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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美금융위기에 대한 간단한 메모

미국의 현재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충 아시겠지만 현재의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발행했던 금융기관에서 그 채권들의 등급을 매겨주었던 MBIA, FGIC 등 이른바 모노라인이라 불리는 채권 보증업체(주1) 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원래 각 주나 공공기관 등이 발행하는 지방채의 등급을 평가해주는 업체였는데 모기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한 업체들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그들의 보증여력에 맞지 않게, 그리고 엄밀한 평가 없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에 무작위로 우량등급을 매겨버렸다는 사실이다.(주2)(주3) 이에 따라 1차 투자자들이 자산유동화를 위해 시장에 내놓은 파생상품을 2차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하게 되고 모노라인 업체들은 밀려드는 부실채권에 두 손을 들어버린다. 이에 뒤늦게 S&P, 무디스 등은 AAA 등으로 분류되던 모노라인 대표업체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버렸다(관련글). 이렇게 되면 이들이 보증을 선 채권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이 예상되며 이경우 은행과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대규모 상각에 나서야 한다. 또한 그들 업체가 보증한 다른 채권도 덩달아 부실화된다. 서브프라임의 여파가 여타 분야로 전염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한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모노라인 부실로 인해 등급이 억지로 강등될 지방채를 재보증 해주겠다고 제안하였다. 이미 그는 지방채는 서브프라임의 희생양 일뿐 먼지만 털어내면 나름 훌륭한 투자처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어쨌든 연준은 새로운 자금 공급 시스템인 TAF 를 통해 추가유동성을 지원하면서 점차 유동성 위기가 해소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될지 그렇게 된다면 그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대규모IB, 대규모 채권투자자, 위에 언급한 모노라인 등은 요리조리 빠져나가 손해를 최소화하고 우두머리들은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모기지 소비자들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또 한 번 그렇게 모순을 털고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주1) 美 채권보증사(Monoline)는 당초 지방정부채 등 금융보증 전문회사로 출발 했으나 1980년 중반 이후 증권화상품으로 업무영역을 확대

(주2) 6대 주요 채권보증사들의 서브프라임 ABS 보증채무는 343억 달러, CDO 보증채무는 237억 달러로 세후손실은 약 95억 달러로 추정(S&P)

(주3) 이들이 보증을 선 채권규모는 약 2.4조 달러로 추산된다.

공황에 대한 공포감?

panic 은 사람의 감정상으로 느끼는 공포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경제용어로는 ‘공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주류들마저 공황이라고 불렀던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공황은 자본주의의 무정부적인 생산방식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불황(recess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건 어떻건 간에 말이다.

panic이 뜻하는 두 가지 의미를 언급한 이유는 뉴스 한 꼭지를 보니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바로 공황(panic)에 대한 진정한 공포심(panic)을 느끼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FRB는 화요일인 22일(현지시간) 아침 뉴욕증시 개장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25%에서 3.5%로 낮췄다. 이에 따라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FRB는 5개월 만에 무려 1.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이런 무지막지한 금리인하폭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월요일 FRB 이사진들 간의 긴급 전화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왠지 바짝 긴장한 채 공포심에 젖은 떨린 음성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버냉키가 떠오른다. 학자로 고고하게 살 것을 왜 그린스펀이 저질러놓고 내팽개쳐 놓은 파티 음식을 자기가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까?

여하튼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유럽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지난번의 모기지 금리 동결이나 세금환급처럼 순간의 약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웬만한 시장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불황이 아니라 공황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 ‘잠깐의 불황’이라는 표현 등으로 감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공황이 소비가 몇 프로 감소하고 실업률이 몇 프로 상승하면 공황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공포감이다.

지불인출쇄도(bank run)는 은행에 여전히 돈이 있음에도 은행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신용이 마비되는 것이고 fund run 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주식시장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환매가 몰려 주식시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마비에 대한 집단적인 공포감 자체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은 심리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FRB의 오늘 금리 인하조치는 그 숫자상으로만 보면 시장에 대한 급처방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FRB 자체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시장참여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안감으로, 향후 더 큰 시장악화 상황으로 몰아갈 개연성도 있다. 의사가 옳은 시술법을 선택해놓고도 시술행위를 제대로 못하고 진땀을 흘린다면 환자는 그 의사를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