이 되며 SNS의 휘발성까지 보완할 수 있는 여전히 유효한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Photo: 자칭 언론사 웹사이트의 기사 제목이 “곽노현 꼬리 짜르기?” 이쯤 되면 그냥 “찌”라시 http://tumblr.com/xkl4h1yoxa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맑시스트적 해석 http://dlvr.it/jycWX 유명한 투자자이자 블로거 배리 리트홀츠가 자신의 블로그에 전재한 점이 흥미로운데, 점점 좌익이 되가는 것이 아닌가 짐작됨

Unwanted Missiles for a Korean Island http://nyti.ms/rqWakY 강정 해군기지는 중국을 공격대상에 포함하는 미국의 미사일디펜스 시스템의 일부라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입니다

RT @maniftendst: @EconomicView 한달 전 글이 갑자기 링크되어서 놀랐네요. IHT의 Op-Ed(opposite the editorial page)에 실린 기고문 이고 문제가 지적되었던 글입니다. https://plus.google.com/103964357561720361859/posts/8n9dUc7…
comment : 강정 해군기지에 관한 글 모음. 상반된 입장을 잘 읽어보고 판단하시길

2011年09月02日(金)

한국의 對중국 수출비중이 27%로 여타 국가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과, 대미추종 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치상황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고찰. 글 표현이 보는 이에 따라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만한~ http://bit.ly/pIrShj

미국의 우파 사이에서 세라 페일린 대신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여성 대권주자 Michele Bachmann의 프로필 종합. 한편 매경은 세라 페일린을 무려 세계”지식인”포럼의 얼굴마담으로 쓰고. http://bit.ly/qyUQmf

닥터 Doom 이 마침내 특정한 것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설파하시다 http://bit.ly/pURXaY
comment : 이 양반도 참 재밌는 캐릭터다.

미국의 보수우익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근저에는 클린턴 시절부터 본격화된 커뮤니티재투자법(CRA)에 의한 빈민층에 대한 무차별 대출이 공격한다. FRB가 이를 반박하는 레포트를 작성했다. http://1.usa.gov/r6QQbS
comment : 이와 관련하여 예전에 Economy Insight 에 기고했던 글 “‘소유권 사회’의 재앙”

2011年09月01日(木)

대한치과의사협회 영리병원 반대입장 공식 표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나 제주도내 영리병원 등에 대해 적극적 반대 운동에 나설 것. | 제주도내 영리병원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작품 http://bit.ly/qTz568
comment : 이와 관련해 예전에 쓴 글  “공공의료 시스템 파괴의 주범은 이명박이 아닌 노무현”

삼성 직원 증언 “특검 때 ‘쓰레기차 3대’ 분량 서류 버려” http://bit.ly/o8usrp 정작 쓰레기차에 실어다 버릴 것들은 따로 있건만…

대법원 “공직선거법 232조(후보자 매수 등)로 처벌하기 위해선 금품 제공 의사표시 또는 약속이 사회통념상 철회하기 어려울 정도로 당사자의 진정한 의지가 담겨 있고,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http://bit.ly/mRRTol
comment : 혼동양상을 보이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 후보매수 의혹에 관한 기사.

세라 페일린이 온다고 해서 다시 열어본 그녀의 추억의 개그. http://foog.com/694/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Photo: 일단 “세계지식포럼”에 세라 페일린이 끼는 것도 코미디인데, 래리 서머스나 마이클 샌델 등을 제치고 페일린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한다는 점에서 완전 블랙코미디. http://tumblr.com/xkl4fk4di6
comment : 知識人의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할만한 해프닝.

2011年08月31日(水)

‘공생발전을 위한 청와대-대기업 간담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간담회를 위해 어떤 내용을 준비했냐는 물음에 웃으면서 “내용 없어요”라고 짧게 답했다. | 空生 http://bit.ly/quCMqS
comment : 즉 간담회 회의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을거란 이야기다. “냉무”

각국 중앙은행과 IMF는 2010년 기준으로 금재고량의 18.4%를 보유하고 있다. 금값의 변동은 이러한 공적보유금의 변동과 수요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comment : 金과 관련된 한 리포트에서 인용한 글. 금이 과연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의 판단에는 결국 인간 본연의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본능이 좌우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Airline Advertising with Style http://bit.ly/qCcuIh
comment : 멋진 빈티지 스타일의 포스터를 감상하시길.

