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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의 의장 제롬 파월은 한 TV인터뷰에 출연했다. 질문자는 파월 의장에게 “Fed가 경제에 투입할 수 있는 화폐량에 제한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파월 의장은 “우리는 계속 빚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주안점은 가계와 기업에게 경제에서의 신용의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라고 발언하여 사실상 그런 제한은 없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3월 23일 긴급성명을 통해 사실상의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 파월 의장은 자신의 인터뷰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Fed의 자산을 거침없이 늘려 마침내 최근 7조 달러(!)까지 자산이 늘어났다.

이는 전년도 자산 대비 약 70% 증가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151.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연 증가세는 2008년의 추세를 따라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자는 자산이 10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단순히 Fed 자체의 자산변동에서만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주요 중앙은행의 행보와 비교 해봐도 Fed의 행보는 압도적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다른 중앙은행의 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감히 Fed의 행보와 비할 바는 아니다.1

개인적으로는 제롬 파월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이번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태 전까지만 해도 파월은 그를 뽑아준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 등 월권행위와 온갖 인신공격에도 꿋꿋이 저항해왔다. 이런 희한한 정황 덕택에 나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칭찬을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물론 트럼프 좋으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파월은 팬데믹 사태가 닥치자 트럼프가 상찬을 늘어놓을 만큼 깜짝 놀랄 조치를 단행하였다. 나름 보수적 견지를 유지해온 그이기에 이번 양적완화가 유난히 획기적인 조치임은 틀림없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전향적인 조치의 배경으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Fed의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며 MBS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해 MBS 매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하였다. 예전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MBS의 직접매입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Fed의 주업무가 된 분야다. 당시의 부동산금융시장의 붕괴로 사실상 미국의 부동산증권 시장이 국유화된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다시 그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에 Fed는 신속하게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미국 채권시장 내 MBS 잔액은 약 9조7000억달러로 지난 2018년 기준 미 채권시장의 22%를 차지하며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중요한 채권이다. 이 채권을 Fed가 매입함으로써 미국의 집값은 안정을 찾게 되었다. 현재 Fed가 들고 있는 MBS 잔액은 전체 잔액의 1/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그렇게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간 서서히 비중을 줄여오던 Fed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대규모의 채권매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늪에서 서서히 발을 빼왔던 Fed가 다시 발을 푹 집어넣은 셈이다.

2020년 5월 27일 현재 Fed의 MBS 매입현황은 1조8천5백만 달러로 연초의 1조4천만 달러 대비 무려 32% 증가한 상황이다. 즉, 전임자들이 언젠가는 청산하겠다고 했던 MBS 포지션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고, 팬데믹이 도래하자 그 자산은 일시에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어쩌면 이전 금융위기에서 입은 깊은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깊은 상처를 입게 된 상황이라 할 것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를 갚아나가야 할 노동자들이 또 다시 대규모 실업으로 내몰리면 Fed가 사들인 증권은 다시 부실채권이 되는 악순환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양적완화와 지난 금융위기의 양적완화에 관한 차이점을 분석한 흥미로운 트윗을 올렸는데, 이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미재무부 채권 포지션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무부가 이 채권을 여러 프로그램에 사용하게 되면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하여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에는 이런 부양책이 당파적인 입장차이로 미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엄청난 돈이 “재난자본주의”를 이용하려는 자본가를 위한 잔칫상에만 쓰인다면, Fed의 유례없는 자산과 자본주의의 모순은 청산할 길이 없을 것이다.2

한편 파월은 Fed의 양적완화 조치가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대량실업을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그다지 설득력있는 사례도 아니고 결국 Fed가 직접 모기지 채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지 않는 한에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는 행정부와 의회의 몫일 것이다. 현재 미네소타 살인사건으로 말미암은 인종폭동까지 겹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상황인지라 기득권층이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에는 난국타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불행히도 트럼프는 그 와중에 발포 운운 트윗, 골프 라운딩, 중국 때리기에나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

