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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상으로서의 남한교회에 대한 단상 2

특히 신도시에 들어선 종교시설의 경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신규 입주가 늦어지면서 신도 확보 역시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남시 분당구의 한 대형교회가 감정평가액 526억원에 경매장에 나온 바 있다. 이 교회는 2010년 신도시 판교로 이전했지만, 이전 3년 만에 경매로 넘어갔다. 유찰을 거듭하다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은행대출을 통해 교회를 지었지만, 신도들이 예상만큼 확보되지 않아 상환이 늦어지고 심한 경우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교회·사찰 경매나온 이유는, 해럴드경제, 2014년 5월 13일]

전에 이 블로그에서 교회가 “사모펀드 같은 투자자들이 노릴만한 투자대상”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인용한 기사를 읽어보니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용하지 않은 다른 부분에 따르면 2013년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이 신규로 경매장에 나온 건수는 93건으로 2011년의 59건, 2012년의 77건과 비교하여 매년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물로 나온 종교시설 중 교회는 70%를 차지하여 단연 비중이 높다.

남한교회야말로 사모펀드와 같은 투자자들이 노릴만한 투자대상으로 가장 적당한 자산이다.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고 스스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휴일노동도 불사한다. [중략] 세금도 내지 않는다. 현재 투자의 장애요인은 자신이 자본주의 기업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정서적 거부감뿐이다.[투자대상으로서의 남한교회에 대한 단상]

위의 서술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 읽은 것일까? 한번 신도가 되면 여전히 “콘텐츠에 대한 확신”은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바로 교회의 수요 과다예측에 따른 레버리지 전략 실패를 감안하지 않았다. 해럴드경제의 인용문에 따르면 교회의 이런 전략실패는 명확하다. 부동산 개발에 따른 신규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하고 빚을 내서 교회를 지었다가 예상만큼 “매출(?)”이 들어오지 않자 파산한 것이다. 전형적인 부동사PF의 실패사례다.

소위 “부동산PF”를 풀어쓰자면, “부동산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 : 이하 PF)”라 할 수 있다. PF란 차주의 신용도나 자산이 아닌 차주가 향후 진행할 사업의 예상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금융기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동산PF라 함은 부동산개발에 PF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이 이론적인 PF의 개념이지만 실제 부동산PF의 경우에는 신용 및 자산의 담보도 추가로 잡는다.

인용문에 언급된 분당의 교회는 판교라는 신규시장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PF를 통해 대출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예상만큼 신도가 모이지 않자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되고 대주는 담보로 잡은 교회건물을 경매에 넘기게 된 것이다. 이 교회의 판교 PF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직접적으로는 신규수요의 예측실패라 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를 기업으로 보고 대출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려 했던 그 마인드일 것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남한의 교회가 현재와 같이 신도수마저 감소하는 상황에서 양적팽창만을 고집하는 사업행태를 보인다면 그 미래가 잿빛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영혼의 구원에 주력해야할 교회가 그 어떤 자본주의 기업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사업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모순이 미래를 어둡게 하는 첫 번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에서 펀드에 담을만한 매력적인 상품이냐 하면 그마저도 아니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하여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상업은행들이 파산했으나, 협동조합은행은 단 한 곳도 파산하지 않았다. 영국 최대의 협동조합은행인 ‘더 코퍼러티브 뱅크(The Co-operative Bank)’는 영업이익이 ‘07년 79억파운드(약 14조원)에서 ‘12년에는 133억 파운드(약 23조)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오히려 증가했다. 네델란드 국민의 50%가 조합원으로 가입된 네델란드 라보방크(Rabobank)는 무배당원칙과 내부적립만으로 42조원의 자기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 오히려 20%나 순이익이 급증한 바 있다. [중략] 이처럼 협동조합은행들이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을 유지한 것은 다른 은행들이 부동산이나 위험 부담이 큰 대형 수익 사업 진출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 반면, 협동조합은 본연의 사업영역과 다른 의사결정을 할 때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조합원을 위한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이 영업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공존을 위한 실험 협동조합모델, 제조업에도 가능할까’]

