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상으로서의 남한교회에 대한 단상

그 후 1990년대 말이 지나면서 교회가 정체되고 성도 수의 성장이 둔화를 넘어 하향세로 돌아서자 교회성장론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그것은 마케팅과 자본주의 논리의 도입입니다. 이것을 가장 극적으로 도입하고 성공한 사례가 빌 하이벨스(Bill Hybels) 목사의 윌로우 크릭 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입니다. 자신의 교회가 속한 곳의 지역주민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취향을 파악하여 거기에 알맞은 홍보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한국 같은 경우는 자신들의 교회에 한 명의 성도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소위 말하는 총동원 주일 등의 행사를 통해 경품과 많은 실적(?)을 올린 성도들에게 시상을 하는 해괴한 짓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에 멀쩡히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 교회로 데리고 오는 짓들을 하기 시작합니다.[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 권영진 지음, 리북, 2011년, pp171~172]

스스로가 목사이신 권영진 씨의 한국교회에 대한 쓴 소리를 담은 책의 일부다. 대형화, 자본주의화, 세속화, 정치화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황을 내부자의 입장에서 차근차근 비판하고 있다. 여러 주제들이 마음에 와 닿지만 어디까지나 국외자인 내 입장에서는 – 특히 최근의 나 – 이 인용문에 공감이 간다. 바로 연휴 3일 동안 “총동원 주일”에 동원된 듯한 전도사들로부터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간 수명의 전도사들이 우리 집 벨을 눌렀다. 처음 얼마간은 “누구세요?”라고 응답하며 일없으니 가보라고 조용히 이야기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귀찮아 아내와 나는 인터폰의 비디오를 슬며시 본다. 택배 노동자 차림이 아닌 낯모르는 이들이 있으면 십중팔구 이들 전도사다. 연휴기간 역시 아내와 나는 조용히 비디오를 지켜봤다. 그들은 역시 예상대로 연휴 기간 동안 전도에 동원된 신도들이었다.

하필 석가탄신일에 그토록 유난스럽게 더 자주 전도를 다니는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다. 다만 중학생이 되었을까 할 정도의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 그 행동이, 조금만이라도 응답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사적인 영역을 언제라도 침범하겠다는 스팸 메일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할 따름이다. 또는 요즘 와서 그 폐해가 드러나 세력을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다단계 판매와 뭐가 다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러한 전도활동은 자본주의化된 교회 주식회사의 활동일 따름이다. 그들이 나라는 특정 개인의 종교적 구원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한 것이라면 문 앞에서 좀 더 기다리거나 다른 날 다시 와서라도 전도를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 정확히는 그들을 보낸 교회는 – 나의 구원이 아닌 신도수의 양적증가에 관심이 있을 따름이기 때문에 내가 응답이 없자 미련 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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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원 전도주일”로 구글링하여 발견한 이미지
 

트위터에서 이런 경험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자 어떤 이는 자기 남편이, 집사 친구 때문에 “총동원 전도주일” 기간 동안만 그 교회에 가고 올해엔 경품으로 중국제 스테인리스 주방기구를 받아왔다고 한다. 앞서 말한 다단계 판매도 생각나고 어릴 적 친구를 학원에 데려오면 참고서를 공짜로 준다던 주산학원의 마케팅 전략도 생각난다. 중국제 스테인리스 주방기구에 그 분의 영혼을 얼마나 더 많이 구원받았을지 궁금하다.

물론 교회도 성장이 정체되어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신도들이 편안하게 머물러야 할 적절한 공간도 마련하고 구휼활동도 할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남한의 개신교계의 성장욕구는 그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권영진 목사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 성장욕구는 자본주의 기업의 그것과 내용상으로 거의 일치하고 있다. 거기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보다 더한 특혜를 받고 성장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남한교회야말로 사모펀드와 같은 투자자들이 노릴만한 투자대상으로 가장 적당한 자산이다.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고 스스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휴일노동도 불사한다. 경영자들은 정치권과 긴밀하게 연결돼있어 정치적으로 시달릴 가능성도 적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현재 투자의 장애요인은 자신이 자본주의 기업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서적 거부감 뿐이다.

2 thoughts on “투자대상으로서의 남한교회에 대한 단상

    1. sticky

      진지모드로 답변드리자면 버크셔해서웨이도 무배당이라 하죠. 재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장기투자자들이 선호할만 합니다. 또는 매입후 가치를 상승시켜 재매가각하여 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는 사모펀드도 노려볼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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