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 vs 사적 이익

“민자로 건설됐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던 미시령 관통도로㈜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된다. 이에 따라 해마다 도가 수십억원의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됐다. 3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미시령관통도로㈜ 등과 ‘미시령민자터널 재정지원 개선’ 협상을 마무리, 통행료는 현행대로 동결하고, 통행량 부족에 따라 연 수십억원씩 지원해주던 도의 결손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적자’ 미시령 도로 팔렸다…강원도,수익보전 부담금 줄 듯, 쿠키뉴스, 2008년 7월 3일]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 적자사업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 적자인 민자사업을 왜 국민연금이 인수했나?
– 국민연금이 인수했으면 사실상 공공시설이 된 것인가?
– 그런데 어떻게 도는 수십억원을 적자보전부담을 줄였을까?

이 의문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사업은 당초 국비로 건설될 예정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늦어지자 강원도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여 2006년 완성된 도로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민간투자사업에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위 ‘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는 비록 민간사업으로 시행된다 할지라도 사회간접자본의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이 더욱 크다는 점과 민간투자사업의 초기시장에서의 사업자 유인 차원에서 사업자의 예상수요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책임져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막상 도로 등 민간투자사업 시설이 운영에 들어가자 실제 수요는 당초 예상에 많이 못 미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무관청은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사업자에게 보전해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소위 MRG가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혈세 먹는 민자사업’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리고 미시령 터널 역시 통행량이 당초 예상의 65% 대에 불과하여 ‘혈세 먹는 민자사업’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던”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희한하게 그 적자사업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경쟁 입찰이었다고 한다. 인수가격은 자본금만 살펴보면 코오롱 건설 등 당초 대주주들의 주식발행가인 주당 5천원의 2배인 1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소위 ‘자금재조달(refinancing)’이라 불리는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해당 사업이 MRG가 있는 사업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국민연금을 포함한 입찰참여자는 주당 1만원을 주고 사업을 인수해도 MRG를 감안할 경우 현재와 같은 금융상황에서도 내부적인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당 시설을 인수했다고 해서 소위 ‘민자시설이 공공시설이 되었다고’ 하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어차피 해당 시설의 소유권은 원래부터 주무관청에 있고 인수된 것은 다만 시설의 운영권에 있을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으로 운용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주체이긴 하나 엄밀히 말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민간금융기관의 펀드나 기관투자자들과 같은 수익률을 좆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은 뛰어난 자금조달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어다.

마지막 의문인 도의 예산절감에 대해 알아보자. 도는 주무관청으로서 이번에 인수된 운영권에 대한 인수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는 그 승인권과 함께 ‘자금재조달’ 시 이에 따른 수익을 공공과 민간이 50:50씩 나눈다는 민간투자사업 관련법령상의 제도에 따라 새로운 인수자와 재협상을 벌여 MRG수준을 당초 90%에서 80% 수준까지 낮춘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는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되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의문을 풀어주기 위함도 있거니와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지역적 이슈, 사업의 특성, 연금의 자본시장 내에서의 독특한 지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례를 통해,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금융 플레이어가 민간투자사업 시설을 인수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것인가’, 또는 ‘공익(公益)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의 돈을 걷어서 그들이 늙었을 때 적정수익을 합쳐 연금을 줘야 하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기관이다. 국민연금은 그래서 마땅히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연금이 터널을 인수해 MRG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는데 도가 승인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혈세”를 절감하였다. 이때 국민, 더 구체적으로 강원도민은 국민연금 편을 들어야 할까 강원도 편을 들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이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가 강원도가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보다 크다. 강원도민의 세금이 “혈세” 인만큼 국민연금 납부금도 “피의 납부금”일 수 있다. 액면으로만 보면 강원도는 세금절감이라는 이유로 보다 큰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내 미래의 연금수익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는 통행자가 더 싼 값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쓰였다는 소리다. MRG가 있기에 또한 통행료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어떻게 보자면 국민연금은 강원도와의 협상결과에도 불구하고 목표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기에 도와 합의하였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몫을 챙긴 후 타협을 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실물자산의 증권화 현상이 대세인 앞으로의 시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공무원 연금이 케냐의 하수시설을 인수할 것이고 두바이의 국부펀드가 우리나라의 선물시장에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도대체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의문을 품을 것 같다.

6 thoughts on “공공의 이익 vs 사적 이익

  1. polarnara

    독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새니까, 다른 쪽을 뜯어서 그 구멍을 막는 모양새 같은데…
    제대로 이해한 거 맞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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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뭐 이런 말일 수도 있고… 여하튼 제가 약간 트릭을 쓴 글입니다. 다음 글에서 이에 대해 실토를 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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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eagle2

    이런 일이 있었군요. 또 한번 foog님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지막 의문은 너무 어려워서 당분간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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