무절제한 “시장 자본주의”의 대안의 하나로 “협동조합 모델”의 가능성을 살펴본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중 일부다. 상업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EO의 투자의지, 이윤 극대화 추구 동기,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 등 자본주의 기업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 결여된 점이 오히려 협동조합은행의 미덕이 된 역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결정에 관한 구조적 특성의 차이에 관한 언급은 지난 금융위기의 원인을 주로 “도를 넘어선 탐욕”으로 설명하려는 것보다는 보다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특정 기업의 특정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의 동기가 어떠하건 간에, 소수의 의지에 의한 의사결정은 득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언급한 사례를 우리나라에 대입해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에로의 집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 이코노미스트에게서 들은 이야긴데 모저축은행의 행장이 모시중은행의 후순위채 수익률이 높은데 살지 말지 고민을 하기에 사라고 했더니, 사지 않고 결국 “그동안 하던 부동산PF”나 계속 하더니 망했다고 한다. 독단적이고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

물론 의사결정 과정이 협동조합 모델을 취하게 되면 비전문가적인 – 반드시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 목소리가 득세할 우려도 있다. 의사결정을 민주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도입한 경우에도 찾아볼 수 있는 단점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파생상품의 탄생과정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소위 “전문가”들끼리의 의사결정에 의한 오류도 만만치 않다.

주식회사의 형태에서, 주주뿐만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도 참여시키려는 시도도 있긴 하지만, 결국 어찌 됐든 주식회사는 주주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의사결정을 소수의 의한 독단으로 흐르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재벌은 순환출자를 통해 극히 소수의 지분을 가진 재벌 일족이 “오너”행세를 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삼성이 오늘날의 삼성으로 자란 데에는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현명한, 그리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선행된 점은 있다. 하지만 그런 의사결정은 LG도 했고, 현대도 했고, 동부도 했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삼성 또한 자동차 시장 진출이란 어리석은 의사결정도 했다. 실패의 뒤치다꺼리는 정부가 해줬다. 독단적인 의사결정의 리스크는 상존한다.

곁가지 의사결정의 신탁(信託)에 관해

현재의 부동산PF 시장 단상

4월 13일 만기가 도래한 헌인마을 PF에 대한 대출의 실질차주 중 하나인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또다시 시장에 공포감이 밀려오고 있다. 사실 삼부토건의 이러한 행태는 자금여력이 있음에도 사업파트너인 동양건설산업의 담보제공 거부 등에 따른 對금융기관 협상카드용 자구책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보수적인 삼부토건이 이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LIG건설에 이어 연속적으로 부실의 원인이 부동산PF라는 점에서 그 사업방식의 부작용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 있어 민간부동산개발의 자금조달방식은 선진외국과는 본질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중 가장 커다란 요인은 선분양제도에 기인하고 있다. 1977년에 정부는 민간부동산개발의 대표적인 주체인 건설회사의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여 선분양에 따른 소비자조달금융으로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선분양제도는 부족한 자본축적과 미성숙한 금융시스템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한국에서 부동산개발분야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향후 10여 년간은 이 시스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분양 시스템 하에서 민간의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구조가 생성되었으며, 초기에는 대부분 시공사대여방식으로 이루어졌다. IMF이후 민간부동산개발은 구조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IMF초기 건설회사와 금융기관의 연속적인 부도와 구조조정으로 부동산개발분야는 극도록 침체하였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침체기를 지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게 되면서 건설회사 이외에 금융기관과 부동산신탁회사가 새로운 자금조달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IMF를 전후한 10년 이내의 기간 동안 부동산개발금융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각종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신탁업법에 의하여 1991년 1월에 전업형 부동산신탁제도가 도입되었으며, 1998년 4월에는 은행 부동산신탁이 가능하게 되었다. 부동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의거 1998년 9월에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이 도입되었고, 이어서 주택저당채권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1999년 1월에 주택저당증권(MBS)이 제도화되었다.[민간부동산개발의 사업방식별 자금조달 특성에 관한 연구, 손진수/서후석, 2006년, 한국부동산학회, pp67~68]

