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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것이 공화당원이 얼마나 자유시장에 대해 진지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처음에는 부분 발췌해서 별도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전문을 번역하게 됐다. 美공화당 내 정책을 연구하는 모임에서 저작권 제도가 시장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내용을 생산했는데, 이해관계자들의 로비로 이런 시도가 저지되었다는 블룸버그 기사다. 현재의 저작권 제도가 기업 친화적인 것이지 시장 친화적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심지어 진보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시장주의자들에 의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번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저작권 제도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실례였다. 과연 이 제도는 언제까지 기득권 보호에 충실할 것인가? 어느 시점에서 자체 모순에 의해 내파될 것인가?

금요일 의회의 공화당원들을 위한 정책 산실 중 하나인 공화당학습위원회(the Republican Study Committee)는 어떻게 저작권법을 고칠 것인지에 대한 메모를 발행했다. 토요일 오후 그 그룹의 이사가 그 메모를 보류했는데, 이는 명백하게 그 주제에 관해 “모든 사실과 관점을 손 안에 놓고” 접근하는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이해관계자 그룹이 머리끝까지 화가 나있다는 사실을 진술하는 워싱턴의 방식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Ars Technica의 보도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 – 헐리우드와 레코드회사 – 의 로비스트들이 그 그룹이 메모를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사실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당신은 여전히 그 메모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메모는 저작권 개혁주창자들이 지난 몇 년간 해오던 이야기를 나열하고 있다. 저작권 보호는 이제 작가의 사후 70년까지로 연장되었다. 특정 기업에게 있어서는 발간 후 95년이다. 이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법률들과 함께,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그 톤이다. 그 메모의 작성자 데렉 칸나(Derek Khanna)는 부끄럽지 않은 자유 시장주의자처럼 썼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관점에 집중했다. : 기업을 돕는 법은 간혹 시장에 해를 입힌다. 그 메모에서 나온 말이다.

오늘날 저작권법의 법적인 제도는 많은 이들의 눈에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기업의 안녕을 위한 한 형태로 보인다. 그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시스템이고, 패자들은 새로운 부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새로운 산업들이다. 우리는 솔직히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혁신을 저해하는지에 대해 많은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닌데, 이는 우리가 현재의 시스템의 결과로 어떤 것들이 생산되지 못 하게 되었는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강조는 원글)

근본적인 사실. 워싱턴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산업을 위해 로비하는 이는 아직 없다. 그리고 칸나와 공화당학습위원회는 그 틈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들은 한걸음 물러섰다. 더 많은 사실과 관점들을 모으기 위해. 이런 사실이 있다. : 비즈니스 친화적인 것과 시장 친화적인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는 자유시장의 한 가운데서 닳고 닳은 곳이 아니라 피둥피둥 살찐 독점체제의 꼭대기에 혼자 앉아 있는 곳이다. 당신의 지역 케이블 공급업자에게 물어보라. 비즈니스가 더 커지면 더 나은, 더 싼 것들이 뒤 이을 기업들과 산업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가진 것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법에 적어 넣는 것이다.

진짜 경쟁이 있는 진짜 시장은 신입들에게 가장 이롭다. 소기업들과 신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일단 창초하면 그들 역시 그걸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몰려간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로비 행동이 워싱턴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라. 칸나는 연장된 저작권 보호를 그의 표현으로 지대추구행위로 간주하였다. “전체 경제에서의 경제적 생산성과 잠재력을 빨아들이는 비생산적 행동이다.” 헐리우드와 레코드 산업에게 진실인 것은 여하한의 기존 산업에게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블룸버그뷰의 정기적인 기고가인 루이지 진게일스(Luigi Zingales)는 더 큰 회사들은 세금항목의 특별한 면제를 위해 로비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세금항목을 복잡하게 만들어 세법 변호사들에게 돈을 지불할 수도 없고 워싱턴에 빽도 없는 더 작은 회사들을 힘들게 한다. 진게일스는 단순한 제도와 단순한 세금을 선호하는데, 이를 통해 로비스트들이 장난질치기가 어려워지고 민주주의가 이해하기 더 쉽게 때문이다. 그는 이것이 초당적인 문제라고 보았다. 좌파는 더 많은 규제를 하는 경향이 있고, 우파는 시장 친화적이라기보다는 기업 친화적이다.

