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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논 값이 5만 원이었는데 25만 원이 됐어.”

“우리 논 값이 5만 원이었는데 25만 원이 됐어. 나 이제껏 그렇게 농사지어도 이번만한 돈, 못 벌어 봤어. 나 환경이니 동네 피해니 그딴 거는 모르고 일단 내 땅값이 오르니까 찬성이여 찬성!” 이포보를 찾아오신 한 주민의 이야기다. 이분께 멸종위기종의 문제를 얘기하며 4대강사업을 하지 말자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애써 지켜온 농민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농민들이 개발붐을 타고 땅값이 오르는 것을 보며 4대강사업을 찬성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탓이기도 하다.[여주 사람들은 4대강사업에 왜 찬성하나요?, 정나래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 간사, 함께 사는 길 2010.9]

예전 아프리카의 코끼리를 지키려는 서구의 과학자들이 겪는 고초에 관한 에피소드를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코끼리가 자못 거칠어서 농부들의 밭을 망치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에게 그는 당연히 없애야할 동물이다. 하지만 과학자는 종의 보호를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고 강변한다. 이 다큐에서 대립구도는 거시적인 안목을 지닌 서구 과학자와 이기적 사고를 하는 마을주민으로 형성된다.

내 땅의 가격이 올랐으니 4대강 찬성이라는 저 분의 에피소드도 얼핏 그런 구도로 형성될 소지가 있다. 글쓴이가 재빨리 이 구도를 희석시키며 “우리 모두의 탓”으로 돌리셨기에 4대강을 찬성하는 농민이 코끼리를 싫어하는 농민 신세가 되는 것은 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글쓴이가 저 증언을 끄집어낸 것은 결국 공동체의 보호가 개별인자의 이기심 때문에 균열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으리라.

4대강 뿐만 아니라 허다한 개발 사업에서 공동체의 목표와 개인적 이해 간의 괴리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것 때문에 중앙과 지방, 현지인과 외부인, 그리고 현지인들끼리도 의견이 갈리고 반목한다. 대부분은 힘센 자의 논리에 따르게 된다. 힘없는 자들은 대개 그 사업의 지분이 작게 파편화되어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또한 그들의 가치는 역시 파편화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다.

힘센 자는 자신의 논리에 수긍하는 자들에게 반대급부를 안겨준다. 지금 세상은 땅이라는 자원에 대한 소유권을 화폐라는 대응물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그 많고 적음이 기준이지 그 방식에 대해선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다. 이른바 지배 이데올로기다. 저항하는 자가 그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반대급부를 찾아줘야 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가치이기에 설득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저항하는 자는 박노자 씨의 주장처럼 “자본주의는 동시에 피착취자 들의 순치과정이기도 하는 것”이기에 피착취자 역시 착취자의 세계관에 동의할 수 있다는 – 또는 적극적으로 옹호 – 사실을 유념하여야 한다. 아니 자본주의를 넘어서 아직 전(前)자본주의 형태일 아프리카의 농민에서 보듯이 여태 세상은 늘 그래왔으니 그걸 뛰어넘을 기획을 선보여야 한다. 서구 과학자처럼 오만한 도덕주의자로 비쳐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국가재정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알아도 별 관심 없었던 몇 가지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의 재정통제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4년부터 ‘대한민국 재정’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대한민국 재정은 이력추적이 가능하도록 분야별 예산현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한 최초의 ‘확정예산 분석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읽던 중 흥미로운 사항을 발췌하여 보았다. 참고하시길.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재정수지로서, 재정건전성을 보다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성기금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재정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통합재정수지의 흑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보험료 수입은 누적됨으로써 큰 폭의 흑자가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p29]

