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주식

서비스 배당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회사는 회사를 분할해 각 지방의 중핵에 본사를 둡니다. 주식회사의 금전 배당은 제로로 하고 서비스 배당권으로 전환합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주주가 일부러 일본에 와 서비스를 받는 것은 교통비만 해도 엄청나므로 자연히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그때 제로이윤으로 고용자 보수를 올려 지역 주민이 주주가 되거나 지역 금융기관에 예금이 모이면 지역 금융기관이 주자가 되면 됩니다. [자본주의의 종말 그 너머의 세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미즈노 가즈오 지음, 김정연 옮김, Take One, 2017년, p104]

얼핏 들으면 웬 세계화, 전산화, 증권화의 대세를 거스르는 환경주의적 마인드의 공산주의자의 몽상인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후 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경제관료를 거쳐 니혼대 교수로 있는 분이 하는 소리니 좀 신선하기는 하다. 주식과 주주라는 근대의 발명품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인 셈인데, 얼핏 드는 생각은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이면 몰라도 기존의 주주들의 금전 배당을 서비스 배당으로 바꾸는 그 혁명적인 과정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거의 무상몰수 무상분배적인 개념?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통한 사회적 통제 확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만약 그러한 연기금의 금전 배당을 서비스 배당으로 바꾼다면 대부분의 연금 수혜자는 미래수익의 상당부분을 포기하여야 할지도 모를 사태가 벌어질 듯 하다.

미국가계의 종류별 자산 패턴이 부의 집중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재밌는 그래프가 있어 소개한다. 1913년부터 2013년까지 100년 동안의 미국의 가계가 보유한 종류별 자산을 국가소득에 대한 배수로 표현한 그래프다. 이 그래프를 보면 가계자산이 국가소득대비 어느 정도 일정한 배수를 유지하다 큰 두 번의 위기에 급격히 축소되었음을 볼 수 있다. 종류별 자산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연금자산의 비중이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추세는 연기금의 발달 및 인구의 노령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부동산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더 크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래프의 출처가 되는 논문에는 또 다른 두 개의 흥미로운 그래프가 있다. 바로 상위 0.01%의 부자와 하위 90% 계층의 종류별 자산과, 이 자산이 전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한 그래프다. 그래프를 보면 들고 있는 자산의 종류 차이가 완연하다. 상위 0.01%는 주식과 고정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위 90%는 연금과 부동산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연금의 비중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반면 주식, 고정자산, 부동산의 변화는 극적이다. 부동산은 당연히 금융위기에 폭락했고 주식과 고정자산은 폭등했다. 폭등의 원인은 Fed 등의 양적완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가들과 평생 저축하는 이들의 자산 보유의 구성은 다르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들고 있는 자산들에게 차별적으로 혜택이 되는 여하한의 정책은 보다 심각한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적 완화가 그러했다. [중략]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은 둘 다 자본의 소유자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자본이다.“ 저소득과 중소득의 미국인들은 주로 확정소득(fixed-income)의 자산에 의존하는 반면 고소득의 개인들은 더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주식이나 보다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Stiglitz: Fed’s Zero-Rate Policy Boosts Inequality]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 물고기 모양의 그래프도 그려진다.

투자은행과 철도

39년 동안 선임 파트너로 회사를 운영한 시드니 와인버그는 헨리 골드만이 골드만 삭스의 사업을 혁신시킨 창의적인 천재였다고 회상했다. 바로 이 골드만이 새로운 사업 형태, 즉 간사(underwriting)업무에 뛰어들어서 회사를 투자은행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이 시기에, 그러니까 1890년대부터 1차대전 때까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투자 은행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당시 미국은 자본을 필요로 했고, 새로운 종류의 투자 은행가들이 그것을 돕기 위해 나타났다. 미국 금융 기관들의 자산은 1900년과 1910년 사이에 90억 불에서 210억 불로 배 이상 늘었다. (중략) 그리고 이들은 가정용품과 철도 산업의 엄청난 사업 확장에 돈을 댔었다. 거의 12억 불에 달하는 새로운 철도 증권들이 1900년과 1902년 사이에 발행되었다. 그러자 헨리 골드만은 철도 주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철도 회사들의 눈에 띄어 당시 가장 유망했던 간사 업무에 뛰어들고 싶었던 것이다.[세계를 움직이는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 리사 엔들리크 지음, 형선호 옮김, 세종서적, 1999년, pp65~66]

