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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 관하여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임금착취 문제를 대화로 풀자고 공항공사에 요청하면 줄만큼 주고 있고 고용불안도 없고 비정규직 노조와는 대화 안한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천공항 파업에서 보듯 공기업내 “경쟁력 제고 논리”의 내재화는 오히려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MB의 공항 민영화 음모론자들은 “세계 최고의 공항을 왜 민영화하냐”며 이 경쟁력을 칭송했는데, 자본이 아닌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노동탄압을 칭송한 셈이다.

# “경쟁력”은 흔히 공무원 조직의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질타하는 무기가 되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발견되어 정당성을 강화한다. 하지만 사회적 기여도의 측정 없는 경쟁력은 자본의 이윤 추구 와 다를 바 없는 시각으로 공공성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 이런 정서가 극단화되면 마가렛 대처처럼 “사회는 없다”는 선언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심지어 “세금 먹는 하마”라 욕먹는 민자도로조차 외부성을 가지고 사회적 효용에 기여한다. 이를 부인하지 않고 타당한 평가지수를 도입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한 축이다.

# 공공성을 위해 요금을 못 올리는 코레일은 정부로부터 공공기여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 보조금을 받는다.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마련된 이런 보조금을 공기업이나 혹은 MRG 대신 민자사업에 도입해보는 것도 한 대안이 될 것이다.

공공부문이 인수한 민간투자사업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에 대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공공 부문이 50% 이상 출자,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련 민간투자사업 중 공공 부문의 지분율이 50%가 넘는 사업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명복선전철,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6개다. 올 초 산업은행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4개로 줄어든다. [중략]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관을 민간 부문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부문의 출자지분이 50%가 넘으면 민간투자사업 법인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안태훈 사업평가관은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공공기관 소유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보고서가 앞으로 통행료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공지분 50% 넘는 민자시설 4곳 공공요금 수준으로 통행료 낮춰야”]

지하철 9호선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민간투자사업에서의 공공성과 상업성에 충돌에 관한 논쟁이 또 하나의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예산정책처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공부문이 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게 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때맞춰 어제 오늘 주요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의 의견이나 주요 언론들의 논조는 공공부문이 사업시행자 지분의 다수를 인수하였으면 공공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의 통행료도 한국도로공사 수준의 통행료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다수 지분 획득에 따라 해당사업은 민영화되었다가(privatize) 다시 공유화된(nationalize) 것이니 요금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우선 이러한 논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영화(privatization)에 대한 도식적인 해석이다. 민간투자사업의 근거법인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보면 분명 민간투자사업은 “공공부문외의 자”가 시행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주요공공부문은 민간투자사업 시장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통적인 주식, 채권을 통한 수익창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프라, 부동산 등 소위 대체투자 분야에서 큰 손 노릇을 해오고 있어, 유럽의 부동산 투자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기관투자가’ 상을 수상할 정도다. 또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기관도 해외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전력공급자(IPP; Independent Power Provider)’로 간주되어 해당 국가의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과 같이 사업실적이 당초 예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코레일이 인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시장참여행위는 엄밀하게 보아 脫민영화라 보기 어려운 행위다. 즉 민영화라는 영역에서 좀 더 확장하여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부문도 참여하는 ‘시장화(marketization)’ 혹은 ‘상업화(commercialization)’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전후 국가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던 공공서비스가 민영화, 나아가 시장화되고 상업화되는 과정은 알다시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 경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호불호를 떠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이 경향에 참여한 연기금이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운영 중인 시설의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내리라는 지적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해보자면 초기의 사업시행자가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개시하는 행위는 주식시장의 발행시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 주식이 회사의 건실한 운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은 유통시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유통시장에서 그들이 보기에 유망한 사업들을 매수한 것이다. 마치 맥쿼리가 그런 것처럼.