즉, 통합재정수지의 적자규모는 2.0조원(GDP대비 0.2%)에 불과하지만 관리대상수지는 30.1조원 적자, GDP대비로는 2.7%에 달한다. 참여정부 이래 국민연금의 재정악화가 우려된다며 지속적으로 그 틀을 바꾸려 하고 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와 같이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여 오히려 재정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는 2002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증가속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7~2010년 중 24.9% 상승하였으며, 이러한 증가속도는 G-20국가들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향후 세수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복지지출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009년 유례없는 대규모 추경으로 큰 폭의 적자국채를 발행함에 따라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pp 39~40]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는 2010년 현재 36.1%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상승속도인데 인용한 바와 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어쨌든 국가채무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사실에 그리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향후 경직성 예산의 증가, 통일비용 등을 감안할 때에는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2010년도 SOC관련 예산 중 도로, 철도, 해운, 항만 분야의 경우 전년에 비해 예산이 감소하여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수자원, 물류 등 기타, 지역 및 도시, 산업단지의 2010년도 예산은 계속적인 투자 필요성으로 인해 오히려 증액 편성되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의 하천정비관련 사업이 속한 수자원 분야의 예산은 전년대비 2조2,642억원이 증액된 5조 1,076억원이 편성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를 보였다.[p 94]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2009년 10월 2일 정부는 2010년도 국가하천정비 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 포함)예산안을 구체적인 사업내역 없이 포괄적으로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가하천정비 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 포함)의 포괄적인 예산안 편성의 적정예산에 대한 검토를 어렵게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중략] 수자원공사는 2008년 현재 부채비율 28.3%로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 관련 금융비용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에는 부채비율이 138.5%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pp 133~134]

문제는 이러한 사업이 단순히 재정을 통해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자원공사라는 국가기업까지 함께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국가가 공기업을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 — 처음에 구체적인 사업내역도 없이 제출한 예산안은 결국 사후에 국토해양부에 의해 일부 구체적 내역이 보완되었다 한다 — 에 끌어들이려는 유혹은 상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칫 그러한 시도는 공기업의 부실로 이어진다.

2009년 정부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SOC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게 되자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SOC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정부는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14.8)가 서비스업(12.6)에 비해 커 SOC에 대한 투자는 고용효과가 크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SOC는 주로 토목사업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토목 및 특수건설(14.1)의 고용유발계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서비스업 중 교육서비스(20.4)나 사회복지사업(29.3)의 경우 건설업에 비해 고용효과가 더 크다고 논의된 바 있다.[p 141]

적절한 지적이다. 고용유발효과를 빌미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는 이전에도 무수히 있어왔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건설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수치상의 GDP 수치만 올리려는 시도인 동시에 산업구조의 후진성만을 반복할 뿐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사실 여부마저 분명치 않은 것이다.

건강보험은 정부가 운영하는 8종의 사회보험 중 가장 지출규모가 크고 재정지원액수가 많지만, 현행 재정제도에서는 국회가 건강보험에 대한 예산, 결산 심사를 할 수 없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수입과 지출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하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체회계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타 사회보험 재정이 기금으로 운용되면서, 통합재정에 포함되고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은 여타 사회보험에 비해 재정당국과 국회의 통제가 미약하므로 적자발생 등의 재정건전성 악화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p 185]

건강보험이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매우 놀랍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상황은 그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2010년 하수도사업 예산안이 지역별 실제 하수도 보급현황을 반영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하수도사업 중 국가시책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살리기사업’의 직접연계사업인 하수처리확충사업, 하수관거정비사업, 댐상류하수도시설설치사업, 농어촌마을하수도정비사업, 면단위하수처리장설치사업에 대한 국고지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전체 하수도사업비의 88.7%를 차지하는 이들 5개 직접연계사업에 대한 국고지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대상지역에 집중 투자될 계획이었던 바, 이로 인하여 4대강 살리기사업 대상권역에 위치한 대구, 광주, 대전 등의 하수도사업 국고지원은 전년 대비 대폭 증액이 예정되고, 반대로 4대강 살리기사업의 영향을 적게 받는 제주와 전북 등의 지역에 있어서는 감액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었다.[p 214]

결국 일부 예산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가 얼마나 4대강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경찰청 소관 일반회계의 불법집회시위 홍보체계 구축사업은 시위 장면에 대한 촬영, 편집 장비를 도입하여 불법집회시위상황을 촬영, 경찰청 홈페이지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매체에 게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집회시위에 대한 실상을 홍보하려는 것으로 2010년도 예산안에 신규로 8억 7,360만원이 편성되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5억 8,240만원이 삭감된 2억 9,120만원으로 확정되었다.

