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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그에서

어느 블로그에서

신용위기로 말미암아 마르크스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상한 것은 이 위기는 마르크스(이론)에 별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 위기는 전후 대부분의 어떠한 경기후퇴보다도 덜 마르크수주의적이다.
마르크스에게 있어 위기는 실물경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경기후퇴는 수요부족과 결합된 실물 자본재의 과잉축적이 이윤율을 떨어뜨리고 그 다음에 자본을 파편화되어, 일자리가 줄어들고 슬럼프로 이어지는 것이다.
The credit crunch is making Marx fashionable again. Which I find odd. Strictly speaking, this crisis has made Marx less relevant, not more.
Our current crisis is a less Marxist one than almost any post-war recession.
To Marx, crises originated in the real economy. Recessions occur when an over-accumulation of real capital equipment combine with a lack of demand to cause a falling rate of profit and then capital-scrapping, job cuts and slump.

라는 주장에 대해 정말 수준 높은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댓글 수준으로는 최고의 블로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그 중 촌철살인과도 같은 댓글 하나만 소개

이 위기를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낮은 이윤과 은행들 간의 경쟁에서 비롯된 서버프라임 대출이 아니었던가?
Is not one of the main triggers of the crisis, subprime lending, due to low profits and competetion from the banks?

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미국의 금융위기, 이에 따른 전 세계 경제의 출렁거림의 근본원인은 무엇보다도 모기지 대출을 남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낮았던 대출 금리와 이에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적인 묻지마 대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원인은 금융에 대한 탈규제, 혹은 미 금융당국의 부실한 규제일 것이다.

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을 일방적으로 포기한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금환본위제 포기에 따른 환율위험 노출과 금융탈규제에 따라 금융시장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 투자은행의 대규모화 및 세계화, 헤지펀드 등 규제를 받지 않은 금융자본의 융성, 기초자산의 증권화 등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전후 얼마동안은 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국제적인 금융기구의 활용방안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미국은 자국의 금융업 팽창 및 이에 따른 시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구들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 – 또는 발명 – 했다. 즉 이들 기구들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따라 – 또는 의도된 무정부성에 따라 – 자금경색에 빠진 국가들에 구제 금융을 빌려준 뒤 자본투자제한 등에 대한 탈규제(특히 금융부문에서)를 강제하고 BIS 비율 준수 등 까다로운 새로운 금융기준을 마련한 뒤 미국 금융자본의 무혈입성을 돕는 역할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하여 멈추지 않는 자본회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서구의 금융자본에게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미국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국민, 세계 최고 규모의 자본시장, 그와 동시에 유동성위험이나 신용위험이 가장 적은 멋진 곳이 바로 미국이 아닌가 말이다. 문제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높은 이윤창출의 기회가 적고, 탈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규제당국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기회는 항상 존재했는데 한때 ‘닷컴’이라는 사명만 가지면 황금주식으로 행세했었던 닷컴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새로운 기회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었다. 이 거대한 시장에 온갖 희한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하였고 여기에 투자은행, 헤지펀드, 모노라인, 기타 수많은 이름도 듣보잡인 투자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바로 그 시점에서 그 능력 있는 미국의 금융당국에서는 “어떠한 연방 차원의 공동의 감독(federal coordinated oversight)”도 없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가장 감독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 규제당국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은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숨어서(Hiding behind the invisible hand)” 라는 멋진 제목의 글에서 그 당시에 없었다는 “공동보조(coordinated effort)”에 대해 실은 그러한 공동보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옳은 방향의 반대의 방향이었다는 점이다. 즉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이 광분할 때쯤인 2003년에 금융시장을 감독하여야 할 정부기관 다섯 군데 중 네 군데의 대표자가 오히려 금융규제의 완화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은 실은 ‘보이는 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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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Sign (1-9)” by Vlad Lazarenko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던 뉴욕타임스의 해당기사를 보면 최근에 다시 좀더 강화되고 체계적인 새로운 금융규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민주당 등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제도들은 급변하는 시장의 행동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또한 Fed가 월스트리트에 상업은행에 준하는,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지금 베풀고 있는데 규제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와 골드만삭스 CEO 출신의 헬리 폴슨 재무부장관은 여전히 그러한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공화, 민주 양당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부시나 헨리 폴슨, 맥케인은 애초에 생각도 없을 것이고… 오바마? 클린턴? 설마.