이들의 손에는 정부가 요금의 일정수준을 보장해주겠다는 실시협약이 있고, 은행에게 금리를 지불하겠다는 대출약정이 있고, 국민연금 수령자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약정수익률이 있을 것이다. 액면으로는 “공공부문”이지만 이들에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국민연금의 혜택을 의심하고 있는 연금수령 예정자들이 있다.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투자자들이다.

왜 민간투자사업의 사용료가 공공사업의 그것보다 높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공사업의 건설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만 민간투자사업은 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그대로 전가되는 독립채산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그런 사업에 투자했으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이전 사업시행자가 취하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가 예산정책처의 사업평가관의 의견대로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 국민연금의 고속도로의 건설비용도 도로공사의 그것처럼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수익률의 조정을 통해서 방법을 모색한다면 그건 연금수령자들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역시 국민연금이 인수한 고속도로 케이스를 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미 국민연금이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경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해당 도로의 요금수준을 낮추는 것과 국민연금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 중에 어느 상황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바 있다. 이제 그 질문이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공항 민영화” 관전 포인트

▷김진애>오늘 국토위에서 상정이 됐고요.
▶정관용>제가 하루를 늦게 사는 거 같네요. 이미 상정이 됐다. 그 법안 내용은 저희가 얼마 전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만 지분 전체의 40%까지 넘기는 그 내용입니까?
▷ 김진애>바로 그렇습니다. 올 3월 달이었죠. 이게 발의됐던 게. 그때 내용 그대로인데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저는 그때 3월 달에 발의되고 이 법안에 대한 우려도 굉장히 커지고 반대도 굉장히 심해서 저는 이 부분을 도저히 추진을 못할 것이다 했는데 오늘 국회 상정을 하더라고요.
▶정관용>주요 내용을 다시 한 번만 간추려주세요.
▷김진애>이렇게 됩니다. 49%까지 기업매각이 될 수 있고요. 그 중에서 15%는 국내의 주식상장을 하고 외국 지분은 30%까지 한다,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51%를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김진애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다”]

2010년 9월 17일자 노컷뉴스 기사다. 이와 관련 국회 홈페이지를 들어갔지만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같은 날 예산결산특위의 회의록을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국토위의 담당자가 게으른 것 같다.

각설하고.

인천공항 민영화, 정확히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재 정부에서 100%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49%까지 매각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판자들이 의문을 품는 것 중 하나가 정부의 지분매각 논리인데 공항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는 아래와 같은 그간의 성적표를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음모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2005년~2008년 공항서비스(ASQ) 평가 1위'(국제공항협회)
‘2006년~2008년 세계 최고공항'(<글로벌트래블러>지)
‘2009년 아·태지역 최고공항'(프로스트앤설리반)
‘2009년 동북아항공마케팅 최우수공항'(루트디벨럽먼트)
‘2008년 세계공항 톱10 중 3위'(<포브스>지)
[‘황금알 낳는’ 인천공항 왜 지금 민영화하나?]

재무제표를 확인 해봐도 확실히 인천공항공사는 우량기업이다. 그렇기에 비판자들은 현재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대안일 수는 있다.

즉, 공항산업의 업황을 놓고 볼 때에 그리고 그 중에서 인천공항의 위치를 판단할 때 어느 특정 시점이 지분매각을 통해 주식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판단된다면 지분매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비판자들의 시각은 지분매각을 통해 공항요금 인상 등 이윤극대화 추구행위를 통해 공공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 점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이용료, 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 및 경제력 집중억제 등 민간 지분참여에 따른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해외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필요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 지분매각 후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지분이 51%를 넘는 공기업체제를 유지하며, 정부는 항공감독당국으로서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므로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ㅇ 대부분의 해외공항은 51% 이상 지분이 민간에 매각된 경우에 공공성 확보를 위한 규제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인천공항은 51%이상 지분을 정부가 보유할 것임에도 국민의 우려를 반영하여 보다 실질적인 규제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 지분매각에 앞서 공항이용료 인상, 서비스수준 저하, 해외 헐값매각 등 국민의 우려사항에 대한 대책을 면밀히 검토 보완하여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출처 : RE 인천공항공사 선진화방안]

국토부의 답변대로 정부지분을 51% 남겨둔다면 공기업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맞되, 그것이 “공공성을 훼손되는 일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이 되느냐 하는 것에는 나도 그렇고 비판자들도 의문시하고 있는 것 같다.