이 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국가가 나서서 대규모의 자원동원을 하지 않았던 미국식 자본주의의 특징 때문에 – 국가가 실질적인 대규모 자원동원에 나선 것은 대공황 시절 –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국가가 공급하여야 한다고 알고 있는 ‘공공재’의 상당부분을 민간이 공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국가 이상의 자금조달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세계에서 가장 잘 발달되어 있는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던 – 아직은 런던 다음이지만 –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민간에 의한 철도공급이 두드러졌는데 철도가 사회간접자본이자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엄밀하게 공공재라기보다는 경제재, 즉 상품성이 있는 아이템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공재는 사실 그것의 공익성에 의해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그 이용을 배제할 수 없고 같이 이용한다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 공공재로 간주되는 것이다.(주1) 이 기준으로 보면 철도는 경제재에 가깝다. 즉 수지타산 맞는 장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기업들이 오로지 운영수입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들은 철도주식의 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단기차익을 노릴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골드만 삭스는 위에서 보듯이 그러한 주식상장 등을 돕는, 오늘날로 치면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같은 업무를 시작하면서 투자 은행으로서의 기틀을 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읽기에는 이치에 맞는 모습이지만 그 속은 엄청난 야합과 투기가 판을 쳤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다니엘 드루, 제이 굴드, 코넬리우스 반더빌트 등 당대의 철도거물 들이 이리 철도회사를 둘러싸고 벌인 주식전쟁은 거의 국가변란 수준의 개싸움이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추악한 전쟁의 경험을 통해 미국의 자본시장은 제도를 정비하는 등 세계 최고수준의 자본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마치 삼성의 이재용 때문에 한국의 상속법 제도가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주1) 이러한 의미에서 사실 소프트웨어나 mp3는 가장 완벽한 공공재 중 하나다. 소프트웨어의 복사를 배제하기 어렵고 그것을 복사해서 쓴다고 소프트웨어가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 알다시피 그러한 재화를 경제재로 만들기 위해 기업은 무수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 새로운 뉴딜의 원인을 제공했다

Jeffrey D. Sachs 교수의 글을 번역했다. 읽다보니 그냥 번역해나가게 되었는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번역한 게 아까워서 올려두도록 한다.(역자 주)

손쉬운 돈벌이가 신용위기를 불러왔고 가혹한 결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몇 십 년간 경제정책으로 잘 알려져 왔던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By Jeffrey D. Sachs
Thursday, Oct 30, 2008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는 주되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990년대 중반에서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의 손쉬운 돈벌이와 금융 탈규제의 기간 동안 창출해낸 것이다.

규제에 실패한 규제당국이 거들어준 이런 손쉬운 돈벌이 정책은 미국, 그리고 두드러지게 미국의 정책방향을 공유한 다른 나라들에서 전례 없는 주택 거품과 신용거품을 창출하였다. 이 거품은 이제 터지고 경제는 심각한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

위기의 한 복판에 역사적으로 벤치마크할 것들이 없을 정도로 주택가격과 주가가 급등했다. 그린스펀은 두 거품에 불을 땠다. – 1998~2001년의 인터넷 거품과 이어진, 그리고 이제는 터진 주택 거품. 두 사례에서 증가하는 자산 가치로 말미암아 미국 가구들은 그들이 매우 부유해졌다고 생각했고 대출과 – 집, 자동차, 다른 내구재 등에 대한 – 소비를 급속하게 늘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은 부분적으로 신용시장이 탈규제됨에 따라 이러한 무모한 대출에로의 초대장을 받은 가구들에게 대출해주기를 열망했다. 주택가격과 주가의 붐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가구 순자산은 1006~2006년 사이 미화로 18조 달러 가량 늘었다. 이러한 부에 기초한 소비증가는 가구와 대주들로 하여금 거품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으면서 또 다시 주택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주택가격은 2006년에 최고치에 달했고 주식가격은 지난 해 최고치에 달했다. 이 거품의 붕괴와 함께 아마도 10조 달러에 달하는, 또는 15조 달러에 달하는 서류상의 부가 사라질 것이다.