항상 그래왔지만 탈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잘못된 규제와 규제 자체를 혼동하게끔 만든다. 잘못된 규제가 경제나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규제 때문에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질대로라면 잘못 위치해 있는 전봇대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전봇대를 다 뽑아야 직성이 풀릴 이들이다. 재밌는 것은 또 이런 친구들이 문제가 되면 그들이 맹신하는 시장의 기능에 경제를 맡겨야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비슷한 양상이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타일이 너무 새마을 운동 스타일로 구시대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속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

참 희한한 자율협약, “건설사PF 자율(?)지원협약”

미국에서는 궁지에 몰려있는 모노라인 업체 Ambac의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게끔 하기 위해 유수의 8개 은행이 모여서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유사한 사례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는 부동산PF대출, 그리고 이 부실화의 진원지가 될 건설사의 자금경색을 조기에 진화시키기 위해 금융계가 소위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율지원협약’을 체결하여 건설사를 지원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부동산PF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금융권 이윤확보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미분양 물량이 계속 누적됨에 따라 부동산PF 대출자금의 회수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마치 서구 금융권이 보증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는 것과 유사하게 건설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서구의 경우 어떤 식으로 모였는지 몰라도(주1)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말한 자율지원협약에 금융 감독당국까지 나서서 300여개 금융기관에 협약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범금융권 참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점이 서양과 동양의 정서차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집 가서 다들 짜장면 시키는데 짬뽕시키면 눈총 받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뭐든 할 때 다같이 해야지.

그런데 문제는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 ‘구국의 결단’에 별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리 이기적인 행동을 하느냐 하면 이들의 불만은 사실 부동산PF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다 빌려줘 놓고는 이제 와서 ‘매도 같이 맞아야 한다’라고 얼차려에 동참시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PF 잔액은 은행 40.4조원, 저축은행 12.2조원, 보험사 4.3조원, 증권사 2.1조원 규모다.

보험사, 증권사는 통상 신디케이션에 참여할 때에 주간사나 금융자문사로 참여하지 않은 채 단순대출에 참여하게 되고 통상 은행권이 앞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경우 대출관련 수수료나 자문료 명목으로 은행권이 상당수의 금액을 챙겼을 것이고 보통 대출 실행시 수수료가 6~7%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과 저축은행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주2) 그러니 보험사, 증권사가 열받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권유를 하고 있다하니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교훈삼아 노력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기를 돌파하는 그 방식이 참 한국스러워 재미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씁쓸해야하나?

(주1) 아마 부실화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위 금융기관이 모였겠지만

(주2) 이를 보험사, 증권사에 골고루 나눠줬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파이의 가장 큰 몫은 시중은행의 차지였으리라

부동산PF, 한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될 것인가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4/4분기(2007년 10월~12월)에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뚝 떨어지거나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해당분기 중 1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대손충당금을 448억원 쌓았다고 한다. 솔로몬은 전체 자산에서 PF 비중이 41%에 달해 영업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PF(Project Financing)’이란 부동산 사업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일으키는 기법이라는 의미로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개발의 이른바 첨단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흐름을 보면 시행을 겸하는 시공사 또는 독자적인 시행사가 특정 부지를 매입하거나 공모형PF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후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 SPC는 기초자산을 담보로 하여 금융기관이 대출을 일으키거나 ABS 혹은 ABCP를 발행하여 자산을 유동화 하여 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은 바로 이러한 대출기관 및 채권을 인수한 금융기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냐 하면 당초 사업성이 양호할 것으로, 즉 분양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PF 사업이 부동산 시장 침체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성 예측 등으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분양이 신통치 않고 이에 따라 채권의 수익회수가 불투명해지는가 하면 부실화되기 때문이다.

구조상으로 볼 때 현재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금융권은 주택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준 후 이 채권을 유동화한 양상이다. 국내 부동산PF의 경우 주택을 공급하는 SPC의 채권을 인수한 양상이다. 대상이 누구냐 인 것이지 부동산을 매개로 한 자산유동화 방식은 유사하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러한 채권이 부실화되고 있는 양상도 비슷하다.