UBS가 전체 직원의 5%인 35백명을 자르고, BoA는 3.5%인 1만명을 자를 수도 있다고. 계속되는 침체에 은행수익이 급감하면서 금융권의 해고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http://nyti.ms/pMJepf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정부가 대중문화의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 쓸데없는 관치라고 비판하기 쉬운데, 한국 애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작비 조달 위기시에 정부지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건설노련은 ▲PFV의 활성화 ▲사업주체의 차입금 규제 ▲대출시스템 개선 ▲ 시공사 지급보증 한도 설정 등을 주장했다. | 건설노련이 PFV의 활성화를 주장한게 흥미롭군. 사실 약간 변칙적인 특혜에 가까운데. http://bit.ly/pTkVsz
comment : 건설노련이 주장하는 “PFV의 활성화”는 현재 법인세법 51조에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회사형태인 PFV를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여 한시성을 제거시키자는 요구다. 기존의 부동산 시행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PFV 형태로 설립하여 세금절감효과를 예상하고 있는데, 근거법 조항이 한시적이어서 사업추진 중에 PFV에 대한 혜택이 사라지면 악영향이 크기에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다.

@jhkamc 말씀대로 국가정책 시행에는 전문적인 영역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도 잘 뽑아야 하고 그 밑에서 사업을 시행하거나 감독하는 기술관료도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죠. 더불어 시민사회에서도 전문성을 높여 이들을 잘 감시해야 하구요.

@liketherock 지분이 100%라는 것은 배당을 다 가져가는 의미도 있지만 사업리스크를 진다는 의미도 있죠. 그렇게 부채비율이 높으면 사실 한동안 이자내느라 배당도 없습니다. 그게 주주 자본주의 기업의 운영원리니까요.
comment : 이 대답은 “제가 SOC사업의 자금조달형태나 수익분배구조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겠지만, 80%를 보조금 및 대출로 때우고 20%의 투자만으로 지분율 100%를 가져가는 게 합리적인 건지 의문이 드네요! 게다가 지방정부 등에서 하는 많은 SOC사업들이 최소수익보장을 해주고 있다던데요~ 민자유치의 개념은 좋지만 정부의 방만한 사업유치와 공익성 저해가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이 되네요~” http://www.twitlonger.com/show/cp05q8 라는 질문의 대답임

@BornToRun1127 제가 시도해도 링크가 깨지는군요. 다시 올립니다. “Metropolis” poster by Boris Bilinsky from 1926 and a street view: http://fwd4.me/0AJ0
comment : 멋진 영화 포스터. 레트로퓨처리즘적인 분위기가 돋보임.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공사지분 매각수입으로 국가가 보전해주고 있는 인천공항도로 등 SOC를 매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군요. 딴에는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듯. http://bit.ly/n2WpR5
comment : 박 의원이 예로 든 인천공항도로의 경우 정부에서 사업시행자에게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매년 보조금을 주고 있다. 공사지분 매각수입이 공항도로의 매입에 들어갈 경우, 이를 비용으로 보고 향후 정부에서 공항도로에 줄 예상 보조금 절감분을 수입으로 봐서 타당성 분석을 해서 타당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그리 나쁜 대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2011年08月30日(火)

[LG경제연구원]수출 호조세 지속되기 어렵다 | 지속되기 어려운지 쉬운지야 결과가 말해줄 것이고 결국 수출주도형 체제가 대외변수에 따라 국내경제가 흔들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가 앞으로의 과제. http://bit.ly/p8rZ8J

영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사회채권 소개. 범죄율이 떨어지면 교도소 투자자가 돈을 받는 재밌는(?) 방식. 가디언 칼럼니스트는 또 하나의 PFI며 엄청 복잡하고 어쨌든 정부가 돈을 빨릴거라며 비판. http://bbc.in/q5HV2j
comment : 이와 관련 예전에 썼던 글 http://foog.com/1887/ “민영화, 두 가지 접근법”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 박정희의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이 호불호를 떠나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되었다고 전제한 후, 참여정부는 그 제약조건 하에 “선진통상국가”로 가기 위해 한미FTA를 선택했다고 설명. FTA를 통상의 유일대안으로 당연시.

Photo: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을 도서실에서 빌림. FTA반대론자들을 “박현채 선생의 제자들”(35p)이라 범주화시킨 후, 박현채 씨가 1971년 김대중 후보의 정책공약을 써줬다는 설이… http://tumblr.com/xkl4e334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