정관을 봐도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사회가 상당히 신축적으로 – 그것도 비상임 이사들의 권한이 상당할 정도로 세고 – 운용될 개연성이 있어 세부운영방안을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가 관건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염려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부분은 과연 “공공성”이란 것이 이용자 편의만 도모하면 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거기에서 나아가 노사관계의 공공성을 따지자면 인천공항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핵심 논리는 해외 공항전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허브화 기능을 높이며 민간자본의 유입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내세운 이런 모든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전 공항운영 인력의 88%가 이미 아웃소싱 되어 있다. 개항 후 현재까지 연평균 11%의 매출 성장과 연평균 18%의 영업이익을 이뤄내며 급성장 중에 있다.[인천공항 민영화 정책은 철회해야 / 강용규]

이것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반대하며 이미 공항의 효율이 충분히 달성되었다는 근거로 88%의 아웃소싱 현황을 들고 있다.

물론 아웃소싱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많은 경우 아웃소싱이 파견근로를 통한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함에, 그것이 경영효율의 근거라고 주장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즉, 이미 민간에게 지분매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는 상당부분 민간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인건비 최소화를 통한 비용절감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사도 이윤추구 집단이니까.

지난 15일,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회사가 1년 3개월 간의 시간외수당 미지급에 대해 2010년 9월 20일까지 체불임금의 50%를 지급하기로 한 것. 나머지 50% 임금은 10월 15일까지 완전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의 체불임금 지급은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집회 등으로 이뤄냈다. 회사가 지난 6월 합의한 체불임금 지급을 번복하자, 기존 노조에 가입돼 있던 청소노동자 400여 명이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가입한 것. 이후 조직된 조합원들은 약속을 파기한 용역회사에 대해 항의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인천공항 청소노동자, 체불임금 받는다]

인천공항이 이익을 창출하는 한 방법이다. 이것이 그들의 운영효율의 주된 원천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노릇이겠으나 적어도 노사관계에 있어서 인천공항공사는 코레일과 같은 다른 악덕(?)공사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4일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최근 공항 내 40여개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들에게 10% 예산 삭감을 통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공항공사의 이번 조치는 수많은 직·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방침을 철회할 것을 공항공사 측에 촉구했다.[인천공항公 아웃소싱 예산 삭감 방침…’시끌’]

또한 공사는 현재 88%에 달하는 아웃소싱 비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10% 예산 삭감을 “통보”했다. 어느 분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을 주장하고 있는 와중에 공사는 예외인 모양이다. 이렇다면 그냥 민영화를 해?

소유의 주체가 우리가 말하는 공공성의 중요한 판단근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그 주체가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중요한 판단근거다. 공공이 소유한다고 공공성이 당연시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

Vaughan ignored the remark. “I don’t want you to close the beaches,” he said.
“So I see.”
“You know why. The Fourth of July isn’t far off. and that’s the make-or-break weekend. We’d be cutting our own throats.”
“I know the argument, and I’m sure you know my reasons for wanting to close the beaches. It’s not as if I have anything to gain.”
[중략]
Brody sighed. “Shit,” he said. “I don’t like it. it doesn’t smell good. But okay, if it’s that important.”
“It’s that important.” For the first time since he had arrived, Vaughan smiled. “Thanks, Martin,” he said, and he stood up. “Now I have the rather unpleasant task of visiting the Footes.”
“How are you going to keep them from shooting off their mouth to the Times of the News?”
“I hope to be able to appeal to their public-spiritedness,” Vaughan siad, “just as I appealed to yours”
[Jaws, Peter Benchley, 三志社, 1984년, pp 86~92]