그런데 사실 저축은행이 영업손실이 나서 이를 시장에 공표할 정도면 사태가 자못 심각한 지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상 PF라는 기법이 자금을 빌린 SPC 혹은 시행사에게 제한적인 담보만을 받는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PF, 특히 부동산PF의 경우 시행사 사장의 개인자산까지 담보로 잡는 등 철저히 기업금융에 준하는 대출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영업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이미 부동산PF 시장의 참여자들이 줄줄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2007년 말 부동산PF의 규모는 80조5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 은행이 34조2천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저축은행이 그 다음인 12조4천억 원 규모라고 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앞서 솔로몬의 경우처럼 PF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경색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도 결코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지나치게 가파른 PF 여신 증가율을 들 수 있다. 즉 2005년 말 부동산 PF 규모는 5조8천억 원이었다고 한다. 불과 2년 만에 규모가 1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과연 현재와 같은 부동산 침체 속에서 이제 막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부동산PF 관련 매물들을 시장이 받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의 채권만이 부실화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현재의 美금융위기에 대한 간단한 메모

미국의 현재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충 아시겠지만 현재의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발행했던 금융기관에서 그 채권들의 등급을 매겨주었던 MBIA, FGIC 등 이른바 모노라인이라 불리는 채권 보증업체(주1) 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원래 각 주나 공공기관 등이 발행하는 지방채의 등급을 평가해주는 업체였는데 모기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한 업체들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그들의 보증여력에 맞지 않게, 그리고 엄밀한 평가 없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에 무작위로 우량등급을 매겨버렸다는 사실이다.(주2)(주3) 이에 따라 1차 투자자들이 자산유동화를 위해 시장에 내놓은 파생상품을 2차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하게 되고 모노라인 업체들은 밀려드는 부실채권에 두 손을 들어버린다. 이에 뒤늦게 S&P, 무디스 등은 AAA 등으로 분류되던 모노라인 대표업체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버렸다(관련글). 이렇게 되면 이들이 보증을 선 채권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이 예상되며 이경우 은행과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대규모 상각에 나서야 한다. 또한 그들 업체가 보증한 다른 채권도 덩달아 부실화된다. 서브프라임의 여파가 여타 분야로 전염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한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모노라인 부실로 인해 등급이 억지로 강등될 지방채를 재보증 해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이미 그는 지방채는 서브프라임의 희생양 일뿐 먼지만 털어내면 나름 훌륭한 투자처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어쨌든 연준은 새로운 자금 공급 시스템인 TAF 를 통해 추가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점차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될지 그렇게 된다면 그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대규모IB, 대규모 채권투자자, 위에 언급한 모노라인 등은 요리조리 빠져나가 손해를 최소화하고 우두머리들은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모기지 소비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또 한 번 그렇게 모순을 털고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주1) 美 채권보증사(Monoline)는 당초 지방정부채 등 금융보증 전문회사로 출발 했으나 1980년 중반 이후 증권화상품으로 업무영역을 확대

(주2) 6대 주요 채권보증사들의 서브프라임 ABS 보증채무는 343억 달러, CDO 보증채무는 237억 달러로 세후손실은 약 95억 달러로 추정(S&P)

(주3) 이들이 보증을 선 채권규모는 약 2.4조 달러로 추산된다.

주택시장에 대해 끼적끼적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이 표현은 어릴 적 성적표 담임의견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곤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한 가지 일만 하지 않고 이리저리 넘나들곤 한다.

우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미국 가계부채 증가의 배경과 영향’을 읽고 있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혹시 이 연구소 웹사이트에 출입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쉽고 명쾌하게 잘 써놓았다.

그리고는 iTunes를 이용해 CD를 틀었다. 연주된 곡은 Crosby, Stills, Nash & Young의 Our House. “I’ll light the fire. You put the flowers in the vase. That you bought today.”라는 집에 대한 소박한 일상을 주제를 역시 소박한 멜로디에 얹힌 곡이다.

