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부동산PF 시장 단상

4월 13일 만기가 도래한 헌인마을 PF에 대한 대출의 실질차주 중 하나인 삼부토건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또다시 시장에 공포감이 밀려오고 있다. 사실 삼부토건의 이러한 행태는 자금여력이 있음에도 사업파트너인 동양건설산업의 담보제공 거부 등에 따른 對금융기관 협상카드용 자구책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보수적인 삼부토건이 이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LIG건설에 이어 연속적으로 부실의 원인이 부동산PF라는 점에서 그 사업방식의 부작용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 있어 민간부동산개발의 자금조달방식은 선진외국과는 본질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중 가장 커다란 요인은 선분양제도에 기인하고 있다. 1977년에 정부는 민간부동산개발의 대표적인 주체인 건설회사의 자금조달능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여 선분양에 따른 소비자조달금융으로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충당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선분양제도는 부족한 자본축적과 미성숙한 금융시스템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한국에서 부동산개발분야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향후 10여 년간은 이 시스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분양 시스템 하에서 민간의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조달구조가 생성되었으며, 초기에는 대부분 시공사대여방식으로 이루어졌다. IMF이후 민간부동산개발은 구조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IMF초기 건설회사와 금융기관의 연속적인 부도와 구조조정으로 부동산개발분야는 극도록 침체하였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침체기를 지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게 되면서 건설회사 이외에 금융기관과 부동산신탁회사가 새로운 자금조달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IMF를 전후한 10년 이내의 기간 동안 부동산개발금융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각종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신탁업법에 의하여 1991년 1월에 전업형 부동산신탁제도가 도입되었으며, 1998년 4월에는 은행 부동산신탁이 가능하게 되었다. 부동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의거 1998년 9월에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이 도입되었고, 이어서 주택저당채권유동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1999년 1월에 주택저당증권(MBS)이 제도화되었다.[민간부동산개발의 사업방식별 자금조달 특성에 관한 연구, 손진수/서후석, 2006년, 한국부동산학회, pp67~68]

짧은 글에 한국 부동산 금융의 시간적 흐름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인용해보았다. 윗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의 부동산 금융은 “선분양”이라는 특이한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다. 이는 어떻게 보자면 부동산 수요자에게 상당 부분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지만, 당시는 자산가치 인플레이션의 시대였고 부동산 수요자 역시 “전세”라는 또 하나의 특징적인 부동산 금융 형태를 활용해 이러한 리스크를 헤지하였다. 이 시기에 금융기관들은 관치금융의 지도하에 제조업 – 특히 수출 위주의 – 분야에 금융제공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금융기관을 통한 부동산 금융이 본격화된 계기는 IMF 이후 정부가 제도개선이나 택지공급 등을 통해 공급위주의 주택정책을 펴면서,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전과는 한 차원 다른 규모의 사업개발, 대기업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등장, 건설사의 단순수주 사업에서 개발 사업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 도모, 대형 금융기관 간의 자산 확대 경쟁심화 등이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기업대출에서 업종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은 줄어드는 반면, 건설업은 크게 증가하였다.

한국형(?) 부동산PF 시장의 특징

2000년대 중반에 건설업과 금융업의 이러한 상생은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고 전 세계에 위험이 전파되면서 그 여파는 국내 부동산PF에도 미치게 된다. 다른 나라와 같이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은 경험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시장이 침체되고 추진하던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출이 부실화되어왔다. 특히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대출을 떠안았던 저축은행과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했던 중견건설사들의 피해가 컸다. 이에 자산관리공사가 부실화된 대출을 떠안아 급한 불을 꺼나갔다.

잠시 한국 부동산 금융의 특징을 살펴보면, 사업시행주체의 자금력이 약하다는 점, 사업의 현금흐름이 여전히 선분양을 통한 단기 현금유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자금력 있는 디벨로퍼가 소수인 상황에서 초기 사업개발비 조차 금융기관의 자금에 의지하였고, 이를 브릿지론이라 하여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 등 높은 이자율을 선호하는 기관들이 참여하였다. 한편 장기적인 부동산 운용이 아닌 분양방식에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단기적인 분양시장에 크게 의존하며 수요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였다.

이 두 가지 특징으로 말미암아 금융기관,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금융기관이 건설사의 지급보증 등 부외금융을 담보로 하여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였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러한 대출이 분양대금을 상황재원으로 하는 ABCP 등 단기대출이어서 대출연장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결국 대주단은 상환능력이 없는 사업시행자가 아닌 실질차주인 건설사에게 자금상환을 요청하고 건설사는 우발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유동성 확장세가 축소세로 돌아서는 끝자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현재 증권거래소 상장 30개 건설사의 PF 대출 보증 잔액은 28조211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큰 규모만큼 상황이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상당비중은 우발채무를 견뎌낼 여력이 있는 대기업 건설사들에 몰려 있고, 이들의 사업장도 수도권 등 상대적인 우량사업지다. 문제는 한계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중견건설사인데, 이들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결국 정책당국이나 업계의 노력여하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과 금융업의 한계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대안은 무엇인가?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원은 “금융권이 지급보증 등의 안전장치를 내세워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개발수익금만 챙겨가는 구조가 문제”라면서 “시공사가 보증을 서는 대신 은행들이 지분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건설사 ‘줄초상’ 막으려면 부동산PF 달라져야]

비소구 금융(non-recourse financing)을 특징으로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스라기보다는 부동산자산을 담보로 하는 기업금융의 특성을 가진 한국형(?) 부동산PF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김현아 연구원의 말처럼 금융권이 지분투자를 하는 등의 보다 큰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현명치 못한 대안이다. 금융권이 사업성 검토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출을 해온 관행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금융기관(institution)이 아닌 금융회사(firm)의 역할을 이제 와서 대안이라고 내놓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사고다.

만약 금융위기 전에 여러 시중은행이 시도했던 것처럼 월街의 투자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를 만들었다면 이러한 투자행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investment banking은 남았지만 investment bank는 사라졌다”는 말처럼, 금융권이 독자적으로 레버리지를 쌓아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 기존 금융권에게 그러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돈을 맡아두는 이유가 이를테면 고유계정 거래를 통한 고수익 창출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B은행에 1천만을 4% 예금금리로 저금하면 B은행은 그 예금을 C기업에 건네줄 때에 자금의 원천 성격에 부합되게 대출의 형태로 빌려줘야 합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대출금리가 6%면 2%의 예대마진을 취한다. 그런데 B은행이 C기업에 대출이 아닌 출자(principal investment)의 형태로 건네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C기업이 사업이 잘 되어 대출과 비슷한 스케줄을 가정하여 10%의 배당을 주었다면 바로 위에서 말했듯이 주주에게 ‘부의 이전’이 발생한다. 반대로 C기업이 망하게 되면 예금자는 여전히 원리금을 보장받을 것이므로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예금보장을 해줄 경우 상업은행에게 ‘모럴해저드’의 문제가 발생한다.[소위 금융복합기업 모델에서의 딜레마 한가지]

현재, 단기적으로는 개별사업/기업의 부실로 인한 시장의 전염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해 채권등급이 떨어지고 동사가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인 김포풍무PF에 불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전염사례다. 장기적으로 누구나 동의하는바와 같이 부동산 시장의 참여자 행태가 변해야 한다. 당분간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행태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지만, 자금력 있는 디벨로퍼의 등장, 장기적인 부동산 운용을 통한 이익 추구, 공적영역에서의 적정한 통제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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