Steven Spielberg의 걸작 영화로 잘 알려진 Jaws의 원작 소설 중 일부분이다. 뜨내기 여인이 해변에서 상어의 습격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당해 온 몸이 찢긴 채 해변에서 발견된 다음 날, 이에 해변을 폐쇄하려는 경찰서장 Martin Brody와 이를 말리는 읍장 Larry Vaughan의 설전을 묘사한 장면이다.

읍장의 논리는 여름 한철 장사로 그 해를 탈 없이 지내는 조그만 휴양지촌인 Amity가 뜨내기 여자의 죽음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찰서장 Brody는 공공의 안녕을 위해 2~3일 간 해안을 폐쇄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자치조례에 따라 자신을 해임할 수도 있다는 읍장의 협박에 굴복하여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읍장이 서장의 입을 막으려는 또 다른 논리 역시 서장의 논리와 유사하다. 즉, 그것은 바로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이다. 서장의 논리가 불특정 다수인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라면, 읍장의 논리가 공공, 즉 Amity 읍민들의 경제적 이해를 해치지 않겠다는 – 더불어 스스로 부동산 개발업자인 자신의 경제적 이해도 – 의지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서장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읍장의 해임 협박이었지만 그 역시도 읍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 즉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정서에 공감한 바도 크다. 소설에서는 그 해 여름 장사를 망칠 경우 Amity읍민의 1/3이 생활보호 수당을 받아야 할 정도의 가난한 읍으로 그리고 있다. 투표에 의한 선출직인 서장 역시 이러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경우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할까? 경제적 피해는 다수에게 미치지만 상어의 습격은 극소수, 그 또한 지극히 희박한 확률 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자의 보호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될까? 원작에서 Amity읍은 전자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어의 습격으로 말미암아 결국 후자의 결정으로 선회하였다. 우리 역시, 특히 ‘경제적 이익’과 결부된 의사결정에서는 ‘경제적 요소’가 일차적인 고려사항이 되는 경우가 많다.

FTA에서 그러했고, 환경문제와 경제적 이익이 상충할 때에 그러했고, 지난 선거철 뉴타운 이슈가 그러했고, 기업 및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시에 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을 채택할 때에 그러했다. 하지만 때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은 확률적 문제에 불과하기에 간과되었던 ‘상어의 습격’으로 인해 그간 얻었던 경제적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때도 있었고, 지불할 개연성도 있는 상황이 많다.

이는 또한 소수자의 보호의 이슈일수도 있다. 즉, 다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과 소수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이 있을 때에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라는 논리를 들어 소수자의 이익(또는 권리)을 쉽게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다수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대의민주제에 반드시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 해변의 안정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느 누구든지 해변에 나가서 수영하는 한 상어의 습격은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요컨대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이라는 개념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공화제를 채택한 이래로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크기와 내포하는 의미가 변화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왕이나 귀족이 누리던 특혜를 공공(public)이 함께 누린다는 이상향의 큰 틀은 당연시되지만 세세한 항목은 때때로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했고 공공 스스로에 의해 수정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전의 공공성 개념이 그랬듯 21세기 형 공공성은 어떠해야 할지는 결국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관하여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큰 손인 이른바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패니메(연방저당협회 :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미국의 부동산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프라임 시장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또 다시 미국정부는 두 기관을 국유화 내지는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기로 했다.(관련기사)(주1)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어떤 회사인가? 이들은 주택과 관련된 대출을 일으키거나 보증을 설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주식회사다. 패니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38년 설립한 정부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그뒤 30년간 미국의 2차 모기지 시장에서의 독점기관이었다. 1968년 베트남전의 전비 등으로 예산압박을 받은 정부는 패니메를 민영화시키고 상장하였다. 1970년 패니메와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프레디맥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2차 시장에서 모기지를 사서 이른바 모기지를 채권으로 하는 증권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상품을 기획하여 공개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부동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시장의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회사인데 그렇게 강자로 행세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들이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기관은 마치 사기업인 것처럼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누구나 이들 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암묵적인 보증을 서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두 기관은 싼 비용의 자금 차입을 통해 차입 비중을 높일 수 있다.