그러다 문득 경제연구소의 글을 읽다말고 RSS리더를 뒤지다가 RSS로 구독하고 있는 미국의 어느 부동산업자의 블로그에서 아래 그래프를 발견했다. 뭔가 극적인 면이 눈을 확 당기는 그래프다. 그래프는 2000년대 들어 임대료 대비 집값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다. 마치 최근의 기후온난화 그래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보고서로 돌아가서 살펴보자면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을 금융적 측면에서 찾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전통적으로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통한 주택구입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이 추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파생 상품화시키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임대료에 비해 집값이 엄청 뛰는 버블 현상이 생긴다. 요컨대 보고서는 미국의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은 한동안의 조정 장세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고서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고 있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자. 2007년 3/4분기 현재 미국시장의 비율은 99.9%(!)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말 현재 84.6%로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안심은 금물. 이 비율로도 충분히 높기에 미국보다 낮아서 좋아할 것 없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위험한 요소는 우리나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상품의 비율이 94%여서 그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요즘의 금리상승기의 금리리스크가 가계로 그대로 전가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참 재밌는 세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 규제완화에 대운하 지어서 부동산 좋아질 거라고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신문은 가격폭락과 거래급감은 잘 기사화하지 않지만 조금만 가격상승세가 있어도 신나게 받아 적는다. 그래야 미분양 물량을 털어낼 테니까 말이다. 여하튼 위에서 주절거린 교과서적인 논리가 안 통하는 신비의 나라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하여튼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에는 위에 저 멋진 그래프로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엄청 차이나는 집들이 꽤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결과는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어쨌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상품으로서의 집들은 CSN&Y가 흥얼거린 ‘우리 집’과 같은 목가적인 집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 어떻게 될까

벌써 한참 전부터 계속되어 온 이야기지만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해 중견 건설업체의 연쇄부도가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지방에서 주로 발생하였던 미분양이 점차 군포, 파주 등 수도권으로 밀려오고 있고 심지어 서울에서조차 안정적인 분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에서 부동산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건설업체, 가계, 금융권 등의 역할 및 행동양식을 간단히 살펴보고 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움직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 양상에서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해보도록 하겠다.

건설업체

건설업체는 – 특히 주택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는 – 사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건설업이 공급하는 상품이 공급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공급시점에서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애물단지 재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금은 확보되지 않아 하도급 업체의 결재가 지연되는가 하면 심할 경우 부도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주택공급의 특성이 대규모 공동주택을 위주로 하였고 그 판매가 주택의 완성 뒤에 되면 현금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른바 선분양 제도가 일반화되어 왔었다. 이러한 방식이 많은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원활한 주택공급에는 좋은 처방이었기에 정책당국에 의해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폭등 등 여러 사회병리 현상은 결국 주택시장이 후분양으로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추세에 부합하여 발달한 것이 바로 부동산 금융시장이다. 부동산 금융은 그동안 주로 가계에서 이용하여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주택시장의 변화 등에 따라 건설업체가 부동산 금융의 큰 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부동산 PF’다. PF 는 ‘ 프로젝트파이낸스 (Project Finance 혹은 Project Financing)’의 이니셜이다. 짧게 설명하자면 금융을 기업의 신용으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업의 사업성을 근거로 일으킨다는 의미다.

우미건설 등 몇몇 중견업체가 PF를 통하여 많은 사업을 성공시켰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보다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 각 업체들은 각종 개발사업에 경쟁적으로 부동산PF를 이용하여 왔다.

가계

한편 전통적인 부동산 금융의 이용자 가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강남과 분당 등 수도권 남부는 전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여 왔다. 2000년 대 들어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자 가계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라운 가수요를 불러일으키며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

