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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

회사는 “민간 이사회와 관리팀에 의해 운영될 것입니다.” 그는[오바마:역자 주] 그들이 다운사이징과 비용절감의 전문가들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면서 “그들은 – 그리고 정부가 아니며 – 지시를 내리고 이 회사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의사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연방정부는 주주로서의 권리행사를 자제할 것이고.. 간단히 말해 우리의 목적은 GM을 자립하게 하는 것, 간섭하지 않은 것, 빨리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The company “will be run by a private board of directors and management team,” he insisted, making it clear that they would be experts in downsizing and cost-cutting. “They – and not the government – will call the shots and make the decisions about how to turn this company around,” he continued. “The federal government will refrain from exercising its rights as a shareholder. … In short, our goal is to get GM back on its feet, take a hands-off approach, and get out quickly.”[출처]

‘사회주의’ 또는 ‘국유화’에 대한 우익의 공포감은 급기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지극히 정당한 ‘주주’로서의 권리조차 포기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자본주의를 위해서라면 주주 자본주의쯤은 포기할 수 있다는 뚝심.

국유화

하지만 국유화라는 것은 별로 적절한 말이 아니며, 애매한 면이 남아 있다. 올바른 의미에서는…. 소비자 일반을 대표하는 소유라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 공공 서비스를 하는 여러 가지 조직의 미묘한 차이까지 나타내는 용어는 어느 나라의 말에도 없다….
그 결과로 완전한 무색(無色)의 ‘국유화’라는 말이 매우 특수하고 또 자의적(恣意的)인 제안을 아무래도 받아들이게 되어 버린다. 그 말은 실제로는 특정한 경영 형태, 즉 정부가 임명한 관리가 현재의 담당자로 대체되어, 그 전권(全權)을 행사한다는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산업의 운영 목적이 대중을 위한 봉사에 있는 게 아니라, 주주(株主)의 이익을 꾀하는 데 있는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부가 경영에 관여하면 필연적으로 효율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국유화를 비판하는 것이다.[작은 것이 아름답다, E.F.슈마허 지음, 김진욱 옮김, 범우사, 1999년, p290)

이 인용문은 저자 E.F. 슈마허(E. F. Schumacher)가 R.H. 토니(R.H. Tawney)의 ‘탐욕의 사회(The Acquisitive Society)’라는 책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서술이 ‘국유화’라는 단어가 가지는 애매한 위치를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옮겨둔다. 토니의 말대로 그것은 어쩌면 “소비자 일반을 대표하는 소유”라는 의미가 가장 근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소비자의 폭과 특성은 개별 상품 또는 개별 기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러하기에 사실 ‘국유화’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이들조차도 이것의 형태 및 그 지향이 어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인용문에서처럼 주주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확신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관료주의’, ‘비효율’, ‘복지부동’으로 묘사할 수 있는 “정부가 임명한 관리에 의한 전권 행사”와 동일시된다. 요컨대 이 간극을 줄이는 것, 또한 그 소유형태 및 공공성을 어떻게 세밀하게 분류하고 정의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유화에 관하여

미국의 거대식품업체 카길이 휴고 차베스 대통령이 선포한 국유화 포고령의 공표에 따라 베네수엘라에 있는 쌀 가공 플랜트를 넘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포고령은 화요일 배포된 베네수엘라의 관보에 공표된 이후 법령화되었다. 인수인계에 관한 협상이 뒤따를 것이다.
US food giant Cargill Inc. will be forced to turn over a Venezuelan rice processing plant following the publication of a nationalization decree enacted by President Hugo Chavez. The decree became law after its publication in Venezuela’s Official Gazette, which was distributed on Thursday. It will be followed by negotiations for the takeover.[Cargill Inc. forced to turn over a rice processing plant in Venezuela…]

국가의 수용 또는 몰수는 사실 사유재산을 강력히 옹호하는 국가에서조차 국가의 고유권한에 해당하는 권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일종의 국유화가 진행 중인 사례가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어오고 있던 애물단지 인천공항철도의 인수가 그것이다.(자세한 소식 참고하기) 그런데 새사연은 이 사업의 인수인계에 개입한 경제적 배경과 정치적 배경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 현재 공항철도의 이용자는 당초 사업계획 예상치의 7%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정부가 – 정확히는 현재도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코레일이 – 수요예측에 실패한 민간사업자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 경제적 배경에 대한 비판이다. 둘째, 낙하산 인사로 오점을 남긴 코레일이 인수하면서 사장인선과 인수 결정이 투명치 못하다는 것이 정치적 배경에 대한 비판이다.

