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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 새로운 뉴딜의 원인을 제공했다

Jeffrey D. Sachs 교수의 글을 번역했다. 읽다보니 그냥 번역해나가게 되었는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번역한 게 아까워서 올려두도록 한다.(역자 주)

손쉬운 돈벌이가 신용위기를 불러왔고 가혹한 결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몇 십 년간 경제정책으로 잘 알려져 왔던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By Jeffrey D. Sachs
Thursday, Oct 30, 2008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는 주되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990년대 중반에서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의 손쉬운 돈벌이와 금융 탈규제의 기간 동안 창출해낸 것이다.

규제에 실패한 규제당국이 거들어준 이런 손쉬운 돈벌이 정책은 미국, 그리고 두드러지게 미국의 정책방향을 공유한 다른 나라들에서 전례 없는 주택 거품과 신용거품을 창출하였다. 이 거품은 이제 터지고 경제는 심각한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

위기의 한 복판에 역사적으로 벤치마크할 것들이 없을 정도로 주택가격과 주가가 급등했다. 그린스펀은 두 거품에 불을 땠다. – 1998~2001년의 인터넷 거품과 이어진, 그리고 이제는 터진 주택 거품. 두 사례에서 증가하는 자산 가치로 말미암아 미국 가구들은 그들이 매우 부유해졌다고 생각했고 대출과 – 집, 자동차, 다른 내구재 등에 대한 – 소비를 급속하게 늘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은 부분적으로 신용시장이 탈규제됨에 따라 이러한 무모한 대출에로의 초대장을 받은 가구들에게 대출해주기를 열망했다. 주택가격과 주가의 붐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가구 순자산은 1006~2006년 사이 미화로 18조 달러 가량 늘었다. 이러한 부에 기초한 소비증가는 가구와 대주들로 하여금 거품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으면서 또 다시 주택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주택가격은 2006년에 최고치에 달했고 주식가격은 지난 해 최고치에 달했다. 이 거품의 붕괴와 함께 아마도 10조 달러에 달하는, 또는 15조 달러에 달하는 서류상의 부가 사라질 것이다.

몇 가지 복잡한 일들이 지금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첫째, 가구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그들은 일 년 전보다 훨씬 가난해졌다고 여기고 또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둘째, 베어스턴스와 리만브러더스와 같은 몇몇 높은 레버리지의 기관들이 도산했고, 이것이 부의 더 많은 손실(이 실패한 기관들의 주주와 대주들에게는)과 이 회사들이 한때 공급했던 신용의 더 많은 손실을 초래했다.

셋째, 상업은행들이 또한 이 거래들에서 크게 손실을 입어 큰 자본손실을 입었다. 자본이 줄어들어 또한 그들의 미래 대출도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리만브러더스의 몰락과 보험거인 AIG의 아슬아슬한 위기는 건전한 기업들조차 단기 은행대출을 얻을 수 없거나 단기 기업어음을 팔 수 없게 만들 정도의 금융공황을 자극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하고 재고를 조달하기 위해 단기 신용을 획득할 수 있게끔 충분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다음 도전은 상업은행들이 장기투자에 대출을 할 수 있게끔 은행자본을 축적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그것이 급한 것만큼이나 이번 위기로 인해 촉발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경기침체를 막지 못할 것이다. 주식과 주택시장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가구들은 결과적으로 더 가난해져 그들의 소비를 급격히 줄일 것이고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이 가장 크게 고통 받겠지만 최근의 주택 및 소비 붐을 함께 했던(그리고 이제 터져버린) 영국,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도 고통 받을 것이다. 몇 년전 은행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풀어버린 아이슬란드는 이제 은행들이 그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해외채권자에게 돈을 못 갚게 됨에 따라 국가 부도에 직면해있다.

스페인만 예외적이지만 이 모든 나라들이 명백하게 미국의 ‘자유시장’ 철학과 덜 규제받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철학을 고수해왔다.

앵글로-색슨 스타일의 탈규제 경제가 어떠한 고통을 안겨준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아야 한다. 나는 글로벌 공항이나 또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기미조차조 느껴지질 않는다.

