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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돌파의 대안으로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어쨌든 60~70년대 내내 케인즈는 여전히 논란거리였는데,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보면 약간 구분이 쉬울 것 같다.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의료보험, 퇴직수당, 실업보험, 공공 교육 등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이를 케인즈 좌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복지 국가’가 그 결과물이다. 반면 일부의 경제학자들은 군사에 대한 투자도 재정정책이라고 하면서 군산복합체를 결국 만들어내게 된 국방산업 그리고 고속도로와 같은 SOC 투자를 주장하였다. 이는 결국 국방산업과 건설업에게 상대적 특혜가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케인즈 우파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케인즈 좌파, 케인즈 우파, 그리고 명박파, 우석훈, 프레시안, 2008년 11월 10일]

우석훈씨에 따르면 “고속도로와 같은 SOC 투자”는 케인즈 우파의 재정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현 정부는 케인즈 우파적인 방식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내년 예산중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26.7%나 늘린 24조7000억원으로 배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대안이 아니긴 하다. 중국, 미국 등 주요국가들 역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그들 나름의 뉴딜로 여기고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건설시장의 촉진이 진정 효과가 있는가 여부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크고, 내수 진작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큰 이견이 없다. 또한 사회간접자본은 장기적인 경제개발계획의 밑바탕을 구성하는 요소로 선제적이고도 거시적인 견지에서 접근하여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결국 위기상황에서조차 – 오히려 위기상황임을 핑계로 방기되지만 – 역시 균형개발과 양극화 방지책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74.8%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보다는 ‘중산층과 서민 구제 예산 증액’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민정연은 “이러한 의견은 모든 지역과 직업군에서 75% 안팎으로 고르게 나타났으며, 한나라당 지지층도 SOC 예산(34.9%)보다는 중산층과 서민 구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60.7%)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국민 75% “SOC 확충보다 서민 예산 늘려라”, 데일리중앙, 2008년 12월 5일]

또 다시 우석훈씨의 분류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케인즈 좌파식 해결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배가 아닌 성장노선을 분명히 했던 정당과 대통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정치적 투표성향과 모순되는 재미있는(?)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독특한 한국적 정서의 평등주의가 짙게 배어있는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현재 서민들의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국민정서를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적으로 배려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까 생각되고 나 역시 회의적이다. ‘오해 정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 정권 역시 이전 정권 못지않은 뚝심 정권이다. 다 본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으나 뜻이 왜곡되어 전달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 민심을 오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식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정부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드리고 싶은 충고가 두 가지 정도 있다. 첫째, 민심을 헤아려 전향적인 재분배 정책을 입안하라는 것이다. 재분배는 낭비가 아니라 향후의 지탱가능한 경제를 위한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소비 진작책이다. 둘째, 산업적인 안배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분명히 필요하긴 하되 그것 이상으로 시급한 농업 살리기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스톡이 선진국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이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논리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농업은 더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은 300%가 넘는다고 한다. 사회간접자본의 미비는 비효율을 초래하지만 농업의 자급기반 붕괴는 재앙을 초래한다.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 새로운 뉴딜의 원인을 제공했다

Jeffrey D. Sachs 교수의 글을 번역했다. 읽다보니 그냥 번역해나가게 되었는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번역한 게 아까워서 올려두도록 한다.(역자 주)

손쉬운 돈벌이가 신용위기를 불러왔고 가혹한 결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몇 십 년간 경제정책으로 잘 알려져 왔던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By Jeffrey D. Sachs
Thursday, Oct 30, 2008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그린스펀의 어리석음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는 주되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990년대 중반에서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의 손쉬운 돈벌이와 금융 탈규제의 기간 동안 창출해낸 것이다.

규제에 실패한 규제당국이 거들어준 이런 손쉬운 돈벌이 정책은 미국, 그리고 두드러지게 미국의 정책방향을 공유한 다른 나라들에서 전례 없는 주택 거품과 신용거품을 창출하였다. 이 거품은 이제 터지고 경제는 심각한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

위기의 한 복판에 역사적으로 벤치마크할 것들이 없을 정도로 주택가격과 주가가 급등했다. 그린스펀은 두 거품에 불을 땠다. – 1998~2001년의 인터넷 거품과 이어진, 그리고 이제는 터진 주택 거품. 두 사례에서 증가하는 자산 가치로 말미암아 미국 가구들은 그들이 매우 부유해졌다고 생각했고 대출과 – 집, 자동차, 다른 내구재 등에 대한 – 소비를 급속하게 늘리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금융시장은 부분적으로 신용시장이 탈규제됨에 따라 이러한 무모한 대출에로의 초대장을 받은 가구들에게 대출해주기를 열망했다. 주택가격과 주가의 붐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가구 순자산은 1006~2006년 사이 미화로 18조 달러 가량 늘었다. 이러한 부에 기초한 소비증가는 가구와 대주들로 하여금 거품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불어넣으면서 또 다시 주택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주택가격은 2006년에 최고치에 달했고 주식가격은 지난 해 최고치에 달했다. 이 거품의 붕괴와 함께 아마도 10조 달러에 달하는, 또는 15조 달러에 달하는 서류상의 부가 사라질 것이다.