참 할말이 없다.
한편, 최근 5년간 재해 원인별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가장 큰 피해의 원인이 되는 것은 호우로 인한 것인데, 정부는 호우로 인한 피해예방을 위하여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의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중 소하천의 총연장이 35,815km로 가장 길고, 정비율은 38.9%로 가장 저조하다. [중략] 총 하천 피해액 1조 8,052억원 중 소하천에서 발생한 피해액이 7,937억원으로 4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하천정비 예산의 하천등급별 투입규모를 살펴보면, 소하천에 대한 예산투자는 전체 하천정비 예산의 5.8%에 불과하다.[pp 256~257]

일전의 공중파 방송에서도 한번 지적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로 4대강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 ‘홍수대비’가 허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서술이다. 홍수로 인한 피해가 제일 큰 곳은 바로 소하천이다.

부처별 편성현황을 살펴보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4,837억원으로 전 부처 특수활동비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방부(1,632억원), 경찰청(1,250억원), 대통령(271억원), 법무부(260억원) 등의 순으로 규모가 크며, 이들 5개 부처의 특수활동비가 전체 특수활동비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편성 단계에서 세부내역 없이 총액으로 편성될 뿐만 아니라, 집행이 이뤄진 이후에도 집행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중략] 한편,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는 G20 경호 명목으로 21억원이 증액되었다.[p 273]

G20 경호 명목이면 20억원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물론 농담~)

이에 따라 기존에 지원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208억원이 지원되었고, 김대중 전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총 60억원이 지원되었다. 참고로,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은 사업추진이 부진하고,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는 부분 외의 경비를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2005년에 보조금 교부결정이 취소되었으나, 기념사업회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08년 1월에 최종적으로 정부가 패소하여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잔여 국고보조금 17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p 278]

이건 예전에 어떤 정당에 몸담았던 시절 반대운동을 하러 다녀서 감회가 새로워 옮겨 적어봤다. 정부가 패소했고 기념사업회가 208억원을 날로 먹었다니 놀랍다.

2009년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방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지방채 발행액은 약8조원 전망(2월말 결산 후 확정)되고 있는데, 지방채 잔액은 2006년 17.4조원, 2007년 18.0조원, 2008년 19.2조원, 2009년 25.9조원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2008년 이후 지방채무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중략] 현재 제도상 지방재정관리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자치단체별 재정운용 상황을 정기적으로 분석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pp 304~305]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거칠 것이 없다. 그래서 수천억짜리 청사를 짓곤 한다. 좀더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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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투자은행

우리가 민간투자사업이라 부르는 사업방식을 영국에서는 PFI(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라 부른다. 시작된 역사는 1990년대 중반으로 비슷하나, 그 제도나 응용에 있어서는 영국이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여겨지곤 한다. 영국은 특히 NHS, 즉 ‘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 쓰일 병원을 민영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They’ll certainly be cleaning the windows as usual today at the Cumberland Infirmary in Carlisle, the first hospital completed under 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 (PFI) system, where the Government borrows money from the private sector to build public infrastructure in return for part-privatisation. Opened in June 2000 by Tony Blair and hailed as a flagship, the ₤87 million Infirmary has 442 beds and acres of glass, all paid for privately and leased back to the NHS for 45 years. Three old district hospitals were closed and amalgamated to make way for the new hospital, staff were “rationalised” and patients got used to paying for parking.[The pros and cons of PFI hospitals]

위 내용을 찬찬히 되짚어보자. 국가는 부분적인 민영화에 대한 대가로 공공 인프라를 짓는데 사적부문의 돈을 빌린다. 민간은 병원을 지어 NHS에 45년 동안 임대하고 이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 투자재원을 회수한다.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은 수익창출을 위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주차서비스까지 부대사업으로 하는 것 같다.