짧은 글에 한국 부동산 금융의 시간적 흐름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인용해보았다. 윗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부동산 금융은 “선분양”이라는 특이한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다. 이는 어떻게 보자면 부동산 수요자에게 상당 부분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지만, 당시는 자산가치 인플레이션의 시대였고 부동산 수요자 역시 “전세”라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부동산 금융 형태를 활용해 이러한 리스크를 헤지하였다. 이 시기에 금융기관들은 관치금융의 지도하에 제조업 – 특히 수출 위주의 – 분야에 금융제공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금융기관을 통한 부동산 금융이 본격화된 계기는 IMF 이후 정부가 제도개선이나 택지공급 등을 통해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을 펴면서,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전과는 한 차원 다른 규모의 사업개발, 대기업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등장, 건설사의 단순수주 사업에서 개발 사업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 도모, 대형 금융기관 간의 자산 확대 경쟁심화 등이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기업대출에서 업종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은 줄어드는 반면, 건설업은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형(?) 부동산PF 시장의 특징

2000년대 중반에 건설업과 금융업의 이러한 상생은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전 세계에 위험이 전파되면서 그 여파는 국내 부동산PF에도 미치게 된다. 다른 나라와 같이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시장이 침체되고 추진하던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출이 부실화되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대출을 떠안았던 저축은행과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했던 중견건설사들의 피해가 컸다. 이에 자산관리공사가 부실화된 대출을 떠안아 급한 불을 꺼나갔다.

잠시 한국 부동산 금융의 특징을 살펴보면, 사업시행주체의 자금력이 약하다는 점, 사업의 현금흐름이 여전히 선분양을 통한 단기 현금유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자금력 있는 디벨로퍼가 소수인 상황에서 초기 사업개발비 조차 금융기관의 자금에 의지하였고, 이를 브릿지론이라 하여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 등 높은 이자율을 선호하는 기관들이 참여하였다. 한편 장기적인 부동산 운용이 아닌 분양방식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단기적인 분양시장에 크게 의존하며 수요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이 두 가지 특징으로 말미암아 금융기관,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금융기관이 건설사의 지급보증 등 부외금융을 담보로 하여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였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러한 대출이 분양대금을 상황재원으로 하는 ABCP 등 단기대출이어서 대출연장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대주단은 상환능력이 없는 사업시행자가 아닌 실질차주인 건설사에게 자금상환을 요청하고 건설사는 우발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유동성 확장세가 축소세로 돌아서는 끝자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현재 증권거래소 상장 30개 건설사의 PF 대출 보증 잔액은 28조211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큰 규모만큼 상황이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상당비중은 우발채무를 견뎌낼 여력이 있는 대기업 건설사들에 몰려 있고, 이들의 사업장도 수도권 등 상대적인 우량사업지다. 문제는 한계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중견건설사인데, 이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결국 정책당국이나 업계의 노력여하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과 금융업의 한계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대안은 무엇인가?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원은 “금융권이 지급보증 등의 안전장치를 내세워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개발수익금만 챙겨가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대신 은행들이 지분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건설사 ‘줄초상’ 막으려면 부동산PF 달라져야]

비소구 금융(non-recourse financing)을 특징으로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스라기보다는 부동산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업금융의 특성을 가진 한국형(?) 부동산PF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김현아 연구원의 말처럼 금융권이 지분투자를 하는 등의 보다 큰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현명치 못한 대안이다. 금융권이 사업성 검토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출을 해온 관행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금융기관(institution)이 아닌 금융회사(firm)의 역할을 이제 와서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사고다.