몇 가지 복잡한 일들이 지금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첫째, 가구들이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그들은 일 년 전보다 훨씬 가난해졌다고 여기고 또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둘째, 베어스턴스와 리만브러더스와 같은 몇몇 높은 레버리지의 기관들이 도산했고, 이것이 부의 더 많은 손실(이 실패한 기관들의 주주와 대주들에게는)과 이 회사들이 한때 공급했던 신용의 더 많은 손실을 초래했다.

셋째, 상업은행들이 또한 이 거래들에서 크게 손실을 입어 큰 자본손실을 입었다. 자본이 줄어들어 또한 그들의 미래 대출도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리만브러더스의 몰락과 보험거인 AIG의 아슬아슬한 위기는 건전한 기업들조차 단기 은행대출을 얻을 수 없거나 단기 기업어음을 팔 수 없게 만들 정도의 금융공황을 자극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기업들이 임금을 지불하고 재고를 조달하기 위해 단기 신용을 획득할 수 있게끔 충분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다음 도전은 상업은행들이 장기투자에 대출을 할 수 있게끔 은행자본을 축적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그것이 급한 것만큼이나 이번 위기로 인해 촉발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경기침체를 막지 못할 것이다. 주식과 주택시장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가구들은 결과적으로 더 가난해져 그들의 소비를 급격히 줄일 것이고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이 가장 크게 고통 받겠지만 최근의 주택 및 소비 붐을 함께 했던(그리고 이제 터져버린) 영국, 아일랜드, 호주, 캐나다,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도 고통 받을 것이다. 몇 년전 은행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풀어버린 아이슬란드는 이제 은행들이 그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해외채권자에게 돈을 못 갚게 됨에 따라 국가 부도에 직면해있다.

스페인만 예외적이지만 이 모든 나라들이 명백하게 미국의 ‘자유시장’ 철학과 덜 규제받는 금융 시스템이라는 철학을 고수해왔다.

앵글로-색슨 스타일의 탈규제 경제가 어떠한 고통을 안겨준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구적 재앙을 초래하지는 않아야 한다. 나는 글로벌 공항이나 또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기미조차조 느껴지질 않는다.

그렇다. 미국은 소득이 줄고 해고가 늘어서 다른 세계에서의 미국으로의 수출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곳은 매우 많은 수출잉여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나머지 세계에 – 특별히 미국 –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현금이 넘치고 주택 거품 붕괴라는 짐을 지고 있지 않다.(주1) 비록 주식가격이 떨어지는 고통을 어느 정도 겪기는 했지만 가구들은 여전히 미국으로 수출 감소를 상쇄할 만큼 내부수요를 늘리고 있다.(주2)

그들은 세금을 내리고 자국내 신용조건을 완화하고 도로, 발전소, 공공주택과 같은 정부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들은 근면하게 버는 한 증가하는 국내소비에서 기인하는 금융불안정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다.

미국은 현재의 피할 수 없는 몇 백만의 고통이 – 내년 해고가 늘어남에 따라 증가할 – 로날드 레이건이 1981년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취했던 경제모델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낮은 세금과 탈규제가 그것이 끝장날 때까지는 좋은 기분을 유지시켜주는 소비 향락을 낳았다. 그러나 또한 거대한 소득 불균형, 광범위한 저소득층, 높은 해외차입, 환경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거대한 금융 위기를 낳았다.

새로운 경제전략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본질적으로 일종의 새로운 뉴딜.

Jeffrey D. Sachs는 콜롬비아 대학의 지구 연구소(Earth Institute)의 경제학교수이자 이사로 재직 중이다.

(원문보기)

(주1)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다른데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택가격 하락이 심한 나라 중 하나다.(역자 주)

(주2) 결국 이 부분이 얼마나 상쇄가 될 것인지가 세계경제의 침체의 주요변수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미국의 왕성한 소비욕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이거니와 또 그러한 과소비로 지구경제가 지탱되어야 하는 것인가가 의문점이다.(역자 주)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관하여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큰 손인 이른바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패니메(연방저당협회 :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미국의 부동산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프라임 시장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또 다시 미국정부는 두 기관을 국유화 내지는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기로 했다.(관련기사)(주1)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어떤 회사인가? 이들은 주택과 관련된 대출을 일으키거나 보증을 설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주식회사다. 패니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38년 설립한 정부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그뒤 30년간 미국의 2차 모기지 시장에서의 독점기관이었다. 1968년 베트남전의 전비 등으로 예산압박을 받은 정부는 패니메를 민영화시키고 상장하였다. 1970년 패니메와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프레디맥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2차 시장에서 모기지를 사서 이른바 모기지를 채권으로 하는 증권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상품을 기획하여 공개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부동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시장의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회사인데 그렇게 강자로 행세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들이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기관은 마치 사기업인 것처럼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누구나 이들 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암묵적인 보증을 서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두 기관은 싼 비용의 자금 차입을 통해 차입 비중을 높일 수 있다.