PFI, 찬반(贊反)의 논리

정부가 PFI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공재원의 부족, 이로 인한 시의적절한 서비스 제공의 부족이다. “공공부문의 자본이 부족할 때 PFI 아니면 파열뿐이다(when there is a limited amount of public-sector capital available, it’s PFI or bust)” 반대자의 논리는 민영화로 인해 민간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다. 영국은 재정적자가 GDP의 13%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NHS 병원은 시급히 새로 지어야 한다. 결국 미래 세원을 담보로 전당포로 달려간 셈이다. 반면 비판자들은 전당포가 잡은 담보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긴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 결정적인 비판자의 논리가 있다. 결국 PFI는 일종의 야바위라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정부는 자신들의 재무제표에서 증가하고 있는 부채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적부문이 지어준 병원에 대한 임대료는 채무가 아닌 계정으로 잡히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무이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해마다 늘어나야할 상황에서 재정문제에 시달리는 국가가 시의 적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당사업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결국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뿐더러 현재 부채현황 상에 잡히지 않게 하는 꼼수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현 주소다.

PFI는 무용지물인가?

이렇게 결국은 돈의 문제로 귀결되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찬반논리의 각론에는 민간의 이윤추구논리로 인한 질 낮은 서비스, 잘못된 위험분담으로 인한 형평성 문제, 가격결정시스템의 혼선,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한 비용발생 등 허다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추진하는 이나 반대하는 이들의 명쾌한 논리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결국 어떠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건 민간이 제공하건 의사결정의 참여자가 많고 그것을 감시하는 이가 많다는 것은 – 찬성자건 반대자건 – ,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덜 쓸모없는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고 서비스의 과부족이 자율 조절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는 시행착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해 더 많은 비용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비판으로 돌아가 보자. 이것은 사실이다. 민간투자사업은 분명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얼마 전 민자고속도로 건설에서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한 은행에는 더 많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자연히 서비스 가격이 올라간다.

전자는 사업시행 초기 단계에서의 가격검증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여겨지고, – 관발주 사업보다 해당 시스템의 정비가 덜 되었다는 문제 – 더 많은 금리의 지불은 차주가 엄연히 정부가 아닌 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론 일반 부동산 개발보다는 낮은 리스크가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는 있다.

민간투자사업의 대안, 국영투자은행?

여기서 발생하는 희한한 상황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금융위기 때 있었던 국유화 등과 관련한 정부의 모순된 입장이다. PFI의 본류인 영국정부는 2008년 2월 모기지업체 노던록을 국유화했다. 경제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에서는 세계최대의 보험사 AIG를 국유화하였다. 돈 없어서 민간투자사업 한다는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한 것이다.

물론 비상상황에서의 비상조치라고는 하지만 일단 재정위기에 대응하여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한다는 논리가 조금은 무안해지는 상황이고, 또 하나 재밌는(?) 것은 금융기관이 이처럼 국유화되고 그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금이 민간투자사업에 투입될 때에는 굳이 그것이 시장이자율에 상응하게 비쌀 필요가 있는가 하는 주장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음에서 제안할 수 있는 개념은 이 같은 개발사업 자금을 시장금리보다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게끔 해주는 ‘국영투자은행’이다. 다만, 관료들과 정치인의 정치논리에 의해 금융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장한 독립된 중앙은행처럼, 다양한 의사결정 시스템의 한 축으로 개발 사업을 공공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은행 말이다.(주1)

물론 이 논의 이전에 국가가 직접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현실 사회주의 블록이나 국가주도의 자본주의 국가군에서 보아온바 경제논리나 타당성 논리보다 정치논리가 – 정치논리가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 사업추진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로서의 독립된 한 축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것의 실제 사회편익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지극히 제한된 의사결정 단위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는 상황은 국가의 일방적 사업주도가 가지고 있는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의사결정이 다른 단위의 논의 및 사업검토가 병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한축은 현재 4대강에 대한 대표적인 반대자인 시민사회, 진보세력, 그리고 종교계 등일 것이다. 다만 그들의 반대논리는 환경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생명존중 등 약간은 형이상학적인 당위성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다. 한편 이를 독립적 국영투자은행이 판단할 경우 앞서의 도덕적 잣대와 함께 경제적 타당성과 지속가능성도 병행 검토할 수 있다.