Financial Times 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번에 나역시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버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기만적인 것이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회주의 정부라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 이는 사회적 목적(주택소유자들의 자금조달, 월스트리트의 나의 친구들을 돕기)의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세금(또는 공공지출의 삭감)이 있을 것이다.

There are many forms of socialism. The version practiced in the US is the most deceitful one I know. An honest, courageous socialist government would say: this is a worthwhile social purpose (financing home ownership, helping my friends on Wall Street); therefore I am going to subsidize it; and here are the additional taxes (or cuts in other public spending) to finance it.[Time for comrade Paulson to pull the plug on the Fannie and Freddie charade, FT.com, 2008.7.12]

한편으로 극우적 음모론자의 냄새가 풍기기도 하는 이 기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정부보증회사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에 대한 우파들의 전형적이고 신랄한 공격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은 “Ideology and GSEs”라는 글에서 이번 사태가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당신이 여기서 알 필요가 있는 사실은 우익들이 – WSJ 사설, 헤리티지 등 – 패니와 프레디를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패니가 주택시장에서의 핼리버튼인가?(주2) 꼭 그렇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정부보증회사의 투자의 일면적 특성은 거대한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정부보증회사의 현실상의 특권남용은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What you need to know here is that the right – the WSJ editorial page, Heritage, etc. – hates, hates, hates Fannie and Freddie. [중략] But is Fannie the Halliburton of the housing market? Not quite. In principle, the one-sided nature of the GSE’s bets could have produced enormous moral hazard, but in practice the GSE’s actual abuse of privilege seems to have been limited.[Ideology and the GSEs, Paul Krugman, 2008.7.14]

폴 크루그먼은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긍정하는 편이고 이들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특권남용이 제한적“이었던 같다(seems)”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Doug Henwood 의 책을 살펴볼 것 같으면 그들의 특권남용이 꼭 제한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적 지위를 계속 보장받기 위해 통상적인 로비 활동을 아주 특별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1996년에 파니 메이는 전 회장이 클린턴 후보 진영의 예산팀을 지휘하게 되자, 자금에 쪼들리는 봅 돌 공화당 후보 진영에 홍보 전문가를 자원봉사자 방식으로 파견했다. 파니 메이의 로비스트 명단에는 민주, 공화 양당의 전직 상원의원, 하원의원, 백악관 관리들이 두루 포함돼 있고, 선거자금 기부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 기관은 또 두둑한 자문 계약료의 유혹을 앞세워 학자들과도 교분을 맺는다. 이는 연준과 세계은행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가능해진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저금리 혜택 가운데 3분의 2는 차입자들에게 전가되며, 나머지 3분의 1은 이들 기관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Doug Henwood, 이주명 옮김, 사계절, 156p)

결국 이들 기관들의 독특한 지위와 일반기업 못지않은 적극적 로비를 통한 저금리가 어쨌든 차입자 들에게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또 그 상당부분이 주주와 경영자들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은 폴 크루그먼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비록 극우들은 사회주의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특혜적인 저금리는 완전한 공공기관도 아닌 민영화된 정부보증회사라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장의 비효율,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어 결국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때의 사태보다 더 커다란 규모의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처지에 몰리기까지 위험이 감추어져졌다는 개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두고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socialism for the rich)”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나는 “부자들을 위한 관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즉 어쩌면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공공적일지도 모르며, 우리는 그러한 기관들이 취해온 행태를 사회주의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 라기보다는 그 기관의 존재의의를 위한 임무수행보다는 내부조직의 온존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지는 관료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그 한 사례가 최근 이른바 공모PF사업에서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사업신청자가 자신들에게 지불할 땅값에 가장 큰 평가비중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이 땅장사를 한 것이다. 그 피해자는 물론 향후 그 개발단지의 입주자다.