칸나가 나아가려했던 방향은 – 기존 기업들의 비용 하에 개방되고 경쟁적인 시장의 방어 – 어떠한 당도 주장하지 않는 여전히 넓게 개방된 공간이다. 이번 여름, 이그재미너(the Examiner)의 티모시 카니(Timothy Carney)나 내셔널리뷰의 유발 레빈(Yuval Levin)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롬니가 기업이 아닌 시장을 보호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비록 그의 시대에 그만의 기존 시장을 훼방 놓았을지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몇몇 기업활동을 하는 공화당원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 2016년에는 데렉 칸나를! 그는 젊다. 아마도 부통령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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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내가 만들어낸 문구. “자본가는 자본주의자가 아니다.

‘정부 트리클다운(trickle-down government)’의 한 사례

패니메이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자 패니메이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패니메이는 ‘장기적 주주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을 찾아달라고 씨티그룹에 의뢰했다. 2005년 7월, 씨티그룹 연구팀은 패니메이 시가총액의 50퍼센트는 ‘정부가 보증하는 기업’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 있어서 생긴 것이므로 패니메이가 민영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지음, 윤태경/이종호 옮김, 자음과모음, 2011년, pp283~284]

롬니가 어제 오바마와의 첫 TV토론에서 ‘정부 트리클다운(trickle-down government)’이라는 재밌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는데 – 그럼 여태껏 시장주의자들이 주창하던 “시장에 의한 트리클다운”은 별무소용임을 인정하는 것? – 그런 적절한 예가 하나 있다면 이 정부보증기관들일 것이다.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주주는 2배나 더 높은 주가를 향유할 수 있었고,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보증으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이익은 GSEs의 경영진, 그들의 로비대상인 의원들, 로비스트들, 로비스트가 이용하는 슈퍼마켓 등으로 조금씩 찔끔찔끔 트리클다운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

“대마불사” 상황을 끝내고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한다 : 롬니-라이언 계획은 이 정부보증기관들을 개혁함으로써 “대마불사”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 납세자들이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인수한 이후, 이 과정에 1400억 달러를 쓴, 지난 4년 동안은 개혁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단순히 개혁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롬니-라이언 행정부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개혁하고 우리나라의 주택금융 개혁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추가적인 위험으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할 것이다.
End “Too-Big-To-Fail” And Reform Fannie Mae And Freddie Mac: The Romney-Ryan plan will completely end “too-big-to-fail” by reforming the GSEs. The four years since taxpayers took over Fannie Mae and Freddie Mac, spending $140 billion in the process, is too long to wait for reform. Rather than just talk about reform, a Romney-Ryan Administration will protect taxpayers from additional risk in the future by reforming Fannie Mae and Freddie Mac and provide a long-term, sustainable solution for the future of housing finance reform in our country.[밋 롬니의 공약집 중에서]

밋 롬니가 자신의 공약 중에서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예민한 부분인 “모기지 거인”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표현처럼 이 공약은 거의 개그 수준의 헛소리다. “정부보증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롬니와 라이언의 계획은 … 개혁하는 것이다(As for Romney and Ryan’s plan to reform the GSEs, the plan is to … reform them)” 수준의 동어반복 개그일 뿐이기 때문이다.

