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자율협약, “건설사PF 자율(?)지원협약”

미국에서는 궁지에 몰려있는 모노라인 업체 Ambac의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게끔 하기 위해 유수의 8개 은행이 모여서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유사한 사례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는 부동산PF대출, 그리고 이 부실화의 진원지가 될 건설사의 자금경색을 조기에 진화시키기 위해 금융계가 소위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율지원협약’을 체결하여 건설사를 지원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부동산PF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금융권 이윤확보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미분양 물량이 계속 누적됨에 따라 부동산PF 대출자금의 회수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마치 서구 금융권이 보증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는 것과 유사하게 건설업체에 돈을 대줘 자신들의 채권부실화를 방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서구의 경우 어떤 식으로 모였는지 몰라도(주1)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말한 자율지원협약에 금융 감독당국까지 나서서 300여개 금융기관에 협약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범금융권 참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점이 서양과 동양의 정서차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집 가서 다들 짜장면 시키는데 짬뽕시키면 눈총 받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뭐든 할 때 다같이 해야지.

그런데 문제는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 ‘구국의 결단’에 별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왜 이리 이기적인 행동을 하느냐 하면 이들의 불만은 사실 부동산PF는 은행과 저축은행이 다 빌려줘 놓고는 이제 와서 ‘매도 같이 맞아야 한다’라고 얼차려에 동참시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PF 잔액은 은행 40.4조원, 저축은행 12.2조원, 보험사 4.3조원, 증권사 2.1조원 규모다.

보험사, 증권사는 통상 신디케이션에 참여할 때에 주간사나 금융자문사로 참여하지 않은 채 단순대출에 참여하게 되고 통상 은행권이 앞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 경우 대출관련 수수료나 자문료 명목으로 은행권이 상당수의 금액을 챙겼을 것이고 보통 대출 실행시 수수료가 6~7%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과 저축은행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주2) 그러니 보험사, 증권사가 열받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권유를 하고 있다하니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교훈삼아 노력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기를 돌파하는 그 방식이 참 한국스러워 재미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씁쓸해야하나?

(주1) 아마 부실화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위 금융기관이 모였겠지만

(주2) 이를 보험사, 증권사에 골고루 나눠줬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파이의 가장 큰 몫은 시중은행의 차지였으리라

12 thoughts on “참 희한한 자율협약, “건설사PF 자율(?)지원협약”

  1. nickieferrante

    뭐… 제 생각을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도 너무 어렵군요. 공부를 많이 해야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존 블로그는 ‘웹 자료용 보관소’로 역할을 한정시켰습니다. 그냥 새로운 블로그도 홍보도 하고 싶고… 그래서. ㅋㅋ

    여담입니다만 이명박을 막상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부르려니까 왠지 어색하데요. 특검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저는 순진한놈이었지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요. 노무현이 민주주의를 정의하기를 패배를 인정하는것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말 같지만, 탁견입니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감을 느끼는것일까요. 저는…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어닥칠 것입니다. 에휴… 저같은 놈이 나라걱정해서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 미래나 걱정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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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패배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절차적 합리성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패배의 인정을 넘어서 진정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목적적 합리성까지도 쟁취해내어야 겠죠.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 나라가 절차적 합리성에 어느 정도 길들여지게끔 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하지만 후자의 합리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평가절하하고 싶습니다.

      사족:새 블로그도 좋네요. 거기 쓰신 사연이 쪼금 슬프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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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ickieferrante

    그렇군요. 물론 푸그님께서 말씀하신 목적적 합리성면에서는 그런점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푸그님은 대체적으로 노무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것 같네요. ^^

    사족: 슬픈것 까지야… ^^ 제가 갑자기 불쌍해지는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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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결정적으로 누구 말마따나 노무현 정부는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한’ 정부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국민들이 이른바 ‘진보’피로감을 느꼈고 그것이 이번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만약(역사의 가정은 없다지만) 아예 좌회전을 했던가 아니면 깜빡이를 우측으로 켰으면 지금과는 선거결과가 엄청 달랐으리라 확신합니다.

      사족:그런가요? 🙂 저의 청춘이 생각나서 공감이 되어서 슬펐던 겁니다. 화이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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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ayhawk

    새로운 뉴스군요.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4단계(종신, 자동차보험 등 대상)가 시행 철회로 가닥을 잡을 것 같아 한숨 돌리나 했더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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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무래도 보험사, 증권사가 좀 피해의식이 있죠. 실제로도 좀 은행권에 한수 접히고… 그래도 속으론 가장 실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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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oog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6개 시중은행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자율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은 전체 321개사 가운데 60개사로 20%에도 못 미쳤다. 은행권에서는 전체 17개 은행 가운데 15곳이 가입했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전체 108개사의 35%인 38개사만 참여했다. 특히 생명.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1~2개 업체씩을 제외하고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08/02/28/0301000000AKR200802272167000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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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oog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업계 평균(25%대)보다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비중(40~50%)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따라서, 대형 저축은행들이 위험에 대한 완충력을 시급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http://www.edaily.co.kr/invest/stock/newsRead.asp?newsid=02030326586315440&sub_cd=DG12&sc=007800&sn=&chk=01&clkcode=00124&curtype=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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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oog

    “업계는 감독당국이 나서지 않는 한 이 정도의 가입율로는 협약시행이 아예 불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대출 건전성을 지도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부실징후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자고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asp?strPage=1&searchDate=20080303&sub_cd=D0&newsid=02135286586339712&DirCode=0010102&MLvl=1&curtype=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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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foog

    “은행 손해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건설업계에 빌려준 돈이 1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아파트 미분양 등의 사태가 장기화하고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건설업계 연쇄 부도→금융권 부실화→금융시장 마비→경제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30422961&sid=01012014&nid=000&l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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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foog

    “한 건설사 임원은 “분양이 어려울 때 은행과 협의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ABS나 ABCP는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다”면서 “은행이 갈아탈 수 있게 (차환을) 해줘야 하는데, 대형사가 아니면 이마저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http://www.edaily.co.kr/news/bondfx/newsRead.asp?sub_cd=DG12&newsid=01633446586340696&MLvl=2&clkcode=00102&curtype=read

    “단두연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 리서치팀 차장도 “미분양이 줄지 않을 경우 주택사업 비중이 높고 재무적 여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의 부도가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ttp://www.edaily.co.kr/news/bondfx/newsRead.asp?sub_cd=DG12&newsid=01640006586340696&MLvl=2&clkcode=00102&curtype=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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