만약 금융위기 전에 여러 시중은행이 시도했던 것처럼 월街의 투자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만들었다면 이러한 투자행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investment banking은 남았지만 investment bank는 사라졌다”는 말처럼, 금융권이 독자적으로 레버리지를 쌓아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 기존 금융권에게 그러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돈을 맡아두는 이유가 이를테면 고유계정 거래를 통한 고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B은행에 1천만을 4% 예금금리로 저금하면 B은행은 그 예금을 C기업에 건네줄 때에 자금의 원천 성격에 부합되게 대출의 형태로 빌려줘야 합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대출금리가 6%면 2%의 예대마진을 취한다. 그런데 B은행이 C기업에 대출이 아닌 출자(principal investment)의 형태로 건네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C기업이 사업이 잘 되어 대출과 비슷한 스케줄을 가정하여 10%의 배당을 주었다면 바로 위에서 말했듯이 주주에게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 반대로 C기업이 망하게 되면 예금자는 여전히 원리금을 보장받을 것이므로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예금보장을 해줄 경우 상업은행에게 ‘모럴해저드’의 문제가 발생한다.[소위 금융복합기업 모델에서의 딜레마 한가지]

현재, 단기적으로는 개별사업/기업의 부실로 인한 시장의 전염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해 채권등급이 떨어지고 동사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인 김포풍무PF에 불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전염사례다. 장기적으로 누구나 동의하는바와 같이 부동산 시장의 참여자 행태가 변해야 한다. 당분간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행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지만, 자금력 있는 디벨로퍼의 등장, 장기적인 부동산 운용을 통한 이익 추구, 공적영역에서의 적정한 통제 등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시장에서의 참여성향에 관해

이정환닷컴의 저축은행 관련 글 중 일부다.

17일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데 이어 18일 보해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산규모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자본잠식상태인데다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최근 하루 1천억원 이상 예금이 인출되면서 ‘뱅크런’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알려졌다.[저축은행 부실, 폭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일독을 권하며 그 글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몇 자 적는다.

먼저 드는 의문은 왜 다른 금융기관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여신이 더욱 문제가 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 사업의 독특한 사업구도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일단 전형적인 부동산 산업의 참여자들은 부동산 디벨로퍼, 건설사, 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디벨로퍼가 사업을 발굴하여 토지매입비 등 초기자본을 대며 위험을 가장 크게 부담하고, 건설사는 시설물 설치에 대한 일정위험을 분담하며, 이에 대해 금융권이 가장 낮은 위험으로 돈을 대주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서구에 비해 디벨로퍼의 역량이 많이 딸린다. 진정한 서구식의 자체 자금력과 기획력을 가진 디벨로퍼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토지매입 및 인허가의 위험이 존재하는 동안의 초기 사업자금을 누군가는 먼저 대야 하는데, 제1금융권은 이를 기피하고 결국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취하며 이 단계에 참여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표현하는데, 금리가 높은 만큼 사업의 부실화 여부에 따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금이다.

그렇다면 왜 저축은행은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서 브릿지론에 참여하는가? 이는 저축은행의 본질적인 여수신 성향에 따른 것이다. 저축은행이라 함은 대부업보다는 신용도가 높은 서민 대상 금융기관으로, 일반적으로 제1금융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제2금융권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높은 예금금리를 줄 수 있는 고수익 여신행위를 해야 하는데, 사실 일반서민을 상대로 일일이 그러한 대출을 한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일 것이다. 그 와중에 때마침 나타난 아이템이 바로 부동산PF였던 셈이다.

2000년대 중반이후 후분양 제도와 부동산 경기 과열양상이 키운 대표적인 시장이 바로 부동산PF 시장이다. 프로젝트파이낸스라고 이름은 붙였으나 실질적으로 토지 등 부동산 자산 담보 대출 또는 시행사/시공사 신용대출 성격에 가까운 자금이었다. 브릿지론이라 하더라도 담보력이나 신용이 충분하다면 대세상승기에는 큰 위험이 없으므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은 급격히 늘게 되었다. 하지만 상승세가 꺾이면서 장부가와 담보가 괴리가 생기면서 대출은 빠르게 부실화되었다.