몇 가지 복잡한 일들이 지금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첫째, 가구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그들은 일 년 전보다 훨씬 가난해졌다고 여기고 또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둘째, 베어스턴스와 리만브러더스와 같은 몇몇 높은 레버리지의 기관들이 도산했고, 이것이 부의 더 많은 손실(이 실패한 기관들의 주주와 대주들에게는)과 이 회사들이 한때 공급했던 신용의 더 많은 손실을 초래했다.

셋째, 상업은행들이 또한 이 거래들에서 크게 손실을 입어 큰 자본손실을 입었다. 자본이 줄어들어 또한 그들의 미래 대출도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리만브러더스의 몰락과 보험거인 AIG의 아슬아슬한 위기는 건전한 기업들조차 단기 은행대출을 얻을 수 없거나 단기 기업어음을 팔 수 없게 만들 정도의 금융공황을 자극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하고 재고를 조달하기 위해 단기 신용을 획득할 수 있게끔 충분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다음 도전은 상업은행들이 장기투자에 대출을 할 수 있게끔 은행자본을 축적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그것이 급한 것만큼이나 이번 위기로 인해 촉발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경기침체를 막지 못할 것이다. 주식과 주택시장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가구들은 결과적으로 더 가난해져 그들의 소비를 급격히 줄일 것이고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이 가장 크게 고통 받겠지만 최근의 주택 및 소비 붐을 함께 했던(그리고 이제 터져버린) 영국,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도 고통 받을 것이다. 몇 년전 은행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풀어버린 아이슬란드는 이제 은행들이 그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해외채권자에게 돈을 못 갚게 됨에 따라 국가 부도에 직면해있다.

스페인만 예외적이지만 이 모든 나라들이 명백하게 미국의 ‘자유시장’ 철학과 덜 규제받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철학을 고수해왔다.

앵글로-색슨 스타일의 탈규제 경제가 어떠한 고통을 안겨준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아야 한다. 나는 글로벌 공항이나 또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기미조차조 느껴지질 않는다.

그렇다. 미국은 소득이 줄고 해고가 늘어서 다른 세계에서의 미국으로의 수출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곳은 매우 많은 수출잉여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나머지 세계에 – 특별히 미국 –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현금이 넘치고 주택 거품 붕괴라는 짐을 지고 있지 않다.(주1) 비록 주식가격이 떨어지는 고통을 어느 정도 겪기는 했지만 가구들은 여전히 미국으로 수출 감소를 상쇄할 만큼 내부수요를 늘리고 있다.(주2)

그들은 세금을 내리고 자국내 신용조건을 완화하고 도로, 발전소, 공공주택과 같은 정부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들은 근면하게 버는 한 증가하는 국내소비에서 기인하는 금융불안정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다.

미국은 현재의 피할 수 없는 몇 백만의 고통이 – 내년 해고가 늘어남에 따라 증가할 – 로날드 레이건이 1981년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취했던 경제모델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낮은 세금과 탈규제가 그것이 끝장날 때까지는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주는 소비 향락을 낳았다. 그러나 또한 거대한 소득 불균형, 광범위한 저소득층, 높은 해외차입, 환경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거대한 금융 위기를 낳았다.

새로운 경제전략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본질적으로 일종의 새로운 뉴딜.

Jeffrey D. Sachs는 콜롬비아 대학의 지구 연구소(Earth Institute)의 경제학교수이자 이사로 재직 중이다.