일단 이러한 비판의 논지는 타당하고 나 역시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감안하여야 할 점에 대해서 한 마디 거들자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로드맵에 대해서는 좀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어쨌든 인천공항철도는 민간투자사업으로서의 시장성을 상실한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와 사업자 간의 계약상의 보장조항인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조항으로 인한 정부의 우발채무를 고려할 때에는 국유화가 타당하다. 민간사업자의 약정수익률이 공사채 금리보다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철도 뿐만 아니라 향후 여하한의 민간투자사업 혹은 위의 카길 플랜트와 같은 사적자본을 공익의 목적으로 소유권이나 통제권을 변경할 때에는, 그것이 무상몰수가 아닌 한에는 이러한 경제적 타당성의 고려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천공항철도의 인수방식은 향후 유사한 조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도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국유화(nationalization)’와 ‘경영권 취득(take over)’의 차이?

최근 USA투데이-갤럽의 투표에 따르면 미국인의 57%가 “미국 은행들의 일시적 국유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덜 정치적인 버전인 “일시적인 [은행의] 경영권 취득”에 대해서는 오직 44%만 반대했다.
A recent USA Today-Gallup poll found that 57% of Americans are against “temporarily nationalizing U.S. banks.” Yet only 44% oppose a less politically threatening version, “temporarily taking [a bank] over.”[Nationalized Banks: Why They Might Work, Time, 2009. 3. 6]

현실을 외면한 채 쓸데없는 단어놀음에 치중하는 꼴은 조선시대의 사대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그 시절의 사대부들은 물질적 명분이라도 있었을 법한데 이 무지한 미국인들은 이 단어놀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저 13%의 차이에서 그들은 각 단어의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

씨티그룹 국유화, 그리고 배드뱅크의 실효성에 관해

은행 국유화에 대한 부질없는 이념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국유화의 실현가능성은 우리 코 앞에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450억달러 규모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 경영진은 정부가 보통주 지분을 25% 정도 갖기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美씨티그룹 국유화…우선주->보통주 전환 협상, 한국경제, 2009.2.23]

이와 함께 씨티는 싱가포르, 중동 등의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우선주에 대해서도 보통주로의 전환을 요청할 계획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씨티는 자진해서 국유화를 요청했을까? 주요하게는 은행의 전체부실이 현재의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소위 장부외(off-balance)거래의 부실자산 규모에 대한 공포감이다.

단순히 자본확충을 통한 대출여력의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주1) 정부의 우선주 매입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차대조표 밖의 파생상품과 증권화상품의 부실화를 통제할 수가 없다. 결국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 나아가 그 뒤의 국가가 방파제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이제까지 논의되던 배드뱅크를 넘어선 이야기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모순된 행동을 보여 왔다. 한편으로 금융기관의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은행의 부실을 감추어주었다. 시가회계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자산실사에 드러나지 않게 되므로 회계 투명성은 말로만 떠드는 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장은 사실상 씨티가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1) 애초 부실자산 규모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도 없고 2) 그 부실자산의 매입가치를 측정할 수도 없고 3) 그 실효성 여부도 불투명한 배드뱅크는 금융위기의 탈출방법이 아니었음이 명확해진다.

어제의 미증시 폭락은 어떻게 보면 은행 국유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국유화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결국 그들의 주식을 상장한 금융기관들의 수익(곶감 빼먹기)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재무부는 “금융부분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금융 시스템은 민간 소유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여전히 시티그룹이나 BOA 등의 국유화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많은 투자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은행의 심각한 손실이 지속되면서 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는 분위기다.[미국 증시 폭락… 12년來 최저치 기록, 서울신문, 2009.2.24]

(주1) 2009년 1월말 현재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잔고는 7조6백억 달러 정도로 3개월 만에 2천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단어의 취사선택

대처는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이 영국병이라 지칭한 정체되어 있는 영국을 치유하기 위해 각종 혁신적 조치를 들고 나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민영화(privatization)’다. 대처를 비롯한 보수당 정권은 이 말이 가지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비국유화(denationalization)’ 등 다른 대체할만한 표현을 생각해보았으나 결국 자신들의 의지를 이만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없었기에 그것을 채택하였다고 한다.[출처]