(주1) 그동안 헤지펀드가 이러한 공매도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록 두 기관의 주식거래에 국한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실로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2)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딕체니 정부하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정부보증회사나 다름없는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이자 군사기업 핼리버튼의 현재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핼리버튼이 정부보증회사라는 사실은 WSJ도, 헤리티지도,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의 이익 vs 사적 이익

“민자로 건설됐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던 미시령 관통도로㈜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된다. 이에 따라 해마다 도가 수십억원의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됐다. 3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미시령관통도로㈜ 등과 ‘미시령민자터널 재정지원 개선’ 협상을 마무리, 통행료는 현행대로 동결하고, 통행량 부족에 따라 연 수십억원씩 지원해주던 도의 결손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적자’ 미시령 도로 팔렸다…강원도,수익보전 부담금 줄 듯, 쿠키뉴스, 2008년 7월 3일]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 적자사업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 적자인 민자사업을 왜 국민연금이 인수했나?
– 국민연금이 인수했으면 사실상 공공시설이 된 것인가?
– 그런데 어떻게 도는 수십억원을 적자보전부담을 줄였을까?

이 의문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사업은 당초 국비로 건설될 예정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늦어지자 강원도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여 2006년 완성된 도로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민간투자사업에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위 ‘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는 비록 민간사업으로 시행된다 할지라도 사회간접자본의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이 더욱 크다는 점과 민간투자사업의 초기시장에서의 사업자 유인 차원에서 사업자의 예상수요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책임져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막상 도로 등 민간투자사업 시설이 운영에 들어가자 실제 수요는 당초 예상에 많이 못 미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무관청은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사업자에게 보전해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소위 MRG가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혈세 먹는 민자사업’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리고 미시령 터널 역시 통행량이 당초 예상의 65% 대에 불과하여 ‘혈세 먹는 민자사업’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던”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희한하게 그 적자사업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경쟁 입찰이었다고 한다. 인수가격은 자본금만 살펴보면 코오롱 건설 등 당초 대주주들의 주식발행가인 주당 5천원의 2배인 1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소위 ‘자금재조달(refinancing)’이라 불리는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해당 사업이 MRG가 있는 사업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국민연금을 포함한 입찰참여자는 주당 1만원을 주고 사업을 인수해도 MRG를 감안할 경우 현재와 같은 금융상황에서도 내부적인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당 시설을 인수했다고 해서 소위 ‘민자시설이 공공시설이 되었다고’ 하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어차피 해당 시설의 소유권은 원래부터 주무관청에 있고 인수된 것은 다만 시설의 운영권에 있을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으로 운용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주체이긴 하나 엄밀히 말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민간금융기관의 펀드나 기관투자자들과 같은 수익률을 좆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은 뛰어난 자금조달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어다.