(원문보기)

(주1)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다른데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택가격 하락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역자 주)

(주2) 결국 이 부분이 얼마나 상쇄가 될 것인지가 세계경제의 침체의 주요변수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미국의 왕성한 소비욕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이거니와 또 그러한 과소비로 지구경제가 지탱되어야 하는 것인가가 의문점이다.(역자 주)

국적성

‘시험이 내일모레’ 라는 표현이나 ‘주식이 반값’ 이라는 표현은 상황이 그만큼 절박할 때 쓰는 과장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두 표현 중에 하나는 당장 현실이 되고 말았다. 주가 2000 시대를 부르짖은 지 1년 만에 반 토막이 되고 말았다. 높은 수익률에 마음이 풍족했던 간접투자펀드 가입자들의 가슴에는 지금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신흥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남한의 주가하락은 두드러진다. 이에 여러 가지 설명이 따라붙는다. 수출주도형 경제시스템이어서 세계 경기침체에 특히 허약해서 그렇다, 리만브라더스가 집권하고 있어서 그렇다, 서구 언론의 한국 때리기가 지나치다, 공포감이 지나쳐서 그렇다… 등등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상당부분 일리 있는 말들이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자본시장 개방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반강제적으로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확대되었고 1998년 8월 마침내 외국인의 유가증권 취득이 완전 자유화되었다. 이후 외국인의 주가비중은 코스피 시장을 예로 보자면 1997년 11.9%에서 2004년 42%까지 확대되었다.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그 영향력은 커졌는데 한때 외국인이 매수 또는 매도했다는 주식에 대해서는 동조세력이 따라붙는 등 줏대 없는 거래행위가 성행하여왔다. 또한 서구의 주가추이와도 동조현상, 소위 커플링 현상도 심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대부분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석하였다.

이번 주식폭락의 – 그리고 환율급등의 – 배경은 외국인들의 투매현상이 한 몫하고 있다. 본국 기업의 디레버리징에 대한 절박한 요구로 말미암아 대외투자를 – 그 중에서도 상당히 신빙성 있게 남한에 대한 투자를 – 매우 빠르게 청산하였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연간 주식 순매도규모는 총 42조6천91억 원으로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최대치”다.

늘 있어왔던 주장은 개방과 자유화는 헤저(hedger)와 리스크 감수자(risk taker)의 풀(pool)을 늘려 시장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린스펀이 파생상품에 대해 그렇게 주장했고,(주1) 노무현이 FTA에 대해 그렇게 주장했고, 이명박이 공기업 민영화 – 아니 선진화 – 에 대해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현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자본시장 개방은 시장의 변동폭을 확대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제 쓴 맛을 봤으니 다시 자본시장을 닫을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우리의 경제 체질도 시장개방에 조율되어 왔다. 그리고 개방에 대한 일방적인 맞대응으로 폐쇄를 고려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개방반대자들 중에서 일부가 꾸준히 요구하였듯이 개방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단은 무한 개방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한미FTA는 재고되어야 하고(주2) 거래비용이 극히 적게 드는 무한자유의 국가간 자본이동은 토빈세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부합한 무엇인가의 장치를 통해 형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자본의 국적성’이다. 세계화 시대에도 여전히 국경은 존재하고 있다.

(주1) 최근 그는 이러한 지나친 낙관이 ‘partially’ 잘못 되었다고 마지못해 인정했다고 한다.

(주2) 노무현씨가 최근 어느 사이트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했다는 소리 듣고 난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이상한 나라의 부동산 시장

국가간 투자제한의 장벽이 ‘금융의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하나둘 제거되어 세계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은 아시아와 유럽의 증시는 매우 안 좋은 방향으로 그 동조화 현상을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홍콩, 상하이, 인디아 등은 21일 하루 동안만 5% 대의 주가가 내린 그야말로 대폭락 장세를 연출하였다. 우리나라는 일본, 호주와 더불어 3%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하락을 기록하였다. 유럽 증시 역시 4%대의 폭락 장세를 연출하였다.