만약 4대강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였다고 한다면 – 우선 많은 반대가 있었겠지만 –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순수 시장논리만으로도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해당 사업만 놓고볼 때 경제적 편익을 가늠하기 어렵고(주2) 결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반드시 나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 상황일 수 있다.(주3)

그러한 프로세스에 공공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시중은행보다 더 강력한 모티브가 되는 ‘독립적인’ 국영투자은행이 있다면 우리는 국가 단위 투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좀 더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기업금융 중심의 은행에서 점점 더 프로젝트 중심의 금융이 활성화될 향후 사회에서 고려해봄직한 대안이다.

 

(주1) 이와 유사한 개념에서 현실에서도 존재하긴 한다. 우선 기업금융 중심으로 국가주도 자본주의의 개발정책을 도왔던 산업은행, 기업은행과 같은 이른바 국책은행이다. 또한 수출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금리로 개별사업을 도와주는 수출입은행이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우리은행처럼 사회적 소유 또는 국가소유의 금융투자자들이 있다. 우선 앞서의 두 행위자들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이라 보기 어렵고 특수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후자들의 투자논리에선 시중 다른 민간투자자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2) 최근 강주변의 관광지 개발권 등을 부여하여 민간자금을 조달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가끔 나오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급냉인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이는 방안이다.

(주3) 유사 시장으로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있을 것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최근 내 관심을 끄는 두 가지 사건은 모두 공기업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에서의 수자원공사의 참여,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시설 매입이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가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공기업을 끌어들여 수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기업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마치 민간이 특정사업 수행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off-balance sheet(설명 보기) 효과를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정비사업 참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국토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수자원공사(이후 수공)가 부담키로 함에 따라 수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4대강 하천 주변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개발 우선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수공의 투자와 역할이 큰 사업인 만큼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대강 본예산 15조4000억원 중 정부가 7조4000억원, 수공이 8조원을 충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및 하천 개발권 부여 등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내용이다.[4대강 결국 ‘개발사업’ 변질]

정부는 지금 막대한 재정지출 – 호기롭게 4대강 정비, 복지지출, SOC지출을 모두 소화해내겠단다 – 과 감세라는 한 열댓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신통한 재주가 없는 한은 결국 그것은 불가능한 약속이다. 그러하기에 4대강 본예산의 반절이 넘는 돈을 수공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정부가 하는 것처럼 반대급부 없는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수공에게 하천 개발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이다. 하천 개발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해당 기사에도 지적하듯이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엉성한 사업계획 및 집행으로 박살이 난 경우가 바로 – 비록 민간투자사업이지만 – 인천공항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허다한 수요예측 실패 사례 중에서도 전범으로 남을만한 데, 당초 수요예측 대비 7%의 처참한 운영현황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향후 막대한 재정보조가 예상되자 정부는 해당사업을 매입하기로 하고 이를 코레일에 떠넘긴 것이다. 수공사업이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일단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면 이 경우는 향후 막대한 적자가 기정사실화된 사업의 폭탄처리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 안쓰럽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철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39년까지 13조8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계약으로 부담을 6조7000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되면 정부와 코레일은 재계약을 맺어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코레일의 경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입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다 최근 수익개선 사업으로 추진중인 용산역세권 개발 등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인천공항철도, 1조2045억에 팔려]