롬니가 이런 저질 코미디를 구사하는 이유는 사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약집에도 인용해놓았지만 정책결정자는 이 기관들에 대해 그동안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왜냐?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까. 현재 MBS 시장의 절대적 비중을 소화하고 있는 이 기관을 “개혁”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민영화밖에 없을 것인데 이 거인들을 소화할 기업도 없고, 민영화될 경우 조달 금리는 치솟아 경쟁력을 상실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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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시장에서의 GSEs의 비중(출처)
 

실질적으로 이 “모기지 거인”들은 이제 미국이라는 유기체와 한 몸이 된 체제의 근간이다. 미국이 달러를 이토록 열심히 찍어내도 갈길 없는 투자자들이 ‘미국은 돈을 갚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미재무부 채권을 사듯이, ‘모기지 거인의 빚도 미국 정부가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채권을 사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롬니처럼 “대마”도 죽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당시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미국이 “기만적인 사회주의” 국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등의 기만적인 정부 행태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해있을 때라 이러한 비난은 다분히 정략적인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는 시장의 근저에는 너무나 잘 보이는 손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어쩌면 진정한 개혁은 이들 기관을 실질적이고 영구적으로 국가에서 소유하고 그 운용이 親자본적이기보다는 親납세자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랄 수 있다. 납세자들이 실질적인 주주이므로 이들 기관은 실질적인 ‘납세자 협동조합’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국유화’라는 단어에 생득적으로 질색하는 미국인이 받아들여야 할 진실은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덩치 큰 유동성 공급 기업이 국유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당이 내부모순에 직면해 있다는 美공화당의 한 인사의 글

저명한 투자자이자 블로거인 배리 리트홀츠가 최근 美의회의 공화당 고위직으로부터 받은 개인적인 이메일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는 이게 공화당의 소수의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메일이 공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발신자의 허락 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루이스는 오바마가 월스트리트에 얼마나 잘 해줬는지를 (그리고 그는 실제로는 가이트너를 의미했지만) 아무도 깨닫고 있지 못하다는 내용의 글을 하나 냈다. [중략] 공화당원들은 어쨌든 양적완화에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이 거센 항의가 상황을 더 낫게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재밌는 부분은 롬니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을 원할까 하는 점이다. 분명히 그는 Fed가 긴축을 통해 그의 회복시도를 억압하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중략] 오늘 몇몇 기사는 월스트리트가 어떻게 수도꼭지를 끄기를 원하는 어떤 후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FT는 몇 주 전에 한 칼럼에서 월스트리트는 공화당의 승리를 바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호니그1 가 더욱 영향력이 세질 “은행을 파산시키기”와 같은 타입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맑스는 틀렸다. : 자본주의는 내부 모순의 무게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GOP Sours on Romney]

지난 번 글에서 美대선이 이념전 양상을 띠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초록이 동색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바 있지만, 이 이메일을 보낸 인물은 현재의 오바마가 롬니보다 더 월스트리트의 구미에 – 그리고 아마도 공화당의 구미에 – 맞는 인물이라 여기고 있는 듯 하다.

한편, 발신자는 – 이메일의 다른 내용에도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 롬니를 현재로서는 일종의 경제이념의 성전(聖戰)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있는 이데올로그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결국 대통령이 되어서는 그조차도 포기할 메시지를 전파하는 이데올로그 말이다.

이렇게 공화당조차 감당하지 못할 강경책이 채택된 이유는 롬니가 폴 라이언이라는 “똑똑한 사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이유가 첫째겠지만, 그의 선택은 티파티 등 당내 이념적 순혈주의자들의 득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당을 망칠 “공화당의 내부모순”.

재정건전성은 그 자체로 당연한 이야기다. 전체 경제 시스템과 절연된 채 하얀 도화지 위에서 시작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허다한 非시장 혹은 非자본주의적인 조치로 중독된 자본주의에 수혈을 중단한다고 순수한 피가 솟아날지는 의문이다.

미국 대선은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이념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일까?