마지막 의문인 도의 예산절감에 대해 알아보자. 도는 주무관청으로서 이번에 인수된 운영권에 대한 인수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는 그 승인권과 함께 ‘자금재조달’ 시 이에 따른 수익을 공공과 민간이 50:50씩 나눈다는 민간투자사업 관련법령상의 제도에 따라 새로운 인수자와 재협상을 벌여 MRG수준을 당초 90%에서 80% 수준까지 낮춘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는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되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의문을 풀어주기 위함도 있거니와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지역적 이슈, 사업의 특성, 연금의 자본시장 내에서의 독특한 지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례를 통해,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금융 플레이어가 민간투자사업 시설을 인수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것인가’, 또는 ‘공익(公益)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의 돈을 걷어서 그들이 늙었을 때 적정수익을 합쳐 연금을 줘야 하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기관이다. 국민연금은 그래서 마땅히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연금이 터널을 인수해 MRG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는데 도가 승인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혈세”를 절감하였다. 이때 국민, 더 구체적으로 강원도민은 국민연금 편을 들어야 할까 강원도 편을 들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이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가 강원도가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보다 크다. 강원도민의 세금이 “혈세” 인만큼 국민연금 납부금도 “피의 납부금”일 수 있다. 액면으로만 보면 강원도는 세금절감이라는 이유로 보다 큰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내 미래의 연금수익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는 통행자가 더 싼 값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쓰였다는 소리다. MRG가 있기에 또한 통행료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어떻게 보자면 국민연금은 강원도와의 협상결과에도 불구하고 목표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기에 도와 합의하였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몫을 챙긴 후 타협을 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실물자산의 증권화 현상이 대세인 앞으로의 시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공무원 연금이 케냐의 하수시설을 인수할 것이고 두바이의 국부펀드가 우리나라의 선물시장에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도대체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의문을 품을 것 같다.

의료보험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 돈 문제

난데없이 ‘의료보험’이 블로고스피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몇몇 블로거들이 이명박 당선자가 의료보험을 민영화 – 내지는 당연지정제를 폐지 – 할 것이라고 이슈를 제기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어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비판한 마이클무어 감독의 Sicko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디스토피아로 제시되면서 논쟁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논쟁의 하이라이트는 고수민님과 이카루스님의 글이 아닌가 싶다.(고수민님에 대한 반론 하나) 두 분 모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블로거 분들이라서 꽤 꼼꼼히 읽어보았다. 논점은 약간씩 틀리지만 실제 미국에서 거주하시는 블로거로서 현재 시점의 미국의료 체계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들려주셔서 적지 않게 도움이 되었다.

필자는 두 명의 외국인 친구가 있다. 한 명은 캐나다인 한 명은 미국인이다. 몇 달 전 셋이서 술집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바로 그 Sicko와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미국인 친구는 평소에도 캐나다인 친구를 Socialist라고 빈정거려 온 터라 그날도 주로 미국의 의료체계를 변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나와 캐나다인의 양면공격에 – 특히 캐나다 친구는 정치문제에 꽤 열정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다 – 결국 자국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시인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쳤다. 실제로 캐나다의 그것에 비해 열등한 것도 사실인데다 미국인 친구가 철저한 반공주의 내지는 보수주의로 무장한 그런 스타일이 아닌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날의 해프닝은 미국인이 바라보는 미국 의료체계의 단편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날의 느낌은 사회가 개인의 복지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천성적으로 자유주의적 입장이 강하여 – 경제적인 면에서도 –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능력이 된다면 능력 되는대로 살겠다는 미국인의 낙천적 기질이 엿보이는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좋다. 요컨대 미국은 간단한 수술에도 수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보험료도 비싸며 그나마도 보험 미가입자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유럽이나 캐나다, 심지어 쿠바는 무상의료 정신을 구현하며 병자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병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은 미국의 반대방향이다.

상황종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왜 ‘의료보험 민영화’라는 말이 회자되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이는 역시 서구에서 케인즈 주의적 국가관리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당시 영국 쌔처 정부나 닉슨 정부는 정부의 공적부조를 비효율의 본산지, 정부재정의 기생충으로 공격하면서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는 강력한 저항으로 여전히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care Service)’가 존재하고 있지만 쌔처의 민영화 드라이브 기조는 여전히 이어져 NHS도 꾸준히 민영화되고 있는 추세다.(관련 기사)