위 기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부담을 13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숫자의 마술은 정부가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인수할 경우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상 상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의 의미를 지닌 약정수익률이 민간기업의 요구수준인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인수할 경우 조달비용이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에 더욱 낮출 수 있으므로 이를 낮춰 결과적으로 미래에 보전해줘야 할 돈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6%금리 대출을 4%대출로 전환하면 지급이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과연 단순히 부실사업이 민간에서 정부투자기관으로 말갈아탄 것만으로 그러한 절감효과가 있다면 애초에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조달비용이 민간조달비용보다 싸니 말이다. 이는 이미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여야 한다는 위 기사에서 답이 나와 있다. 그들 역시 기존에 부채가 쌓여있는데다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부실기업이다. 부실기업에 부실사업을 떠넘기고 조달비용이 국가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두 사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위상과 그 활용에 있어서의 우리가 주의해야할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공기업들은 정부 혹은 정치가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윤추구를 절대 진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공익 추구도 아닌, 이번처럼 정부의 실패를 떠안는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다. 아무리 정부투자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조 단위의 막대한 사업의 사업권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허술하게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수공이나 코레일 자신에게도 이러한 사업수행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의 엄청난 의사결정인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그러한 부실이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 낮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그들의 지분이 투입된 지방개발공사마저 단지 정부(투자)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특수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진행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은 더 크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가 신용평가사의 ‘묻지마’ 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대안은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업수행에서의 철저한 타당성 검증과 적법하고 순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그 타당성 검증은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이 공존하는 객관적 절차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내,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의사결정단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수공과 코레일의 사업 참여를 들여다보면 그 위험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민간부문의 대안으로 정부부문의 역할을 주장하는 일종의 케인즈식(?) 해법이 과연 옳은 대안인가 하는 물음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오늘 들른 곳들 대충 정리

경제>국외
미국에서의 건설대출 부실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바로 가기
“The purpose of stimulus is, first and foremost, to mitigate unemployment.” [바로 가기]
미국의 임시직 증가 추이 [바로 가기]
민영화 병원을 국유화하라는 영국 녹색당의 요구 [바로 가기]
“OPEC이 현 유가 수준을 꺼리지 않는다.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수요감소가 유가 급락을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만 상회해 준다면 75달러 이상을 넘는 고공비행을 바라지도 않는다.” [바로 가기]

경제>국내
“환경부가 ‘녹색뉴딜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2012년까지 864억원을 투입, 주변환경을 개선하고 저소득층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클린코리아사업 예산 197억원 전액 삭감” [바로 가기]    
“이러한 집단 해고에 대해 대학 내의 반발이 심하자 100명을 집단해고 한 영남대와 70명을 해고한 부산대가 최근 해고를 철회하고 이들 시간강사 전원에게 주당 5시간 이하의 강의를 맡도록 했다.” [바로 가기]
“웃기는 것은 중앙은행에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시장개입을 표방하는 (케인즈 주의적인) 단체이다. 쿠퍼는 이러한 모양새를 두고 양심적 병역기피자들이 군대에 들어갔다고 비꼬았다.” [바로 가기]

유머
주인(?)에 대한 고양이의 본심 테스트 [바로 가기]
“국토해양부는 4대강살리기 사업의 애칭을 짓는 네이밍 공모전을 개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새이름으로 ‘사강나래’가 선정됐다.” [바로 가기]  진작 알았으면 ‘사단날래’로 응모하는 건데
외계인은 존재한다! 궁극의 크롭써클! [바로 가기]    
으아~ 코스프레가 이 정도는 되야~ [바로 가기]
내용물(인체)의 성분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는 셔츠 [바로 가기]  
“아빠 긴히 할말이 있는데요.” [바로 가기]
Berlin Tower Lift-Off!  [바로 가기]

기타
죽음 뒤에 남는 온라인 존재감에 관한 글 [바로 가기]
지하철에서 이걸 사용하면 확실히 오덕스러워 보이겠군요 🙂 [바로 가기]
흡연자/비흡연자였던 쌍둥이의 외모 차이가 처참하군요. [바로 가기]
극적으로 생긴 무인도 Ball’s Pyramid  [바로 가기]