그렇다. 미국은 소득이 줄고 해고가 늘어서 다른 세계에서의 미국으로의 수출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곳은 매우 많은 수출잉여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나머지 세계에 – 특별히 미국 –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현금이 넘치고 주택 거품 붕괴라는 짐을 지고 있지 않다.(주1) 비록 주식가격이 떨어지는 고통을 어느 정도 겪기는 했지만 가구들은 여전히 미국으로 수출 감소를 상쇄할 만큼 내부수요를 늘리고 있다.(주2)

그들은 세금을 내리고 자국내 신용조건을 완화하고 도로, 발전소, 공공주택과 같은 정부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들은 근면하게 버는 한 증가하는 국내소비에서 기인하는 금융불안정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다.

미국은 현재의 피할 수 없는 몇 백만의 고통이 – 내년 해고가 늘어남에 따라 증가할 – 로날드 레이건이 1981년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취했던 경제모델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낮은 세금과 탈규제가 그것이 끝장날 때까지는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주는 소비 향락을 낳았다. 그러나 또한 거대한 소득 불균형, 광범위한 저소득층, 높은 해외차입, 환경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거대한 금융 위기를 낳았다.

새로운 경제전략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본질적으로 일종의 새로운 뉴딜.

Jeffrey D. Sachs는 콜롬비아 대학의 지구 연구소(Earth Institute)의 경제학교수이자 이사로 재직 중이다.

(원문보기)

(주1)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다른데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택가격 하락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역자 주)

(주2) 결국 이 부분이 얼마나 상쇄가 될 것인지가 세계경제의 침체의 주요변수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미국의 왕성한 소비욕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이거니와 또 그러한 과소비로 지구경제가 지탱되어야 하는 것인가가 의문점이다.(역자 주)

도전받고 있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슈타인브뤽씨는 – 독일의 현 재무장관 페르 슈타인브뤽 – 독일의회에서 가진 한 인상적인 발언에서 “검은 9월”이후 더 이상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을 개화시키고” 투기자들을 강력히 단속할 수 있는 총체적인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였다.
In a remarkable outburst at the German parliament, Mr Steinbruck said the world would never be the same after “Black September”. He demanded a sweeping code of regulations to “civilise the financial markets” and clamp down on speculators.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의 수퍼파워적인 위치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파워가 지구상으로 퍼져 나감에 따른 다극의 질서를 예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The US will lose its superpower status i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he said, predicting a new multi-polar order where power is spread across the globe.

프랑스와 독일의 중견 정치인들은 최근 몇 주간 시장 체계에 대한 급격한 조정을 요구했었다. 런던 시티 – 브뤼셀에서는 “카지노”로 알려졌던 – 에 적대적이었던 한 힘 있는 EU의 한 파벌은 이번 위기를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강행시킬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Senior politicians in France and Germany have in recent weeks called for a radical shake-up of the market system. A powerful EU faction that has always been hostile to the City of London – which is known in Brussels as “the casino” – see this crisis as a rare chance to ram through irreversible changes.

“그들은 모든 회사와 동업자들의 자본수준을 규제하고 경영권 취득을 제한하고 자산박탈을 제한하기를 원한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자본주의의 앵글로-색슨 버전을 규제해서 절멸시키고 싶은 것이다.” MEP(Member of the European Parliament:유럽의회 멤버)이자 UKIP(영국독립당:영국의 극우정당)의 경제 대변인인 존 휘대커의 발언이다.
“They want to regulate the capital levels of every firm and partnership, limit takeovers and regulate asset stripping. In short, they want to regulate the Anglo-Saxon version of capitalism out of existence,” said John Whittacker, MEP and UKIP’s economic spokesman.

슈타인브뤽씨는 앵글로-색슨 세계의 단기이익이나 엄청난 보너스에 대한 동기가 수십 년이래 가장 참담한 위기를 낳은 뿌리라고 말했다. “투자은행가들과 뉴욕, 워싱턴, 그리고 런던의 정치가들은 이를 기꺼이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r Steinbruck said the drive for short-term profit and huge bonuses in the Anglo-Saxon world was the root cause of the gravest crisis in decades. “Investment bankers and politicians in New York, Washington and London were not willing to give these up,” he said.

