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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위기를 보며 생각나는 ‘죄수의 딜레마’

요즘 부동산PF 채권 부실 사태가 주요관심사이기에 계속 관련 글에 관련 기사들을 댓글로 갖다 붙이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대강 요약하자면 금융권이 건설업체에게 부동산PF, ABS, 일반대출 등 여하한의 명목으로 빌려준 돈이 약 105조 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우량 건설업체마저 부도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이 합심하여 지원책을 마련하자고 하나 보험사, 증권사 등은 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위기가 점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뜻 이러한 사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의 이기적인 행위가 공멸의 길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은 전형적인 양상을 이번 사태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과연 ‘죄수의 딜레마’에서의 각각의 죄수는 똑같은 형벌을 받을 만큼의 죄를 공히 저질렀는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A 죄수가 더 많은 죄를 저질렀고 B 죄수는 더 덜한 죄 내지는 방조에 불과하였다면 A와 B가 똑같은 의지로 똑같이 죄를 부인하여서 공동의 선(善)을 달성하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주)

지금 보험사, 증권사의 심정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정확히 그들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비록 자신들의 채권이 부실화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는 것이 낫지 꼴 보기 싫은 은행과 함께 공동행동은 못하겠다는 그런 심정 말이다. 즉 B는 짧은 형기의 옥고를 치를지언정 A 좋은 일은 못 시키겠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그간 자본시장통합법, 방카슈랑스 시행 등 일련의 금융허브化 진행과정에서 은행에 대한 적대감이 누적되어온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전같이 관치금융을 통해 진두지휘를 할 만한 여건도 아닌데다 새 정부 들어 자기들 밥그릇 건사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건설업계는 건설업계대로 금융업계는 금융업계대로 닥쳐올 시장의 위기에 가슴 졸이고 있는 형편이다. ‘개별 시장참여자의 위기관리 없는 이윤극대화 행위’라는 표현은 이때 쓰는 표현일 것 같다. 부디 스스로들 잘 틀어막아 또 애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 이는 국제무역에서도 비슷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인데 예를 들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어떠한 경제행위를 자제하는 공동행동에 나서자고 선진국이 주장할 때 왜 너희들이 오염시켜놓고 우리의 경제개발을 억제시키려고 하느냐는 후진국의 볼멘소리가 이 경우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