한국은 부동산 불패(不敗) 특구?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이나 풀리면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향후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경우 부실 요인으로 작용해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 이 같은 추세로 매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할 경우 올해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이 3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2006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을 때도 순증 규모는 27조원에 그쳤다. 불어난 대출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 신용 부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금융위 “은행 주택담보대출 확대 말라”, 한국경제, 2009.6.22]

금융당국이 가열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한 통제방안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일일 점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국이 이렇게 금융통제에 나선 까닭은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달아오르고 있고, 그 밑돈을 은행들이 대주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 두 가지는 그 이상현상에 불을 지른 것은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이고, 그 과열현상은 수도권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 초부터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가격 오름세는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으로 확산됐지만 지방 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중략] 양도세 감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에 온기를 돌게 만들었다.[인천 청라지구 깜짝 열풍… 소형 아파트 ‘들썩’, 2009.6.20]

세제정책 등 정책민감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수도권 지역은 건설경기부양을 통해 경기침체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정부의 의지를 진작 간파하고 빠른 손바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을 비롯하여 향후 재건축이 점쳐지는 강남권 아파트, 심지어 거래가 금지된 판교 지역마저 이면계약을 통해 부지런히 거래가 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한다. 이러한 부동산 인플레이션의 문제점은 앞서 잠깐 언급하였다시피 실물경제의 침체현상과 괴리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급등이어서 나머지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은 위와 같은 세제완화, 규제완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과 관련 하여는 은행이 주택자금대출로 나아가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정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주택관련대출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CD금리를 알게 모르게 통제해왔고 이에 따라 CD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니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그리고 구입하려는 이는 겁 없이 은행돈을 갚지 않거나 계속 빌리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있으니 은행은 빌려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른바 “녹색성장”으로 뺑끼칠이 된 ‘4대강 정비 사업’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억지로 플러스로 만들어놓는데 –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큰 하락을 대규모 공사발주로 상쇄시킨 뚝심! – 큰 공헌을 하였을 뿐 아니라, 현재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마저 실물경제와 상관없는 ‘나홀로 부동산’ 현상을 가속화시킬 개연성도 크다.

낙동강 유역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앞으로 2~3년 사이에 13조원의 돈이 뿌려진다. 울산을 빼고 경남북·부산·대구를 합친 인구가 1160여만명이니 1인당 110여만원, 3인 가족 기준으로 330만원가량이 떨어지는 셈이다. [중략] ‘경기가 어려운데 토목공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경기부양 효과는 있다. 하지만 정부 돈은 공짜가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다.[돈벼락 맞은 낙동강, 한겨레, 2009.6.18]

과연 ‘4대강 정비’가 ‘대운하’의 눈가림 아니냐, 진정 환경개선 효과가 있는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 이외에 위와 같은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권력의 인너써클에서는 이 부동산 부양책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가장 이성적인 정책 브레인으로 짐작되는 – 바로 그러한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는 것 같은 – 이한구 씨는 삽질 만으로의 경기부양 효과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쏟아 부으면 경기가 회복된다는 단순사고를 하는 탓이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 투자의 고용 창출 효과나 파급 효과는 다분히 과장돼 있다. 무슨 일이든지 갑작스레 벌이면 낭비가 있고 효과가 크지 않다. 이미 닦아놓은 도로 가운데 하루에 차 몇 대 안 다니는 곳도 많다. 지방 공항 가운데는 적자를 내는 곳이 숱하다. 지방의 문화·체육 시설 가운데 운영비 못 대는 곳이 많다. 더 효율적인 곳에 돈을 써야 한다.[“사회기반시설 투자 파급효과 다분히 과장”, 한겨레, 2009.6.21]

요컨대 현 정부의 부동산을 둘러싼 각종 정책들은 어느 순간에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도 강력한 재정정책을 통한 성장률 관리, 부동산 가격 폭락 방지를 통한 소비심리 유지 등으로 요약되는 대증요법에 의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헛된 돈 놀음도 성장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통계의 모순과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보수정부의 장난질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이며 개개인의 부의 증가라고 착각하고 있는 현 경제 시스템의 상식(?)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