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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처한 Fed의 독립성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에서 재무 및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Habbard라는 분 이하 여러분이 같이 써서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Fed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은 글이다. 사실상 존재하는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한 일이지만 여하튼 중앙은행의 정치 및 행정으로부터 독립 역시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글이기에 여기 소개한다.(원문보기)

이번 주 경제에 관한 연차 잭슨홀 심포지엄에 지도자들이 모이면서, 그들은 최종대부자로서의 연방준비제도의 미래에 대해 고심하여야 했다. 지난 수십 년간, 그리고 특히 이번 금융위기 동안 Fed는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최종대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위기에서 Fed가 위태롭게 했던 특징들인 그들에 대한 경제적 신뢰감과 정치적 독립성 덕분이었다.

2007년 말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Fed는 새로운 유동성 장치들을 만들었고, 이 중 몇몇은 예금취급기관들이 아닌 투자은행이나 기업의 상업어음 발행자들 등의 새로운 수령자들이었다. 그와 더불어 2008년에 Fed는 시스템 상으로 중요한 기관들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 예외적인 “구제금융” 대출을 실행했다. JP모건체이스가 베어스턴스를 사들이기 위한 10억 달러의 세금공제를 포함한 300달러의 비소구(non-recourse)[통상 프로젝트금융 기법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으로 차주의 미래 예상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여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대출하여 대주가 리스크를 떠안는 방식이다:역자주] 대출과 AIG를 위한 850억 달러의 2년 만기의 신용 대출이 그것이다. 또한 Fed는 재무부 및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손잡고 시티그룹 및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부실자산 풀에 대한 손실 4천240억 달러를 보장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Fed의 대차대조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2009년 6월 현재 총자산은 2조 달러까지 상승했는데 2006년에는 8천520억 달러였다. 그리고 이들 자산의 오직 29%만이 재무부 채권인데 2006년에는 91%에 달했었다. 최종대부자에 의한 전통적인 대출은 차입자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고 중앙은행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담보를 쌓았었다. 그러나 새로운 Fed의 포지션에 대한 담보를 불분명하다.

이러한 행동들로 인해 Fed의 리스크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채권 부족으로 고유한 역할 — 통화정책 — 을 수행하는 Fed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신용확장으로 인한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에 맞서기 위해 Fed는 추가조달 프로그램(Supplementary Financing Program)[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한 뒤 조달한 자금을 Fed에 예치하는 것으로 국채 발행분 만큼 Fed가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연간 국채 발행한도가 있기 때문에 재무부의 이 프로그램 한도는 2,000억 달러에 불과해 유동성 흡수에는 한계가 있다.:역자 주]에 따라 재무부에게 채권의 특별 발행 분을 팔 것을 요구하였다. —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통화정책의 수행의 일부분으로써 이다. 2009년 6월 3일 재무부의 SFA계정은 2천억달러 정도인데, (연준의) 재무부증권 보유금액은 475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통화정책에서 재무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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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FederalReserveSystem-Seal” by U.S. Government – Extracted from PDF version of the Federal Reserve’s Purposes & Functions document (direct PDF URL [1])..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Fed의 긴급대출 상당부분은 연방준비제도법(the Federal Reserve Act) 13(3) 항에 근거하는데, 여기에서는 Fed가 “비정상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서 “연방준비은행의 상환을 보증하는 어음들” 만큼 “여하한의 개인, 파트너십, 또는 기업”에 대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의 의장인 전 Fed 의장 폴 볼커를 비롯하여 은행의 구제금융에 불만을 표시하는 의회 멤버들은 이 조항에 따라 대출에 개입하고 있는 Fed의 권위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다.