그렇다면 진짜 재원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재원이 없다는 주장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왜 없냐면 이유는 다양하다. 세율 자체가 낮아서 일수도 있고, 자영업자나 고소득층의 탈세 때문 일수도 있고, 친기업적인 조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서 일수도 있고,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국방비 등 – 특히 미국 같은 경우 ‘국토안보(Homeland Security)’ 소요비용 등 – 다른 곳에 전용하여서 일수도 있고, 보수주의자들의 사회공공성에 대한 공격에 따른 예산삭감 때문일 수도 있고, 노령인구가 늘고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 일수도 있다. 사실 언급한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아무리 의료체계가 멋지게 짜여 있어서 이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값싸게 제공받을 수 있게끔 멍석이 깔렸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의 의사들이 사회주의 조국의 명을 받아 우간다고 어디고 인류애 정신에 입각하여 봉사하는 쿠바의 의사들 같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돈이 없으면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영화 Sicko에서 내가 불만스러운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마이클무어는 특유의 그 ‘들이대는’ 스타일로 영화를 찍은 탓에 영국, 캐나다, 쿠바의 환상적인(?!) 의료 서비스 현장만을 소개했지 그 멋진 서비스들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보수층으로부터 공격을 받는지, 그래서 어떠한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공의료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영국의 NHS도 민영화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거시적으로 자유화, 세계화에 따라 자본의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세금으로 그것들이 걷히지 않고 있어 이것이 공공서비스 재원의 고갈에 한 몫 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자본은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재원고갈이 공공서비스의 비효율을 증명한다면서 민영화를 주장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군다나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예산, SOC 예산 등으로 말미암아 복지예산 비중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의료뿐 아니라 허다한 공공서비스가 경제규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저지른 잘못도 아니고 노무현 정부가 저지른 잘못도 아니다. 성장 위주의 개발독재의 잔재라 할 수 있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어 참여정부 등이 이제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통한 구조해체의 길을 터준 것뿐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 의료보험 민영화를 이명박 호의 디스토피아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공갈이다. 정동영이 당선되었다 해서 모자라는 공공서비스 재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가 의료보험 체계를 캐나다 수준으로 높일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동영 밑에 있던 유시민 씨가 연기금 개혁(?)의 총대를 매려고 했음은 잘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 또한 한-EU FTA에서 약값 폭등을 불러올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주체도 바로 현 정부다.(관련글)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공공서비스는 끊임없이 자본과 정치권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대안은 많지는 않지만 굳이 제시를 하자면 의료체계를 비롯한 사회공공성에 대한 예산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자면 그러한 정책을 내건 정치적 집단을 조직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그 엄청난 분단유지비용을 사회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비용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평화체제는 단순히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족적 자긍심의 고취 등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것이다.

사족 : 글쓰기의 미숙함때문에 마지막 문단에 대한 여러분들의 오해가 있었기에 그 중 대표적으로 조나단95님이 제기한 반론에 대한 댓글을 주석으로 달도록 한다

정치적 집단이라 함은 정당뿐만 아니라 말그대로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회제반 모든 집단을 아울러야 겠죠. 이들이 총선에서 신당 등에게 관련분야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여줄 것을 요구하고 관철해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신당이 야당이 되었으니 더욱 쉽지 않을까요?

평화체제는… 이 문제는 따로 책한권이 나와도 다 의견이 틀릴 복잡하고 다소는 주관적인 문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자는 남북이 평화체제가 되어도 주변국때문에라도 절대 국방비 안줄어든다고 하는데…

하여튼 국방비에서부터 징병제에 따른 노동력손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분담분, 이라크 파병, 뭐.. 기타 모든 기회비용은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에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반공주의를 통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폭력적 탄압까지도 말이죠.

요컨대 저는 (그냥 제 개똥철학인지 몰라도) 남북문제 해결없는 사회평등은 다소는 불완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건강보험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상대를 만나서 반갑고요. 앞으로도 더 좋은 글 기대합니다.

http://diegeschichte.tistory.com/entry/건강보험-재정에-관한-원인과-해결방안에서-난독증을-불러일으키는-글#comment206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