부산저축은행이나 여타 저축은행들이 브릿지론만 손댔는지 아니면 본 사업의 선순위까지도 공격적으로 들어갔는지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대충 저축은행과 부동산PF의 일반적인 상관관계에 대해서 서술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자면 여전히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은 부동산 시장의 등락에 제1금융권의 여신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여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의 부동산 대출 정상화가 향후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 2000년대 이후 대규모의 부동산 개발붐 △ 후분양 제도 도입 등으로 인한 자금조달 규모 급증 △ 자금력 있는 디벨로퍼 부재라는 후진적 사업여건 △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취급하여야 하는 저축은행의 특성 등이 맞물리면서 저축은행의 대출 중에 부동산 관련 대출,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대출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은 저축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 M&A 등 합종연횡, 부실 저축은행 정리 등으로 금융권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금융위기의 암초, 부동산PF 현재 진행현황

말 많던 “건설업계 지원을 위한 금융권의 자율협약”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은행연합회는 재무구조가 양호한 곳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와 시행사에 대해 내달부터 유동화채권과 대출 만기를 1회, 1년 연장해 주겠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PF의 붐 등으로 급격히 늘어난 건설업계로의 대출이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대량 부실화될 우려감이 높아지자 시장이 신용경색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자율협약이다.

여하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와 레미콘업체 파업, 철근 파동 등으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협약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토로하였다. 결국 채권의 연장을 통해 1년 안에 건설사 및 시행사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1년 안에 건설시장이 다시 살아나겠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해외플랜트의 엄청난 호황으로 구인난을 겪을 정도지만 사실 그것은 극히 일부 상위 건설업체의 이야기 일뿐 부동산PF로 연명하던 중견건설업체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융사의 저조한 참여율이다. 자율협약은 당초 2월 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전체 321개 금융사 중 61개사(19%)만이 가입할 정도로 참여율이 저조해 시행이 미뤄져왔다. 이 정도면 시행 안 하니만 못하다. 하지만 채권금액의 비중으로 따지만 이야기가 다르다. 참여사들을 일반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 등을 포함한 전체 채권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비율은 일단 70%를 확보했다. 최근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이 전체 대출의 25%를 보증하고 있다니 결국 19%의 금융관계사가 95%의 채권을 커버하고 있는 셈이다.(주1)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당사자래도 이런 협약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 70%이상의 채권을 19%의 은행과 저축은행이 나눠먹고서는 이제 와서 같이 채권을 연장해주자 하니 조그만 떡고물에 입이 튀어나왔을 보험, 증권업계는 더욱 더 성질 긁는 협약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각종 기초자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현상에 따라 최근 세계 최고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조차 부동산 시장으로의 금융 쏠림 현상을 막아내지 못해 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분명 부동산PF도 자금의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나 리스크헤지 여부를 떠나 우리 경제의 암초임은 분명하다. 요컨대 다행히 시장이 연착륙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계기관들이 행동하면 문제가 없겠으나 결국 위기를 지연시킬 뿐으로 요행수만을 바라는 자세라면 그것은 현재 착실히 대손상각을 해나가는 월스트리트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주1) 근데 사실 관련기사의 셈법을 인용했는데 서울보증보험은 보증업체이지 채권자가 아니라서 저런 계산법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냥 70% 대의 채권비중이 맞을 것 같다.