부진한 경제성장과 우리의 치명적인 부채부담은 망가진 연방정부의 결과다. 워싱턴은 우리의 천부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고, 모든 이 – 특별히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 기회를 증진시키는 것 등의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 당은 수 년 동안 지탱할 수 없는 수준까지 지출을 늘림으로써 정부를 그 핵심적인 기능이상으로 밀어붙였다. 연속되는 불완전한 미봉책은 미국이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세대로 접어드는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다. 확실하게 부채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이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Republicans must return to free-market principles]

밋 롬니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일약 공화당의 새로운 젊은 피로 떠오른 폴 라이언이 부통령으로 지명받기 전인 7월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인용문도 그렇지만 글 전체의 논지가 깔끔하고 선명한 색깔을 띠고 있어 4년 전의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공화당이 바라던 지식인상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될 정도다.

이러한 이미지에 부합하기라도 하듯 폴 라이언은 부통령으로 지명되자마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인 랜드 등 대표적인 보수주의 사상가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미국 대선을 난데없는 이념투쟁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베인 캐피탈의 은행가로서의 길을 걸었던 롬니와 보수주의의 십자군과 같은 캐릭터 폴 라이언이라는 재밌는(?)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폴 라이언은 지난 기간 양당 모두가 정부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오바마의 과도한 정부지출이 부시의 해법의 연장선에 있다는 현실인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그 비판은 그의 정신적 지주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정부의 존재에 대해 가장 호전적인 우익이라 할 수 있는 리버타리안적 성향이기에 가진 시각일 것이다.

그의 이러한 호전적이고 학구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채택된 것인지, 아니면 밋 롬니가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롬니 캠프는 폴 라이언이 “구조적 개혁”이라 부를만한 놀랄만한 공약을 발표했다. 바로 ‘금본위제로의 복귀’와 ‘연방준비제도의 회계감사’다. 가장 강한 수준의 재정적 견실주의적(fiscal prudence) 조치라 할 것이다.

재정적 견실주의는 굳이 하이에크까지 바다 건너가지 않더라도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던 경제적 신조다. 물론 이러한 신조는 거의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웠고 실제로는 오히려 공화당 치하에서 군비지출 등 재정지출이 더 증가한 정황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장 최근 금본위제 복귀를 검토한 것도 레이건 정부였고, 이번이 그 리바이벌이다.


출처 : whittier.edu
 

우선 금본위제는 여러모로 한심한 공약이다. 닉슨이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둘째 치고, 스스로 가장 강력한 화폐인 美달러의 통화량을 제어할 수단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각국이 통화주권을 포기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최근의 경험도 무시한 발상이다.

Fed를 회계감사 하겠다는 것도 비슷한 발상이다. 여태 Fed가 저지른 짓을 보면 사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들의 재무제표를 뒤집어 까고 싶을 것이다. 거기에다 정부의 경제적 개입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리버타리언적 입장에서는 Fed는 “또 다른 재무부”이기에 감사를 통해 금융견실주의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근본주의적 원리를 관철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사실 이런 시장근본주의적 조치는 시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오바마가 포드와 같은 자동차업체를 구제한 것을 비난하지만 시장은 좋아했다. 자본가는 사실 자본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Fed가 돈을 풀지 않으면 자본가들의 먹거리도 줄어든다. 그래서 전 세계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롬니의 지지율보다 22% 더 높다.

이데올로기로써의 재정적 견실주의는 그러한 견실주의가 경제를 망친다는 케인즈의 발상에 확실한 대척점을 긋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부의 역할을 극단적인 야경국가로 한정하고 있는 티파티와 같은 극우주의 정치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 공화당 경제노선의 선명성은 십자군적 캐릭터 폴 라이언이 나섬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유명한 경제평론가 배리 리트홀츠는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지 경제 로드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각 시기의 대통령은 대개 경제순환주기의 큰 흐름에 발을 걸쳤을 뿐이라는, 이번에는 증세와 같은 재정확대밖에는 해답이 없다는 냉소적 진단이다. 어떠한 “혁명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난 그의 입장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