Financial Crisis: US will lose superpower status, claims German minister에서 발췌

현재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탈규제, 월스트리트, 런던시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과도한 경영진 보수 등이다.

금융자본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수 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미국의 금융위기, 이에 따른 전 세계 경제의 출렁거림의 근본원인은 무엇보다도 모기지 대출을 남발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낮았던 대출 금리와 이에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적인 묻지마 대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원인은 금융에 대한 탈규제, 혹은 미 금융당국의 부실한 규제일 것이다.

금융에 대한 탈규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이 달러에 대한 금태환을 일방적으로 포기한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금환본위제 포기에 따른 환율위험 노출과 금융탈규제에 따라 금융시장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 투자은행의 대규모화 및 세계화, 헤지펀드 등 규제를 받지 않은 금융자본의 융성, 기초자산의 증권화 등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전후 얼마동안은 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국제적인 금융기구의 활용방안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미국은 자국의 금융업 팽창 및 이에 따른 시장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기구들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 – 또는 발명 – 했다. 즉 이들 기구들이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따라 – 또는 의도된 무정부성에 따라 – 자금경색에 빠진 국가들에 구제 금융을 빌려준 뒤 자본투자제한 등에 대한 탈규제(특히 금융부문에서)를 강제하고 BIS 비율 준수 등 까다로운 새로운 금융기준을 마련한 뒤 미국 금융자본의 무혈입성을 돕는 역할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하여 멈추지 않는 자본회전을 목표로 삼고 있는 서구의 금융자본에게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미국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국민, 세계 최고 규모의 자본시장, 그와 동시에 유동성위험이나 신용위험이 가장 적은 멋진 곳이 바로 미국이 아닌가 말이다. 문제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높은 이윤창출의 기회가 적고, 탈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금융당국은 세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규제당국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기회는 항상 존재했는데 한때 ‘닷컴’이라는 사명만 가지면 황금주식으로 행세했었던 닷컴버블 붕괴 이후 찾아온 새로운 기회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었다. 이 거대한 시장에 온갖 희한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얽히고설키면서 탄생하였고 여기에 투자은행, 헤지펀드, 모노라인, 기타 수많은 이름도 듣보잡인 투자자들이 참여하였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바로 그 시점에서 그 능력 있는 미국의 금융당국에서는 “어떠한 연방 차원의 공동의 감독(federal coordinated oversight)”도 없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가장 감독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에 규제당국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은 “보이지 않는 손 뒤에 숨어서(Hiding behind the invisible hand)” 라는 멋진 제목의 글에서 그 당시에 없었다는 “공동보조(coordinated effort)”에 대해 실은 그러한 공동보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옳은 방향의 반대의 방향이었다는 점이다. 즉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이 광분할 때쯤인 2003년에 금융시장을 감독하여야 할 정부기관 다섯 군데 중 네 군데의 대표자가 오히려 금융규제의 완화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은 실은 ‘보이는 손’이었던 셈이다.

Wall Street Sign (1-9).jpg
Wall Street Sign (1-9)” by Vlad LazarenkoOwn work.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앞서 언급하였던 뉴욕타임스의 해당기사를 보면 최근에 다시 좀더 강화되고 체계적인 새로운 금융규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민주당 등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제도들은 급변하는 시장의 행동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또한 Fed가 월스트리트에 상업은행에 준하는,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지금 베풀고 있는데 규제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현여부는 불투명하다. 부시와 골드만삭스 CEO 출신의 헬리 폴슨 재무부장관은 여전히 그러한 규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보다 근본적으로 월스트리트는 공화, 민주 양당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부시나 헨리 폴슨, 맥케인은 애초에 생각도 없을 것이고… 오바마? 클린턴? 설마.

항상 그래왔지만 탈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잘못된 규제와 규제 자체를 혼동하게끔 만든다. 잘못된 규제가 경제나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규제 때문에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질대로라면 잘못 위치해 있는 전봇대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전봇대를 다 뽑아야 직성이 풀릴 이들이다. 재밌는 것은 또 이런 친구들이 문제가 되면 그들이 맹신하는 시장의 기능에 경제를 맡겨야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 비슷한 양상이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타일이 너무 새마을 운동 스타일로 구시대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속지 않고 있다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