Financial Times 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번에 나역시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버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기만적인 것이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회주의 정부라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 이는 사회적 목적(주택소유자들의 자금조달, 월스트리트의 나의 친구들을 돕기)의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세금(또는 공공지출의 삭감)이 있을 것이다.

There are many forms of socialism. The version practiced in the US is the most deceitful one I know. An honest, courageous socialist government would say: this is a worthwhile social purpose (financing home ownership, helping my friends on Wall Street); therefore I am going to subsidize it; and here are the additional taxes (or cuts in other public spending) to finance it.[Time for comrade Paulson to pull the plug on the Fannie and Freddie charade, FT.com, 2008.7.12]

한편으로 극우적 음모론자의 냄새가 풍기기도 하는 이 기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정부보증회사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에 대한 우파들의 전형적이고 신랄한 공격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은 “Ideology and GSEs”라는 글에서 이번 사태가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당신이 여기서 알 필요가 있는 사실은 우익들이 – WSJ 사설, 헤리티지 등 – 패니와 프레디를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패니가 주택시장에서의 핼리버튼인가?(주2) 꼭 그렇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정부보증회사의 투자의 일면적 특성은 거대한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정부보증회사의 현실상의 특권남용은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What you need to know here is that the right – the WSJ editorial page, Heritage, etc. – hates, hates, hates Fannie and Freddie. [중략] But is Fannie the Halliburton of the housing market? Not quite. In principle, the one-sided nature of the GSE’s bets could have produced enormous moral hazard, but in practice the GSE’s actual abuse of privilege seems to have been limited.[Ideology and the GSEs, Paul Krugman, 2008.7.14]

폴 크루그먼은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긍정하는 편이고 이들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특권남용이 제한적“이었던 같다(seems)”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Doug Henwood 의 책을 살펴볼 것 같으면 그들의 특권남용이 꼭 제한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적 지위를 계속 보장받기 위해 통상적인 로비 활동을 아주 특별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1996년에 파니 메이는 전 회장이 클린턴 후보 진영의 예산팀을 지휘하게 되자, 자금에 쪼들리는 봅 돌 공화당 후보 진영에 홍보 전문가를 자원봉사자 방식으로 파견했다. 파니 메이의 로비스트 명단에는 민주, 공화 양당의 전직 상원의원, 하원의원, 백악관 관리들이 두루 포함돼 있고, 선거자금 기부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 기관은 또 두둑한 자문 계약료의 유혹을 앞세워 학자들과도 교분을 맺는다. 이는 연준과 세계은행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가능해진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저금리 혜택 가운데 3분의 2는 차입자들에게 전가되며, 나머지 3분의 1은 이들 기관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Doug Henwood, 이주명 옮김, 사계절, 156p)

결국 이들 기관들의 독특한 지위와 일반기업 못지않은 적극적 로비를 통한 저금리가 어쨌든 차입자 들에게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또 그 상당부분이 주주와 경영자들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은 폴 크루그먼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비록 극우들은 사회주의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특혜적인 저금리는 완전한 공공기관도 아닌 민영화된 정부보증회사라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장의 비효율,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어 결국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때의 사태보다 더 커다란 규모의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처지에 몰리기까지 위험이 감추어져졌다는 개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두고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socialism for the rich)”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나는 “부자들을 위한 관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즉 어쩌면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공공적일지도 모르며, 우리는 그러한 기관들이 취해온 행태를 사회주의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 라기보다는 그 기관의 존재의의를 위한 임무수행보다는 내부조직의 온존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지는 관료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그 한 사례가 최근 이른바 공모PF사업에서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사업신청자가 자신들에게 지불할 땅값에 가장 큰 평가비중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이 땅장사를 한 것이다. 그 피해자는 물론 향후 그 개발단지의 입주자다.

(주1) 그동안 헤지펀드가 이러한 공매도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록 두 기관의 주식거래에 국한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실로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2)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딕체니 정부하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정부보증회사나 다름없는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이자 군사기업 핼리버튼의 현재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핼리버튼이 정부보증회사라는 사실은 WSJ도, 헤리티지도,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