법적 이슈와는 완전 다르게 Fed의 불충분한 담보를 대가로 한 대출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전제는 그 독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데 : 추가 조달장치에서 입증되었듯이 통화정책의 실행의 지원에 있어 재무부에 보다 많이 의존하게 되고 ; 그 자신의 운영으로 조달하는 Fed의 능력이 위험에 빠지고 그럼으로써 정부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게 되고 ; 큰 손실을 입는 경우 그들의 재정적 신뢰감을 오염시키며 ; 일반적으로 정치적 압력에 더 종속될 수밖에 없음에 그러하다.

이러한 우려에 근하여 자본시장규제위원회는 현재 발생한 불충분한 담보의 민간부문에 대한 Fed의 대출은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로 옮겨져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Fed가 도산할 수 없기 때문에 Fed의 여하한의 손실은 미국의 납세자들에 의해 메워지므로 직접적으로 투명하게 연방재정의 일부로 계상되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는 오직 재무부만이 불충분한 담보대출에 관여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제안하였을 것처럼 Fed의 독립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오바마정부의 개혁제안은 13(3)항을 여하한의 신용에 대한 긴급확대 시 재무부장관의 서류상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전적인 최종대부 상황 – 즉 적정한 담보가 있는 곳 – 에서의 유동성 장치로써의 Fed의 활용에 대한 재무부의 권한은 깜짝 놀랄 만큼 늘어날 것이다. 그 대신 권한 범위는 분명해야 한다. Fed는 비상사태에서 적정한 담보에 대한 대출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Fed는 재무부의 승인이 있더라도 부적정한 담보에 의한 대출의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

Fed는 위기상황에서 총체적인 경제 붕괴로 이어질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권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의 논리가 Fed의 신용도와 독립성을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이러한 목표는 정부가 구제금융을 수행하는 반면 Fed는 —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능력인 — 양질의 담보에 대해 대출할 수 있는 완전한 권한을 가짐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Fed의 신용도와 독립성을 향상시킬 것이며 우리 정부를 좀더 책임감 있게 할 것이다.

공황에 대한 공포감?

panic 은 사람의 감정상으로 느끼는 공포심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경제용어로는 ‘공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 주류들마저 공황이라고 불렀던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실 공황은 자본주의의 무정부적인 생산방식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그것을 불황(recessio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건 어떻건 간에 말이다.

panic이 뜻하는 두 가지 의미를 언급한 이유는 뉴스 한 꼭지를 보니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바로 공황(panic)에 대한 진정한 공포심(panic)을 느끼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FRB는 화요일인 22일(현지시간) 아침 뉴욕증시 개장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4.25%에서 3.5%로 낮췄다. 이에 따라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후 FRB는 5개월 만에 무려 1.75%포인트나 금리를 내렸다.

이런 무지막지한 금리인하폭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번 금리인하가 월요일 FRB 이사진들 간의 긴급 전화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왠지 바짝 긴장한 채 공포심에 젖은 떨린 음성으로 전화 통화를 했을 버냉키가 떠오른다. 학자로 고고하게 살 것을 왜 그린스펀이 저질러놓고 내팽개쳐 놓은 파티 음식을 자기가 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까?

여하튼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유럽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지난번의 모기지 금리 동결이나 세금환급처럼 순간의 약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웬만한 시장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불황이 아니라 공황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침체’, ‘잠깐의 불황’이라는 표현 등으로 감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공황이 소비가 몇 프로 감소하고 실업률이 몇 프로 상승하면 공황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말 그대로 공포감이다.

지불인출쇄도(bank run)는 은행에 여전히 돈이 있음에도 은행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신용이 마비되는 것이고 fund run 은 마찬가지 맥락에서 주식시장을 믿을 수 없어 한꺼번에 환매가 몰려 주식시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마비에 대한 집단적인 공포감 자체가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은 심리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FRB의 오늘 금리 인하조치는 그 숫자상으로만 보면 시장에 대한 급처방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FRB 자체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시장참여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불안감으로, 향후 더 큰 시장악화 상황으로 몰아갈 개연성도 있다. 의사가 옳은 시술법을 선택해놓고도 시술행위를 제대로 못하고 진땀을 흘린다면 환자는 그 의사를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