가계의 손익분기점(?)은 집값 상승이 이자비용과 세금 등 기타비용을 웃도는 선이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상승추이와 저금리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주택소유자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기 시작했고 소비도 더불어 증가하였다. 솔직히 정책당국도 경기부양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가끔 신도시 토지보상, 제2의 강남 등의 호재를 터뜨리며 부동산 시장을 가열시켰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가 그저 느긋한 시장관망자의 역할이 아닌 적극적인 시장참여자로 가세하는 모습을 띠기도 했다. 극단적인 모습일지 몰라도 이른바 아파트 부녀회라는 단체가 박정희 대통령 이래 우리의 고유한 전통인 반상회를 아파트 가격 협의체로 탈바꿈시켰다는 의혹이 짙다. 이를 통해 호가 조정 등의 적극적 행동에 나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은행들이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시중은행들이 외국의 투자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더불어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에 안착하였다. 이들은 이전의 관치금융과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괘씸하게도(!) 금융당국 등 정책당국의 정책노선을 잘 따르지 않았다. 그들이 제일 먼저 취한 행동은 가계대출의 증가였다.(주1) 어설픈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느니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더욱 알찼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서 말한 부동산PF에도 경쟁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개별 사업의 타당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조달방식이라는 특성이 얼핏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기업금융보다 어려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사실 금융기관은 사업시행자, 시공자들로부터 기업금융에 준하는 수준의 담보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금리도 더 높다.

그렇기에 사실 부동산 PF는 ‘위험의 분담(risk sharing)’이라는 프로젝트파이낸스의 기본원리에 별로 부합하지 않는다. 얼마 전 부동산PF 사업에서 분양부진으로 피해를 본 대주건설이 대출자금 상환에 늑장을 부리다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등 험한 꼴을 보고는 결국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역시 부동산 경기 위축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채무자가 배째라고 하면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 증권사는 7일 “금리 상승이 개인과 기업의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PF 등 일부 대출의 부실 염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주는 사지 말라는 소리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이상에서 서술한 부분을 표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결국 현재의 국내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도식화하면 가계, 금융권, 건설업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주식펀드의 인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은행이 자금곤란을 겪고, 이에 따라 CD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나 거래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건설업체는 미분양으로 말미암아 부동산PF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제반비용도 주택소유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할 때 그나마 위안이라면 미국의 경우 부동산 채권을 각종 파생금융상품으로 전환시켜 시장참여자가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위험의 분산’이 아닌 ‘위험의 동참’의 역효과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아직 관련 상품시장의 미발달로 인해(주2) 그러한 모습의 동반자살 현상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미성숙이 오히려 위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교훈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다시 폭등세로 이어질 것인지는 점칠 수 없다. 시장이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므로 섣부른 점쟁이 노릇은 금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예측을 하고 싶은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미국과 전 세계의 부동산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금융권이 개인과 기업에 신용을 창출시켜줌으로써 지탱해온 시장이었다. 사람들은 자산의 상승에 따라 소비를 늘렸고 기업은 시장에서 소화가 되는 한도까지 공급가격을 높였다. 금융권은 그런 흥청망청 파티에 뒷돈을 대주고 천문학적인 이자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지금 그 거품이 ‘팡’하고 터졌다. 출발지점은 어딘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완만할지라도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가계와 기업을 서서히, 그러나 분명한 의지로 현금흐름 악화의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연체율이 급등하고 은행은 해당 채권을 악성자산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미국에서는 ‘금리 동결’이라는 초유의 反시장적인 조치를 단행하였다.

우리 부동산 시장도 이런 악순환 고리의 전형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은 얼어붙었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미성숙 관계로 미국보다 못한 통계치가 상황을 호도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의 악성채권이 늘어가고 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쯤 되면 부동산 시장이 낙관적이라고 말할 용감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좀 더 큰 그림에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고 끝을 맺도록 하겠다.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소비자의 구매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도 언젠가 결혼을 해야겠지만 월급모아 집산다는 공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빚을 얻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다. 그러나 그 빚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야 한다. 집값이 평당 1천만 원을 훌쩍 넘은 현재 시장에서 그렇게 구매능력이 뛰어난 미래세대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30~40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택소유자들은 한껏 부풀려진 자신들의 주택을 누군가가 구매해주어야 할 텐데 이제 아무도 그 주택을 건네받을 여력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그 가격을 고수할 것인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폰지게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망할 때까지 가격을 올려놓고 보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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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서브프라임 34조 추정

(주1) 씨티은행은 사옥도 빌려쓰고 있다고 한다. 사옥살 돈으로 대출을 하겠다는 자세다.

(주2) 물론 우리나라 부동산PF에서도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