Fed가 다음달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줄이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그들이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1라고 부르는 이 조치가 다음 금융위기를 초래할 몇몇의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략] 언와인드에 관해 Fed는 예상한 것처럼 10월에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서서히 줄여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재무상태표는 장기 이자율을 내리고, 위험자산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투자를 촉진하고,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목적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결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였다. [중략]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재무상태표 규모와 소위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수반되었던 효과적인 화폐 발행의 범위에 대해 시큰둥해하기만 할지 의문스러워했다.[How the ‘great central bank unwind’ could ignite the next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했던 조치 중 가장 황당한 조치를 꼽으라면 중앙은행의 채권 직매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시장의 조성자로 국한하여야 할 중앙은행이 끝내는 직접 시장 그 자체가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MBS의 매입은 더욱 놀라웠는데, 패니메와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보증 또는 발행한 채권을 정부나 다름없는 Fed가 다시 사주는 자금흐름을 보면 ‘과연 이게 자본주의 경제가 맞나’하는 의문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의 상품 공급자가 모두 사실상의 정부라면 시장경제라 부르기에 민망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MBS는 장기국채와 함께 Fed의 재무상태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됐다. 그 덕에 Fed는 가장 돈 많이 버는 은행이 되기도 했었다.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가 됐다. 그래서 Fed는 이제 경제가 정상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비정상 자산을 정상화시킬 때가 도래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열기도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저신용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고금리로 빌려 쓰는 레버리지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2 하이일드 채권 거래도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용문에서의 분석가의 우려대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 채권 거래의 폭증은 Fed의 채권매입을 통한 금리 안정화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투자행위였다. Fed가 이제 시장이 정상화됐으니 자신의 자산도 정상화시키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신의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Fed의 현재 자산은 미국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규모의 자산이 시중에 풀린다면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상화된 시장이 사상누각임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Fed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듯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 대신 만기도래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고 상환 받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편인데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방침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매입 프로그램이 유례가 없었듯이 이번 조치 역시 유례가 없기 때문에 그 여파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경제의 어떤 티핑포인트를 건드린다면 도이치뱅크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한편 Fed 자산 축소가 하필 지금 시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Fed의 결정은 다소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오바마의 QE정책과 이를 통해 낮은 금리를 향유하며 정부부채를 끌어다 썼던 오바마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 공화당 정부다.3 게다가 얼마 전에 美정부의 또 다른 권력자 이방카가 옐렌을 만났다.4 물론 탁 까놓고 말하자면 늘 경제는 정치적이었다. Fed의 사상 최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면밀한 경제성 분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임시방편이었고 그 자산의 언와인드도 또 다른 정치적 고려로 여겨진다.

리만 브라더스가 망한 진짜 이유?

나는 왜 리만이 무너졌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Fed는 그 일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모럴해저드에 관해서 그들이 어떤 조치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리만이 생존을 위한 차입에 충분한 담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나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중략] 그들이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는 엄청난 기록이 있는데 담보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벤 버냉키가 금융위기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하길, 뉴욕Fed의 사람들이 충분한 담보가 없었다고 결정했다고 말했고, 그들은 그에게 공청회와 이어지는 편지에서 계속 상세한 사항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누가 분석을 했으며, 그들이 얼마 정도의 담보를 가졌는지 또는 가지지 못했는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논리적인 결론은 그들은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략] 왜 그런 결정이 이루어졌는지 이해하려면 누가 그 결정을 내렸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견으로 그 결정을 내린 이는 재무부 장관이었던 행크 폴슨입니다. [중략] 현재의 규정인 도드-프랭크 법에서는 재무부가 Fed의 대출을 허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그런 법은 없었습니다. [중략] 헨리 폴슨이 정치에 매우 민감했다는 것은 분명하죠. 베어 스턴스의 구제 당시 엄청난 정치적 반발이 있었고요. 그리고 폴슨이 “내가 미스터 금융구제가 될 순 없어.”라고 말했던 것은 널리 인용되기도 했습니다.[Could the Fed Have Rescued Lehman Brothers? Q&A with Laurence Ball]

왜 금융위기 당시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리만브라더스가 무너졌는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당사자들의 회고록이나 언론보도 등에서 드러난 당시 정황에 대해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그리고 그 이슈에 관해 로렌스 볼(Lawrence Ball) 존스 홉킨스 대학 교수가 집요하게 파고들어 218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로렌스 교수와의 인터뷰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요컨대 ▲ 리만의 담보가 충분치 않았다는 Fed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다 ▲ 구제 포기라는 결정은 정치적 결정이다 ▲ 그 결정을 내린 이는 합법적 결정 주체가 아닌 행크 폴슨이다 등이다.