위와 같은 사연은 다니엘 예르긴(Daniel Yergin)의 ‘시장對국가(원제 The Commanding Heights)’라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연이다. 부연하자면 대처와 보수당은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전의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의 ‘국유화(nationalization)’된 시설뿐만 아니라 신규 시설이나 서비스를 시장을 통해 공급하는 조치 일반을 개념에 포함시키기 위해 ‘민영화’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이렇듯 세상사에 있어 단어의 선택은 – 특히 정치권에서 – 그것이 가질 뉘앙스와 편견, 그리고 거부감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취사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노동자’와 ‘근로자’, 두 단어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오랜 독재시절 ‘노동자’라는 표현은 과격한 진보세력, 그 당시 표현으로 빨갱이들이나 쓰는 표현으로 터부시되었고 ‘근로자’라는 표현이 쓰였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둘 사이에 이념적 뉘앙스의 차이는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더 나아가 정권은 5월 1일 노동절(Mayday)을 다분히 고의적으로 3월 10일 ‘근로자의 날’로 대체해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절을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쟁취한 권리의 기념일이 아닌 ‘근로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어르신들의 체육관 잔치로 변질시켰다.

위에 예로 든 ‘민영화’라는 단어 역시 어떻게 보면 영어 표현의 부정적 의미를 더욱 탈색시키기 위해 선택된 단어라 할 수 있다. privatization의 동사형인 privatize의 영어해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to transfer from public or government control or ownership to private enterprise: a campaign promise to privatize some of the public lands.[출처]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control과 ownership이다. 실제로는 ownership, 적어도 그에 상당하는 권리가 민간, 그 중에서도 민간자본에 이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면 privatization은 운영에 초점을 둔 민영화(民營化)보다는 소유권에 초점을 둔 사유화(私有化)가 더 합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유화가 가지는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그 단어는 선택되지 못하였다 할 수 있다.

어쨌든 신자유주의 사조의 상징인 privatization은 그 신중한 단어선택의 덕이었는지 전 세계를 휩쓸며 하나의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아왔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그 실천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단어 그 자체 때문에 실천이 보류, 또는 거부되고 있는 경제행위가 있는데 ‘국유화(nationalization)’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그 조치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미국에서 국유화는 단어의 불온함으로 인해 거부당하고 있다.

“And we also have different traditions in this country. Obviously, Sweden has a different set of cultures in terms of how the government relates to markets and America’s different.”[출처]

ABC뉴스와 최근 인터뷰를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왜 은행들을 국유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경제규모의 차이와 함께 이유로 거론한 내용이다. 여태 약간은 문화적 차이가 그렇게 큰 장벽일까 하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오바마의 저 발언을 보면 국유화는 분명 미국인에게 있어, 특히 정치인에게 있어 하나의 확고한 금칙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유화는 미국식의 경제 자유주의의 상극이라는 편견은 매우 견고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미국의 한 경제 블로그의 주인장이 이러한 문화적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Calcurated Risk의 주인장이 바로 그 분인데 그 분이 신중하게 취사선택한 단어는 바로 ‘preprivatization’이다.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전(前)민영화’ 또는 ‘예비민영화’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어차피 나중에 다시 민영화할 은행들의 부실자산 정리를 위해 국유화를 시키는 행위를 저렇게 부름으로써 이념적 트라우마를 피해가자는 소리 같다. 왠지 ‘노동절’ 대신 ‘근로자의 날’을 신설한 그 옛날의 관료의 발상이 저 블로거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단어의 취사선택은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다.

놀라운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들

이 악성 평형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오직 한 방법이 있다. 큰 나라들(미국, 영국, 유로존, 아마도 일본)의 정부들은 그들의 뱅킹 시스템을(최소한 중요한 은행들) 인수하여야 한다. 정부가 유동성 위기의 핵심에서 상호협조 실패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들은 일단 은행들을 국가의 손에 쥐게 되면 서로 신뢰하고 서로 돈을 빌려주도록 명령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How to get out of this bad equilibrium? There is only one way. The governments of the big countries (US, UK, the eurozone, possibly Japan) must take over their banking systems (or at least the significant banks). Governments are the only institutions that can solve the co-ordination failure at the heart of the liquidity crisis. They can do this because once the banks are in the hands of the state, they can be ordered to trust each other and to lend to each other. The faster governments take these steps, the better.[Temporary full state ownership is only solution 中 에서 발췌]

이거 근래 파이낸셜타임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앞서 인용한 몇 개의 기사도 그렇고(기사 1, 2) 거의 이스크라 급의 혁명기관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