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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변호사의 BBK해명을 읽고 드는 생각

국내 변호사 중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높은 변호사가 아닐까 생각되는 고승덕 변호사께서 한나라당의 흑기사로 나서셨다. 평소의 깔끔한 이미지와 명석한 두뇌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를 살려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 변호사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고승덕 변호사가 말하는 BBK의 실체”라는 글을 통해 BBK 사건은 김경준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에다 주식전문가로도 소문나 있으니 그의 발언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설명 중에 의아한 부분도 있다.

“LKe는 자기 사업(인터넷 기반 자산관리)을 한 사실 없다. 원래 LKe는 BBK의 펀드투자자이었다. 김경준이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여 대기성 자본금을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김경준 씨가 LKe, 즉 이 후보에게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래서 이 후보의 LKe와 다스는 MAF펀드(Millenium Arbitrage Fund)에 투자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MAF펀드는 (해장국 집 이름이 아니고) 역외펀드(off-shore)펀드다. 역외펀드에 대한 네이버의 정의를 살펴보자.

“기업 또는 금융회사의 유가증권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거나, 엄격한 규제가 없는 지역에 설립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의 일부 기업들이 유가증권 매매에 따른 세금이나 각종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조세회피지역 등 제3국에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더욱이 투자자금의 10배까지 무보증 차입이 가능해 증식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해외자금 유치에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코스닥 등록기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역외펀드를 세워 이를 주가조작과 허위 외자유치 등 불공정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사회·경제 문제로까지 불거지기도 했다.(하략)”

MAF펀드는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등에 설립된 헤지펀드다. 외환은행을 부정한 방법으로 매입하여 분탕질을 했던 론스타와 같은 성격이다. 그렇다면 펀드 이름에도 들어있는 ‘아비트리지’는 또 뭘까? 네이버의 설명이다.

“동일한 채권이 지역에 따라 수익률이나 가격이 다를 경우, 이들 채권을 매매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19세기 투기적인 주식매매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므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한 거래를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라고 하는데, 선물시장에서 선물가격과 현물가격과의 차이를 이용한 무위험 수익거래 기법을 의미한다.(하략)”

“19세기 투기적인 주식매매”에서 시작된 고위험 투자기법이다. “무위험 수익거래 기법”이라는 표현에 현혹될 필요 없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이론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진정한 무위험이라면 특정통화의 환매도에 계약을 체결하였으면 반대로 그 통화의 환매수에도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위험이 없는 것이다.(의미없는 거래지만) 그러나 차익거래는 서로 다른 시장에서의 통화의 가치나 서로 다른 국가의 금리가 장기적으로 수렴한다는 전제 하에 양 쪽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양 쪽이 예상과 달리 발산해버리면 고스란히 손실을 입는 구조다.

이렇게 차익거래를 통해 투자금을 말아먹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Long Term Capital Management 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의 천재 소리를 듣던 LTCM의 펀드매니저들은 환투기, 금리투기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펀드를 운용해 기적같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수익률의 비결은 높은 차입비율, 즉 리버리지 효과였다. 그리고는 세계경제가 흔들리자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입고 파산하였다.(헤지펀드의 차익거래 행태에 관한 다른 글)

결국 MAF펀드는 사실상 정당하게 내야 할 세금도 내지 않으려고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수익창출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초절정 위험 수익거래”를 위한 헤지펀드의 성격이 강한 역외펀드인 정황이 짙다. 주식투자의 고수이신 고승덕 변호사가 이런 사실을 모르실리 없으실텐데 김경준 씨가 “무위험 안정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었다는 LKe의 주장을 왜 믿으시는지 잘 모르겠다. LKe는 정말 김경준 씨가 회사의 대기성 자금을 안전자산에만 투입하리라 생각하였던 것일까?

결국 현재 요점은 LKe가 고수익을 노리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를 했건 아니면 정말 무위험 상품인줄 알고 투자를 했건 간에 그 MAF펀드로 주가조작과 공금횡령을 한 김경준 씨와 BBK의 배후에 이 후보가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내일 쯤 에리카김 여사께서 이면계약서를 공개한다하니 내용과 진위여부가 자못 궁금하다.

다만 여전히 찜찜한 것은 왜 LKe는 자기 사업은 할 생각도 안하고 막대한 대기성 자금을 역외펀드에 집어넣었고 다스는 왜 동생도 모르게 훨씬 더 막대한 돈을 집어넣었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최근 이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그러나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펀드화돼서 투기를 한다.”

라고까지 말씀하셨는데 그때의 마음은 지금과 사뭇 달랐단 말인가? 아니면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