부동산PF 위기를 보며 생각나는 ‘죄수의 딜레마’

요즘 부동산PF 채권 부실 사태가 주요관심사이기에 계속 관련 글에 관련 기사들을 댓글로 갖다 붙이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대강 요약하자면 금융권이 건설업체에게 부동산PF, ABS, 일반대출 등 여하한의 명목으로 빌려준 돈이 약 105조 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우량 건설업체마저 부도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이 합심하여 지원책을 마련하자고 하나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위기가 점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뜻 이러한 사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의 이기적인 행위가 공멸의 길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은 전형적인 양상을 이번 사태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과연 ‘죄수의 딜레마’에서의 각각의 죄수는 똑같은 형벌을 받을 만큼의 죄를 공히 저질렀는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A 죄수가 더 많은 죄를 저질렀고 B 죄수는 더 덜한 죄 내지는 방조에 불과하였다면 A와 B가 똑같은 의지로 똑같이 죄를 부인하여서 공동의 선(善)을 달성하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주)

지금 보험사, 증권사의 심정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정확히 그들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비록 자신들의 채권이 부실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는 것이 낫지 꼴 보기 싫은 은행과 함께 공동행동은 못하겠다는 그런 심정 말이다. 즉 B는 짧은 형기의 옥고를 치를지언정 A 좋은 일은 못 시키겠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간 자본시장통합법, 방카슈랑스 시행 등 일련의 금융허브化 진행과정에서 은행에 대한 적대감이 누적되어온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전같이 관치금융을 통해 진두지휘를 할 만한 여건도 아닌데다 새 정부 들어 자기들 밥그릇 건사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건설업계는 건설업계대로 금융업계는 금융업계대로 닥쳐올 시장의 위기에 가슴 졸이고 있는 형편이다. ‘개별 시장참여자의 위기관리 없는 이윤극대화 행위’라는 표현은 이때 쓰는 표현일 것 같다. 부디 스스로들 잘 틀어막아 또 애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 이는 국제무역에서도 비슷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인데 예를 들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어떠한 경제행위를 자제하는 공동행동에 나서자고 선진국이 주장할 때 왜 너희들이 오염시켜놓고 우리의 경제개발을 억제시키려고 하느냐는 후진국의 볼멘소리가 이 경우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참 희한한 자율협약, “건설사PF 자율(?)지원협약”

미국에서는 궁지에 몰려있는 모노라인 업체 Ambac의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게끔 하기 위해 유수의 8개 은행이 모여서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유사한 사례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는 부동산PF대출, 그리고 이 부실화의 진원지가 될 건설사의 자금경색을 조기에 진화시키기 위해 금융계가 소위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율지원협약’을 체결하여 건설사를 지원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부동산PF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금융권 이윤확보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미분양 물량이 계속 누적됨에 따라 부동산PF 대출자금의 회수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마치 서구 금융권이 보증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는 것과 유사하게 건설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서구의 경우 어떤 식으로 모였는지 몰라도(주1)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말한 자율지원협약에 금융 감독당국까지 나서서 300여개 금융기관에 협약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범금융권 참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점이 서양과 동양의 정서차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집 가서 다들 짜장면 시키는데 짬뽕시키면 눈총 받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뭐든 할 때 다같이 해야지.

그런데 문제는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 ‘구국의 결단’에 별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리 이기적인 행동을 하느냐 하면 이들의 불만은 사실 부동산PF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다 빌려줘 놓고는 이제 와서 ‘매도 같이 맞아야 한다’라고 얼차려에 동참시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PF 잔액은 은행 40.4조원, 저축은행 12.2조원, 보험사 4.3조원, 증권사 2.1조원 규모다.

보험사, 증권사는 통상 신디케이션에 참여할 때에 주간사나 금융자문사로 참여하지 않은 채 단순대출에 참여하게 되고 통상 은행권이 앞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경우 대출관련 수수료나 자문료 명목으로 은행권이 상당수의 금액을 챙겼을 것이고 보통 대출 실행시 수수료가 6~7%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과 저축은행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주2) 그러니 보험사, 증권사가 열받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권유를 하고 있다하니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교훈삼아 노력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기를 돌파하는 그 방식이 참 한국스러워 재미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씁쓸해야하나?

(주1) 아마 부실화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위 금융기관이 모였겠지만

(주2) 이를 보험사, 증권사에 골고루 나눠줬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파이의 가장 큰 몫은 시중은행의 차지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