로렌스 교수는 폴슨이 골드만삭스에서 일했기 때문에 경쟁자인 리만을 돕기를 꺼렸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여러 책에서도 볼 수 있듯 폴슨은 민간 금융기업의 리만 인수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1 다만 교수는 정치적 반발에 민감했던 폴슨이 “미스터 구제금융”이란 별명으로 역사에 남는 것을 원치 않았고, 리만의 도산에 따른 결과를 과소평가했다는 정도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결과는 상상이상으로 심각했고 이 후유증으로 AIG나 다른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았다. 결국 리만의 도산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이들에 의한 좌충우돌일 뿐이었다.

결국 이러한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 로렌스 교수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 아무리 당사자들이 그렇게 주장할 지라도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Fed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였던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국 재무부 장관의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은2 어쩌면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가 실은 이자를 내지 않는 정부채권일 뿐이라는 사실 만큼이나 명백하면서도 자주 간과되고 있는 진실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허울 좋은 자주성을 획득하고 있는 Fed는 여태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래서 두 기관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출처]

“Fed를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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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 PierceOwn work, CC BY-SA 4.0, Link

“Fed의 문제는 무엇인가? 미국의 가장 큰 몇몇 은행들의 CEO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가 있다. 2007년 월스트리트 위기 동안 JP모건의 CEO이자 이사회 의장인 Jamie Dimon은 그의 은행이 Fed로부터 3천900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받는 동안 뉴욕 Fed의 이사로 재임 중이었다. 내년에는 지역 Fed의 12개의 수장 자리 중 4개가 오직 한 회사의 전직 임원들로 채워질 것이다. 골드만삭스, 이것은 명백하게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 이런 일은 다른 기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엑슨모빌의 수장이 환경보호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베리존 임원들이 지휘하는 연방통신위원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금융기관 규제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의 이사회에 대형은행 임원들이 복무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Bernie Sanders, To Rein In Wall Street, Fix the Fed