이러한 폭락은 미국경제의 암울한 현실과 그다지 기대할 것이 없는 미래가 눈에 보이듯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경제 분석가들은 미국이 불황(recession)에 빠질 것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는데 이제는 그 불황이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질 것이냐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 어떤 이는 이제 아닌 척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불황에 접어들었음을 고백하는 편이 오히려 시장이 바닥을 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또한 각국의 경제 분석가들은 그동안 미국 증시와 친디아 증시의 디커플링이니 산타랠리니 기술적 반등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애써 전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현상을 외면하려고, 또는 시장참여자들이 외면하게끔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그 노력은 부분적으로 성공하였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아시아 일부국가의 주가는 꿋꿋이 올라가는 모습을 일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전문가도 투자자도 모두 현실을 외면하는 공생관계의 음모에 참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가 ‘약한’ 불황이 아니라 ‘강한’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1년 불황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FRB의 금리인하가 추가대출로 이어져 경기후퇴를 빠져나오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지금은 금리인하가 빠져 나갈 구멍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인하는 금융권의 예대마진만을 늘려주는 꼴만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탈출구가 없는 미국경제는 지금 모기지 금리동결, 세금환급, 추가금리 인하 등 여러 상상을 초월한, 그러나 약발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증시 폭락은 바로 이러한 냉엄한 현실의 반영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불황으로 인해 침체의 늪에 빠져들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발 인플레이션마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현재는 어떠할까.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것 같으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남재건축 시장을 시발로 하여 아파트값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가 경제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나빠 보이지 않을지도 – 물론 집 없는 사람 열 받는 소리지만 –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우리 언론이 무언가 깊은 곳의 모순을 숨기고자 하는 의도로 쓴 위장(!)기사일지도 모른다.

현재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축소판 서브프라임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발적인 가계대출 증가, 유동성 증가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폭등, 미분양 주택의 누적 등이 전적으로 닮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미국의 현재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하여 사들이는 ‘주택 도매상’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다시 등장하였다고도 한다. 최고 40%까지 할인하여 팔리고 있다고 한다.

금융권도 녹록치 않다. 2007년 JP모건의 조사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평균예대율(loan-to-deposit ratio)이 이미 120% 수준을 넘어서 대출 증가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였다. 아시아권 다른 은행들은 평균 50~60% 수준이다. 거기에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빠져 나가는 바람에 현재는 평균예대율이 더욱 증가하였을 것이 빤하다. 최근의 금리폭등은 바로 금융권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성향 역시 그리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2007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조원을 훌쩍 넘어 1인당 사용액 기준으로 세계 5위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34위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국은 빚이라 할 수 있는 카드사용이 마냥 좋은 것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 여전히 가구당 빚은 6천만 원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상당금액은 부동산 구입에 들어갔다. 요컨대 은행은 열심히 빌려줬고 가계는 부지런히 갖다 썼다.

아까도 말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패턴을 보인 나라가 있었다. 바로 미국이다. 또한 현재 부동산 폭락을 경험하고 있는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하여튼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있어서만큼은 참 신비스러운 나라라서 아직까지 이들 나라에서 들려오는 곡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명박 차기정부의 ‘전국의 공사장化’ 선언으로 말미암아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이러한 세계 금융-부동산 시장과 우리의 그것과의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집값이 폭락하기보다는 우선은 적정한 선에서 안정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시장의 경착륙은 오히려 서민들과 노동자들을 더 괴롭힐 뿐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결국 금융권 배만 불린다는 사실을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그들은 경착륙이건 연착륙이건 잇속은 다 챙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현 상황에서의 안정화가 더 나아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오로지 주택 인플레이션으로의 길로만 나아가려는 관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참여자들의 눈에는 세계 부동산의 폭락도 우리나라 금융권의 위험신호도 미분양 주택의 확산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떨어져야 할 부동산 가격은 견고한 호가 유지 속에 부동자세고 오를 곳만 오르는 그런 제스처를 보이고 있고 특히나 경제신문 들은 이에 철저히 호응하고 있다. 솔직히 이해불가다.

이상한 나라의 부동산 시장이고 이상한 나라의 금융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