“양적완화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자본가들과 평생 저축하는 이들의 자산 보유의 구성은 다르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들고 있는 자산들에게 차별적으로 혜택이 되는 여하한의 정책은 보다 심각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적 완화가 그러했다. [중략]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은 둘 다 자본의 소유자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자본이다.“ 저소득과 중소득의 미국인들은 주로 확정소득(fixed-income)의 자산에 의존하는 반면 고소득의 개인들은 더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주식이나 보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Stiglitz: Fed’s Zero-Rate Policy Boosts Inequality]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Fed의 양적완화가 미국 내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잘 알다시피 양적완화는 Fed가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주입하는 긴급처방으로 주로 국채를 사들이면서 국채수익률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과 낮은 국채수익률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게 만들었고 서구의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이어갔다. 결국 이런 정책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안전자산 보유 성향의 저소득/중소득자의 수익을 잠식하는 동시에 위험투자 성향의 고소득자의 수익을 높여주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인용문의 저자는 스티글리츠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그간 Fed의 통화 정책을 지지해온 그의 리버럴 동료들과의 연대를 이탈하는 행위라고 간주하고 있다. 과문하여 그의 리버럴 동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으로 Fed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Fed의 정책에 동의하는 한편으로 그 구체적 로드맵을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Fed의 통화 정책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비판은 심지어 Fed 자신도 하고 있다. Fed 역시 스스로의 정책을 재점검하고 그 부작용에 대해서 논의할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인내심(patient)”은 삭제 가능할지 몰라도 채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 outright purchase 하는 방식은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한 이후에도 장기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장기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돈을 풀어서 금리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담보로 정부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법입니다. [중략] 금리가 올라 국채가격이 하락할 경우 그동안 국채를 매입했던 중앙은행이 평가손실 또는 매각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5년, pp275~276]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시행하고 있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중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에 대한 설명이다. 앞부분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 이유와 방법, 뒷부분은 이에 대한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부분은 양적완화는 쉬운 말로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 될 ‘시장 리스크를 떠안고 하는 금리 장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장에 발전함에 따라 각국의 중앙은행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형식적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방만한 예산운용을 방지하고자 함도 있다. 하지만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는 금리하락을 유도하는 것 이외에도 정부의 예산운용 폭을 비정상적으로 늘려주는 작용도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 리스크는 중앙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Fed의 자산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전통적인 채권은 비중이 줄었고 양적완화를 거치며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자산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양적완화와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위한 장기국채와 부동산시장 유지를 위한 MBS다. MBS는 매입을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 조치로 말미암아 Fed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은행으로 등극하였다.(아마 아직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이익은 시장 리스크를 부담한 대가이고 엄밀히 말해 그러한 예상치 못한 이익 역시 어떤 면에서는 불확실성의 증가라는 점에서 리스크에로의 노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시장참여자들은 Fed가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에 인내심(patient)을 가질 수 있다’라는 문구를 뺏기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단어 하나 가지고 경제정책을 예단하는 이런 모습이 흥미롭긴 해도 개인적으로는 뭔가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말장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인내심은 없어졌겠지만 저리의 국채는 자산명세에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Fed의 2015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2009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을 비교하면 흥미 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2015년 현황에는 기록되어 있는 ‘모기지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항목이 2009년 현황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증권은 자산을 담보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 중에서도 모기지를 그 재원으로 하는 증권으로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핵 중 하나로 지목받은 상품이다. 그런 상품을 현재 Fed가 시장조성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뛰어넘은 시장참여자로 나서서 1조7천억 달러가 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의 H.4.1 통계 발표, “예금기관들의 보유 자산과 연방준비은행들의 현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연방준비제도가 구입하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기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의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연방준비제도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을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증권의 구입은 2009년 1월 5일 시작되었다.(출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모기지와 주택 시장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의 향상된 조건을 보다 광범위하게 육성하기 위함이다.(출처)

2009년 1월 15일 발표된 Fed의 통계 발표문 전문과 뉴욕Fed 홈페이지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FAQ에 적혀 있는 글이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던 부동산 시황으로 말미암아 이들 회사의 자산을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 상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Fed가 정부의 시장구제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한 명시적인 사례다. 美정부가 언제 이들 회사로부터 빠져나오느냐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위기 탈출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Fed가 이 자산을 언제 처분하는가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하기에 Fed는 버냉키 시절부터 계속 증권을 팔든가 또는 매입을 중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금리가 상승한다면 美재무부에 줄 연간 배당을 위험에 빠트릴 손실을 촉발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작년 88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벤 버냉키 의장은 6월 Fed가 재무상태표를 축소할 의도의 일환으로 모기지 부채를 궁극적으로 매각하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그는 증권이 만기까지 가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증권 보유를 통해 이자소득으로 운용비를 조달할 Fed는 현재 1조4천억 달러의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Fed Seen Avoiding Historic Loss by Holding Mortgage Debt]

Fed 경제학자의 보고서에 보면 Fed는 2011년에 MBS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부가 이하의 판매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기에 대안에서 제외됐다. 이후 버냉키는 MBS를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천명했고 옐렌의 시대에도 MBS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Fed는 미국 경제가 호황에 접어듦에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역사적 저점에 구입한 채권1 수익률을 악화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게 MBS 보유에 따른 Fed의 딜레마다.

미국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심대하다. 패니메와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는 이러한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보증을 받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회사들이 이제는 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그들이 파는 상품의 10%가 넘는 물량을 Fed가 소화해주고 있다.(2014년 3분기 현재 MBS 미결제분은 13조 달러 이상) 정부의 자기거래나 다름없는 손바꿈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적 경제를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